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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차설아는 그 집을 빠져나와 망연히 길거리를 거닐었는데 순간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4년의 세월을 들여 G 6 칩을 연구개발해냈고 KCL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아주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그녀였지만 어째서인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은 그녀와 성도윤의 관계로 그녀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차설아는 묵묵히 주먹을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성도윤이 얼마나 큰 고충이 있었다 할지라도 더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차설아는 풀이 죽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모르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의 처음 반응을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는데 상대방은 아주 끈질겼다.

“누구신데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차설아는 원래도 기분이 나빴는데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화풀이를 했다.

“설아야, 집에 들어와. 내가 바로 너가 여태 찾던 사람이야.”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다정했고 낯설었으며 말 못 할 친근감이 들었다.

차설아의 기분이 순간 한줄기 산들바람이 분 것처럼 평정심을 되찾았다.

“죄송해요, 방금은 제 기분이 안 좋아서. 누구세요? 저희 아는 사인가요?”

”그럼요.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죠.”

남자는 가볍게 웃은 후 말을 이었다.

“차가 저택에서 기다릴게.”

차설아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택시를 잡아타고는 제일 빠른 속도로 차가로 향했다.

오늘의 차가는 전처럼 누추하지는 않았다. 일전에 폐수처리공장을 주변에 짓겠다 하는 것을 차설아가 막는 바람에 공사를 중지했고 온 하늘에 휘날리는 먼지와 공사 일군들이 없으니 전보다 공기도 훨씬 좋아진 듯싶었다.

차설아는 차가의 현관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청신한 향기가 그녀를 반겼고 탁 트인 정원의 홰나무는 이미 많이 커 있었다. 무성한 잎사귀는 초록의 큰 양산처럼 햇빛이 가지 사이를 비춰 들어와 바닥에 아롱한 얼룩을 남겨놓았다.

나무 그림자 밑에 키가 훤칠한 남자가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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