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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하인은 문밖에 서서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아직 뜨거울 때 약 먼저 드세요. 몸에 뱀의 여독이 남아 있어서 제때 약을 드시지 않으면 독이 재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위험해질 것입니다...”

수염이 희끗희끗한 의사도 방문 밖에 서서 간곡히 타일렀다.

그는 평생 많은 권세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 오며 골치 아픈 환자를 많이 보았지만 성도윤처럼 어려운 환자는 처음이었다.

구사일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조금도 협조하지 않고 약도 마시지 않으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차설아 어디 있어? 나는 차설아를 만나야 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꺼져!”

성도윤은 닥치는 대로 또 골동품 꽃병을 집어 들고 문 쪽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꽃병이 땅에 떨어지려 할 때 차성철이 재빨리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미친 것처럼 나댈 거면 당신 성가에 가서 하는 게 좋을 거야. 이 골동품 꽃병은 내가 특별히 사람을 찾아서 구하느라고 돈을 얼마나 썼는데... 부서지면 배상할 거야?”

"죽이겠으면 얼른 죽여, 이렇게 모욕하지 말고!”

성도윤은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가 널 모욕한다니? 내가 너를 위해 먹을 것을 제공하고 최고의 의사를 찾아 치료까지 해줬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이런 태도라니...”

차성철은 손이 가는 대로 골동품 꽃병을 조심스럽게 놓고 하인이 가지고 있는 탕약을 받아 들고는 손을 흔들어 의사와 하인을 먼저 방에서 나가게 한 다음 천천히 성도윤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남자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역시 아무 반응이 없어!

"아휴, 일단 약부터 마시고 목숨을 부지하고 보자.”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은 뒤 두 눈에 빛이 없는 성도윤에게 약을 건넸다.

"꺼져!”

짙은 약 냄새를 맡은 성도윤은 팔을 휘둘러 약을 엎을 뻔했다.

”차설아는, 만나야 해!”

차성철은 민첩하게 피해 겨우 탕약을 지켰다.

그도 참다못해 약 그릇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화가 치밀어 성도윤의 목을 움켜쥐었다.

"뻔뻔하게 굴지 마, 넌 지금 눈이 멀었어. 난 개미 한 마리 잡아 죽이는 것보다 널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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