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금은 성도윤이 진짜 오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성진과 단신란에게 일정한 위협을 주기 위해서였다.필경 전반 성가에서 성도윤은 미래의 가문을 이끌어갈 사람이나 다름없으니 누구도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과연 단신란의 기가 죽었는데 목소리도 한층 낮아졌다.“이런 쪽팔리는 일은 우리끼리 알아서 해결하면 되지 굳이 다른 사람한테 알릴 필요까지 있을까? 그리고 도윤이도 지금 서은아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을 텐데 무슨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작은 일까지 신경 쓰겠어?”“작은 일? 아까는 경찰에 신고하자며?”소영금은 냉랭하게 단신란을 쳐다보며 도도하게 말했다.“내 아들과 서은아는 그저 연기일 뿐이야, 우리 며느리랑 진짜 사랑이라고. 이번에 우리 아들의 여자를 건드렸으니 도윤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단신란은 걱정스러운 듯 침을 삼켰는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그녀는 옆에 서 있는 성진을 툭툭 치며 냉랭하게 말했다.“너 이 자식아, 주동적이든 피동적이든 잘못은 잘못이야. 얼른 뉴욕 교회당으로 튀어가서 속죄하지 못해?”그녀는 성진보고 자리를 피하라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그녀 일가가 자리를 박차려고 했을 때부터 성도윤과 성진의 관계는 이미 팽팽했었다.성도윤이 성진을 그대로 내버려 둔 것도 이미 큰 아량을 베푼 것인데 오늘 성진이 또 이런 짓까지 저질렀으니 성도윤이 만약 진짜 온다면 성진은 죽을 목숨일 것이다.“왜 가? 아까는 엄청 당당했잖아, 지금 이러는 거 보니 뭐 찔리는 게 있나 보지?”소영금이 성진의 앞에 막아서며 허를 찌르는 말을 했다.성진은 덜렁대며 웃으며 말했다.고모님, 전 갈 생각 없어요. 도윤이가 얼른 오기를 바라는걸요. 제가 잘 설명할게요. 도윤이가 너그럽게 저희를 이해해줄 거예요.”“닥쳐!”단신란은 본인 아들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화가 나 펄쩍 뛰었다.“이 자식이 내가 화가 나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래? 얼른 가라면 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아들이 목숨만 붙어있다면 앞으
그는 천천히 여자의 앞으로 걸어왔다. 각이 선명한 그의 얼굴에는 한 층의 서리가 덮여있었는데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솔직하게 말해, 진짜 잤어?”차설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잤는지 안 잤는지 정말 궁금하긴 한 거야?”“한 번만 더 물을게, 잤어?”성도윤의 목소리는 한층 더 냉랭해졌는데 여인의 어깨를 잡고 감정이 격해졌다.차설아 입가의 미소도 점차 사그라지었고 계속해서 되물었다.“그럼 넌 서은아랑 잤어? 어제 그 일이 있고 난 뒤 어디 갔는데?””차설아, 내 한계를 건들지 마. 내 화를 돋우면 어떤 결과인지 잘 알 텐데?””무슨 결과? 우리 두 사람이 전에 안 싸워본 것도 아니고... 전에도 안 두려워했는데 지금이라고 무서울까?”차설아는 성도윤의 손을 뿌리치고는 성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너가 바람을 피웠으니 나도 필 수 있잖아, 안 그래?””미치겠네.”성도윤은 미칠 것만 같았는데 분노의 눈길로 차설아를 째려보았다.“그렇게 외로움을 타는 거야? 이렇게 해서 나한테 복수할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야. 정말 잘못 생각한 거야. 이렇게 하면 상처받는 건 너라고!”“내가 외로움을 타?”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랑 비기면 난 아무것도 아닐 텐데? 난 적어도 당당해, 혼내 바람을 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도덕도 없는 거야.””나랑 서은아가 어떻든 적어도 나랑 그 여인은 감정이 있잖아, 그렇지만 성진이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잖아. 나한테 보복하려고 이런 새끼랑 잔다니... 역겹지도 않아?”성도윤의 분노는 차설아의 배신 때문이 아니라 성진 이 자식이 정말 더러운 새끼라는 것에 있다.그가 애지중지하는 여인이 그리 쉽게 성진의 손에 들어가다니, 안 미치고 어디 살겠는가?“도윤아, 이건 말이 좀 심하잖아. 난...”성진이 막말을 하려고 하는데 성도윤이 한주먹에 그의 콧대를 부러뜨려 버렸다.“아, 죽네! 사람 죽어!”단신란은 성진의 앞을 막아서며 아랫사람들한테 소리쳤다.“멀뚱멀뚱 서서 뭐해? 얼
차설아는 그 집을 빠져나와 망연히 길거리를 거닐었는데 순간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그녀는 4년의 세월을 들여 G 6 칩을 연구개발해냈고 KCL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아주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그녀였지만 어째서인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결국은 그녀와 성도윤의 관계로 그녀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 아닐까?그래서 차설아는 묵묵히 주먹을 쥐며 속으로 다짐했다. 성도윤이 얼마나 큰 고충이 있었다 할지라도 더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차설아는 풀이 죽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모르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녀의 처음 반응을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는데 상대방은 아주 끈질겼다.“누구신데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차설아는 원래도 기분이 나빴는데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며 화풀이를 했다.“설아야, 집에 들어와. 내가 바로 너가 여태 찾던 사람이야.”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다정했고 낯설었으며 말 못 할 친근감이 들었다.차설아의 기분이 순간 한줄기 산들바람이 분 것처럼 평정심을 되찾았다.“죄송해요, 방금은 제 기분이 안 좋아서. 누구세요? 저희 아는 사인가요?””그럼요. 아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죠.”남자는 가볍게 웃은 후 말을 이었다.“차가 저택에서 기다릴게.”차설아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택시를 잡아타고는 제일 빠른 속도로 차가로 향했다.오늘의 차가는 전처럼 누추하지는 않았다. 일전에 폐수처리공장을 주변에 짓겠다 하는 것을 차설아가 막는 바람에 공사를 중지했고 온 하늘에 휘날리는 먼지와 공사 일군들이 없으니 전보다 공기도 훨씬 좋아진 듯싶었다.차설아는 차가의 현관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청신한 향기가 그녀를 반겼고 탁 트인 정원의 홰나무는 이미 많이 커 있었다. 무성한 잎사귀는 초록의 큰 양산처럼 햇빛이 가지 사이를 비춰 들어와 바닥에 아롱한 얼룩을 남겨놓았다. 나무 그림자 밑에 키가 훤칠한 남자가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
”내가 진짜 미스터 Q야, 전에 그는 짝퉁이라고.”남자의 목소리는 갑자기 험악해졌다.“근 년 내 단 한순간도 그를 죽이고 싶지 않은 적이 없어.”“나한테 이런 걸 말하는 이유가 뭐죠?”차설아는 침을 삼키며 뒤로 점점 물러섰다.눈앞의 남자는 비록 그녀한테는 다정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포스는 감출 수 없었는데 등골이 서늘했다.“설아야, 무서워하지 마. 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뎠으니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어...”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왔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뉴스를 보니 KCL 그룹 신임 대표가 됐다던데... 차가 사람들이 모두 널 자랑으로 여길 거야. 미래의 해안은 우리 차가의 것이야.”“우리 차가?”차설아는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당신이 미스터 Q라고 해도 내가 전에 만났던 사람은 당신이 아니잖아... 그러니 내가 당신이랑 무슨 사이... 아니 우리 차가랑 당신이 무슨 사이지?””하하, 역시 총명해. 누가 내 차성철의 동생 아니랄까 봐. 우리 두 사람 역시 마음이 맞네.”남자는 호탕하게 웃었는데 퍽 자랑스러운 듯했다.차설아는 미칠 것 같았다. 누가 머리를 치는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잠깐만, 뭐라고요? 내가 당신 동생이라고요? 우리 둘이?””침착해, 이 소식이 너한테 큰 충격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날 믿어줘, 다 진짜라고.”차성철은 울컥했다.28년, 장장 28년 만에 그는 드디어 차성철이란 이름으로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고 동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오빠?”차설아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복잡한 감정이 그녀를 감쌌다.차가가 쇠퇴해진 후 그녀는 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금 자신과 피를 나눈 오빠가 눈앞에 서 있다니 그녀의 눈시울은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하지만 차설아도 경계를 늦출순 없었다.“무슨 증거가 있죠?”그녀도 얼마 전에 우연히 본인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만약 나쁜 사람들이 이 소식을
차설아와 남자의 DNA는 99.1%로 일치했는데 두 사람은 확실한 친남매였다."와... 너무 신기한데!”감정서를 든 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고 심장은 너무 설레서 두근두근 뛰었다."동생아, 이제 믿어야지? 나는 정말 너의 오빠야. 친오빠라고.”차성철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으로 차설아 앞에 다가와 두 손으로 여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드디어 우리가 서로를 만났어! 얼굴이나 자세히 보자.”그는 부드러운 눈매로 차설아를 유심히 바라보며 마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듯했는데 금방이라도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오.. 오빠."차설아는 고개를 살짝 들고 남자를 바라보며 어색하지만 다정한 호칭을 불렀다.그 순간, 그녀는 덜 외로워졌고 막막한 천지간에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뒤에 마침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이것이 바로 가족애의 신기한 힘일 것이다.차성철의 요청으로 차설아는 남자를 따라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다.이곳을 포함한 전체 낙수 부두는 모두 차성철이 관여하는 지역이었다.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그를 피하기 바빴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자정 살인마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다만 이 땅을 다시 밟은 차설아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이곳에 대해 의문이 너무 많았다.예를 들어 만약 차성철이 미스터 Q라면 그동안 이를 사칭한 사람은 누구일까.차성철이 성심 전당포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중벌에 처했던 사람은 바로 그가 일찍이 가장 믿었던 부하 장재혁이다."생각 없는 놈, 짝퉁이랑 꼬박 4년 동안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니, 내가 보기에 너는 일부러 모른 척했던 것 같은데!”차성철은 용 문양이 새겨져 있는 의자 앞에 서서 장재혁의 가슴을 발로 차며 격노했다."형님, 제가 눈이 멀었었습니다. 중벌을 내리십시오.”장재혁은 자신이 큰 죄를 범한 것을 알고 꼿꼿이 무릎을 꿇고 벌을 달게 받았다."눈이 멀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 눈 그냥 버리는
차설아는 차성철 옆에 앉아 침을 삼키며 "오빠, '장기방'이 뭐야?"라고 물었다.차성철의 태도는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는데 차근차근 설명했다."'장기방'은 다른 보물 방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사람의 오장육부를 채취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 이곳에 장기를 맡기는 사람들도 항상 적지는 않았지. 우리 전당포에서 가장 잘 되는 장사였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년 동안 그 짝퉁이 이 장사를 중단했고 성심 전당포는 어쩔 수 없이 유명무실한 일반 전당포로 전락했어!”남자는 마치 가장 평범한 것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차설아는 그 말에 소름이 돋았는데 조심스레 물었다."오빠, 이건 장기 매매야, 불법이겠지?”"설아야, 낙수 부두는 삼국의 접경지역이야. 여기는 법을 어기고 안 어기고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단다. 아니면 성심 전당포가 왜 성심 전당포겠어?”“전당포로 부자가 된 것은 산 사람의 붉은 심장 덕분이지... 커터칼이 뛰고 있는 심장을...”"그만해!"차설아는 차성철의 흥미진진한 묘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할 것 같았다.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많이 봤지만 이런 순수한 학살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차성철은 차설아의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적당히 마음을 다잡고 위로했다."설아야, 이 세계에는 많은 차원이 있어. 서로 다른 차원에는 또 서로 다른 생존 기준이 있지. 너는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했으니 바깥 세계의 잔혹함을 알지 못했을 거야. 이 오빠가 좀 더 독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오늘을 살 수 없었을 거야...”차설아도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그녀도 세상 물정에 어두운 온실 안의 화초가 아니다. 어찌 세상의 잔혹함을 보지 못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차성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오빠, 난 오빠의 과거에 관여할 생각 없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고 있으니 어떤 일들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네...”"뭘 하려고? 말해
차성철은 차설아를 보며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미련한 놈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에게 공을 세워 잘못을 만회하게 할 건데?”차설아는 일어나서 장재혁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장재혁, 네가 우리 오빠에게 충성하는 건 알지만 눈은 정말 안 좋은 것 같군, 4년 동안 짝퉁을 따라다니며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니, 너도 이 짝퉁이 도대체 누군지 알고 싶겠지?”장재혁은 입술이 희고 사람 전체가 약간 허약해졌는데 얼굴 가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말했다."형님은 저에게 생명의 은혜가 있습니다. 하여 저의 이 목숨은 모두 형님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멍청한 실수를 범하다니... 살아서 형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어이, 죽지 말고 살아. 이 짝퉁이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물론 알고 싶죠!”장재혁은 예전의 여유를 잃었고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찼다."이 짝퉁은 정말 대담합니다. 감히 저희 형님을 사칭하다니... 나에게 잡히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반드시 그를 죽여버릴 겁니다!”"허허, 일단 너무 흥분하지 마...”차설아는 남자의 마음을 달랬다.그녀는 장재혁이 마치 사람이 변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신사에서 포악한 악마로, 입만 열면 죽고 사니 하는 것이 좀 극단적인 것 같다.역시 어떤 웃물이면 어떤 아랫물인 건가...그러고 보니 이전의 그 짝퉁도 딱히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었는데 '비정상적'이던 전당포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네가 공을 보태어 잘못을 만회할 기회가 왔어. 네가 짝퉁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나는 너희 형님한테 지난날의 원한을 따지지 말고 너를 용서하라고 할 건데 어떻게 생각해?”"그게...”장재혁은 침을 삼키며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알 수 없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좋은 것 같네.”차성철은 탁자를 치며 말했다."이것은 네가 속죄할 유일한 기회이니 우리를 실망하게 하지 마라.”"네, 형님! 저, 제가 최대한 해보겠습니다!”장재혁은 고개를 끄
차성철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분주히 오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채소를 사서 밥을 짓고 옷을 빠는 게 일찍부터 습관이 되었어.”차설아는 벽에 기대어 정신없이 일사불란한 사내를 보며 얼마나 많은 밥을 해 먹었기에 이렇게 능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줘도 돼?”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라도 남자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곳을 찌를까 봐.“...”차성철은 칼을 들고 채소를 썰고 있었는데 이 말에 그는 잠깐 멈추어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 불편하면 안 알려줘도 괜찮아.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 진짜 중요한 건 앞으로지!”차설아는 차성철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채고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괜찮아...”차성철은 담담하게 웃으며 계속 손에 든 채소를 썰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사람들에게 내 과거를 말한 적이 거의 없어, 하지만 넌 내 여동생이니 네가 알고 싶다면 나는 남김없이 너에게 말할 거야.”"자, 그럼 들어볼게.”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준비를 했다.그녀는 이것이 분명 길고 곡절이 많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난 어릴 때부터 해안의 작은 어촌에서 자랐어.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얌전한 어부였고 집에는 놀고먹는 형이랑 영리하고 철이 든 여동생이 있었지. 내가 철이 들어서부터 나는 내가 양부모님이 주워온 아이라는 것을 알았어. 왜냐하면 내가 입은 옷은 영원히 누더기이었고 음식도 영원히 형과 여동생이 남긴 것만 먹어야 했으니까. 난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어. 그때 난 현 전체에서 1등이었고 수학 선생님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지만 말이야...”차성철이 여기까지 말하자 차설아의 날렵하고 예쁜 눈이 약간 붉어졌다.어떤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평생을 다해 치유해야 하니 말이다.그가 지금 이렇게 승부욕이 강하고 돈, 권력, 성공에 목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