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더니 흐리멍덩한 정신이 점차 맑아지는 듯했지만, 결국 알코올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여전히 흐리멍덩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손을 내밀어 성도윤의 코를 가리키고는 고개를 돌려 연지를 보며 말했다.“연지 씨, 여기 봐요. 이 사람이 바로... 성도윤이에요. 나의 그 쓰레기 전남편.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번지르르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좋은 인간이 아니에요. 진작 발로 차서 하늘 끝까지 보내버리고 싶었어요!”차설아는 중얼중얼 말하더니 진짜 성도윤을 발로 차려고 했다.“참, 설아 씨. 조심해요.”연지는 급히 손을 뻗었지만 제대로 잡지 못했고, 중심이 흔들린 차설아는 성도윤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왜? 술을 핑계로 내 품에 안기고 싶었던 거야?”성도윤의 긴 팔은 차설아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았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웃는 듯 마는 듯 조롱했다.“천만에!”원래 술에 취해 뺨이 붉게 물들었던 차설아는 지금 왠지 모르게 얼굴이 더 뜨거워졌고 미꾸라지처럼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너 같은 파렴치한 쓰레기는 피부만 스쳐도 구역질이 나. 그런데 내가 왜 네 품에 안겨! 이거 놔!”“이렇게 취했는데도 여전히 고집불통이네. 힘들지도 않아? 차설아.”“취하기는! 나 멀쩡해! 난 고집만 센 아니라, 주먹이 더 세거든.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보여줄까?”말을 마친 그녀는 성도윤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방금 백호의 무리는 그저 허술한 멍텅구리들이었다.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나 실제로는 물러터졌었다. 차설아는 기껏해야 근골만 움직였을 뿐 온몸의 힘을 쓸 기회도 없었다. 성도윤이 인간 샌드백이 되기를 자초하니 그녀는 당연히 마다하지 않았다.다만, 성도윤이 몰래 무술 고수에게 과외라도 했는지, 그녀의 공격을 몇 번이나 교묘하게 피했고 오히려 그들의 자세는 더욱 애매해졌다.급기야 남자는 아예 그녀를 가로 안은 채 술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취했으면 좀 작작 해. 집까지 바래다
연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떨구었다.‘맞는 말이네. 방금 설아 씨가 이미 성도윤이랑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했어. 비록 성도윤이 일방적으로 음모를 꾸며서 한 혼인신고지만 법률적으로 두 사람은 확실히 부부가 맞아. 나 같은 외부인이 간섭할 처지가 아니지!’“이제 데려가도 되죠?”“네!”연지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성도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겉으로는 차갑고 도도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하하, 합법적인 게 이래서 좋다니까!’성도윤은 차설아를 안고 한정판 롤스로이스 앞까지 도착했고, 비서 진무열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대표님, 사모님 괜찮으세요?”진무열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이곳은 해안 전체에서 가장 어둡고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차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미리 백여 명을 동원하여 총알을 장전하고, 성도윤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괜찮아, 그냥 취해서 건장한 남자 몇 명을 때려눕히고 술집을 부숴버릴 뻔했을 뿐이야.”성도윤은 진지하게 말하고는 곤히 잠든 여자를 뒷좌석에 편안하게 앉혔다.“풉!”진무열은 늘 엄숙한 사람이었지만,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역시 사모님은 여전하시네요. 늘 실망하게 하지 않으세요.”“잔말 말고 큰집으로 가.”성도윤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더니 낮은 소리로 재촉했다.“넵!”진무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영흥 부둣가의 지형은 울퉁불퉁하고 복잡했다. 아무리 몇십억짜리 차라고 해도 약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차설아는 원래 매우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지만, 차가 갑자기 돌멩이를 찧으면서 그녀의 머리도 관성으로 인해 차 문에 부딪혔다. 아팠던 그녀는 잠에서 벌떡 깨어났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아파!”그녀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미안!”성도윤은 자책하는 표정으로 긴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가 부딪힌 곳을 문지르며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 안 아파. 문지르면 안 아플 거야.”“음, 진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 말은, 당신 마음속에 그 사람이 성도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거야?”남자의 눈빛은 차가웠고, 거의 이를 악물고 분개한 듯 따져 물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한 거 아니야?”차설아는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성도윤의 뺨을 한 대 때리더니 또 고양이처럼 그를 더 꽉 껴안았다.“미스터 Q,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가장 중요해. 그러니까 당신이랑 결혼했지. 성도윤은 4년 전에 이미 마음에서 깨끗이 비워냈어...”“그 자식은 아마 당신이 인품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걸 질투해서 당신 얼굴을 망가뜨렸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언젠가 꼭 당신을 도와 복수할 거야!”“그래?”성도윤은 코웃음을 쳤다.“어떻게 복수할 생각인데?”“그거야 간단하지. 그 자식이 당신 얼굴을 망가뜨렸으니, 나도 그 자식 얼굴을 망가뜨려야지...”차설아는 술 트림을 하고, 손을 크게 흔들어 껄껄 웃었다.“그 자식 얼굴에 ‘나는 추남’이라고 글자를 크게 새겨야지. 하하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풉!”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진무열은 계속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차설아의 복수 계획을 듣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말했다.“하하, 대표님. 저 못 들었어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닥치고 운전해.”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성도윤의 말투는 싸늘했다. 품에 안긴 여자가 술에 취해 비몽사몽 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여자에게 폭력을 가했을 것이다.진무열은 백미러를 통해 차설아를 향한 성도윤의 눈빛을 살폈다. 그야말로...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제야 대표님 마음속에 누가 가장 중요한지 아신 거예요?”“난 늘 내 마음을 알고 있었어. 다만 전에는 다른 것들을 신경 쓰느라 정말 나에게 중요한 걸 포기했었지. 지금은 하느님이 기회를 다시 한번 주셨으니,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성도윤은 여기까지 말하고 차설아의 손을 꽉 잡았다. 마치 남은 생의 행복을 움켜쥔 듯
“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주제넘었어요. 저는 그저 대표님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쨌든 사모님은 모르고...”“이미 알고 있어. 그러니 나 믿어줄 거야.”성도윤은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 임채원이 죽었다고 해도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형이 가장 사랑한 여자이기 때문에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사모님 이미 진실을 아셨어요?”진무열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표정은 더욱 의혹스러웠다.“그럼 당시 대표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사모님이 지금 대표님을 이렇게까지 배척하는 거예요? 설마... 진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닐까요?”“아마도!”성도윤의 덤덤한 표정에 진무열은 더욱 당혹스러웠다.“이상하네요, 대표님 성격에 사모님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 걸 아셨다면 진작 뚜껑이 열리셨을 텐데 왜 이렇게 담담한 거죠? 그렇게 속이 넓은 분 아니시잖아요!”자존심이 강한 남자일수록 소유욕이 강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일편단심이기를 바란다.보통 남자도 자기 여자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유아독존으로 살아오던 성도윤이 이렇게 마음이 넓다니! 너무 비정상이었다.“이 여자가 누구를 사랑하든, 마음이 움직인 남자는 결국 나 성도윤 한 명이니, 쓸데없는 질투는 하지 않아도 돼.”성도윤은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그의 말에 진무열은 머리가 빙빙 돌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저 아이큐 테스트해요? 쓸데없는 질투는 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얘기는 그만하지.”진무열이 계속 꼬치꼬치 캐묻자 성도윤은 화제를 중단했다.워낙 감정표현에 서툰 성도윤은 차설아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당연히 드러낼 리 없었다.하지만 진무열 이 녀석이 눈치 없이 계속 캐물으니 그는 짜증이 났다.“네, 그럼 다시 임채원 씨 얘기로 돌아가죠.”진무열은 사실대로 보고했다.“사실, 임채원 씨가
“그럴 일 없어.”성도윤은 냉랭한 태도로 말했다.“진짜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요?”진무열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그래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잖아요. 만약 사모님과 임채원 씨가 물과 불처럼 서로 공존할 수 없어 한 명만 살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하시겠어요?”성도윤은 대답 대신 차설아를 보는 눈빛이 더욱 부드럽고 확고해졌다.답은 이미 정해졌다!4년 전,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와 차설아는 4년이나 떨어져 있었다.4년 후, 그는 절대 같은 구덩이에 다시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그와 차설아, 그리고 아이들은 더 이상의 4년을 낭비할 수 없었다.차가 성씨 가문 큰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2시가 넘었다.“대표님, 도착했어요.”진무열이 나지막이 말했다.“그래.”성도윤도 간단히 대답하며 두 사람 모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치 잠든 아기를 지키는 것처럼 차설아가 깰까 봐 살금살금 움직였다.“저기...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진무열은 백미러를 통해 성도윤의 처지를 발견한 것이다.지금의 차설아는 더욱 깊이 취해서 마치 주꾸미처럼 머리를 성도윤의 품에 파묻고 손발로 남자를 휘감아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괜찮아.”성도윤은 차갑게 말했다.“진 비서가 할 일은 없으니까 돌아가.”“그래요, 그럼 몸조심하세요.”진무열은 자신이 방해꾼이라는 것을 깨닫고 몸을 약간 숙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을 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특히 허리 조심하세요.”성도윤은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빨리 가!”진무열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진짜 허를 삐끗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진무열의 말은 확실히 애매하고 오해의 여지가 다분했다.사실 그는 정말 성도윤의 허리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만약 성도윤이 지금처럼 몸에 ‘주꾸미’를 지닌 상태를 유지한다면, 내일 아침 분명 허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성도윤은 진무열이 떠난 뒤에야 그가 말
성도윤은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이랑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심지어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감정이 그렇게 깊다고?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좋은 데가 어디 한두 군데인 줄 알아?”“예를 들면?”“예를 들어, 그 사람은 나에게 밥을 해줘. 매일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무리 몸과 마음이 피곤해도 식탁에 따뜻한 밥이 차려져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밥은 누가 못해? 요리 학원에 등록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맞아, 이 세상에 요리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미스터 Q는 오직 한 사람뿐이야. 쓰레기 전남편은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그럼 대체할 필요 없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란 생각은 안 해봤어?”성도윤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그는 확실히 미스터 Q가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미스터 Q를 대신한 사람이었다.진짜 미스터 Q는 그해 싸움에서 패배하여 생사를 알 수 없었다.오랜 세월 동안 성도윤은 가면 하나와 특수 개량된 목소리로 성심 전당포를 인수하여 영흥 부둣가의 새로운 질서를 잡았다.하지만 차설아와 아이들이 엮일 줄은 전혀 몰랐다. 운명이란 장난 앞에서 그들은 또 한 번 엮이게 된 것이다.거짓말 하나를 지키려면 천 개의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다.그가 가면을 쓰고 미스터 Q의 신분으로 그녀를 마주하고, 그녀의 믿음과 사랑을 얻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만약 지금 모든 것을 고백한다면,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성도윤이 분명 고의로 자신을 놀리고 모욕했다고 여길 것이다. 가뜩이나 균열이 생긴 그들 사이는 만회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은 또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아이러니한 것이, 성도윤의 연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니. 이것 또한 일종의 업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미스터 Q,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모욕하면 안 되죠...”차설아는 남자의 따듯한 품에 안겨 횡설수설했다.
성도윤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차설아가 자기 말을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이 꼭 그 ‘하룻밤’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성도윤은 설명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꼬듯 말했다.“나랑 자고 싶으면 자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장난감으로 여긴다. 왜?”차설아는 얼굴이 붉어져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났다.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오만 원짜리 지폐 여섯 장을 꺼내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던지고는 말했다.“이건 하룻밤 비용이야. 충분한지 확인해 봐.”성도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잘생긴 얼굴에는 어이없는 웃음꽃이 피었다.“여섯 장? 충분하지.”“충분하면 됐어. 안녕!”차설아는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문을 열고 자리를 뜨려 했다.사람이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뻔뻔함’이었다.얼굴이 아주 두껍다면 아무리 어이없는 일을 저질러도 심리적 압박도 없고 대가도 치르지 않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녀가 성도윤과 하룻밤을 보낸 건, 절대 차설아의 ‘짐승 본능’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다. 타고난 여우 기질이 너무 강해서 범죄를 부르는 건 성도윤이었으니 말이다.성도윤도 차에서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인간 요람’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다 보니 뼈가 뻣뻣해졌고, 특히 허리가 시큰거렸다.그가 몸을 일으켜 앉자마자 허리춤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나더니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젠장!”진무열의 말대로 허리가... 삐끗한 것이다.“차설아!”그는 여자의 뒷모습을 향해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또 왜?”“와서 좀 도와줘.”성도윤은 늘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창피한 순간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도와달라고?”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로봇처럼 뻣뻣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별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지 않은데?”“허리를 삐끗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성도윤은 전형적인 거짓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난 운동 좀 해야 해. 다 나으면 나랑 같이 운동해 줘.”“콜록!”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비뚤어진 생각을 했고 민망해서 더 이상 깝죽거리지 못하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병원까지 부축해 줄게.”“병원 안 가도 돼.”“허리를 다쳤을 때 병원에 가도 누워 있기만 해. 일단 부축해서 방으로 가 줘. 그리고 가정의 부르면 돼.”“그래.”차설아는 이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았다.성씨 가문의 가정의는 해안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병원의 전문의로 실력이 좋았다.“부축해 줄 테니까 내 목부터 잡아.”차설아는 허리를 약간 숙여 성도윤의 긴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남자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려 했다.성도윤은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마음이 아파 거절했다.“됐어. 그 야윈 몸으로 어떻게 감당하겠어...”“어허, 이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난 당장 당신을 메고 2층까지 갈 수 있어!”“잘난 척하지 마. 여자가, 아...”성도윤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떠지더니 차설아의 등에 꼿꼿하게 업혔다.차설아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마치 가벼운 깃털을 짊어진 듯 실력으로 남자의 입을 틀어막았다.“꼬마야, 이 누나는 체력 단련할 때 한 번에 모래주머니 세 개는 거뜬히 업었단다. 족히 300근을 짊어진 거라고!”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차설아의 등에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역시 차무진 장군의 손녀야. 이게 어디를 봐서 약골 아가씨야. 완전 핵무기나 다름없잖아!’그는 자신과 결혼한 4년 동안 차설아가 어떻게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차설아는 손쉽게 성도윤을 메고 침실에 도착했다.“바로 오 닥터 부를 테니까 누워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당신도 좀 쉬어.”성도윤은 그녀가 걱정되어 말했다.아무리 ‘핵무기’라고 해도 여자로서 체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니, 만약 힘들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오히려 큰일이다.“힘들지도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