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벽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연지가 줄곧 손에 쥐고 있던 전화가 공교롭게도 울리기 시작했다.“혹시... 성도윤 씨? 방금 설아 씨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당신인가요?”연지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눈앞의 커다란 남자를 보고, 또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를 보며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떠보듯 물었다.성도윤은 검은 롱코트를 입고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어두운 밤의 왕처럼 존귀하고 우아하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랑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연지를 힐끗 보더니 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그쪽이 차설아 친구?”“음, 그런 셈이죠!”연지는 차설아가 쓰레기 전남편을 뼛속까지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상대로라면 성도윤을 꺼려야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한데다 남자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서둘러 말했다.“마침 잘 왔어요. 얼른 설아 씨 좀 구해주세요. 지금 변태 패거리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어요!”“패거리에게 괴롭힘 당해요?”“네, 바로 저기서요. 들어보세요... 소리가 얼마나 처참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비집고 들어갈 수도 없어요!”연지는 겹겹이 둘러싸인 사람들을 가리키며 초조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그녀는 변태들을 상대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원망했다. 차설아가 그들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성도윤이 술집 안을 바라보니 확실히 시끌벅적했다. 사람들 속에서 이따금 흥분된 갈채 소리와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입가에는 흥미로운 미소가 번지더니 긴 팔로 아무 의자나 꺼내 유유히 앉았다. 심지어 바텐더에게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을 주문했다.“성도윤 씨, 지금 뭐 하는 거죠? 설아 씨가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고 있는데 칵테일이 목에 넘어가요? 당장 구해주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고요!”연지는 다급하게 재촉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알아서 해결할 거예요.”성도윤은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연지는 성도
자세히 보니, 이 ‘거물’은 다름 아닌 방금까지 날뛰던 백호였다.“아악, 아이고!”원래 뚱뚱한데, 지금은 얻어맞기까지 해서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얼굴은 퉁퉁 부어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연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반면 성도윤은 예상이라도 한 듯 유유히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역시 차설아야!”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사람이 날아와 백호의 몸 위에 포개졌다.바로 백호가 말하던 ‘다섯째’라는 사람이었다.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날아왔다...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땅바닥에 겹겹이 쌓여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미녀가 이겼어, 미녀가 이겼어! 나 오늘 큰돈 벌었다!”사람들 속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그들은 대세를 거슬러 차설아가 이긴다고 배팅한 사람으로, 모두 합치면 10명도 안 되었다.“돈 벌었으면 나한테도 좀 나눠주지? 난 공짜로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차설아는 비틀거리며 한 남자를 붙잡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더니 혀를 꼬부렸다.모두 귀신이라도 본 듯 차설아에게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저절로 한쪽으로 도망갔다.“설아 씨, 괜찮아요?”연지가 얼른 달려가 비틀거리는 여자를 부축했다.그녀는 차설아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당연하죠, 나 차설아는 싸움에서 진 적이 없어요. 게다가 오늘 술을 마셨으니 공격력이 더 치솟아 싸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요. 오늘 이 변태들이 운이 없었던 거죠!”차설아는 연지에게 기대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녀는 사실 싸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무력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말로 떠드는 것을 귀찮아했다.하지만 싸움은 제창 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엄마로서, 또 한 여자로서 사용해야 할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늘 자제하고 있었다.차설아는 최근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 마침 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왔으니 완벽하게 분풀이를 한 셈이다!“설아 씨가 싸움을 이렇게 잘하는 줄 전
차설아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더니 흐리멍덩한 정신이 점차 맑아지는 듯했지만, 결국 알코올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여전히 흐리멍덩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손을 내밀어 성도윤의 코를 가리키고는 고개를 돌려 연지를 보며 말했다.“연지 씨, 여기 봐요. 이 사람이 바로... 성도윤이에요. 나의 그 쓰레기 전남편.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번지르르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좋은 인간이 아니에요. 진작 발로 차서 하늘 끝까지 보내버리고 싶었어요!”차설아는 중얼중얼 말하더니 진짜 성도윤을 발로 차려고 했다.“참, 설아 씨. 조심해요.”연지는 급히 손을 뻗었지만 제대로 잡지 못했고, 중심이 흔들린 차설아는 성도윤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왜? 술을 핑계로 내 품에 안기고 싶었던 거야?”성도윤의 긴 팔은 차설아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았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웃는 듯 마는 듯 조롱했다.“천만에!”원래 술에 취해 뺨이 붉게 물들었던 차설아는 지금 왠지 모르게 얼굴이 더 뜨거워졌고 미꾸라지처럼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너 같은 파렴치한 쓰레기는 피부만 스쳐도 구역질이 나. 그런데 내가 왜 네 품에 안겨! 이거 놔!”“이렇게 취했는데도 여전히 고집불통이네. 힘들지도 않아? 차설아.”“취하기는! 나 멀쩡해! 난 고집만 센 아니라, 주먹이 더 세거든.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보여줄까?”말을 마친 그녀는 성도윤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방금 백호의 무리는 그저 허술한 멍텅구리들이었다.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나 실제로는 물러터졌었다. 차설아는 기껏해야 근골만 움직였을 뿐 온몸의 힘을 쓸 기회도 없었다. 성도윤이 인간 샌드백이 되기를 자초하니 그녀는 당연히 마다하지 않았다.다만, 성도윤이 몰래 무술 고수에게 과외라도 했는지, 그녀의 공격을 몇 번이나 교묘하게 피했고 오히려 그들의 자세는 더욱 애매해졌다.급기야 남자는 아예 그녀를 가로 안은 채 술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취했으면 좀 작작 해. 집까지 바래다
연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를 떨구었다.‘맞는 말이네. 방금 설아 씨가 이미 성도윤이랑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했어. 비록 성도윤이 일방적으로 음모를 꾸며서 한 혼인신고지만 법률적으로 두 사람은 확실히 부부가 맞아. 나 같은 외부인이 간섭할 처지가 아니지!’“이제 데려가도 되죠?”“네!”연지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성도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겉으로는 차갑고 도도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하하, 합법적인 게 이래서 좋다니까!’성도윤은 차설아를 안고 한정판 롤스로이스 앞까지 도착했고, 비서 진무열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대표님, 사모님 괜찮으세요?”진무열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이곳은 해안 전체에서 가장 어둡고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차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미리 백여 명을 동원하여 총알을 장전하고, 성도윤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괜찮아, 그냥 취해서 건장한 남자 몇 명을 때려눕히고 술집을 부숴버릴 뻔했을 뿐이야.”성도윤은 진지하게 말하고는 곤히 잠든 여자를 뒷좌석에 편안하게 앉혔다.“풉!”진무열은 늘 엄숙한 사람이었지만,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역시 사모님은 여전하시네요. 늘 실망하게 하지 않으세요.”“잔말 말고 큰집으로 가.”성도윤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더니 낮은 소리로 재촉했다.“넵!”진무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영흥 부둣가의 지형은 울퉁불퉁하고 복잡했다. 아무리 몇십억짜리 차라고 해도 약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차설아는 원래 매우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지만, 차가 갑자기 돌멩이를 찧으면서 그녀의 머리도 관성으로 인해 차 문에 부딪혔다. 아팠던 그녀는 잠에서 벌떡 깨어났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아파!”그녀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미안!”성도윤은 자책하는 표정으로 긴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가 부딪힌 곳을 문지르며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 안 아파. 문지르면 안 아플 거야.”“음, 진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 말은, 당신 마음속에 그 사람이 성도윤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거야?”남자의 눈빛은 차가웠고, 거의 이를 악물고 분개한 듯 따져 물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한 거 아니야?”차설아는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성도윤의 뺨을 한 대 때리더니 또 고양이처럼 그를 더 꽉 껴안았다.“미스터 Q, 내 마음속에는 당신이 가장 중요해. 그러니까 당신이랑 결혼했지. 성도윤은 4년 전에 이미 마음에서 깨끗이 비워냈어...”“그 자식은 아마 당신이 인품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걸 질투해서 당신 얼굴을 망가뜨렸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언젠가 꼭 당신을 도와 복수할 거야!”“그래?”성도윤은 코웃음을 쳤다.“어떻게 복수할 생각인데?”“그거야 간단하지. 그 자식이 당신 얼굴을 망가뜨렸으니, 나도 그 자식 얼굴을 망가뜨려야지...”차설아는 술 트림을 하고, 손을 크게 흔들어 껄껄 웃었다.“그 자식 얼굴에 ‘나는 추남’이라고 글자를 크게 새겨야지. 하하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풉!”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진무열은 계속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차설아의 복수 계획을 듣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말했다.“하하, 대표님. 저 못 들었어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닥치고 운전해.”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성도윤의 말투는 싸늘했다. 품에 안긴 여자가 술에 취해 비몽사몽 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여자에게 폭력을 가했을 것이다.진무열은 백미러를 통해 차설아를 향한 성도윤의 눈빛을 살폈다. 그야말로...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제야 대표님 마음속에 누가 가장 중요한지 아신 거예요?”“난 늘 내 마음을 알고 있었어. 다만 전에는 다른 것들을 신경 쓰느라 정말 나에게 중요한 걸 포기했었지. 지금은 하느님이 기회를 다시 한번 주셨으니,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성도윤은 여기까지 말하고 차설아의 손을 꽉 잡았다. 마치 남은 생의 행복을 움켜쥔 듯
“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주제넘었어요. 저는 그저 대표님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쨌든 사모님은 모르고...”“이미 알고 있어. 그러니 나 믿어줄 거야.”성도윤은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 임채원이 죽었다고 해도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형이 가장 사랑한 여자이기 때문에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사모님 이미 진실을 아셨어요?”진무열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표정은 더욱 의혹스러웠다.“그럼 당시 대표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사모님이 지금 대표님을 이렇게까지 배척하는 거예요? 설마... 진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닐까요?”“아마도!”성도윤의 덤덤한 표정에 진무열은 더욱 당혹스러웠다.“이상하네요, 대표님 성격에 사모님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 걸 아셨다면 진작 뚜껑이 열리셨을 텐데 왜 이렇게 담담한 거죠? 그렇게 속이 넓은 분 아니시잖아요!”자존심이 강한 남자일수록 소유욕이 강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일편단심이기를 바란다.보통 남자도 자기 여자의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유아독존으로 살아오던 성도윤이 이렇게 마음이 넓다니! 너무 비정상이었다.“이 여자가 누구를 사랑하든, 마음이 움직인 남자는 결국 나 성도윤 한 명이니, 쓸데없는 질투는 하지 않아도 돼.”성도윤은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그의 말에 진무열은 머리가 빙빙 돌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저 아이큐 테스트해요? 쓸데없는 질투는 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 얘기는 그만하지.”진무열이 계속 꼬치꼬치 캐묻자 성도윤은 화제를 중단했다.워낙 감정표현에 서툰 성도윤은 차설아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당연히 드러낼 리 없었다.하지만 진무열 이 녀석이 눈치 없이 계속 캐물으니 그는 짜증이 났다.“네, 그럼 다시 임채원 씨 얘기로 돌아가죠.”진무열은 사실대로 보고했다.“사실, 임채원 씨가
“그럴 일 없어.”성도윤은 냉랭한 태도로 말했다.“진짜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요?”진무열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그래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잖아요. 만약 사모님과 임채원 씨가 물과 불처럼 서로 공존할 수 없어 한 명만 살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하시겠어요?”성도윤은 대답 대신 차설아를 보는 눈빛이 더욱 부드럽고 확고해졌다.답은 이미 정해졌다!4년 전,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와 차설아는 4년이나 떨어져 있었다.4년 후, 그는 절대 같은 구덩이에 다시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그와 차설아, 그리고 아이들은 더 이상의 4년을 낭비할 수 없었다.차가 성씨 가문 큰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2시가 넘었다.“대표님, 도착했어요.”진무열이 나지막이 말했다.“그래.”성도윤도 간단히 대답하며 두 사람 모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치 잠든 아기를 지키는 것처럼 차설아가 깰까 봐 살금살금 움직였다.“저기...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세요?”진무열은 백미러를 통해 성도윤의 처지를 발견한 것이다.지금의 차설아는 더욱 깊이 취해서 마치 주꾸미처럼 머리를 성도윤의 품에 파묻고 손발로 남자를 휘감아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괜찮아.”성도윤은 차갑게 말했다.“진 비서가 할 일은 없으니까 돌아가.”“그래요, 그럼 몸조심하세요.”진무열은 자신이 방해꾼이라는 것을 깨닫고 몸을 약간 숙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을 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특히 허리 조심하세요.”성도윤은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빨리 가!”진무열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진짜 허를 삐끗할까 봐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진무열의 말은 확실히 애매하고 오해의 여지가 다분했다.사실 그는 정말 성도윤의 허리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만약 성도윤이 지금처럼 몸에 ‘주꾸미’를 지닌 상태를 유지한다면, 내일 아침 분명 허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성도윤은 진무열이 떠난 뒤에야 그가 말
성도윤은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이랑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심지어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감정이 그렇게 깊다고?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좋은 데가 어디 한두 군데인 줄 알아?”“예를 들면?”“예를 들어, 그 사람은 나에게 밥을 해줘. 매일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무리 몸과 마음이 피곤해도 식탁에 따뜻한 밥이 차려져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밥은 누가 못해? 요리 학원에 등록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맞아, 이 세상에 요리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미스터 Q는 오직 한 사람뿐이야. 쓰레기 전남편은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그럼 대체할 필요 없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란 생각은 안 해봤어?”성도윤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그는 확실히 미스터 Q가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미스터 Q를 대신한 사람이었다.진짜 미스터 Q는 그해 싸움에서 패배하여 생사를 알 수 없었다.오랜 세월 동안 성도윤은 가면 하나와 특수 개량된 목소리로 성심 전당포를 인수하여 영흥 부둣가의 새로운 질서를 잡았다.하지만 차설아와 아이들이 엮일 줄은 전혀 몰랐다. 운명이란 장난 앞에서 그들은 또 한 번 엮이게 된 것이다.거짓말 하나를 지키려면 천 개의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다.그가 가면을 쓰고 미스터 Q의 신분으로 그녀를 마주하고, 그녀의 믿음과 사랑을 얻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만약 지금 모든 것을 고백한다면,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성도윤이 분명 고의로 자신을 놀리고 모욕했다고 여길 것이다. 가뜩이나 균열이 생긴 그들 사이는 만회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은 또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아이러니한 것이, 성도윤의 연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니. 이것 또한 일종의 업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미스터 Q,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모욕하면 안 되죠...”차설아는 남자의 따듯한 품에 안겨 횡설수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