방문을 나선 진익도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처음에 고묘묘를 막으려 했다.그런데 고묘묘는 부진환을 침서처럼 꾸며서 그를 침서라고 여길 생각이었고 부진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리고 부진환 때문에 조금 전 화가 났던 걸 떠올린 진익은 바로 승낙했다.“벙어리야, 가보거라.”“이 옷을 입으면 공주가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진익은 부진환에게 암시하고 있었다.고묘묘가 침서를 좋아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 침서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든 고묘묘는 화를 내지 않았다.벙어리를 침서처럼 꾸미는 건 단지 재미를 위해서일 것이다.부진환이 고묘묘를 대하는 태도가 침서와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면 부진환이 오히려 이득이었다.부진환은 그 순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고묘묘는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하며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았다.“오라버니도 허락하셨는데 날 따라가지 않을 셈이냐?”“설마 황자의 명령에 불복하려는 것이냐?”부진환은 참고 또 참았다.그는 신분을 들킬 수 없었다!결국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고묘묘에게 끌려갔다.-낙청연은 진익의 처소로 찾아왔고 진익은 그녀가 온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며 그녀를 급히 맞이했다.“오늘은 무슨 일로 온 것이지?”“미리 얘기라도 할 것이지, 그랬으면 내가 뭐라도 준비해서 자리를 만들었을 텐데.”진익은 아주 기쁜 얼굴로 낙청연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낙청연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오늘 이곳에 온 것은 한 가지 일 때문입니다.”“황자 곁에 있는 그 벙어리를 제게 주시지요.”“그가 황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그를 제게 줄 수 있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진익은 매우 의아해했다.부진환을 위해서 온 것이라니?그는 심지어 낙청연이 벙어리의 신분을 안건 아닐까 의심했다.진익은 떠보듯 물었다.“그는 벙어리일 뿐이다. 너의 곁에는 고수들이 꽤 많을 텐데 왜 내 곁에 있는 벙어리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지?”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실력도 나쁘지 않고 여러
진익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차 한 잔 마시고 있거라, 생각 좀 해보마.”“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오늘 바로 벙어리를 데려가겠느냐?”진익은 매우 난처했다. 그 사람은 보통 벙어리가 아니라, 천궐국의 섭정왕이다!“예!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진익이 갑자기 물어보자, 낙청연도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대황자께서 생각해 보셔도 됩니다. 지금 벙어리를 데려오십시오. 제가 벙어리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진익은 흠칫 놀라더니, 곧 말했다. “지금 벙어리는 아직 밖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지금 사람을 시켜 그를 불러들일 터이니, 잠깐만 기다리거라.”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서둘러주십시오.”곧이어 진익은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방에서 나간 진익의 마음은 약간 초조했다.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분부했다. “즉시 공주에게 달려가서, 사람을 찾아오거라.”부하는 잠깐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에!”그러나 상대방은 잠깐 후 돌아와 말했다. “주인님, 공주께서 사람을 넘기려고 하지 않습니다.”“주인께서 보낸 사람인 걸 알고 바로 저를 문밖에서 가로막고 아예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도 않아서, 저는 벙어리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성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쓸모없는 놈!”“이런 작은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느냐!”상대방은 고개를 숙이고, 마음속으로 원망했다. 그럼, 왜 잘난 네가 가지 않았느냐?진익은 미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방안에 낙청연이 아직도 앉아있었다. 더 미룰 수 없었다.그도 이 일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부진환의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낙청연이 정말 그에게 속다니!진작에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 줄 알았더라면, 그가 직접 할걸 그랬다. 그럼, 지금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시 생각해도, 진익은 여전히 고묘묘를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고묘묘가 절대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낙청연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달려가, 상대방의 가면을 벗겨버렸다.상대방은 급작스러운 동작에 어찌할 새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가면은 이미 벗겨졌다.진익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뭐 하는 짓이냐?”낙청연은 그 사내를 주시하며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벙어리가 아니다!”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벙어리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느냐?”낙청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가면을 던져버리더니 말했다. “본 적이 없습니다.”“그러나 벙어리는 절대 자기 가면을 만지지 못하게 합니다.”말을 하며, 낙청연은 전혀 흉터가 없는 그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벙어리가 아니다.”마음이 찔린 상대방은 고개를 숙였다.낙청연은 화를 내며 분심검을 뽑았다. 그녀는 검으로 진익의 목을 겨누고 물었다. “벙어리는 어디 있습니까?”“이렇게 꾸물거리며 또한 사람까지 찾아 벙어리를 가장하는 걸 보니, 벙어리는 아예 여기에 없군요.”“말씀하십시오! 벙어리는 아직 살아있습니까?”문득 이 점을 의식했을 때, 낙청연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진익이 사람을 내놓을 방법은 없었고, 하지만 낙청연의 조건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가짜로 그녀를 속이려고 한 게 분명하다.그러니 지금 벙어리는 분명 아주 위험할 것이다!어쩌면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어쩐지 오늘 밤 그녀는 매우 불안했다. 그래서 다급히 달려와 진익과 조건을 협상했지만, 여전히 한발 늦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진익은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노하여 말했다. “낙청연, 진정하거라. 나는 대황자다!”“한낱 호위 때문에 정녕 나를 죽이려는 것이냐?”“살고 싶지 않으냐?”낙청연은 화가 나서 호통쳤다. “헛소리 그만하십시오!”낙청연이 손에 힘을 더 주자, 날카로운 칼날이 진익의 목을 살짝 그어, 핏방울이 흘러나왔다.순간 피 비린 냄새가 퍼졌다.진익도 느꼈다.낙청연 눈 속의 분노를 보며, 진익의 마음도 조금 두려웠다.역시 침서가 데려
이 말을 하더니, 채찍을 휘두르며 벙어리를 때리려고 했다.낙청연은 바로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고묘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낙청연을 보고 고묘묘는 몹시 놀랐다. 그녀는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 “낙청연! 감히 나의 침궁에 난입하다니!”“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먼!”고묘묘는 세차게 낙청연의 손을 뿌리치더니, 낙청연을 향해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그런데 이때 벙어리가 앞으로 달려왔다.낙청연은 즉시 벙어리를 제지했다. 긴 채찍이 날아오는 순간, 낙청연은 채찍을 덥석 잡아, 힘껏 뿌리쳤다.‘팍’ 하는 소리가 났다.그 채찍은 되돌아가 고묘묘의 몸을 호되게 후려쳤다.고묘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이때, 진익이 달려왔다. 이 장면을 보고 그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다.그는 다급히 고묘묘를 부축했다. “묘묘, 괜찮으냐?”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고묘묘는 낙청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저 여인을 잡으세요!”그러나 진익은 잠깐 망설이었다.낙청연은 그사이 벙어리를 데리고 돌아서 가버렸다.고묘묘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진익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오라버니는 참 쓸모없는 인간입니다! 내가 낙청연을 붙잡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이 말을 하며 그녀는 진익을 걷어차 버리고, 바로 뒤쫓아 방문을 나갔다.진익은 또 한 대 맞고, 넘어졌다.문밖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의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솟아났다.낙청연은 벙어리를 데리고 바로 뛰쳐나갔다. 비록 고묘묘가 외치자, 수많은 시위가 그들을 포위해왔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벙어리를 데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뛰쳐나갔고, 그를 데리고 줄곧 도망쳤다.뒤에서 시위들이 계속 쫓아왔다.도중에, 벙어리가 그녀를 잡더니, 그녀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으니, 자신을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이 남으면 죽음뿐이오.”“그러니 나는 절대 당신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오.”“걱정하지 마시오. 고묘묘가 비록 총애는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정도는 아니오.”“가자고.”
그 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또 고개를 돌려 벙어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의 차림새를 훑어보았다.“이 옷은 고묘묘가 억지로 입힌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고묘묘가 당신에게 침서 행세를 하라고 했소?”“정말 역겹소.”낙청연은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았다.아마 벙어리가 고묘묘에 대한 본체만체 한 태도 때문에 고묘묘의 눈에 띈 것 같다.침서가 그녀에 대한 태도도 그렇기 때문이다.벙어리는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글을 또 적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이오? 고묘묘는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오?지금 그는 낙청연과 함께 달려 나온 자신이 약간 충동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그는 상관없다. 하지만 낙청연을 연루시키면 안 되니까!낙청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만약 진익에게서 당신을 데려오면, 당신은 나에게 오겠소?”벙어리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나에게 오겠냐고 물었소?”그가 망설이자, 낙청연은 또 한 번 물었다.벙어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건 그가 간절히 바라던 바이다.“좋소. 당신만 동의하면, 고묘묘는 문제없소. 그녀는 나를 어찌할 방법이 없소!”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또 대화하는 소리까지 들렸다.낙청연이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진익이 찾아온 것이었다.시위 대장이 서오궁에는 황제와 해 귀비 외, 다른 사람은 없다고 하자, 진익이 가는 것 같았다.진익도 감히 안으로 들어가 방해하지 못했다.낙청연은 재빨리 달려갔다. 진익이 나가려고 할 때, 낙청연은 돌멩이를 던졌다.돌멩이는 마침 진익의 발밑에 굴러갔다.진익은 흠칫 놀라더니, 곧이어 낙청연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벙어리를 보더니 진익은 화를 내며 바닥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너희 둘은 정말 나를 안중에 두지 않는구나!”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만약 일부러 저를 속이지 않고, 저의 시간을 끌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미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당신 문제는 제가 고쳐줄 수 있습니다.”진익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예전에 말한 적이 있지 않으냐? 내가 타고난 자질이 평범한 건, 어쩌면 정말로 태어날 때부터 자질이 평범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지금은 또 내 문제를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니, 나의 평범한 자질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냐?”“인위적이라는 뜻이냐?”진익은 예전에도 의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낙청연에게 달려가 물어보니, 낙청연은 그때 허튼소리였다고 했다.살기 위해 그랬다고 했다.그런데 이번에, 낙청연은 똑같은 말을 꺼냈다.그러나 이번에도 낙청연은 여전히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상황은 아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다 하는 사이가 아닙니다.”“어떤 일은 제가 말하지 않으면, 당신도 물어보지 마십시오.”“당신은 그저 저를 믿을지 말지만 고려하면 됩니다.”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심 갈등했다.그는 또 망설이며 벙어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너를 믿는다고 해도, 벙어리는 너에게 줄 수 없다.”“왜입니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자기 실력을 그렇게 신경 쓰는 진익이 그녀와 거래를 포기하려는 건가?“첫째, 설령 너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치료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둘째, 오늘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내가 만약 벙어리를 너에게 주면, 다른 사람들에게 너와 나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된다.”“나는 당당한 황자로서, 너와 그 어떠한 이익 관계도 있고 싶지 않다.”진익은 마음속으로 모후와 고묘묘를 고려하고 있었다.고묘묘와 낙청연은 둘 다 이 벙어리를 쟁취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만약 벙어리를 낙청연에게 주면 모후는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셋째는 벙어리의 신분이었다.부진환은 그가 침서를 상대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다. 이렇게 쉽게 낙청연에게 넘길 수 없다.게다가 낙청연은 지금 침서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데, 만약 부진환을 그녀에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받은 멸시에 비해 지금 낙청연 의심의 눈빛이 그를 더 아프게 했다.그는 참고 또 참으며 말했다. “동이 트면, 바로 모후를 찾아가, 이 일을 해명하겠다.”“벙어리는 내가 정련한 독인이고, 그 누구도 오랫동안 그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독이 묻을 수 있다고 하겠다.”“내가 침서를 상대하는데 쓰는 비장의 무기라고 하겠다.”“그럼, 모후는 틀림없이 고묘묘를 벙어리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고, 또한 침서를 상대하는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에 벙어리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이 방법이 마음에 드느냐?”낙청연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괜찮습니다.”“당신은 꽤 총명합니다. 이번에 황후와 고묘묘에게 황자의 저력과 기세를 보여주길 바랍니다.”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몹시 피곤한 듯 풀밭에 드러누워, 느긋하게 물었다. “낙청연, 넌 대체 누구냐?”“나는 네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구나!”“너는 늘 이렇게 상황에 따라 교묘하게 말을 맞추는 말솜씨가 뛰어난 것이냐?”낙청연은 늘 그의 정곡을 찔렀다.하필이면 그는 또 그녀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낙청연도 긴장을 풀고, 풀밭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문제에 관해 물어보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말씀하십시오.”“뭘 그리 돌려 말씀하십니까?”“제가 약 한 첩 지어 드릴 테니, 일단 드셔 보십시오. 그러나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특히 고묘묘와 황후는 안 됩니다.”만약 진익이 자신의 문제를 낙청연이 치료할 수 있다는 걸 믿는다면, 진익은 벙어리를 그녀에게 넘겨줄 것이다.순간 진익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정말이냐?”“싫으면 됐습니다.”“아니, 줘! 언제 줄 거냐?” 진익은 순간 급해졌다.낙청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진익이 또 말을 가로챘다. “모레 어떠냐? 모레 저녁에 내가 너를 찾아가마, 이틀이면 처방전을 쓰기에 충분한 것 같은데.”“좋습니다.”진익의 기분은 순간 많이 좋아졌다.세 사람은 서오
낙청연이 위로했다. “이건 좋은 일입니다.”“적어도 황후는 아직 진실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은 마음 편히 춤만 연습하고, 황상을 불러들이면 됩니다.”해 귀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편함을 참고 계속하여 밥을 먹었다.“그래, 너의 말이 옳다.”“이렇게 오래되었으니, 나도 이젠 익숙해져야겠다.”아침 밥을 먹고, 그 접시의 물건을 슬그머니 내다 버렸다.그 접시를 먼저 들고 들어와야 하는 이유는 어선방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서오궁에서 대략 반 시진 정도 기다리자, 진익이 왔다.“나는 이미 모후께 해명했다. 모후는 이미 고묘묘를 설득했으니, 너희들은 이제 가도 된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벙어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벙어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낙청연을 안심시켰다.곧이어 진익이 벙어리를 데려갔다.낙청연은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약간 슬펐다.고묘묘는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몰래 벙어리를 찾아가 괴롭힐지도 모른다.해 귀비가 느긋하게 앞으로 걸어오더니 물었다. “저 호위는 네 친구냐?”“예!”“어쩐지, 많이 걱정한다 했다.”해 귀비는 말을 하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다른 곳은 몰라도 궁안은 내가 봐줄 수 있다.”“고묘묘 그쪽도 내가 사람을 시켜 지켜보다가, 무슨 소식이라도 있으면 바로 너에게 알려 주마.”낙청연은 감격해하며 말했다. “해 귀비, 감사합니다.”“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다.”이 말을 하며, 낙청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참에 나에게 춤을 좀 더 가르쳐 주거라. 혼자 천천히 연습할 수 있게.”그리하여 낙청연은 서오궁에 반나절 더 머물며 춤을 가르쳤다.오후에 궁에서 나가 약포로 가서 약재를 산 후,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골고루 섞었다.진익이 안에 있는 약재를 보고 직접 약을 짓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진익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낙청연은 그 안에 아주 진귀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