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화들짝 놀랐다. 헛간으로 몸을 숨길 새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옆의 두 방 사이에 있는 길로 몸을 피했다.낙청연은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고 벽에 붙어 서 있었다.밖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방 주방장은 당황한 건지 황급히 손을 씻은 뒤 밖으로 나갔다.음식을 보내러 갔던 궁인들이 돌아왔다.양쪽에서 다 사람이 지나갔기에 낙청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움직였고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렇게 사람들이 전부 가버렸다.갑자기 방 주방장이 태감에게 분부하는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이 전부 나갔는지 확인해 보거라. 곧 문을 잠글 것이다.”“알겠습니다.”곧이어 두 명의 태감이 순찰을 돌았다.낙청연은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숨었다.어선방은 주방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헛간이었고 사람이 사는 방은 없었기에 낙청연은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태감이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고 그는 구석에 숨은 낙청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다 떠났습니다. 사람이 없습니다.”방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그럼 이만 가자꾸나.”곧이어 방 주방장이 떠났고 어선방의 대문이 밖에서 잠겼다.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방 주방장이 뭔가를 다졌던 그 방 앞에 섰다.짙은 비린내가 확 풍겼다.방안에는 작은 아궁이 하나가 있었는데 방 주방장의 전용 주방으로 보였다.낙청연은 횃불을 들고 곧장 도마로 향했다. 도마 위에는 핏자국과 다진 고기가 남아있었다.냄새를 맡으니 토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다.어쩐지 시체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데...낙청연은 허리를 숙이고 통을 뒤져 자루를 열었다. 안에는 다진 고기가 가득했다.그것도 아주 잘게 다져진 상태였다.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역겨운 냄새를 참으면서 자루를 털어 가장 아래쪽을 봤다. 다진 고개 아래에는 내장 같은 붉은 것이 있었는데 아주 작았다.혹시 어떤 동물의 내장인 걸까?낙청연이 주변
낙청연은 숨마저 크게 쉬지 못했다.다행히도 방 주방장은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곳을 깔끔히 청소했다.곧 그는 자루를 들고 떠났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궤 안에서 걸어 나왔다.방 주방장이 사람이 없는 야심한 시각에 이곳을 청소하고 자루까지 전부 챙겨서 떠난 걸 보면 분명 무언가 있었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온 뒤 헛간으로 돌아가 날이 밝길 기다렸다.그런데 방 주방장이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그는 횃불을 들고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낙청연은 창문 틈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는 다급히 장작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역시나 잠시 뒤, 방 주방장이 헛간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횃불을 들고 헛간을 한 바퀴 쭉 걸으면서 간단히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 주방장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줄은 몰랐다. 그는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방을 하나하나 살폈다.누군가 방 안에 숨어있을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낙청연은 심지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방 주방장의 의심을 사서 그가 이렇게 신중한 걸까 의심하기도 했다.하지만 방 주방장이 어선방을 다시 떠났을 때 낙청연은 의심을 지웠다.그 뒤로 방 주방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만 낙청연은 나가지 않았다.그녀는 만일을 대비해 날이 밝을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날 밤, 낙청연은 깊이 잠들지 못했고 방 주방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날이 밝기도 전에 방 주방장이 어선방의 문을 열었다.궁인들이 하나둘 도착하자 방 주방장이 분부했다.“오늘은 어제 각 궁에서 가져온 식단대로 음식을 준비할 것이다.”“난 출궁하여 식재료를 준비한 뒤 돌아와 밥을 할 것이다. 너희들은 게으름 피우지 말거라.”사람들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방 주방장은 곧 떠났다.그는 출궁하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낙청연의 눈이 빛났다.방 주방장이 떠난 뒤 낙청연은 궁인들이 바삐 움직이는 틈을 타 헛간에서 나왔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어선방에서 나와 서오궁으로 향했다.낙청연은
낙청연은 오늘 반드시 상자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재빨리 입궁했다.그녀는 다시 궁녀 옷으로 갈아입고 어선방으로 들어갔다.어선방에 도착해 보니 다들 주방에서 바삐 일하고 있어서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주위를 관찰했는데 방 주방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살금살금 주방으로 들어갔고 다시 어젯밤 숨었던 그 궤로 숨었다.잠시 뒤, 방 주방장이 돌아왔다.그는 밖에서 일을 분부한 뒤 작은 방 안으로 들어와 조심성 있게 문까지 잠갔다.곧이어 그는 식재료를 들고 낙청연의 눈앞에 도착했다.아주 가까운 거리라 낙청연은 방 주방장이 탁자 앞에서 하는 모든 움직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방 주방장은 우선 불을 지핀 뒤 약재를 꺼내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그는 생선을 죽인 뒤 깨끗이 처리했고 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낸 뒤 살코기만 남겨 잘게 다졌다.그리고 두부를 으깨서 담았다.마침내 방 주방장이 그 상자를 열었다.상자를 여는 순간, 낙청연은 숨이 막히는 동시에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그 상자 안에 담긴 것은 이미 죽은 갓난아기였다.낙청연은 곧 방 주방장이 칼을 들어 그것을 내리치는 걸 목격했다.그의 정교한 칼집 솜씨와 움직임에 낙청연은 순간 토하고 싶었다.그녀는 시선을 돌릴 곳도 없어 방 주방장이 요리하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지켜봤다.마지막으로 응지옥 한 그릇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낙청연은 정말 토할 뻔했다.그러나 그녀는 억지로 참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요리를 마친 뒤 방 주방장은 서둘러 다른 요리를 하러 갔다.그는 남은 식재료를 한데 섞어 잘게 다졌고 마지막에는 고깃덩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재료가 전부 섞여서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뚜껑을 닫은 뒤 그 요리를 들고 나갔다.“자, 서오궁으로 가져가거라.”“네.”그 이후 방 주방장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밖에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리고 다른 주방장들도 도착했다.문밖에 사람이 없을 때를 틈
“그다음에는...”낙청연은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서 드신 것은 죽은 갓난아기입니다.”낙청연이 내뱉은 말에 해 귀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하마터면 쓰러질 뻔한 그녀는 손을 들어 제때 탁자를 짚었다.“뭐라고 하였느냐?”해 귀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은 연민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제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그러니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입니다.”“이걸 장기간 드셨으니 몸에 한기가 심하고 약으로는 조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설령 마마께서 건강이 좋으셨다고 해도 이걸 장기간 먹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누구도 마마의 배 속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해 귀비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토하기 시작했다.조 어멈은 그 소리를 듣고 다급히 달려왔다.“귀비 마마!”“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뭘 하신 겁니까?”낙청연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토하게 놔두시오.”이렇게 잔인한 일을 알려줬으니 해 귀비는 적어도 며칠 동안은 밥을 먹기가 힘들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알려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그렇게 해 귀비는 한참 동안 속을 게워 냈다. 멈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참지 못하고 토를 했다.그렇게 해 귀비는 더 이상 토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까지 토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화사했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연탑에 누운 해 귀비는 흡사 앓아누운 사람 같아 보였다.낙청연은 그녀에게 차를 건넸다.그러나 해 귀비는 차를 마신 뒤 또 토했다.그녀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처방을 내렸고 조 어멈에게 약을 구해오라고 했다.낙청연은 옆에 앉아서 위로했다.“적어도 이젠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먹지 않으면 됩니다.”해 귀비는 미간을 좁히며 초췌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한 짓일 것 같으냐?”“폐하일까?”
해 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비록 숨기기는 어렵겠지만 해 귀비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황후를 쓰러트릴 수는 없으니 이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해 귀비는 낙청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황후가 너에게 벌을 내린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네가 공주를 다치게 했다면서?”낙청연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성에서 비밀이 아니었고 해 귀비가 알고 싶어 한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일이었다.“그렇습니다.”“그래서 너는 황후와 원한이 있느냐?”해 귀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고 낙청연은 웃었다.“당연히 있습니다.”“그러니 마음 놓으세요, 귀비 마마. 제가 마마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저희는 한 편이기도 합니다.”“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요.”“그렇지 않습니까?”해 귀비의 해쓱한 얼굴 위로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아버지가 사람을 정확히 찾았나 보구나.”“앞으로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팔로 탁자를 짚으며 거리를 좁히더니 물었다.“귀비 마마께서는 황후와 대적하려고 마음먹으신 겁니까?”“그래!”해 귀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 점을 명심하거라. 폐하는 황후를 진심으로 총애한다.”“황후와 싸우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평생 한 사람만 섬기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없다면 나와 같은 편이 되리라고 쉽게 말하지 말거라.”그녀의 병증을 조사하는 것과 황후와 다투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그건 오랜 시간 싸워야 하는 일이었다. 예전에 해 귀비는 후궁에 맹우가 많았지만 다들 황후의 수단에 패하거나 황후를 두려워해 물러났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우연이군요. 저 또한 귀비 마마께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황후의 수법은 모질고 잔인합니다. 게다가 폐하의 유일무이한 은총까지 등에 업고 있지요.”“그 점은 상대하기 정말 어렵습니다.”낙청연의 말을
“혹시 원래 진익을 싫어해서 그를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만든 건 아닐까요?”“황후는 수많은 진귀한 약재들을 고묘묘에게 줬고 고묘묘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먹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런 약재가 필요한 진익은 그것들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고묘묘가 진익이 얻어야 했던 모든 걸 빼앗아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정말 그런 거라면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겁니다.”“그러니 이 부분을 잘 조사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필요하다면 진익에게 잘 보여야 할 것입니다.”낙청연의 말에 해 귀비는 깜짝 놀랐다.낙청연의 말이 놀랍기도 했고, 또 낙청연이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리 있게 척척 분석한 것도 놀라웠다.심지어 그녀는 해 귀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줬다.해 귀비는 경악한 표정으로 한참을 말없이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러십니까?”해 귀비는 가볍게 웃었다.“넌 참으로 무서운 여인이구나.”“내가 널 얕봤다.”“네가 입궁한다면 나와 죽도록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그 말에 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해 귀비는 웃었다.“그래. 그래 보이는구나. 너에게는 더욱 큰 목적이 있겠지.”“내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관심 없다.”낙청연은 그 말이 무척 달가웠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협력하기로 한 것입니다.”“그래.”“하지만... 넌 궁에서 나와 며칠간 있어 줘야겠다.”낙청연은 동의했다.그 뒤에도 매일 아침 그 요리가 제때 도착했다.조 어멈은 요리를 받은 뒤 차마 그것을 해 귀비의 앞에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아 전부 버렸다.그렇게 해도 해 귀비는 구역질했다.연이어 며칠 동안 해 귀비는 입맛이 없었고, 어선방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먹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먹다가 토하기 일쑤였다.낙청연은 온갖 방법을 생각해 매운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는 해 귀비의 입맛이 돌
이때, 벙어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고묘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으며 말했다. “왜? 오라버니에게는 무릎을 꿇을 수 있고, 나에게는 안된다는 말이냐?”벙어리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불전연을 가지고 싶었지만, 고묘묘에게 무릎을 꿇어도 그녀 같은 사람은 절대 불전연을 그에게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돌아가려고 했다.그런데 고묘묘가 그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노비 주제에, 감히 공주인 나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다니!”“설마 진익이 정말 너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내가 너를 괴롭혀 죽여도 그는 절대 두말하지 않을 것이다!”벙어리는 그녀의 손을 떨쳐내고 떠나가 버렸다.그런데 이때, 고묘묘가 시위 몇 명을 불러내더니, 성난 소리로 말했다. “잡아라!”벙어리는 꼼짝 못 하고 잡혔다.그는 고묘묘 앞에 끌려갔다.고묘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꿇어라!”그러나 벙어리는 좀처럼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시위들은 필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눌러 무릎을 꿇리려 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반항했다.성난 고묘묘는 바로 한 발로 걷어차 버렸다.“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았느냐?”발에 걷어차인 벙어리는 연신 뒷걸음쳤다. 이때 시위들은 그의 뒷다리를 걷어찼다.벙어리는 발에 걷어차여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으로 땅을 받치고, 여전히 무릎을 꿇으려고 하지 않았다.고묘묘는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하찮은 노비 주제에 감히 본공주와 맞서려는 것이냐?”이 말을 하더니, 바로 발을 들어 벙어리의 어깨를 밟으려고 했다.바로 이때, 낙청연이 달려들어와, 고묘묘를 잡아당겼다.그리고 민첩하게 시위 두 명을 걷어차 버리고, 벙어리를 구해냈다.고묘묘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또 당신이요?”“당신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요?”낙청연을 본 고묘묘는 마음속의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만약 침서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그녀는 절대 낙청연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이 일을 참견하기
부진환은 포기할 수 없었다.낙청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시오. 나에게 불전연을 구할 방법이 또 있소.”하지만 무심결에 그의 호흡이 고르지 않고, 몹시 허약한 걸 발견했다.“어찌 그러시오? 또 상처를 입은 것이오?”“나를 따라오시오.”낙청연은 부진환을 데리고 그들이 묵고 있는 객잔으로 왔다. 지금 그들은 이 객잔 전부를 빌렸다. 지금 구십칠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마침 그전에 해 영감이 선물한 약재가 아직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낙청연은 벙어리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왔다.돈 상자를 내려놓고 낙청연은 분부했다. “옷을 벗어보시오.”벙어리는 약간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움직이지 않았다.옆에 있던 구십칠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돌아서 나갔다. “그럼,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사내가 남자 앞에서 옷을 벗지 못하다니!구십칠은 나가면서 방문을 닫았다.낙청연은 방안에서 약을 준비했다.벙어리가 옷을 벗자, 낙청연은 그의 어깨에 있던 상처가 찢어진 것을 보고 물었다.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았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다시 그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싸매 주었다. 그리고 다른 상처도 살펴보았다.다른 상처는 오히려 꽤 잘 회복되었고, 이미 딱지까지 앉았다.“그래도 좀 조심하는 편이 좋겠소. 자주 움직이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 상처들은 쉽게 낫지 않을 것이오.”벙어리는 침묵을 지켰다.그는 불전연을 찾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뒤에 또 무력을 썼다. 그리고 조금 전 고묘묘의 그 한 발을 더해 상처가 찢어진 것이다.낙청연은 벙어리의 상처를 싸매준 후, 맞은편에 앉더니, 턱을 괴고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만약 진익에게 당신을 달라고 하면, 진익이 동의 하겠소?’벙어리는 약간 놀랐지만, 전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진익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긴, 진익이 설사 동의한다고 해도, 그는 이걸로 나를 협박하여 그를 위해 뭔가를 하라고 할 것이요.”“당신이 돌아온 후, 진익이 뭘 묻지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