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차성철의 입에서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그래, 오빠가 나한테 말 안 하면 내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차설아가 집요하게 말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차가의 몰락은 상업경쟁에서 오는 파산이고 시대와 사회가 초래하는 것이니 남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기에 오빠의 신세, 차가의 파산, 심지어 엄마 아빠의 자살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았다."이 바보, 조사하고 싶으면 조사해...”차성철은 여유 있게 음식을 요리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때로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아니야. 깜깜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정말 고통받는 일이라고. 나도 서른이 다 되어가, 이미 온실의 작은 꽃이 아니라고. 나를 그렇게 나약하게 생각하지 마...”차설아는 눈빛이 이글거렸고 눈빛이 굳어졌다. ---차성철이 준비한 만찬이 곧 시작되는데 차설아가 갑자기 신비롭게 변했다."오빠, 잠깐만 기다려. 내가 가서 우리랑 저녁 같이 먹을 사람 한 명 초대할게.”차성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아 했다.”우리 남매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저녁 식사인데 왜 관계없는 사람을 데리고 오려 해?”"아니, 아니, 이 사람은 관계없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 차가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아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해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면 기꺼이 초대할 테니 얼른 다녀와.”성심 전당포의 식당은 중식 풍이었는데 주홍색 식탁 의자, 강남 풍의 병풍, 선반 위의 청자, 벽면의 수묵화 등은 모두 은은한 조명에 고귀한 멋이 돋보인다.원형 테이블 위에 놓인 진수성찬은 차성철의 걸작들이다.그는 주석에 앉아 이따금 손목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무슨 일이지? 동생이 싫어서 일부러 핑계를 대고 도망간 건 아니겠지?"여봐라, 너희는 부두에 가서 내 여동생이 돌아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해. 만약 아무도 없다면 즉시 그녀를 데려오도록 해.”차성철은 냉랭하게 아랫사람을 향해 명령했다.남자는 아이코닉한 흑백 가면을 쓰고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아가씨, 여기가 도대체 어디예요? 저마다 얼굴이 밉살스럽게 생겼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노인이 차설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민이 이모, 진정하세요. 이곳은 온 해안의 범죄자들이 뒤섞여 무법천지에 속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람 중 누구도 감히 우리를 해치지 못합니다.”"누가 뒤를 봐주나요?”민이 이모가 의심하고 있을 때 차설아는 식당의 두 꽃무늬 통나무 대문을 열고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갔다."동생, 드디어 돌아왔구나. 빨리 앉아서 밥 먹자, 음식 식겠다.”성격이 팩한 차성철의 표정은 금세 부드러워졌다.다만 차설아의 뒤를 따르던 민이 이모를 본 그는 순간 경계심을 가졌다."이 사람, 누구야?”성심 전당포는 아무나 와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곳이었다."이분은 저의 유모 민이 이모야. 우리 어머니가 차가에 시집오셨을 때부터 줄곧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돌봤고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돌봐주셨어. 나한테 민이 이모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야.”차설아는 다정하게 민이 이모의 팔짱을 낀 채 마치 자신의 엄마이기라도 한듯 차성철에게 소개했다."민이 이모... 안녕하세요.”차성철은 민이 이모를 관찰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너... 성철 도련님이세요?”민이 이모는 너무 놀라 멍하니 자리에 있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오는 길에 차설아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게 했지만 이 순간에도 그녀는 기가 막혔다."민이 이모, 제 이름을 아신다니 그럼 제가 왜 고아가 됐는지도 아시겠죠?”차성철은 매우 격동되었다.그의 양모는 그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웠다고 주장해 왔지만 지금으로선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닐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양어머니가 공교롭게도 그에게 원래 이름을 지어주셨을 리 없다."성철 도련님, 정말 불가사의합니다. 정말 성철 도련님이세요?”민이 이모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고 그 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그녀는 용기를 내어 차성철을 끌고 자세히 들여다보
분위기가 갑자기 굳어지며 슬픈 기운이 감돌았다.차성철은 민이 이모를 향해 말했다.“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설사 제가 정말 차가에 의해 버림받았다 해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지 않나요.”"아녜요. 성철 도련님, 절대 회장님과 사모님을 오해하지 마세요. 그들은 도련님을 버린 적이 없어요. 그들이 도련님에 대한 마음과 설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은 똑같습니다. 다만 당시에 확실히 사고가 있었을 뿐이에요...”민이 이모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마음의 아픔을 참으며 28년 전의 일을 서술하고 있었다."그때 사모님이 아들딸을 임신하여 온 집안이 매우 기뻤습니다. 출산일에 가장 좋은 개인병원을 도맡아 도련님과 아가씨를 맞이했죠. 두 분은 모두 무사히 태어났지만 그날 밤 신생아실에 갑자기 흉악한 사람들이 들이닥쳐 두 사람을 빼앗았습니다. 사모님은 능력의 한계로 아가씨만 보호했고 그 사람들이 도련님을 빼앗아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빌어먹을!"그 사람들은 너무 대담한 거 아닌가요. 내 기억으로는 그때가 차가가 가장 빛났던 때였어요. 가문의 지위는 여덟 개 가문의 으뜸이었고 가진 재산은 지금의 성가조차도 따라갈 수 없었죠. 이 사람들이 어찌 감히 그럴 수 있단 말이죠?”"그래, 우리도 알고 싶었어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민이 이모는 이를 갈며 온몸을 떨었다."그때 사모님은 상심이 지나쳐 큰 출혈이 생겨 하마터면 죽을 뻔했고 차가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성철 도련님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그리고 석 달이 지났고 사모님은 도련님에 대한 걱정으로 산후우울증을 겪었고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셨고 회장님은 기업을 경영할 마음이 없었죠. 차가는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문이 불난 틈을 타서 차가의 많은 장사를 빼앗았습니다!”"그리고 전 어촌으로 떠내려가서 부모님이랑 단 한 번도 못 만났다고요?”"아니요.그때 차가는 성가와 사이가 좋았는데 성가는 유일하게 당시 차가를 밟
차성철은 표정이 무거웠는데 다시 한번 교묘하게 이 화제를 피했다.“...”차설아도 이제는 캐묻지 않았다.그녀는 차성철을 핍박하고 싶지 않았는데 차성철의 스트레스가 이미 충분하다고 느꼈다.그리고 모든 진실에 대해서는 그녀가 수단을 취해서 밝혀낼 것이다.차가의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저녁은 아주 따뜻한 식사였다.차설아는 가슴이 벅차고 따뜻해서 몇 번이고 감동하여 울 뻔했다."오빠가 생겼어요! 나 오빠 생겼어!”가족이 생겼다는 기분은 정말 좋은 것 같았다.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무인도처럼 더는 홀로 서지 않아도 되었다."차가 저택이 너무 허물어져서 다시 지으려고 해. 그때쯤이면 우리 식구들과 원이 달이 다 함께 살자.”차설아는 차성철 향하여 잔을 들고 말했다."오빠,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해!”"그래, 드디어 집에 돌아왔네. 미래의 해안은 우리 차가 꺼야!”민이 이모는 진작에 눈물을 글썽였고 줄곧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회장님, 사모님 보셨어요? 성철 도련님이 아직 살아계시다니... 차가의 미래는 밝습니다. 이제 편히 쉬셔도 될 거 같네요...”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장재혁은 식당 입구에 서서 말을 잇지 못하며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차성철은 일찌감치 그의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차갑게 말했다."몰래 밖에 서서 뭐 하는 거야, 무슨 상황이 있으면 빨리 보고하지 않고!”장재혁은 고개를 숙이고 식당으로 들어가 손가락을 떨며 주먹을 쥐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그 짝퉁은 매우 똑똑하고 전혀 속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약속을 잡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쓸데없는 것, 내가 보기에 너는 눈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머리도 버려야겠는걸!”차성철은 손에 든 술잔을 들어 장재혁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예전의 장재혁은 번개같이 날쌔고 살벌하고 단호했는데 이렇게 우물쭈물할 수가 어디 있겠는가?보아하니 그 짝퉁은 정말 아무런 능력도 없는 듯하다. 승냥이 한 마리를 애완견으로 교화시켰으니..."저는 죄
"역시, 이놈은 배신자야. 설아 너는 그것도 모르고 이 자식을 위해 사정하다니!”차성철은 격노하여 책상을 내리치며 문밖의 부하들을 향해 명령하였다."여봐라, 이놈을 끌고 나가 바다에 버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싫증이라도 나지 않지.”"오빠, 진정해. 왜 또 때려죽이라고 하는 거야?”차설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상냥하고 점잖은 오빠의 포악하고 잔인한 모습이 낯설지만 어릴 적부터 겪었던 그의 경험을 생각하면 오빠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오히려 마음이 더 아파졌다.이럴 때 여동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를 포용하고 적절한 시기에 진정제가 되어 통제 불능의 그를 진정시키는 것이다."사실 나는 장재혁이 짝퉁을 만나기를 꺼리는 것이 그의 성품을 더욱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가 명령에 복종할 줄만 아는 무정한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지. 그러니 이런 인재는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해.”차설아는 말을 하면서 장재혁 곁으로 다가왔다."안심해요. 내가 장담하죠, 우리가 그 짝퉁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를 죽이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그저 그를 찾고 싶을 뿐이에요...”"?”장재혁은 차설아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이 사람은 전당포뿐만 아니라 나도 속였어요. 그가 도대체 누구이고, 왜 내 감정을 속였는지. 왜 나와 혼인신고를 할 때 또 사라졌는지 알아야겠어요.”이것은 줄곧 차설아의 응어리로 풀지 않으면 평생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다른 건 확신할 수 없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짜 미스터 Q가 당신에 대한 감정은 진짜라는 겁니다. 그는 정말 교만한 사람이고 번거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요리 솜씨를 오랫동안 보완했습니다. 확고한 사랑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장재혁은 진심으로 말했다.지난 4년 동안 그는 가짜 미스터 Q와 가장 많이 접촉했는데 그 남자는 평소 행방이 묘연했고 보통 휴대전화로만 명령을 내렸는데 때로는 1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런
두 사람은 서재에서 가짜 미스터 Q를 꾀 낼 방법을 상의했다.“말 편하게 해도 괜찮겠지...?”차설아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럼요, 저희 형님 동생 분이신데 당연히 그렇게 하시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형님과는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당신은 천성이 착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짜 미스터 Q를 당신 손에 넘기더라도 적어도 그가 너무 심하게 시달리지는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장재혁이 말했다."무슨 소리야? 마치 우리 오빠가 맹수이고 그 가짜가 무슨 정의의 천사라도 되는 것처럼 그놈이 그렇게 당신이 조심스럽게 지켜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그럴 만합니다."장재혁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당포의 모든 직원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이런... 집단 배반 하는 거야? 그럼 우리 오빠는 어떡해, 전당포는 오빠가 혼자서 일궈낸 것인데 이렇게 쉽게 대체된 거야?”"걱정하지 마세요, 형님은 대체되지 않을 겁니다. 곧 전당포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거예요. 다만 다들 4년 동안의 편안함을 그리워하겠죠.”"그렇게 과장하지 마, 우리 오빠는 당분간 전당포는 예전 사업에 손대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어, 지금의 경영방침에 따라 계속 운영할 거야.”"그건 차설아 씨가 아직 형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셨기 때문이죠...”장재혁은 웃으며 말을 돌린 뒤 휴대전화를 꺼내며 말했다.“제가 이미 가짜 미스터 Q에게 사인을 보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면 곧 전당포에 올 테니 제발 그의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암호만 보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똑똑한데 속지 않는 거 아니야?”"이 암호는 일반 암호가 아니라 긴급 상황일 때만 보내지는 것인데 예전에는 약속대로 나타났기에 형님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한 가짜 미스터 Q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장재혁은 가슴을 치며 자신만만했다.30분 후."저기, 어...”장재혁은 답장을 보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전당
차설아는 장재혁의 뺨을 세게 때렸다. 인내심이 거의 바닥이 난 그녀는 재촉하며 말했다. "무슨 생각이 있으면 얼른 말해, 우물쭈물하지 말고!”장재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가짜 미스터 Q는 정말 신중한 사람입니다. 그는 매번 저와 문자로만 연락하고 번호도 정확한 주소를 추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그를 나타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차설아 씨뿐입니다.”"그렇게 대단한 능력은 없을 것 같은데...”차설아는 풀이 죽어 말을 이었다."그때 자리에 나오지 않은 후로 연락이 끊겼는데, 만약 그가 나를 그렇게 신경 썼다면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하지 안 진 않았을 거 아닌가.”"저는 가짜 미스터 Q가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다고 믿습니다...”"그래서,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간단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밤의 장막 드리운 후 두 사람은 크고 신비한 성심 전당포를 누비며 굽이굽이 한참을 헤매다가 마침내 가장 외진 마당에서 멈추었다.이 정원은 수백 년 동안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며 문 앞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어 부패하고 죄악스러운 냄새가 났다."장재혁, 너... 뭐 하는 거야?”차설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겁먹지 마세요...”장재혁은 두루마기의 먼지를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곳은 성심 전당포의 10대 고문 중 하나인 물고문을 하던 곳인데 이미 4년 넘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아 허름해 보이는 것뿐입니다. 예전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시끌벅적했는걸요.”"허허, 10대 고문이라... 시끌벅적했다?”차설아는 너무 의아해서 자신의 침에 숨이 막힐 뻔했다."무슨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10대 고문은 무슨 10대 고문이야...”"이곳의 고문은 비교적 반인도적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일일이 소개하지 않을 겁니다. 이 물고문에 대해 말해 볼 텐데....”장재혁은 감칠맛 나게 설명했다."물고문은 10대 고문 중 가장 가벼운 유
차설아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래요, 형벌을 받을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장재혁은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꺼내 물 감옥의 문을 열고 몸을 살짝 숙여 초대하는 포즈를 취했다.”안으로 드시죠.”“???”차설아는 침을 삼켰고 두피가 저려났다.물감옥은 큰 편이 아니었는데 침실 한 칸의 면적에 불과하며 높이가 2m 정도여서 사람을 완전히 잠기게 할 수 있었다.물 감옥의 벽은 매끄럽지만 크기가 다른 구멍이 많았는데 아마 뱀이나 지네, 뜨거운 기름, 류산 같은 것들이 구멍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오랫동안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물 감옥은 죽은 쥐가 가득했고 심지어 시체 냄새까지 풍겼다.그녀는 도저히 안에 오래 있을 수 없었는데 숨을 쉬면 토하고 싶었다."긴장하지 마세요. 제 생각은 당신이 잠시 물 감옥에 머물면서 고문받을 자세를 취한 후에 제가 사진을 가짜 미스터 Q에게 보내서 진짜 우리 형님이 돌아왔다고 말하고 그가 나타나 당신을 구해야 한다고 할 겁니다. 그도 물고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으니 사진을 보기만 하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것이라고 믿습니다!”"그분이 모습을 드러내게 할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가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지 시험해 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장재혁은 자신이 정말 총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일거양득의 방법을 생각해 냈으니 말이다."아마도... 좋은 방법인 것 같네!”차설아는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도 이 짝퉁이 도대체 누구인지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이 도대체 사실인지 알고 싶었다."괜찮죠? 그럼 빨리 움직이죠. 더 늦으면 날이 밝을 겁니다...”장재혁은 신이 나서 물 감옥의 각 스위치를 테스트하며 시험해 보려는 모습이었다.차설아의 정서는 오히려 약간 가라앉았는데 물 감옥 앞에 서서 망설였다."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아? 그렇게 교활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설마 정말 오겠어?”"안 와도 괜찮아요. 적어도 차설아 씨에 대한 그의 감정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고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파
장윤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긴장한 듯 손을 접었다 폈다 반복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감독님, 무슨 일이에요?”배경윤도 따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들도 분위기를 읽어내고 궁금한 얼굴로 장윤태를 보았다.“우리 프로그램에 변동이 생길 것 같네요. 원래 계획은 남자 세 명 여자 네 명으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지금 갑자기 합류하게 된 출연자가 있어서 남자 넷, 여자 넷으로 가야 할 것 같네요.”장윤태는 주먹을 쥐며 책상을 내리쳤다. 표정이 아주 심각했다.“어머, 그럼 잘된 일이잖아요. 남자 넷, 여자 넷이면 모두가 짝이 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럼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소수민은 눈을 깜빡이며 기대하는 얼굴로 말했다.“맞아요. 남자 넷, 여자 넷이면 쪽수도 맞아서 누구 한 명 외로워지는 사람은 없잖아요.”다른 출연자들도 맞장구를 쳤다.“그렇긴 하지만 이번에 긴급 투입되는 출연자가 조금 특별한 분이라서요. 그 사람이 오기만 하면 정상적으로 촬영을 할 수 없을까 봐 조금 걱정이네요.”장윤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대체 누가 투입되기에 촬영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하늘이 다소 건방진 어투로 말했다.“제가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이 꽤나 돼요. 대통령이든 세계에 손꼽을만한 재벌이든 전부 만나 대화를 나눠봤죠. 그런데 긴급 투입되는 사람이 누구기에 감독님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거죠? 말해 보세요. 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겠어요!”장윤태를 보고 있던 배경윤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긴급 투입되는 출연자가 그들의 촬영을 방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건... 제가 말하기 어렵네요. 곧 도착한다고 하니 다들 알게 될 거예요.”장윤태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운명의 심판을 기다리듯 얼굴엔 절망이 가득했다.“자자, 도착하셨다고 하니 다들 기쁘게 환영해주자고요!”별빛 엔터의 홍보팀 팀장이 흥분하며 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그
소식이 퍼지자 인터넷은 며칠 동안 떠들썩했고 팬들을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나와 현장 사진을 찍으러 갈 준비를 했다. 소식이 뜨자마자 바로 달려나갈 수 있게.오늘은 원래 진찬영과 배경윤의 계약식이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별빛 엔터테인먼트도 준비 태세를 보였다. 그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소속사 임원진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별빛 엔터의 문턱을 넘는 순간 여기저기서 종이 폭죽을 터트리며 환호했다.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두 사람을 반겼다.“찬영아, 경윤 씨. 이렇게 두 사람이 우리 회사로 온 걸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자자, 거두절미하고 우리 얼른 회의실로 가서 계약서에 사인하죠!”장윤태 감독은 한시라도 더 빨리 계약하고 싶었기에 두 사람을 바로 회의실로 안내했다.회의실엔 두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전부 이번 연애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출연자들이었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전부 외모가 빼어나다는 것이다. 길가면 무조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정도로 말이다. “세상에, 진창영 배우님! 정말 잘생기셨어요. 티브이에서도 그렇고 실물도 정말 똑같이 잘생기셨어요!”인기 배우 소수민이 일어나며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다른 두 여자 중 한 명은 명문대를 다니는 4학년 장유빈이었고, 남은 한 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이나였다.두 사람은 열정적인 소수민과 달리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두 눈에 진찬영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저기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거든요? 벌써 그렇게 티를 내시면 어떡해요. 명한 씨, 저희 둘은 들러리가 확정이겠네요!”스포티하게 입은 남자가 단정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운동복 차림의 남자는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 선수 하늘이었고 단정한 모습의 남자는 유명한 보험계리사 백호연이었다.“늘이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들러리가 확정이라
배경윤은 반짝이는 두 눈을 하고서 진찬영을 바라보았다.“찬영 오빠!”그러고는 진찬영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길 맞은편에 서 있는 진찬영은 누구보다도 더 멋있어 보였다. 길을 건너던 배경윤은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조심해요!”진찬영은 잔뜩 긴장한 채 달려갔고 배경윤을 와락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간신히 피했고 같이 바닥에 넘어졌다. 누가 보아도 애틋한 커플인 것 같았다. 시간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배경윤은 진찬영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전류가 온몸을 뚫고 흐르는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배경윤과 진찬영은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머쓱하게 웃었다.“찬영 오빠, 정말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까지 다칠 뻔했어요.”배경윤은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횡설수설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좋아하는 연예인 앞에서 배경윤은 수줍은 소녀가 된 것 같았다.“내가 길을 건넜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전부 제 탓이에요.”진찬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늘색 셔츠에 카키색 청바지를 입은 진찬영은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타고난 매력이었다.길을 걷고 있어도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여자도 진찬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길 건너에서 걸어오는 배경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결국 사과해야 할 사람은 진찬영이었다.“곧 커플로 촬영할 사이인데 편하게 말 놓아도 돼요. 제가 오빠보다 어리잖아요.”진찬영이 진지하게 사과하자 배경윤은 마음이 불편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아, 그러네요. 나의 여자 친구, 앞으로 잘 부탁해요.”진찬영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서 배경윤을 애틋하게 쳐다보았다. 진찬영의 행동 하나가 배경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흠! 얼른 회사로 가요. 장 감독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요.”말을 마친 배경윤은 뒤돌아
반대로 사도현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손으로 턱을 괴고는 배경윤을 쳐다보았다.“급한 일도 없잖아. 이렇게 마주 보고 앉아서 커피나 마시면 얼마나 좋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도 해.”“사도현, 너는 정말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너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바빠.”배경윤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사도현이 끌어당기면 질질 끌려갔고 기세로 사도현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뻔뻔스러운 사도현을 어쩌지 못하기에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왜 할 일이 없겠어? 너를 만나는 게 나한테는 가장 중요한 일이야.”사도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배경윤을 바라보았다.“이 멍청한 놈!”배경윤은 구역질하는 시늉을 하면서 욕했다. 사도현이 능글맞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사도현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차가운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듣기로는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결정했다더라? 진찬영이랑 커플로 연기하는 대본도 받았지?”“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아니야.”배경윤이 부정하자 사도현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배경윤은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나랑 찬영 오빠는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커플이야. 그런 대본 따위 필요 없어.”“배경윤!”사도현은 배경윤의 도발에 휘말린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이름 석 자를 불렀다. 사도현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왜? 내가 기뻐하니까 오히려 화가 나?”배경윤은 늘 싸움에서 기세에 눌렸지만 사도현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이번에 드디어 이기게 되었음을 직감했다. 배경윤은 신이 나서 환하게 웃었다.“내가 화가 나서 쓰러져야 네 속이 시원하지? 그런 거야?”사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커플이라면 싸울 때도 있을 거야. 작은 다툼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이건 상대의 마음에 칼을 꽂는 거나 마찬가지야.”“이게 커플 사이에 싸우는 거로 보여?”배경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피식 웃었다.“내가 네 여자 친구라는 거야, 아니면
“누가 네 전 여자 친구라는 거야? 나는 너랑 모르는 사이야. 친한 척하지 마!”배경윤은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사도현한테 아주 실망했기에 다정하게 인사할 수가 없었다.“경윤아, 아무리 그래도 같은 침대에서 자던 사이였는데 너무 차가운 거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모르는 사이야.”사도현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일부러 장난을 쳤다. 배경윤이 차갑게 구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서 놀리고 싶었다.사도현은 앞으로 다가가서 허리를 숙이고는 배경윤과 눈을 마주쳤다.“다 잊어버려서 그런 거라면 이해할게. 내가 몇 번이고 너한테 말해주면 되거든.”“뭐, 뭐 어떻게 말해줄 건데?”배경윤은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사도현을 피하려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나의 전 여자 친구는 내가 벽에 밀치고 키스하는 걸 제일 좋아했어.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다시 알려줄 수도 있어.”사도현은 천천히 배경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배경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사도현, 너는 정말 나쁜 놈이야!”배경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민망해서 사도현의 뺨을 후려갈기려고 했다. 이때 사도현이 배경윤의 손목을 잡더니 품 안으로 끌어당기면서 속삭였다.“이제는 우리가 친한 사이였다는 걸 인정할 수 있겠어?”“나는...”배경윤은 거칠게 뛰는 심장 때문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래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인정할 수 없어.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야.”“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마.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잖아.”사도현은 배경윤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손끝으로 배경윤의 코를 쓰다듬었다.배경윤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고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사도현이 미웠지만 제일 미운 건 자신이었다. 사도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이 우스웠다.사도현이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배경윤은 반격하지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배경윤은 사랑의 싸움에서 사도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사도현이 잡아당기면 끌려가고 밀
차설아는 해바라기 꽃을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옛 친구가 보낸 선물이야.”“어느 친구가 보낸 거야? 너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친구라면 내가 아는 사람일 텐데 말이야.”배경윤은 해바라기 꽃의 내음을 맡으면서 싱글벙글 웃었다.“네가 아는 사람이야.”차설아를 고개를 끄덕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때 갑자기 불안해 난 선우시원이 그 꽃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급히 물었다.“설마 나도 아는 사람이야?”“네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하겠어.”차설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선우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럼 적어도 성도윤은 아니라는 거네? 누가 꽃을 보냈는지 몰라도 참 좋은 친구인 것 같아. 성도윤만 아니면 돼.”“왜 성도윤만 아니면 된다는 건데?”차설아는 선우시원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성도윤이 보낸 것이 아니라면 누가 보냈든 상관없어. 나의 라이벌은 성도윤 한 명뿐이잖아.”차설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총명해 보였던 선우시원이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해서 의외였다.만약 선우시원이 밤마다 성도윤이 찾아와서 차설아한테 디저트를 먹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댈 것이다.“누가 보낸 선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설아가 좋아하는 꽃을 보냈으니 좋은 사람 같아.”배경윤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차설아를 관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만족감을 느꼈다. 배경윤이 전생에 차설아의 엄마였다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내 얘기는 그만하고 네 얘기나 해줘. 어떻게 되었어?”차설아는 배경윤이 걱정되어 계속해서 물었다.“그 사람이랑 화해한 거야? 나 때문에 괜히 너도 그 사람이랑 싸운 건 아니지?”“내가 그놈이랑 싸울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더 이상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야.”배경윤은 다른 사람의 말을 할 때면 신이 났다가 자신의 감정사를 얘기하려고 하면 잔뜩 긴장했다. 배경윤은 말을 버벅거렸다.“나는
일주일 뒤, 병원에서 정밀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차설아의 허리가 심하게 다친 건 맞지만 치료를 제때 받고 푹 쉬어서 생각보다 빨리 나았다. 그러기에 반신불수가 될 거라는 의심을 거두어도 되었다.그 소식을 알게 된 뭇사람들은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복 받은 사람들은 내가 딱 알아본다고 했잖아. 우리 설아가 복 받아서 빨리 나은 거야.”배경윤은 차설아를 끌어안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배경윤은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지 못해서 살이 많이 빠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배경윤이 다친 줄 알 것이다.“앞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운동은 절대 하면 안 돼! 암벽 등반, 등산은 절대 안 되고 계단을 오를 때는 꼭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해.”차성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하게 말했다. 한 번 큰 사고를 당했기에 차설아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더 신경 쓰고 싶었다.“성철 형,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 붙어있으면서 스파크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선우시원은 차설아를 힐끗 쳐다보면서 사뭇 엄숙하게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한 달 정도 입원하면 거의 다 나을 거래. 병실에만 있어서 답답하겠지만 참아. 오빠가 병원에 퇴원 신청을 하면 예정일보다 더 빨리 퇴원해서 집에 데려갈 거야. 간병인을 미리 알아보았으니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차성철은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울상을 지었다.“그러지 않아도 돼.”차설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을 이었다.“나는 병원에 있는 게 좋아. VIP 병실이라 편하게 지낼 수 있잖아. 미리 퇴원 신청을 하지 않아도 돼. 귀찮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설아야, 너를 위해서라면 귀찮은 일도 다 해줄 수 있어. 너는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퇴원 예정일을 앞당기는 건 복잡한 절차도 아니야.”차성철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오빠가 다 해놓을 테니 그날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자. 설아야, 오빠 믿지?”“아...”차설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차설아가
사실 차성철은 최근 들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차설아의 병실에 긴급 신고 버튼을 설치해 주었다. 버튼만 누르면 병원의 긴급 벨이 울리면서 차성철이 배치한 보디가드가 병실로 달려올 것이다.차설아는 성도윤과 같이 있는 것이 좋아서 차성철한테 아무 일도 없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성도윤을 향한 마음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선을 지키지 못했다. 성도윤은 차설아를 떠보다가 결국 그 선을 넘어왔다.“나는 그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게 행복할 뿐이야. 그래서 당신의 입도 닦아준 건데 싫으면 얘기해. 내일 밤부터 다시 오지 않을게. 케이크를 사던 가게의 파티시에를 스카우트해서 매일 케이크를 만들게 했지만 이제는 필요 없겠지...”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을 이었다.“내일 메뉴는 헤이즐넛 케이크라고 했어. 아쉽지만...”“잠시만요!”차설아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차설아가 제일 기대하던 메뉴가 바로 헤이즐넛 케이크였기에 성도윤을 내쫓을 수 없었다.“파티시에도 일하느라 고생했는데 어떻게 함부로 자르겠어요. 내일도 와주면 고맙겠지만 앞으로는 뭐가 묻어도 도와주지 말아요. 손은 멀쩡하니까 내가 직접 닦을게요.”“그래. 당신이 이토록 애원하니 한 번 고려해 볼게.”성도윤은 피식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눈빛은 여우처럼 교활하기 그지없었다.“휴...”차설아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성도윤은 예전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 차설아를 부드럽게 다가가면 마음을 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맛있는 케이크로 경계심을 무너뜨렸다.성도윤의 존재가 습관 되어갈 때쯤 차설아는 이미 함정에 빠진 것이다.성도윤은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오늘 밤의 성과는 그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웠다.“이제는 병실로 돌아갈 테니 푹 쉬어. 내일 밤에도 올 테니까 기다려. 잘자.”차설아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척했다. 머릿속은 두 사람이 뜨겁게 키스를 퍼붓던 화면으로 가득 차서 얼굴이 화끈
차설아는 병실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도 못했다. 그러기에 성도윤이 늦은 밤에 가져다주는 야식이 유일한 낙이었다. 차설아는 누워서 입을 벌리고 성도윤이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애틋한 커플 같아서 오글거렸지만 케이크를 먹기 위해 꾹 참았다.“역시 다크 초콜릿 케이크는 정말 맛있어요. 어떻게 이런 맛을...”크림과 초콜릿이 조화를 이루어서 입안에 가득 퍼졌다. 차설아는 케이크를 먹으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내일도 가져올 테니까 천천히 먹어. 체하면 어쩌려고 그래.”성도윤은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말하면서 허겁지겁 먹는 차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차설아는 성도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정신없이 먹다가 의도치 않게 성도윤의 손가락을 물게 되었다.긴 손가락이 차설아의 입에 들어가자 성도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했고 닭살이 돋았다.“어머. 정말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급하게 먹다보니...”차설아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면서 성도윤한테 사과했다.“더 먹을래?”성도윤은 뜨거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아, 아니요!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차설아는 민망해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성도윤을 쳐다볼 수가 없었고 더 이상 케이크를 먹을 분위기도 아니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었다면 당장 숨을 기세였다.“안 먹으면 입부터 닦아. 다 묻히고 먹었잖아.”성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차설아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차설아의 입가에 크림이 묻어있었는데 그 모습은 음식을 몰래 훔쳐먹은 고양이 같아서 더 귀여웠다.“그럼 티슈 좀 주세요. 입에 묻은 줄도 몰랐어요.”차설아는 혀로 입가를 날름거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성도윤은 내가 며칠 굶은 줄 알겠어. 아, 손가락까지 물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왜 그랬지?’“그럴 필요 없어.”성도윤이 덤덤하게 말했다.“뭐가 필요 없다는 말이에요?”“티슈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뜻이야.”“왜요? 다 썼어요?”“아니. 내가 닦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