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이 그 종이를 해 귀비의 앞에 놓자, 해 귀비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것을 들면서 미소 지어 보였다.“정말 찾았구나.”“이건 내가 최근 2년 동안 계속 먹은 음식이 맞다.”낙청연은 놀랐다.“알고 있었던 것입니까? 그런데 왜 알려주지 않고 그렇게 두꺼운 책자를 제게 준 겁니까?”해 귀비는 웃음을 흘렸다.“네가 정말 능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사기꾼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그러니 당연히 네 참을성을 시험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게다가 돈도 많이 받았을 텐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해 귀비는 말하면서 짓궂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사실 해 귀비는 내심 기뻤다. 낙청연은 2년간의 음식 기록 중에서 그녀가 자주 먹는 음식을 정확히 찾아냈다. 이 정도로 참을성이 있다는 건 낙청연이 사기를 치려는 게 아니라 진짜 해 귀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음먹었다는 걸 의미했다.낙청연은 할 말이 없었다.그래서 일단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이 위에 적힌 요리 이름들은 희한합니다. 백옥연지홍(白玉胭脂紅)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 응지옥(凝脂玉), 부생한(浮生閒)은 무엇입니까?”“전부 요리 이름입니까?”해 귀비는 웃었다.“흔히 볼 수 있는 요리다. 내가 이름을 지어줬지.”“왜 이런 이름을 지은 것입니까?”낙청연은 의아했다.이렇게 하면 분간할 수 있을까?해 귀비는 웃으며 대답했다.“조심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이 내 취향을 알 수도 있으니 말이다.”“2년간의 기록을 보았는데 규칙을 발견했느냐? 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입맛이 변한다.”“정말 그렇게 자주 바뀐 게 아니라 후궁에 있으니 남이 내 취향을 알 수 없게 하려고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낙청연은 당황했다.이 정도로 신중할 줄은 몰랐다.아마 해 귀비도 많은 권모술수를 겪었을 것이다.비록 해 귀비는 황후와 닮았다는 이유로 황후가 없을 때 황제의 은총으로 귀비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지금 그녀는 예전처럼 은총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귀비의 자리에 있는 걸 보면 분명 수단이 대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데...”낙청연은 머리가 아팠다.낙청연은 처음 이런 난제에 부딪혔다.해 귀비도 탄식했다.“그래.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일찍 발견했을 것이다.”“먹는 것이 아니라 생활 환경 속의 물건 때문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해 귀비가 추측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고민하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잠깐만요!”“왜 하나가 부족합니까?”낙청연이 물었다.해 귀비는 탁자를 쭉 둘러보다가 문득 깨달은 표정으로 말했다.“참, 너한테 얘기해준다는 걸 깜빡했다. 응지옥은 지금 이 시진에 먹을 수 없다.”“아침에만 할 수 있다.”“아침에 동암호(冬岩湖)에서 갓 잡아 올린 농어와 방초원(芳草園)에서 갓 채취한 이슬, 그리고 아침에 만든 두부와 약재들로 만들어진다.”“그것은 내 아침 식사다.”“지금은 만들 수 없다.”식재료를 들어 보니 별문제 없었고 해 귀비의 몸에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그것을 한번 보고 싶었다. 그것은 해 귀비의 아침 식사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귀비 마마, 제가 오늘 여기서 하룻밤 묵었다가 내일 아침 응지옥이 어떤 것인지 봐도 되겠습니까?”“그래. 궁에 남아있거라. 내친김에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건지 한 번 봐주거라.”해 귀비는 낙청연이 머무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낙청연은 밤새 자지 않고 서오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곳곳을 살폈다.서오궁의 모든 것은 정상적이었고 이상한 점이 없었다.낙청연은 심지어 이상한 점이 있길 바랐다. 그러면 적어도 단서가 있을 테니 말이다.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단서가 없었고 어떻게 손을 댈 수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낙청연은 해 귀비에게 솔직히 얘기했다.“귀비 마마, 지금으로선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괜찮다면 다른 방법을 써보고 싶습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일월경은 사람의 전생과 현생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남의 기억을 훔쳐볼 수 있었다. 일월경을 쓴다면 어쩌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해 귀비는 당황했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해 귀비는 낙청연이 그 음식을 보고 있음을 알아챘다.“저것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그릇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약 냄새와 함께 달콤한 향이 났다.그리고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낙청연이 물었다.“귀비 마마, 이걸 드실 때 비린내가 심합니까?”낙청연의 말에 해 귀비는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비린내가 조금 나긴 하지만 크게 영향은 없다. 적어도 식감은 아주 좋다.”“먹어보겠느냐?”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이것에 문제가 있습니다.”“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생선, 두부, 약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낙청연이 젓가락을 들어 찌르자 안에서 혈기가 느껴졌다.다른 것에 오염된 것이 아니라 음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해 귀비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이것에 문제가 있다고? 난 이걸 오랫동안 먹었다.”“이것은 내가 서오궁으로 이사 온 뒤 줄곧 먹은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폐하의 주방장이 만든 것으로 궁을 통틀어 이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 내가 유일하다.”“그런데 문제가 있다니?”해 귀비는 단 한 번도 그 음식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폐하의 주방장이라고요? 폐하께서 이 음식을 드시게 한 겁니까?”해 귀비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한 번은 탁자 위에 이 음식이 올랐는데 내가 무척 좋아하니 폐하께서 이 음식을 하사하셨다.”“다른 이들에게는 하사한 적이 없다.”그러니 이 요리는 육궁에서 은총을 상징했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이걸 만든 주방장을 봐도 되겠습니까?”“제가 몰래 숨어서 이 자를 관찰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해 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낙청연은 병풍 뒤로 숨었고 조 어멈이 방 주방장(龐大廚)을 데리고 왔다.“귀비 마마를 뵙습니다!”해 귀비는 어두운 안색으로 연탑에 누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오늘 응지옥이 조금 비리더구나.”그 말을 들은 방 주방장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 실수입
해 귀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오늘 밤.”“저녁 식사 후 네가 어선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마. 하지만 어선방이 닫힌 후에는 다음 날에야 열 수 있다.”“방 주방장은 어선방의 총관이고 그에게 열쇠가 있기에 오직 그만이 수시로 어선방을 드나들 자격이 있다.”“그러니 넌 어선방에 밤새 있어야 한다. 몸조심하거라.”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낙청연은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 비수도 하나 챙겼다. 물론 해 귀비가 특별히 허락해 준 것이었다.저녁이 되고 어선방에서 음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미리 궁녀의 차림을 하고 어선방의 사람이 음식을 가져다줄 때 행렬에 섞여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선방으로 향했다.대열의 궁녀 중 한 명이 해 귀비의 사람이었다.어선방에 들어간 뒤 그녀는 낙청연을 데리고 헛간으로 들어갔다.“여기에 숨어있으세요. 밖에서는 다들 바쁘니 아무도 여기 오지 않을 것입니다.”“그들이 떠나면 나오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그 궁녀는 헛간을 나가 일을 보러 갔다.낙청연은 헛간 구석, 창가와 가까운 쪽에 몸을 숨겼다. 그녀는 장작에 가려진 틈에 숨어 몰래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관찰해 주위의 대략적인 지형을 파악했다.그리고 때마침 방 주방장이 주방에서 나오고 궁인들이 음식을 들고 부랴부랴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마당은 금세 조용해졌다.바로 그때 방 주방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때마침 낙청연이 있는 헛간으로 향했다.낙청연은 순간 목을 움츠렸다.방 주방장은 수상쩍게 뭘 하려는 것일까?그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 신중히 밖을 살핀 뒤 문을 닫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밖에서 태감이 달려와 말했다.“방 주방장, 귀비 마마께서 봉미어시(鳳尾魚翅)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방 주방장은 부랴부랴 방에서 나왔다.“알겠다. 지금 하겠다.”방 주방장은 방에서 나올 때 손을 닦았다.낙청연은 그의 손에서 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심지어 앞치마에 핏자국이 조금 묻어 있었다.방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화들짝 놀랐다. 헛간으로 몸을 숨길 새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옆의 두 방 사이에 있는 길로 몸을 피했다.낙청연은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고 벽에 붙어 서 있었다.밖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방 주방장은 당황한 건지 황급히 손을 씻은 뒤 밖으로 나갔다.음식을 보내러 갔던 궁인들이 돌아왔다.양쪽에서 다 사람이 지나갔기에 낙청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움직였고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렇게 사람들이 전부 가버렸다.갑자기 방 주방장이 태감에게 분부하는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이 전부 나갔는지 확인해 보거라. 곧 문을 잠글 것이다.”“알겠습니다.”곧이어 두 명의 태감이 순찰을 돌았다.낙청연은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숨었다.어선방은 주방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헛간이었고 사람이 사는 방은 없었기에 낙청연은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태감이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고 그는 구석에 숨은 낙청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다 떠났습니다. 사람이 없습니다.”방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그럼 이만 가자꾸나.”곧이어 방 주방장이 떠났고 어선방의 대문이 밖에서 잠겼다.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방 주방장이 뭔가를 다졌던 그 방 앞에 섰다.짙은 비린내가 확 풍겼다.방안에는 작은 아궁이 하나가 있었는데 방 주방장의 전용 주방으로 보였다.낙청연은 횃불을 들고 곧장 도마로 향했다. 도마 위에는 핏자국과 다진 고기가 남아있었다.냄새를 맡으니 토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다.어쩐지 시체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데...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통을 뒤져 자루를 열었다. 안에는 다진 고기가 가득했다.그것도 아주 잘게 다져진 상태였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역겨운 냄새를 참으면서 자루를 털어 가장 아래쪽을 봤다. 다진 고개 아래에는 내장 같은 붉은 것이 있었는데 아주 작았다.혹시 어떤 동물의 내장인 걸까?낙청연이 주변
낙청연은 숨마저 크게 쉬지 못했다.다행히도 방 주방장은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곳을 깔끔히 청소했다.곧 그는 자루를 들고 떠났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궤 안에서 걸어 나왔다.방 주방장이 사람이 없는 야심한 시각에 이곳을 청소하고 자루까지 전부 챙겨서 떠난 걸 보면 분명 무언가 있었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온 뒤 헛간으로 돌아가 날이 밝길 기다렸다.그런데 방 주방장이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그는 횃불을 들고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낙청연은 창문 틈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는 다급히 장작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역시나 잠시 뒤, 방 주방장이 헛간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횃불을 들고 헛간을 한 바퀴 쭉 걸으면서 간단히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 주방장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줄은 몰랐다. 그는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누군가 방 안에 숨어있을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낙청연은 심지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방 주방장의 의심을 사서 그가 이렇게 신중한 걸까 의심하기도 했다.하지만 방 주방장이 어선방을 다시 떠났을 때 낙청연은 의심을 지웠다.그 뒤로 방 주방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만 낙청연은 나가지 않았다.그녀는 만일을 대비해 날이 밝을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날 밤, 낙청연은 깊이 잠들지 못했고 방 주방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날이 밝기도 전에 방 주방장이 어선방의 문을 열었다.궁인들이 하나둘 도착하자 방 주방장이 분부했다.“오늘은 어제 각 궁에서 가져온 식단대로 음식을 준비할 것이다.”“난 출궁하여 식재료를 준비한 뒤 돌아와 밥을 할 것이다. 너희들은 게으름 피우지 말거라.”사람들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방 주방장은 곧 떠났다.그는 출궁하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낙청연의 눈이 빛났다.방 주방장이 떠난 뒤 낙청연은 궁인들이 바삐 움직이는 틈을 타 헛간에서 나왔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어선방에서 나와 서오궁으로 향했다.낙청연은
낙청연은 오늘 반드시 상자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재빨리 입궁했다.그녀는 다시 궁녀 옷으로 갈아입고 어선방으로 들어갔다.어선방에 도착해 보니 다들 주방에서 바삐 일하고 있어서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주위를 관찰했는데 방 주방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살금살금 주방으로 들어갔고 다시 어젯밤 숨었던 그 궤로 숨었다.잠시 뒤, 방 주방장이 돌아왔다.그는 밖에서 일을 분부한 뒤 작은 방 안으로 들어와 조심성 있게 문까지 잠갔다.곧이어 그는 식재료를 들고 낙청연의 눈앞에 도착했다.아주 가까운 거리라 낙청연은 방 주방장이 탁자 앞에서 하는 모든 움직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방 주방장은 우선 불을 지핀 뒤 약재를 꺼내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그는 생선을 죽인 뒤 깨끗이 처리했고 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낸 뒤 살코기만 남겨 잘게 다졌다.그리고 두부를 으깨서 담았다.마침내 방 주방장이 그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여는 순간, 낙청연은 숨이 막히는 동시에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그 상자 안에 담긴 것은 이미 죽은 갓난아기였다.낙청연은 곧 방 주방장이 칼을 들어 그것을 내리치는 걸 목격했다.그의 정교한 칼집 솜씨와 움직임에 낙청연은 순간 토하고 싶었다.그녀는 시선을 돌릴 곳도 없어 방 주방장이 요리하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지켜봤다.마지막으로 응지옥 한 그릇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낙청연은 정말 토할 뻔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참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요리를 마친 뒤 방 주방장은 서둘러 다른 요리를 하러 갔다.그는 남은 식재료를 한데 섞어 잘게 다졌고 마지막에는 고깃덩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재료가 전부 섞여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뚜껑을 닫은 뒤 그 요리를 들고 나갔다.“자, 서오궁으로 가져가거라.”“네.”그 이후 방 주방장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밖에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리고 다른 주방장들도 도착했다.문밖에 사람이 없을 때를 틈
“그다음에는...”낙청연은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서 드신 것은 죽은 갓난아기입니다.”낙청연이 내뱉은 말에 해 귀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하마터면 쓰러질 뻔한 그녀는 손을 들어 제때 탁자를 짚었다.“뭐라고 하였느냐?”해 귀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은 연민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제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그러니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입니다.”“이걸 장기간 드셨으니 몸에 한기가 심하고 약으로는 조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설령 마마께서 건강이 좋으셨다고 해도 이걸 장기간 먹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누구도 마마의 배 속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해 귀비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토하기 시작했다.조 어멈은 그 소리를 듣고 다급히 달려왔다.“귀비 마마!”“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뭘 하신 겁니까?”낙청연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토하게 놔두시오.”이렇게 잔인한 일을 알려줬으니 해 귀비는 적어도 며칠 동안은 밥을 먹기가 힘들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알려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그렇게 해 귀비는 한참 동안 속을 게워 냈다. 멈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참지 못하고 토를 했다.그렇게 해 귀비는 더 이상 토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까지 토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화사했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연탑에 누운 해 귀비는 흡사 앓아누운 사람 같아 보였다.낙청연은 그녀에게 차를 건넸다.그러나 해 귀비는 차를 마신 뒤 또 토했다.그녀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처방을 내렸고 조 어멈에게 약을 구해오라고 했다.낙청연은 옆에 앉아서 위로했다.“적어도 이젠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먹지 않으면 됩니다.”해 귀비는 미간을 좁히며 초췌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한 짓일 것 같으냐?”“폐하일까?”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