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철은 성도윤을 성씨 집안으로 돌려보내려고 사람을 보내려던 찰나 그의 부하들이 당황하며 보고를 해왔다."형님, 큰일 났어요. 문밖에 깡패들이 몰려와서 성도윤을 넘겨달라고 하는데 내놓지 않으면 전당포를 불태우겠다고 합니다!""흠, 꽤 대담하네. 자정 살인마의 영토에 감히 와서 문제를 일으키다니?""그들은... 그들은 특별해 보이는데 모두 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심리더의 배경이 매우 든든한 것 같아 저희가 감히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님이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좋아, 누가 이렇게 죽고 싶어 안달인지 한번 보자!"차성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사복 차림으로 성심 전당포의 문으로 향했다.성심 전당포의 문은 매우 웅장했는데 녹색 돌판으로 뒤덮인 앞마당은 수백 제곱피트 되고 양쪽에는 곧은 소나무가 심겨 있으며 입구에 사나운 얼굴의 큰 돌사자 두 마리가 서 있고 정문 위에는 푸른 바탕에 금박 문자가 새겨진 큰 현판이 걸려 있는데 '성심 전당포' 다섯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낙수 부두 전체에서 '성심 전당포'는 마치 한 가문의 문중 사당처럼 절대적인 위엄과 권력을 상징하며 부두 전체의 상황을 지켜주는 존재였다.보통 '성심 전당포' 앞마당에는 두 줄의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낙수 부두의 다른 장소의 붐비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환경과는 매우 달랐다.하지만 오늘 성심 전당포의 정문 앞은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사람들은 손에 진짜 무기를 들고 높이 흔들며 끊임없이 외쳤다."사람들을 넘겨라! 넘겨라!"높은 곳에 서 있던 지도자는 손에 무기를 들지 않고 횃불을 들고 있었는데 크게 외쳤다."사람을 넘기지 않으면 불을 지를 거다! 사람을 넘기지 않으면 불을 지를 거다!”차성철은 밖으로 걸어 나와서 시선을 고정하고 나서야 그 선두에 선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그는 이 여자가 서씨 가문의 후계자 서은아며, 서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련인할 것이라는 소문이 외부에 퍼지
서은아처럼 곱게 자란 아가씨는 당연히 감당하기 버거웠는데 그녀는 긴장스레 침을 삼키며 몇 발자국 물러서며 물었다."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뭔데? 이렇게 하는 목적은 어차피 돈 아니야? 얼마면 사람을 풀어줄 건데? 우리 서가 돈 많거든.""조용히 돈 받고 사람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의 성심 전당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성가에서 사람 보낼 필요 없이 서가에서 사람을 보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하하!"차성철은 더욱 대놓고 웃으며 눈 밑의 무자비함도 깊어졌다."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 아가씨군요. 매우 어리석고 순진하네... 나는 수년 동안 충분한 돈을 벌었으니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남겨두고 혼자 쓰시는 게 더 나을 듯하네요."남자는 천천히 서은아 쪽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그가 편안하고 여유로울수록 분위기는 더욱 위험하고 이상해졌다."당신... 원하는 게 뭐야?"서은아는 횃불을 들고 있었지만 맨눈으로 보기에도 그녀의 기세는 분명히 줄어들었다.성심 전당포의 군대는 아주 위협적이었는데 팔대 가문의 누구도 감히 그들의 사업에 쉽게 손을 댈 수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고용 한이 전사들은 전쟁에 참여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소수만 참여했고 나머지는 쪽수를 채우는 작용이었다.따라서 처음부터 그녀는 돈을 사용하여 해결하려고 했고 그녀가 쓸 수 있는 방법도 돈뿐이었다.두 쪽이 진짜 싸우게 되면 그녀는 죽을 목숨일 것이다."난 돈을 원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것은 존엄이나... 성도윤을 발아래에 짓밟는 성취감을 원하죠."차성철은 차갑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진심을 말했다.어렸을 때는 돈 같은 것을 갈망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것이라고 느껴졌다.성도윤 같은 소위 말하는 하느님이 편애하는 자를 짓밟는 게 더 재밌다고 느꼈다."넌 정말 변태적이야!"서은아는 이를 갈았다."시궁창에 사는 당신 같은 사람은 성도윤과 비교할 수 없을뿐더러 발로 짓밟을 수도 없어!""지금 내가 그를 밟고 있지 않나요?"차성철은 높은
"지금 성도윤의 여자친구라고 들었는데 곧 결혼할 거라고요?”차성철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은아를 보며 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맞아, 나와 성도윤은 죽마고우이고 우리 두 집안은 더더욱 한 집안 같은 관계이니 결혼은 시간문제지. 당신이 눈치껏 빨리 사람을 풀어주지 않으면 두 집안 모두의 미움을 사게 될 거야. 끝이 아주 비참할 거라고!”"내가 성도윤의 여인을 농락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요...”"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감히 나를 건드리려고!”서은아는 화가 나서 입술이 하얗게 질렸는데 손을 들어 차성철의 뺨을 향해 때렸다.그러나 차성철은 민첩하게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은 약혼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목숨도 버릴 수 있지 않나요? 당신이 내 시중을 고분고분하게 들어 준다면 성도윤을 풀어줄게, 어때요?”남자는 느끼한 표정으로 손은 그녀의 곡선을 따라 만지작거렸다."그때가 되면 당신이 내 시중을 드는 비디오를 대중에게 공개할 거고 그때가 되면 성도윤이 패자라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될 거에요.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아니, 싫어!”서은아는 몸부림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성도윤의 여자친구가 아니야. 그는 나와 결혼할 생각도 없어, 그의 여자는 차설아야. 차설아도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야. 네가 시중을 들 사람을 찾으려면 그 여자를 찾아서 시중을 들게 해...”"그 여자는 온 가족이 다 죽었으니 당신이 그녀를 놀려 죽여도 아무런 대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성도윤에게 복수할 목적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야!”차성철의 안색이 차갑고 무섭게 변했다.그는 서은아의 목을 움켜쥐고 말했다."그 여자가 누구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차, 차설아라고. 난 널 속이지 않았어, 성도윤은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집안사람들도 정말 다 죽었어!”서은아는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말이 어디가 틀렸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성도윤과 차설아가 진짜 부부라는 건 해안이 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들려오는 목소리는 점점 더 맑아지고 처량해졌다."분명 차설아일 거야, 그들이 차설아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장재혁이 말한 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차설아는 자정 살인마의 동생일 수 없어. 더더욱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감정이 격해진 성도윤은 문을 열려고 허둥대다가 계단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바닥과 무릎이 까졌다.그는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일어나 몇 걸음 걷다가 또 걸려 넘어졌는데 낭패의 극에 달했다."살려줘, 살려줘, 날 건드리지 마. 다들 꺼져!”도움을 청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분명해지고 남자의 마음은 점점 더 졸여졌다."병신, 병신, 성도윤 이 병신아!”다급해진 성도윤은 자신을 계속 두드려대며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미칠 지경이었다.자신의 여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느낌이 그를 더 괴롭게 했다."차설아, 기다려. 내가 곧 구하러 갈게!”성도윤은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고 몇 번이고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마침내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에 점점 가까워져 마치 자신의 앞에 있는 것 같았다.도움을 청하던 소리가 점차 그쳤다.서은아는 건장한 남자에 눌려 몇 차례 발버둥을 쳤지만 결과는 뻔했다.머리칼이 헝클어지고 볼과 손과 허벅지가 찢어져 피가 났는데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하하하, 역시 부잣집 아가씨네. 이 피부, 이 몸매 정말 일품인데?”"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일을 끝내,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많잖아.”“...”이들의 욕설을 듣고 있는 서은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침울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마치 힘없이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는 장난감 같았다.하지만 갑자기 이 남자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전긍긍하며 한쪽으로 흩어졌다."왜들 그래?”그녀의 몸을 만지던 남자는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그리고 혼이 다 빠져버려서는 곧바로 일어나 바지를 들어 올리고 머리를
"도윤아, 그게 무슨 뜻이야? 난 당연히 은아지. 설마 날 못 알아보겠어?”서은아는 찢어진 옷을 정돈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수줍은 듯 성도윤을 바라보았다.“그 짐승들이 날 만졌다고 내가 너무 더러워서 더 이상 날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은 거야?”"너였구나!”성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도움을 청한 사람이 차설아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머릿속엔 온갖 잔학무도한 그림들이 저절로 그려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차설아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뭐... 무슨 뜻이야?”서은아의 눈빛은 더욱 절망적이었다.아까 당한 능욕보다 만 배나 더 고통스러웠다."설마 내가 차설아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년이 너를 구하려고 이딴 새끼들한테 능욕을 당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였다는 걸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니... 나라면 넌 전혀 상관없는 거야?”성도윤은 굳은 얼굴로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서은아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의 태도가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성도윤, 방금 내가 당한 일을 못 봤어? 눈멀었어? 아니면 네 마음은 무쇠로 만든 거야? 널 구하러 달려온 내가 바보지!”"은아야,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성도윤은 여인의 방향으로 손을 뻗어 잡아당기려 한참을 더듬어봤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너, 너 왜 그래? 너 뭐 찾고 있어? 너 눈이 왜 그래...”서은아는 드디어 성도윤의 이상을 알아냈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성도윤 앞에서 흔들었는데 그의 날카롭고 그윽한 두 눈이 조금도 반응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난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성도윤은 처음에는 무너지고 절망하다가 지금의 무감각해지고 냉담해지기까지 너무 많은 심리적 고통을 겪어서 담담하게 말했다."넌 오지 말았어야 했어, 여긴 위험해. 이리 와... 내가 널 데리고 떠날게.”그는 여자에게 손을 내밀며 차분하게 말했다.서은아는 이미 이런 수모를 겪었는데
"내가 그 변태의 눈을 파 너를 위해 복수할게!”"감정적으로 굴지 마, 여기는 그의 구역이야. 그의 변태의 잔인함은 네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라고.”"도윤아, 너 왜 이렇게 나약해졌어, 그 사람이 네 눈을 멀게 하고 나는 짐승들한테 모욕을 당하게 했는데 우리가 그냥 넘어가야 해? 너는 성도윤이야, 너...”"아니, 난 아니야.”“성도윤은 죽었어.”"그렇게 말하지 마, 너는 비록 지금은 시력을 잃었지만 지금 의술이 이렇게 발달했으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눈을 찾으면 너는 다시 볼 수 있을 거야...”서은아가 남자를 껴안고 울먹였다."강해져야 해. 성가와 서가가 그렇게 부자이고 그렇게 권력이 큰데 눈 하나 치료 못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그러니 우리는 더욱 이성적으로 여길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해.”성도윤은 무뚝뚝하게 말했다.그는 서은아가 무사히 떠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렇지 않으면 이 죄책감이 큰 산처럼 평생 그를 억압할 것이다."네 말이 맞아!”서은아는 마침내 냉정하게 눈물을 닦으며 성도윤을 부축했다."우리 함께 도망가자, 어떻게 가야 해? 내가 너의 지팡이가 되어줄게!”두 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나아갔는데 이때 그들은 서로의 유일한 기둥이 되었다.짝짝짝!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차성철이 어두운 곳에서 나오며 입을 열었다."멋지다, 멋져!”"아, 오지 마!”차성철을 본 서은아는 귀신이라도 본 듯 본능적으로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우람한 성도윤의 뒤에 숨었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이렇게 오랫동안 건방진 아가씨로 지내오면서 이렇게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복수하려면 나 한 사람한테만 해.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저 여자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어, 스스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당신을 내놓지 않으면 전당포를 불태우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참았어... 하지만 내 여동생을 모욕하기 위해 망언을 했으니 혀를 뽑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서은아가 차설아를 모욕한 것을 생각하니 그의 눈
"내가 뭘 하길 원하는지 그냥 말해.”성도윤은 차성철이 그들을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찍이 예상하였다. 차성철은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성격이니 그를 극한까지 괴롭히지 않고서는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없을 것이다."간단해, 나는 방금 단골손님의 주문을 받았는데 그는 나이가 들어 강한 심장을 바꾸고 싶어 해. 그리고 이 심장의 주인이 만약 하늘의 총아라면 좋겠어서 목표를 너로 정했어. 전체 해안에 있는 사람 중 성가의 둘째 도련님만이 하늘의 총아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 아니겠어...”차성철은 미소를 지으며 마치 날씨에 관해 이야기하듯 가볍게 말했다. "다시 말해 만약 네가 기꺼이 심장을 내 고객에게 바꿔준다면 나는 서씨 가문의 아가씨를 놓아줄 거야.”"안 돼, 절대 안 돼!”서은아는 원래 두려움 때문에 매우 겁에 질려 성도윤의 뒤에 숨어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돌볼 겨를이 없이 두 팔을 벌려 남자의 앞을 막았다."이 변태, 악마야! 분명 심장이라는 것은 돈을 좀 쓰면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있는데 도윤이 것을 원한다니... 그냥 그의 목숨을 원한 거잖아. 나는 도윤이가 다치게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차성철은 서은아를 외면하고 웃으며 성도윤을 바라보았다."넌 어떻다고 생각해? 서 씨네 아가씨를 위해 너의 심장을 바칠 거야? 저 여자는 방금 너를 위해 그녀의 몸을 바쳤는데 말이지... 너희들의 감정을 시험할 때가 왔어...”"내가 협조만 해주면 풀어주는 거 맞지?”성도윤의 말투는 차분했고 눈빛은 공허했다."물론.""자정 살인마는 비록 피비린내 나는 것을 좋아하고 좀 변태적이지만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그래."성도윤은 약속을 받아낸 뒤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놔줘, 수술하러 갈게.”서은아는 순간적으로 무너져내렸다. 남자의 팔을 잡아당겼는데 감동이었고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다."도윤아, 너 함부로 말하지 마. 나는 너와 함께 갈 거야. 너에게 일이 있다면 나도 살 수 없을 거야... 난 가지 않을 거야, 난 너와
그는 약간 황홀하여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심장을 만졌다. 아직 '펑펑' 뛰고 있어...“빌어먹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남자는 머리도 아프고 실명 때문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다 소영금이 펑펑 우는 소리를 들었다."도윤이야, 정말 도윤이가 돌아왔어. 정말 다행이야!”소영금은 그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어머니?"성도윤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떠보는 듯 물었다."아들, 엄마 여기 있어. 정말 고생했어, 엄마 여기 있어!”소영금은 감격에 겨워 대답했다.성도윤이 실종된 요 며칠 동안 그녀는 밤낮으로 울어서 눈이 지금 매우 빨갛게 부어올라 하룻밤 사이에 열 살이나 늙은 것 같았다."아들, 도대체 어디에 갔던 거야? 우리는 온 해안을 다 뒤질 뻔했어. 감히 너에게 손을 대다니, 우리 성가가 반드시 복수할 거야, 우리...”성도윤은 별다른 감정 없이 물었다."나 지금 어디예요?”"바보야, 지금 우리 집 대문이잖아. 네가 직접 운전해서 온 것도 몰라?”"내가 운전하고 온 게 아니에요.”"무슨 소리야, 네가 운전한 게 아니라면 왜 운전석에 앉아 있었겠어? 게다가 어떻게 자기 집도 몰라? 아무리 밤이라도 잘 안 보일 정도는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걱정 끼쳐서 죄송해요.”성도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차성철이 그래도 사정을 봐주어 목숨을 살려준 모양이다.근데 이건 그 스타일 같지 않은데?설마..."핸드폰이 있어요? 얼른 은아한테 전화해서 잘 들어갔는지 물어봐 줘요.”"좋아, 내가 바로 칠게. 그 애가 너의 행방을 알아냈으니 반드시 너를 무사히 데려올 것이라고 맹세하더니 역시 무사하게 데리고 왔네...”소영금은 말을 하며 서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서은아가 비틀거리며 택시에서 내려 성가로 뛰어가려던 참이었다."은아야, 여기, 도윤이가 돌아왔어!”소영금은 감격에 겨워 손을 흔들었다."아주머니!"서은아는 소영금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아 거의 무너져 내렸다."왜, 너희 두
“그게...”차설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녀는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임신 테스트기도 다 믿으면 안 돼요. 이게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때로는 남자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너무 높으면 임신 반응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박성훈이 차설아를 대신해 설명했다.비록 이 설명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성도윤 같은 남자에게는 충분히 먹힐 만했다.역시나 성도윤은 그 말을 믿었고 얼굴에 실망한 감정이 가득했다.“정말 그럴 수도 있나요?”“그래. 혈액 수치가 가장 정확한 증거야. 혈액 검사 결과, 차설아 씨는 정말로 임신하지 않았어.”박성훈이 성도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두 사람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가능성이 많을 거야.”“미안해요, 도윤 씨. 나도 사실 두 줄이 나와서 임신한 줄 알았어요. 괜히 실망하게 해서 미안해요.”차설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에게 사과했다.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실망한 기분도 잠시, 그는 차설아를 서둘러 달랬다.“바보야, 내가 미안해. 다 내가 부족해서야. 약속할게 이제부터 매일 밤 더 열심히 할 거야.”“엣헴!”박성훈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이 두 사람 또 닭살 돋게 하네. 매일 밤 열심히 한다고? 뭘? 이러다 어떻게 열심히 하는지까지 말할 기세군.’“형, 목이 마르면 거실에 나가서 커피나 좀 마시세요. 이제 검사도 필요 없는 것 같은데.”성도윤이 직설적으로 내뱉었다.“설아 씨가 임신 안 됐다고 하자마자 바로 나를 쫓아내려고 하네? 아침에 그 애타게 부탁하던 모습 성도윤은 어디 갔지? 이제 다시 나를 모셔 오기 힘들 텐데.”박성훈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팔불출에는 정말 약이 없군.’“그럼 형은 그냥 여기 있어요. 내 능력으로 한 달 안에 아린이가 반드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성도윤이 조금 유치하게 말했다. 아무리 도도하고 성숙한 남자라도 사랑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차설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 말렸다.
“잘됐네요. 마침 딱 배고팠는데!”차설아는 피곤하고 정신이 흐릿했지만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성도윤을 반겼다.성도윤이 사 온 케이크는 차설아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게 주인은 분점을 열 계획도 없고 배달도 하지 않으며 매일 일정 수량만 판매했다.그래서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고 운이 좋아야만 살 수 있었다.가게 주인의 기분도 들쑥날쑥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많이 팔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날은 일찍 가게 문을 닫기 일쑤였다.단순히 줄을 서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것도 있지만 케이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도 들어 있었다.차설아는 숟가락으로 케이크 한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 부드럽고 차가운 질감에 그녀는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맛없어?”차설아의 표정을 보고 성도윤이 이마를 찌푸리며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요. 너무 맛있어서... 이제 다시 이런 케이크를 못 먹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요.”“바보, 그런 말을 왜 해? 앞으로 당신이 원하면 매일 사다 줄게.”성도윤이 차설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약속했다.“좋아요, 그럼 매일 먹고 싶어요. 당신이 매일 사다줘요...”차설아는 입술에 크림을 묻힌 채 남자에게 물었다.“그런데 매일 줄 서서 사 오느라 면 당신이 힘들지 않을까요?”“걱정 붙들어 매, 당신이 질리지만 않는다면 매일 가서 사 올 수 있어. 정 안 되면 내가 그 가게 주인을 찾아서 배워서 매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성도윤은 차설아의 입가를 닦아주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어, 뭐가요?”차설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그의 관찰력이 이렇게 예리할 줄 몰랐다.“분명히 뭔가 있어.”성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는 돌아오자마자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참으면서 기다렸다.그러다 차설아가 케이크를 먹으며 그런 말을 하자 분명히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 확신했다.“역시 당신 눈을 피할 수는 없네요. 사실,
박성훈은 비관적인 차설아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고 시원시원한 여자였다.그런데 지금은 눈을 잃고 독에 중독되어 마치 시들어버린 꽃처럼 처량해 보였다.“설아 씨, 제가 살아있는 허준 선생처럼 신통한 의사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 당신을 치료할 것이고 당신의 눈도 적합한 이식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 법입니다.”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차설아를 위로했다.물론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해독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지금까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의학 역사 속에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과거에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자신도 연구를 거듭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마워요, 박 선생님. 그 말 한마디가 저한테 용기를 주네요.”차설아는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박성훈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말했다.“해독을 할 수 있든 없든, 그리고 제 눈이 다시 보이든 아니든,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이 사실을 도윤 씨한테는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도윤 씨가 지금 너무 지쳐 있어요. 더 이상 그이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걱정 마세요. 저는 그런 말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박성훈은 차설아의 성도윤을 향한 깊은 감정에 감탄했다.이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사랑하는 남자를 먼저 걱정하는 차설아를 보면서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제 아이도 지킬 수 없겠죠?”차설아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성훈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맞아요. 아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그가 힘겹게 이어 말했다.“설아 씨가 현재 중금속 중독 상태고 해독을 위해 강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약들은 태아의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제 의견으로는 아직 초기일 때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그럴 줄 알았어
박성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없고...’하지만 그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혈액 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차설아의 여러 혈액 수치에서 이상이 발견되었고 그녀의 지금 상태로 본 결과, 박성훈은 차설아가 중금속 중독에 걸렸다고 판단했다.중금속 중독은 쉽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신체의 각 기관을 쇠약하게 만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증상이었다.초기에는 극심한 피로와 졸음을 유발하며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후기로 갈수록 신경과 장기가 손상되며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되고 이러한 증상은 그야말로 생지옥과도 같았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이었다.박성훈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우선 잔인한 진실을 감추기로 결정했다.“어쨌든 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치료해 드릴 겁니다.”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중금속 중독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투여된 독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었고 그러려면 독을 투여한 사람이 어떤 중금속 원소를 사용했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지금부터 최근 식사 내용을 정확히 말해 주세요. 혹시 식사 외에도 평소 드시지 않던 걸 섭취한 적 있나요?”박성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저 중독된 거죠?”차설아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레 되물었다.“어떤 독에 중독됐는지 알 수 있어요?”“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초기 판단으로는 중금속 중독일 가능성이 큽니다.”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숨김없이 사실을 털어놓았다.이런 경우, 환자와 의사가 완전히 솔직하게 소통해야만 치료에 도움이 되기에 아무리 잔인한 현실일지라도 그녀가 사실을 알아야 했다.“중금속 중독...”차설아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며 절망감이 엄습했다.그녀는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한 명문대 여학생이 룸메이트의 질투로
“무슨 일인데요?”박성훈이 갑자기 진지해지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뭘 알아내든 상관없어요. 도윤 씨한테는 좋은 얘기만 해주세요. 안 좋은 결과는 절대 말하지 마시고요.”차설아가 간결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얘기했다.그녀는 방금 전에 애써 성도윤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이유가,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거짓말을 유지하려면 박성훈의 협조가 필요했다.“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박성훈은 차설아가 이런 부탁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녀를 보며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런 상태에서 차설아는 여전히 성도윤을 걱정하며 그가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두 사람 서로를 진짜로 사랑하나 보네...’“걱정 말아요. 내가 분위기 못 읽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떤 걸 얘기할지 잘 알고 있어요.”박성훈이 차설아를 안심시키듯 말했다.“그리고 설아 씨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신의 손을 가진 명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술은 좀 하는 편이니까 저희 말대로만 따르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어쩌면 단순히 임신 초기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정말 그런 거였으면 좋겠네요.”차설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검사 결과가 결코 좋을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그녀를 해칠 작정이었고 가볍게 봐줄 리가 없었다.만약 배경윤이 조금만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지금 당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분명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다.검사 결과를 살피던 그의 표정은 한층 무거워졌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검사 결과는 너무 처참했다.“어때요, 박 선생님?”차설아는 몽롱한 상태에서 거의 잠들 뻔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는 줄곧 침묵하고 있는 박성훈에게 물었다.“뭐라고 말해야
성도윤은 자책감에 사로잡혀 당장이라도 할복이라도 할 기세였고 박성훈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일부러 괜찮을 거라고 말한 것이었다.하지만 사실, 차설아의 심장 박동은 이상했고 거의 보름 동안 지속된 무기력함과 과도한 졸음까지 고려했을 때, 그녀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 원인은 단순히 임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박성훈은 어렴풋이 감이 왔다.하지만 지금 당장 혈액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괜히 성도윤에게 불안감을 주면 그가 차설아에 대한 과보호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정상이면 다행이야.”성도윤은 박성훈의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마치 온 세상의 짐이 내려간 듯 안도했다.“들었지, 당신 괜찮대. 그냥 임신해서 피곤한 것뿐이래. 내가 괜히 겁먹고 난리 친 거야. 미안해. 내가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괜히 걱정했네.”성도윤은 기뻐하며 차설아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그녀의 배를 손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야, 꼬맹이.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봤지? 만약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 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빠가 먼저 너 혼쭐낼 거야!”차설아는 그의 유치한 농담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만 해요. 진짜 왜 이렇게 점잖지 못해요?”“하아, 두 사람 오늘 너무 닭살 커플인 거 아니야?”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박성훈이 질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면 거의 ‘고문 수준’의 애정 행각이었다.그때, 차설아가 성도윤을 바라보며 갑자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도윤 씨, 나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졌어요. 지금 가서 사 올 수 있어요?”“지금?”성도윤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케이크를 사 오는 게 싫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결과를 확인한 후에 움직이고 싶었다.“네. 지금 당장이요. 지금 먹고 싶다고요.”차설아가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박성훈은 처음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지만 곧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잠깐만!”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왼쪽 아래로 2~3cm 정도 더 옮겨 봐.”성도윤도 덩달아 긴장해졌다.그는 박성훈의 지시대로 청진기를 차설아의 심장 왼쪽 아래 3cm 지점으로 옮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뭔가 이상한 점 있나요?”“...”박성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굳힌 채 조용히 청진기에 집중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지금은 확실하게 들리는 건 없어. 혈액 검사 결과까지 봐야 정확하게 알 거야.”차설아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검사를 받으며 잘 협조하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박성훈을 향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검사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박 선생님도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살펴보셔서 피곤할 테고 저도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그런지 좀 지치네요. 나머지는 내일 하는 게 어때요?”사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괜히 성도윤이나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현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냈다.그 사람의 정체만 밝혀지면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온 지 얼마 안 돼서 피곤하지는 않은데요? 게다가 그냥 검사 결과만 보면 되는 거라 괜찮아요.”박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택에 온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 한 거라곤 심장 소리 한 번 들은 게 전부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그리고 오늘 꼭 검사를 다 마쳐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차설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고 명확한 거절의 의미였다.더 이상 검사에 협조할 생각이 없는 듯한 그녀를 보면서 박성훈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리고 잠시 고
박성훈은 말을 마치고 청진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차설아의 옷 안으로 넣으려 했다.“잠깐!”성도윤이 그 장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박성훈의 손을 붙잡고 제지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청진하고 있지 그럼 내가 뭐 하는 걸로 보여?”박성훈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해요.”성도윤이 단호하게 청진기를 낚아채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내 아내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이런 건 내가 직접 할 테니까, 형은 듣기만 해요.”박성훈이 말없이 그를 보고 있자 성도윤이 되물었다.“왜, 문제 있어요?”“문제라기보단... 좀 오버 아니야?”“어디가 오버에요? 형이 직접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누가 알아? 검사하는 동안 실수로 엉뚱한 곳이라도 건드릴지.’보통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하아... 역시 소설에서만 보던 ‘집착광공’이 실존하는구나.”박성훈이 이마를 짚으며 감탄했다.자신이 가끔 보던 ‘재벌 남주’ 소설들이 그냥 창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현실이 오히려 소설보다 더 과장되어 있었다.“헛소리 말고 어디에 대야 하는지만 알려 줘요.”성도윤이 청진기를 들고 박성훈을 노려보았다.“음... 왼쪽 쇄골 중앙선과 다섯 번째 갈비뼈 사이 경계에 대면 돼.”성도윤의 태도가 워낙 단호해서 박성훈은 그냥 순순히 위치를 알려 주었다.“잠시만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진기를 차설아의 잠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러더니 여기저기 더듬으며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쯧쯧.”박성훈은 청진기를 끼고 있었기에 성도윤이 어떻게 검사하고 있는지 소리로 다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결국은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어휴, 성도윤이니까 참는 거지.’그가 속으로 체념하는 사이, 성도윤이 한참 동안 위치를 못 찾자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이 정도도 못 견디면 나중에 내진 검사할 때는 난리 나겠네?”“뭐요?”
차설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과 후각이 무척 예민했다.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공간이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예전엔 책 냄새가 가득하던 방이 이제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조명도 더 밝고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이제 차설아는 자신의 모든 걸 성도윤에게 맡긴 상태였다.그가 정말로 해부라도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당신 상상력 정말 대단한데? 우리 애도 나중에 소설가 체질이었으면 좋겠다.”성도윤은 차설아의 넘치는 상상력에 웃음이 터졌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차설아 씨, 지금 혈액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간호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네, 하세요. 어차피 지금 나는 도마 위 생선이라 목숨은 이미 여러분들 손에 있으니까요.”차설아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팔을 내밀었다.곧이어, 조용한 방 안에 사각사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늘이 그녀의 정맥을 찔렀다.“살살 좀 해 주세요.”성도윤은 차설아의 살짝 찡그린 얼굴과 연달아 뽑혀 나오는 혈액을 보며 속이 상해 간호사에게 신신당부했다.그때, 앞쪽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성 대표님의 아내 사랑이 참 넘치시네요. 난 조용히 보조만 하려고 온 건데 이렇게까지 과한 애정 행각을 볼 줄은 몰랐어요. 좀 자제하세요.”그 말투를 보아하니 성도윤이 말했던 ‘대단한 의사’가 틀림없었다.차설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순간 놀란 듯 말했다.“이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데요?”“당연하지. 우리랑 꽤 인연이 깊은 사람이거든.”성도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이분...”차설아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었다.그리고 순간적으로 깨닫고 외쳤다.“박 선생님?”“하하하. 나를 이렇게 빨리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데요? 이걸로 승부는 끝났네요.”“도윤아, 나중에 밥 한 끼 사.”박성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차설아가 자신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 무척이나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