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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성진은 두 팔을 몸 앞에 감고는 나른하게 회의실 문 앞에 기대 차설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잘 숨겼네? 또 한 번 놀랬잖아.”

그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차설아를 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본과랑 대학원에서도 계속 이 부분을 전공했어. 다만 네가 나에 대한 요해가 부족한 것뿐이야.”

차설아는 한 손에는 문건을,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정리했는데 그 모습이 은근 지적이고 멋있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미모와 지성을 다 갖춘 여인이었다. 다만 평소에 평범한 여인의 탈을 쓰고 살뿐, 이 탈을 벗는다면 항상 세인들을 놀래켰다.

“그래, 내가 아직 잘 모르지. 성도윤도 마찬가지야, 남편이라면서 하나도 모르잖아. 쌤통이야 아주.”

성진은 방금 회의실 밖에서 라이브를 보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차설아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성도윤이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속이 후련했다. 마치 본인도 그 싸움에 참여한 듯 말이다.

“그만해, 내가... 더 쪽팔렸는걸...”

차설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이렇게 큰 실패를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성도윤의 배신을 당했을 때보다 더 굴욕적이다.

4년 전의 그녀는 내세울 것 없는 아가씨였으니 그가 자신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손에 쥐고 있는 게 얼마인데 심지어 그를 구해줄 능력도 있는데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지 않는다니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성진, 솔직하게 말해. 내가 그렇게 별로야? 왜 계속 내 손을 놓는 거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녀의 목은 메었고 단 한 순간도 지금처럼 자신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성진의 표정은 잠시 흔들렸는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별로인 게 아니라 성도윤이 보는 눈이 없는 거야. 부정하지 마.”

“그럴 리가... 아무리 보는 눈이 없다고 해도 돈을 마다 할 리 없잖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KCL 그룹을 선택할 건데... 아니야?”

“그럼 눈도 없고 멍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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