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미스터 Q야, 전에 그는 짝퉁이라고.”남자의 목소리는 갑자기 험악해졌다.“근 년 내 단 한순간도 그를 죽이고 싶지 않은 적이 없어.”“나한테 이런 걸 말하는 이유가 뭐죠?”차설아는 침을 삼키며 뒤로 점점 물러섰다.눈앞의 남자는 비록 그녀한테는 다정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포스는 감출 수 없었는데 등골이 서늘했다.“설아야, 무서워하지 마. 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뎠으니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어...”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왔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뉴스를 보니 KCL 그룹 신임 대표가 됐다던데... 차가 사람들이 모두 널 자랑으로 여길 거야. 미래의 해안은 우리 차가의 것이야.”“우리 차가?”차설아는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당신이 미스터 Q라고 해도 내가 전에 만났던 사람은 당신이 아니잖아... 그러니 내가 당신이랑 무슨 사이... 아니 우리 차가랑 당신이 무슨 사이지?””하하, 역시 총명해. 누가 내 차성철의 동생 아니랄까 봐. 우리 두 사람 역시 마음이 맞네.”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는데 퍽 자랑스러운 듯했다.차설아는 미칠 것 같았다. 누가 머리를 치는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깐만, 뭐라고요? 내가 당신 동생이라고요? 우리 둘이?””침착해, 이 소식이 너한테 큰 충격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날 믿어줘, 다 진짜라고.”차성철은 울컥했다.28년, 장장 28년 만에 그는 드디어 차성철이란 이름으로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고 동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오빠?”차설아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감쌌다.차가가 쇠퇴해진 후 그녀는 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금 자신과 피를 나눈 오빠가 눈앞에 서 있다니 그녀의 눈시울은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하지만 차설아도 경계를 늦출순 없었다.“무슨 증거가 있죠?”그녀도 얼마 전에 우연히 본인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만약 나쁜 사람들이 이 소식을
차설아와 남자의 DNA는 99.1%로 일치했는데 두 사람은 확실한 친남매였다."와... 너무 신기한데!”감정서를 든 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고 심장은 너무 설레서 두근두근 뛰었다."동생아, 이제 믿어야지? 나는 정말 너의 오빠야. 친오빠라고.”차성철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으로 차설아 앞에 다가와 두 손으로 여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드디어 우리가 서로를 만났어! 얼굴이나 자세히 보자.”그는 부드러운 눈매로 차설아를 유심히 바라보며 마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듯했는데 금방이라도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오.. 오빠."차설아는 고개를 살짝 들고 남자를 바라보며 어색하지만 다정한 호칭을 불렀다.그 순간, 그녀는 덜 외로워졌고 막막한 천지간에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뒤에 마침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이것이 바로 가족애의 신기한 힘일 것이다.차성철의 요청으로 차설아는 남자를 따라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다.이곳을 포함한 전체 낙수 부두는 모두 차성철이 관여하는 지역이었다.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그를 피하기 바빴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자정 살인마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다만 이 땅을 다시 밟은 차설아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이곳에 대해 의문이 너무 많았다.예를 들어 만약 차성철이 미스터 Q라면 그동안 이를 사칭한 사람은 누구일까.차성철이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중벌에 처했던 사람은 바로 그가 일찍이 가장 믿었던 부하 장재혁이다."생각 없는 놈, 짝퉁이랑 꼬박 4년 동안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니, 내가 보기에 너는 일부러 모른 척했던 것 같은데!”차성철은 용 문양이 새겨져 있는 의자 앞에 서서 장재혁의 가슴을 발로 차며 격노했다."형님, 제가 눈이 멀었었습니다. 중벌을 내리십시오.”장재혁은 자신이 큰 죄를 범한 것을 알고 꼿꼿이 무릎을 꿇고 벌을 달게 받았다."눈이 멀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 눈 그냥 버리는
차설아는 차성철 옆에 앉아 침을 삼키며 "오빠, '장기방'이 뭐야?"라고 물었다.차성철의 태도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는데 차근차근 설명했다."'장기방'은 다른 보물 방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사람의 오장육부를 채취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 이곳에 장기를 맡기는 사람들도 항상 적지는 않았지. 우리 전당포에서 가장 잘 되는 장사였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년 동안 그 짝퉁이 이 장사를 중단했고 성심 전당포는 어쩔 수 없이 유명무실한 일반 전당포로 전락했어!”남자는 마치 가장 평범한 것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차설아는 그 말에 소름이 돋았는데 조심스레 물었다."오빠, 이건 장기 매매야, 불법이겠지?”"설아야, 낙수 부두는 삼국의 접경지역이야. 여기는 법을 어기고 안 어기고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단다. 아니면 성심 전당포가 왜 성심 전당포겠어?”“전당포로 부자가 된 것은 산 사람의 붉은 심장 덕분이지... 커터칼이 뛰고 있는 심장을...”"그만해!"차설아는 차성철의 흥미진진한 묘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았다.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많이 봤지만 이런 순수한 학살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차성철은 차설아의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적당히 마음을 다잡고 위로했다."설아야, 이 세계에는 많은 차원이 있어. 서로 다른 차원에는 또 서로 다른 생존 기준이 있지. 너는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했으니 바깥 세계의 잔혹함을 알지 못했을 거야. 이 오빠가 좀 더 독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오늘을 살 수 없었을 거야...”차설아도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그녀도 세상 물정에 어두운 온실 안의 화초가 아니다. 어찌 세상의 잔혹함을 보지 못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차성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오빠, 난 오빠의 과거에 관여할 생각 없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고 있으니 어떤 일들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네...”"뭘 하려고? 말해
차성철은 차설아를 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미련한 놈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에게 공을 세워 잘못을 만회하게 할 건데?”차설아는 일어나서 장재혁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장재혁, 네가 우리 오빠에게 충성하는 건 알지만 눈은 정말 안 좋은 것 같군, 4년 동안 짝퉁을 따라다니며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니, 너도 이 짝퉁이 도대체 누군지 알고 싶겠지?”장재혁은 입술이 희고 사람 전체가 약간 허약해졌는데 얼굴 가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말했다."형님은 저에게 생명의 은혜가 있습니다. 하여 저의 이 목숨은 모두 형님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멍청한 실수를 범하다니... 살아서 형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어이, 죽지 말고 살아. 이 짝퉁이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물론 알고 싶죠!”장재혁은 예전의 여유를 잃었고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찼다."이 짝퉁은 정말 대담합니다. 감히 저희 형님을 사칭하다니... 나에게 잡히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반드시 그를 죽여버릴 겁니다!”"허허, 일단 너무 흥분하지 마...”차설아는 남자의 마음을 달랬다.그녀는 장재혁이 마치 사람이 변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신사에서 포악한 악마로, 입만 열면 죽고 사니 하는 것이 좀 극단적인 것 같다.역시 어떤 웃물이면 어떤 아랫물인 건가...그러고 보니 이전의 그 짝퉁도 딱히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었는데 '비정상적'이던 전당포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네가 공을 보태어 잘못을 만회할 기회가 왔어. 네가 짝퉁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나는 너희 형님한테 지난날의 원한을 따지지 말고 너를 용서하라고 할 건데 어떻게 생각해?”"그게...”장재혁은 침을 삼키며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알 수 없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좋은 것 같네.”차성철은 탁자를 치며 말했다."이것은 네가 속죄할 유일한 기회이니 우리를 실망하게 하지 마라.”"네, 형님! 저, 제가 최대한 해보겠습니다!”장재혁은 고개를 끄
차성철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분주히 오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채소를 사서 밥을 짓고 옷을 빠는 게 일찍부터 습관이 되었어.”차설아는 벽에 기대어 정신없이 일사불란한 사내를 보며 얼마나 많은 밥을 해 먹었기에 이렇게 능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줘도 돼?”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라도 남자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곳을 찌를까 봐.“...”차성철은 칼을 들고 채소를 썰고 있었는데 이 말에 그는 잠깐 멈추어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 불편하면 안 알려줘도 괜찮아.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 진짜 중요한 건 앞으로지!”차설아는 차성철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채고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괜찮아...”차성철은 담담하게 웃으며 계속 손에 든 채소를 썰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사람들에게 내 과거를 말한 적이 거의 없어, 하지만 넌 내 여동생이니 네가 알고 싶다면 나는 남김없이 너에게 말할 거야.”"자, 그럼 들어볼게.”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준비를 했다.그녀는 이것이 분명 길고 곡절이 많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난 어릴 때부터 해안의 작은 어촌에서 자랐어.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얌전한 어부였고 집에는 놀고먹는 형이랑 영리하고 철이 든 여동생이 있었지. 내가 철이 들어서부터 나는 내가 양부모님이 주워온 아이라는 것을 알았어. 왜냐하면 내가 입은 옷은 영원히 누더기이었고 음식도 영원히 형과 여동생이 남긴 것만 먹어야 했으니까. 난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어. 그때 난 현 전체에서 1등이었고 수학 선생님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지만 말이야...”차성철이 여기까지 말하자 차설아의 날렵하고 예쁜 눈이 약간 붉어졌다.어떤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평생을 다해 치유해야 하니 말이다.그가 지금 이렇게 승부욕이 강하고 돈, 권력, 성공에 목말라
하지만 결국 차성철의 입에서 어떤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그래, 오빠가 나한테 말 안 하면 내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차설아가 집요하게 말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차가의 몰락은 상업경쟁에서 오는 파산이고 시대와 사회가 초래하는 것이니 남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기에 오빠의 신세, 차가의 파산, 심지어 엄마 아빠의 자살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았다."이 바보, 조사하고 싶으면 조사해...”차성철은 여유 있게 음식을 요리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때로는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아니야. 깜깜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정말 고통받는 일이라고. 나도 서른이 다 되어가, 이미 온실의 작은 꽃이 아니라고. 나를 그렇게 나약하게 생각하지 마...”차설아는 눈빛이 이글거렸고 눈빛이 굳어졌다. ---차성철이 준비한 만찬이 곧 시작되는데 차설아가 갑자기 신비롭게 변했다."오빠, 잠깐만 기다려. 내가 가서 우리랑 저녁 같이 먹을 사람 한 명 초대할게.”차성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아 했다.”우리 남매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저녁 식사인데 왜 관계없는 사람을 데리고 오려 해?”"아니, 아니, 이 사람은 관계없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 차가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아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해줄 수 있을 거야.”"그렇다면 기꺼이 초대할 테니 얼른 다녀와.”성심 전당포의 식당은 중식 풍이었는데 주홍색 식탁 의자, 강남 풍의 병풍, 선반 위의 청자, 벽면의 수묵화 등은 모두 은은한 조명에 고귀한 멋이 돋보인다.원형 테이블 위에 놓인 진수성찬은 차성철의 걸작들이다.그는 주석에 앉아 이따금 손목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무슨 일이지? 동생이 싫어서 일부러 핑계를 대고 도망간 건 아니겠지?"여봐라, 너희는 부두에 가서 내 여동생이 돌아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해. 만약 아무도 없다면 즉시 그녀를 데려오도록 해.”차성철은 냉랭하게 아랫사람을 향해 명령했다.남자는 아이코닉한 흑백 가면을 쓰고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아가씨, 여기가 도대체 어디예요? 저마다 얼굴이 밉살스럽게 생겼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노인이 차설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민이 이모, 진정하세요. 이곳은 온 해안의 범죄자들이 뒤섞여 무법천지에 속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람 중 누구도 감히 우리를 해치지 못합니다.”"누가 뒤를 봐주나요?”민이 이모가 의심하고 있을 때 차설아는 식당의 두 꽃무늬 통나무 대문을 열고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갔다."동생, 드디어 돌아왔구나. 빨리 앉아서 밥 먹자, 음식 식겠다.”성격이 팩한 차성철의 표정은 금세 부드러워졌다.다만 차설아의 뒤를 따르던 민이 이모를 본 그는 순간 경계심을 가졌다."이 사람, 누구야?”성심 전당포는 아무나 와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곳이었다."이분은 저의 유모 민이 이모야. 우리 어머니가 차가에 시집오셨을 때부터 줄곧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돌봤고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돌봐주셨어. 나한테 민이 이모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야.”차설아는 다정하게 민이 이모의 팔짱을 낀 채 마치 자신의 엄마이기라도 한듯 차성철에게 소개했다."민이 이모... 안녕하세요.”차성철은 민이 이모를 관찰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너... 성철 도련님이세요?”민이 이모는 너무 놀라 멍하니 자리에 있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오는 길에 차설아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게 했지만 이 순간에도 그녀는 기가 막혔다."민이 이모, 제 이름을 아신다니 그럼 제가 왜 고아가 됐는지도 아시겠죠?”차성철은 매우 격동되었다.그의 양모는 그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웠다고 주장해 왔지만 지금으로선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닐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양어머니가 공교롭게도 그에게 원래 이름을 지어주셨을 리 없다."성철 도련님, 정말 불가사의합니다. 정말 성철 도련님이세요?”민이 이모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고 그 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그녀는 용기를 내어 차성철을 끌고 자세히 들여다보
분위기가 갑자기 굳어지며 슬픈 기운이 감돌았다.차성철은 민이 이모를 향해 말했다.“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설사 제가 정말 차가에 의해 버림받았다 해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지 않나요.”"아녜요. 성철 도련님, 절대 회장님과 사모님을 오해하지 마세요. 그들은 도련님을 버린 적이 없어요. 그들이 도련님에 대한 마음과 설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은 똑같습니다. 다만 당시에 확실히 사고가 있었을 뿐이에요...”민이 이모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마음의 아픔을 참으며 28년 전의 일을 서술하고 있었다."그때 사모님이 아들딸을 임신하여 온 집안이 매우 기뻤습니다. 출산일에 가장 좋은 개인병원을 도맡아 도련님과 아가씨를 맞이했죠. 두 분은 모두 무사히 태어났지만 그날 밤 신생아실에 갑자기 흉악한 사람들이 들이닥쳐 두 사람을 빼앗았습니다. 사모님은 능력의 한계로 아가씨만 보호했고 그 사람들이 도련님을 빼앗아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빌어먹을!"그 사람들은 너무 대담한 거 아닌가요. 내 기억으로는 그때가 차가가 가장 빛났던 때였어요. 가문의 지위는 여덟 개 가문의 으뜸이었고 가진 재산은 지금의 성가조차도 따라갈 수 없었죠. 이 사람들이 어찌 감히 그럴 수 있단 말이죠?”"그래, 우리도 알고 싶었어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민이 이모는 이를 갈며 온몸을 떨었다."그때 사모님은 상심이 지나쳐 큰 출혈이 생겨 하마터면 죽을 뻔했고 차가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성철 도련님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끝내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그리고 석 달이 지났고 사모님은 도련님에 대한 걱정으로 산후우울증을 겪었고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셨고 회장님은 기업을 경영할 마음이 없었죠. 차가는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문이 불난 틈을 타서 차가의 많은 장사를 빼앗았습니다!”"그리고 전 어촌으로 떠내려가서 부모님이랑 단 한 번도 못 만났다고요?”"아니요.그때 차가는 성가와 사이가 좋았는데 성가는 유일하게 당시 차가를 밟
성도윤은 묵묵히 참다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배경윤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는 아무것도 몰라. 나랑 차설아의 관계는 너 같은 외부인이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지금 행복해. 네가 보기 불편하면 그냥 나가면 되잖아.”“...”배경윤이 성도윤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손목이 붙잡히자 이번엔 발을 들어 그를 걷어차려 했다.성도윤은 체격이 크고 힘도 센 편이었지만 배경윤의 저돌적인 공격에 살짝 밀리는 기분이 들어 결국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목을 단단히 옭아맸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바로 그 순간, 사도현이 들어와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상황이라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성도윤과 배경윤도 순간 굳어버렸다.“오해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성도윤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배경윤을 놓아주었고 배경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도윤의 발을 힘껏 밟았다.“너 진짜 끝까지 이럴 거야?!”성도윤은 발끝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차설아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차설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는데 그녀의 절친인 배경윤까지 보니 정말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그리고 슬쩍 사도현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너, 보험 많이 들어둬.”“무슨 뜻이야?”사도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뜻이긴? 저 호랑이 같은 여자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고.”성도윤이 배경윤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투덜댔다.그러자 사도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우리 경윤이는 원래 이렇게 폭력적인 애가 아니야. 분명 형이 선을 넘었으니까 그런 거겠지.”그는 중요한 순간에 배경윤 편을 들기로 했다.사실 예전에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마다 배경윤과 말다툼이 잦았다.배경윤은 성도윤을 두고 철저히 쓰레기라고 욕했고 사도현은 차설아가 너무 까다롭다고 반박하며 두 사람은 끝없는 논쟁을 벌이곤 했다.하지만 이
“그만 좀 해요, 너무 닭살 돋아요.”차설아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사랑 고백을 들으면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쑥스럽기보다 오히려 닭살이 돋아 참을 수가 없었다.처음엔 성도윤이 차갑고 말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전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민 모습이었고 실제로는 입만 열면 온갖 달콤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성도윤이 손으로 물 온도를 확인한 뒤 말했다.“물 받아놨어. 들어가서 몸 좀 풀고 와.”“좋긴 한데... 좀 나가주겠어요?”차설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건 안 되지. 당신이 미끄러지거나 수건이 필요하거나 옷을 입어야 할 때 누가 도와줘?”“괜찮아요,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나가 있어 줘요. 도윤 씨가 여기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어요.”차설아는 아직 성도윤과 그렇게까지 오픈된 관계는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만 벗고 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니. 상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졌다.“알겠어. 그럼 욕조까지만 데려 줄게. 다 끝나면 전화해.”성도윤이 한발 물러나며 휴대폰을 욕조 옆 선반에 올려놨다.“여기 핸드폰 놔뒀어. 손만 뻗으면 닿을 거야.”“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가요!”차설아가 손을 휘저으며 성도윤을 재촉했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차설아는 그가 정말 나갔다고 확신하고서야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원래 몸매가 좋은 편이었다.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졌고 피부는 우유처럼 부드럽고 하얬다. 실루엣만 봐도 누구든 넋을 놓을 정도였다.그런데, 옷을 벗다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거칠고 낮은 숨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오자 차설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도윤 씨, 변태예요?!”“들켰네.”성도윤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그는 아쉬운 듯 차설아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불만 지르고... 알겠어, 나 간다.”그는 투덜거리며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더 있다가는 차설아가 진짜로 그를 때려눕힐지도 몰랐다.성도윤은 자
“와, 대박! 이런 주제에 감히 남자를 뺏으려고 했다고?”그 여자들은 비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와 배경윤을 마구 찍어댔다.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웃음소리가 이어졌다.“으...”배경윤은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편으로는 차설아를 보호해야 했고 동시에 그 여자들과 맞서야 해서 허둥지둥했다.“꺼져!”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성도윤이 험상꿎은 얼굴로 난동을 부리던 여자 하나를 단숨에 잡아채 거침없이 밀쳐버렸다. “설아야!”그는 온몸에 더러운 물을 뒤집어쓴 채 힘없이 서 있는 차설아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주저 없이 배경윤을 밀어내고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도윤 씨?”차설아가 손을 더듬어 그의 손을 잡았다가 순간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요. 나 더러워요.”“상관없어.”성도윤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아 두 손을 꼭 쥐고는 후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너무 늦게 왔지.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그 모습을 본 여자들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쳤다.하지만 이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각종 편집과 조롱으로 도배되었다.온라인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세상에 공평한 법은 있구나. 이게 바로 업보지!][아무리 그래도 팬들이 너무 폭력적이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그리고 바로 이 영상을 통해 차설아가 실명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한편, 성진의 차 안.성진은 무료한 듯 핸드폰을 스크롤내리며 영상을 보고 있었다.최근 권력 싸움에서 그는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했다. 승리를 코앞에 두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러다 우연히 영상 속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선글라스를 낀 채,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초라하게 서 있는 차설아.그 순간, 그의 심장이 조여들었다.“설아의 눈이...”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그가 가지고 있는 이 눈은 바로 차설아가 준 것이었다.여러 감
“당연히 다르지!”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너랑 나의 가장 큰 차이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도윤 씨 한 사람만 좋아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선우시원이든, 성진 씨든, 내 선택은 항상 도윤 씨였어. 하지만 넌 다르잖아... 네 마음은 진찬영 씨한테도 가고 도현 씨한테도 끌리고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너 둘 다 갖고 싶어 하는 거 맞지?”[너 진짜 무섭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집어내냐!]배경윤은 차설아의 날카로운 분석을 듣고 반박도 못 하고 민망하게 웃었다.사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렇게 고민하는지 몰랐고 이제 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거였다.“그러니까, 이제 솔직해지자. 굳이 도망갈 필요 없어. 양쪽 다 품으면 되잖아? 왼쪽엔 한 명, 오른쪽엔 한 명. 얼마나 좋아? 만약 내가 두 사람을 좋아할 능력이 있었으면 진작에 후궁 3천은 거느렸을걸?”차설아가 반은 농담, 반은 진심으로 말했다.[야, 진짜 맞는 말이네! 네 말 듣고 나니까 머리가 확 맑아졌어!]배경윤은 갑자기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가만 생각해 보니까, 역사적으로 연애에서 이득 본 건 전부 남자들이었어. 우리는 애 낳아야지, 생리해야지, 시댁 챙겨야지, 애 키워야지, 일도 해야지, 불륜까지 걱정해야지... 정작 이득은 다 남자들이 보고 있잖아.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남편을 두 명쯤 두는 것도 합리적인 거 아니야?]“그치? 나는 진찬영 씨랑 도현 씨 둘 다 괜찮다고 보는데? 한 명은 집에서 살림하고 나 챙겨주고 한 명은 데이트하고... 완벽한 조합 아니야?”[하하하, 그러네, 그러네!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배경윤은 벌써 왼쪽엔 진찬영을, 오른쪽엔 사도현을 끼고 달콤한 나날을 보내는 상상을 하며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잠깐만, 그런데 말이야… 너 아까 네가 오직 성도윤 한 사람만 좋아했다고 했잖아. 설마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 거야?]“어... 그러니까..
불과 20분도 채 안 돼서 배경윤은 성도윤은 물론 그의 주변 사람까지 깡그리 욕해버렸다.차설아는 그녀의 분노를 고스란히 느꼈고 이런 분위기에서 성도윤과 다시 화해했다는 사실을 밝힐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 얼른 화제를 돌렸다.“됐고, 너 얘기나 해 봐. 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은 잘 끝났어? 최종 선택은 누구야?”“이 타이밍에 왜 하필 이걸 묻냐, 이 친구야!”배경윤은 코를 킁킁대며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또 귤을 집어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나 몇 회 봤는데 사도현 씨도 그렇고 진찬영 씨도 그렇고, 둘 다 너한테 진심이더라. 지금 많이 고민되겠어, 맞지?”차설아도 친구의 선택이 궁금했다.“하... 너까지 이 얘기를 꺼내다니, 나 진짜 이 주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구나.”배경윤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퇴원 후 팬들을 만나고 오빠를 만나고 그리고 차설아를 만나기까지, 늘 똑같은 질문을 받는 것 같았다.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그래, 사도현과 진찬영, 둘 다 진심이었어. 그런데 나는 도대체 누구를 더 좋아하는 걸까?’“설아야, 너라면... 내가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배경윤은 차설아의 말을 가장 신뢰했기에 모든 기대를 걸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너만 말해 봐. 네가 고르라고 하면 난 그냥 그 사람 선택할게.”“장난치지 마. 이런 중요한 인생 결정을 남한테 맡기면 안 돼. 네가 직접 결정해야지.”“내가 모르겠으니까 묻는 거잖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찬영 씨가 더 맞는 것 같아. 여러 면에서 봤을 때 우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거든. 그런데...”배경윤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찬영 씨가 나한테 마취 깨고 난 뒤의 영상을 보여줬거든. 그걸 보고서야 알았어. 내 무의식은 사도현한테 더 끌리고 있더라. 거의 그를 한입에 집어삼킬 기세였어. 이유 없이 스킨십하고 싶고 안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나 진짜 미쳤나 봐.”“음, 알겠다. 그러니까 네가 진찬영 씨를 좋아하는 감정은 ‘영혼의 동반자’
두 사람은 점점 지루해졌다.[우리 근처 공원 가볼까? 여기 많이 변했더라. 원래 화학 공장을 지으려던 곳인데 결국 보존돼서 주민 지역으로 바뀌었대. 습지 공원도 새로 조성돼서 꽤 예쁘더라고...]배경윤은 문장을 입력하다 문득 차설아가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문장을 고쳐 적었다.[우리 근처 습지 공원 가볼래? 공기가 정말 좋더라.]“좋아!”차설아는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녀도 사실 집에만 계속 있다 보니 너무 답답해서 누군가가 데리고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참이었다.배경윤은 차설아의 손을 잡고 함께 근처 습지 공원으로 향했다.공원 안에는 커다란 인공 호수가 있었고 호숫가엔 무성한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차설아와 배경윤은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비교적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그곳엔 커다란 바위 하나가 호수 중앙을 향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물풀 향기가 물씬 느껴졌고 햇살이 호수 위로 내려앉아 반짝이며 일렁였다.[괜찮으면 눈이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말해줄 수 있어?]배경윤은 귤을 까면서도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타자한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차설아에게 물었다.“빚을 갚았어.”차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빚이길래 네 눈까지 내줘야 했어?]“마음의 빚.”[마음의 빚이라니, 누구한테?]배경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네가 무슨 빚을 졌다고 그래? 항상 손해 보는 쪽은 너였잖아.]“성진 씨...”차설아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예전에,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자신의 눈을 도윤 씨에게 줬어. 그렇게 똑똑했던 사람이었는데 점점 나락으로 빠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어. 그의 인생을 망쳐버린 게 결국 나였으니까. 이 은혜를 갚지 않으면 평생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어.”[뭐라고? 네 말은, 네 눈을 성진한테 줬다는 거야?]배경윤은 화가 나서 귤을 손에 꽉 쥐었다. 그
배경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치 사도현과 진찬영 사이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도대체 왜 온 세상이 이 문제로 싸우고 있는 거야?’그때 마침 택시가 도착했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차에 올랐다.운전사는 젊은 청년이었는데 백미러로 계속해서 배경윤을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에 나온 배경윤 씨 맞죠? 그 프로그램 진짜 재밌게 봤는데... 갑자기 폐지돼서 아쉬웠어요. 해외 촬영 가셨다가 뱀에게 물렸다면서요? 이제 다 회복하신 거예요?”그 말에 배경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당장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세상에... 연애 프로그램이 이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다 이 얘기뿐이야. 이거 트루먼 쇼 아니지?’“저는 도현 씨가 제일 좋았어요. 볼 때마다 빵 터지는 장면이 있었거든요!”“근데 배경윤 씨는 도대체 누구를 더 좋아해요? 최종 선택에 누굴 골랐어요? 저는 사도현 씨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운전사는 신나게 떠들며 >의 각종 명장면을 줄줄 읊어댔다.배경윤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니, 못 했다고 하는 게 맞나?’그녀는 그저 빨리 차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배경윤은 차설아의 집에 도착했다....한편, 지금 그 넓은 저택에는 차설아와 현이만 남아 있었다.원이와 달이는 학교로 갔고 김정민은 장을 보러 나간 데다가 성도윤은 아침 일찍 출근했기 때문이었다.현이는 차설아의 커피에 무언가를 넣은 후, 그녀에게 잔을 건네며 말했다.“설아 씨, 커피 드세요.”“고마워요.”차설아는 음악을 튼 채 정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그녀는 하루하루가 편안했지만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자꾸 졸음이 쏟아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왜 이렇게 잠이 오지?”커피를 마시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경윤이?”배경윤에게서 나
일주일 잘 회복한 배경윤은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절친인 차설아였다. 하지만 아직 목이 완전히 낫지 않아서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계속 차설아와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았다.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아무리 문자를 보내도 차설아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퇴원하자마자 배경윤은 먼저 차설아네 집으로 가보려 했다.진찬영이 그녀와 같이 갔고 예상대로 사도현도 나타났다.그는 자연스럽게 배경윤의 여행 가방을 받아서 들며 남자 친구처럼 굴었다.“가자. 나도 마침 사랑스러운 여왕님 찾으러 가려고 했거든. 같이 가면 딱 좋겠네?”[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나한테서 떨어지라고 말이야. 너 같은 거 보고 싶지 않거든.]배경윤은 일부러 그를 멀리하며 휴대폰에 타자를 했다. 그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사도현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보고 싶지 않으면 눈 감으면 되잖아.”사도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진찬영을 힐끗 바라보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찬영 씨는 안 가도 되지 않나요? 저희 친구들이랑 친한 것도 아니고... 괜히 따라가서 분위기 갈지 말지는 그냥 빠지세요.”“제가 가는지 마는지는 경윤 씨가 정할 문제 아닌가요? 사도현 씨가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찬영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이 또다시 싸우기 시작하자 배경윤은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둘 다 오지 말라고 입력한 후, 가방을 끌고 병원을 빠져나갔다.사실 배경윤의 목적은 차설아와 단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두 사람이 따라붙으면 또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싸울 게 뻔했기에 그 민망한 꼴을 그녀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렇게 혼자 길을 나선 배경윤은 도로 옆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병원 근처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배경윤 씨... 맞죠?”갑자기 뒤에서 낯선 목소리
배경윤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몇 글자를 입력했다.[제가 듣기로는 다들 전신마취에서 깨어날 때,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던데...혹시 제가 실수라도 했나요? 기억이 안 나서 그래요.]“정말 알고 싶어요?”진찬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묻자 배경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걸요? 알고 나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진찬영은 배경윤의 반응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날의 모습을 영상으로 몰래 기록해 뒀었다.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 왔었다. 배경윤처럼 순수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그날 귀여운 그녀의 모습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해도 진찬영은 영원히 기록해두고 싶었다.[빨리 말해줘요! 저도 알고 싶어요!]배경윤은 계속해서 그에게 졸랐다.사실 그녀도 인터넷에서 비슷한 영상을 본 적이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의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황당한 행동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말이다. 어쩌면 자신의 또 다른 숨겨진 성격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요. 그럼 직접 봐요.”진찬영은 휴대폰을 꺼내 그날 촬영해 둔 영상을 보여주었다.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영상 속 장면을 보는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혀 기절할 뻔했다.그 영상 내용은 이러했다.전신마취에서 깨어나 수술대에서 밀려 나올 때, 사도현과 진찬영이 양쪽에서 배경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배경윤이 갑자기 사도현의 손을 덥석 잡더니 울다가 또 웃으며 그의 목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도현에게 입을 맞추더니 또 한바탕 대성통곡을 했다. 마지막에는 사도현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으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저 도대체 뭘 찾고 있었던 거래요?]배경윤은 당황한 나머지 급히 영상을 꺼버리고 손으로 빨개진 얼굴을 감싸 쥔 채 진찬영에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마취에서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