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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테라스의 다른 구석에서 성진이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말쑥한 차림새에 테 없는 안경까지 쓰고는 웃는 듯 마는 듯 걸어 나왔다.

“자기야, 이젠 여한이 없을 테니 슬슬 준비 시작해도 돼.”

성진은 손목에 있는 비싼 시계를 가리키며 차설아를 귀띔해주었다.

“맞아, 쇼 타임 시작이야!”

차설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나서 씩씩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의 초라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성 대표, 자업자득이야.”

차설아는 성도윤의 어깨를 툭 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또 성진에게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고는 연회장으로 갔다.

“...”

성도윤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가볍게 웃었다.

차설아 답게 복수를 하든 다른 무엇을 원하든 더는 그를 위해 슬퍼하지 않는다면 그는 만족할 거다.

차설아와 성진이 연회장에 나타났을 때 많은 사람의 눈총을 받았다.

하나는 권력 찬탈을 하려 했으나 실패한 2인자.

하나는 가문이 몰락하고 남자에게 버림받은 무능한 여자.

이 둘은 이런 자리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잘못이었고 무시당했다.

뭇사람들의 받들림속에 있던 서은아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자 마음이 다소 불편해졌다.

화려한 회전계단을 바라보니 차설아와 성진이 그곳에 있었다.

서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설아 앞으로 다가가 도도하게 물었다.

“차설아 씨, 성 부사장의 파트너 신분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했어요?”

서은아는 차설아 앞으로 다가가 일부러 언성을 높여 비아냥거렸다.

“오늘 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업계에 일정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걸 잘 모르나 봐요. 성 부사장도 자격이 없지만, 당신처럼 멋만 부리는 여자는 더더욱 자격이 없어요.”

“이런 규칙도 있었나요? 어머 미안, 난 전혀 몰랐어요!”

성진은 예전처럼 어리바리하게 보이기 위해 히죽히죽 웃었다.

“그리고 울 허니가 나를 따라 이번 회의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허니를 따라 회의에 들러리로 온 거야. 허니는 하이 테크 협회 회장이거든. 나는 허니를 따라서 식견을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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