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는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고, 비키니를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가 묶여 누워있었다.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남자는 다름 아닌 성대 그룹의 대표 성도윤이라는 것이다!“맙소사,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거 환각인가?”차설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라 놀라 자빠질 뻔했다.“엄마, 맘에 들어요?”원이는 약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저랑 달이가 밤새 분장을 한 결과물이에요. 여자를 괴롭히는 나쁜 놈이니까, 여자로 변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려줘야죠!”“인터넷에서 분만 체험기도 주문했어요. 이따가 애를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느끼게 해줄 거예요...”“엄마를 그렇게 고생시켰으니, 나쁜 놈도 쓴맛을 봐야죠!”차설아는 빠르게 뛰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너희들... 진짜!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그녀가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두 아이는 이렇게 노출되었다.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끈한 방식으로 신고식을 치렀다.성도윤의 성격으로, 어떻게 이런 수모와 농락을 견딜 수 있을까?남자가 끝까지 추궁하려 든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차설아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런데 왜 누워서 안 움직이는 거야? 잠들었어? 아니면...”차설아가 다가가 성도윤을 밀었지만, 그는 죽은 돼지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저희가 수면제를 먹였더니 곤히 자고 있어요!”원이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케이크에 넣은 수면제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한동안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뭐라고?”차설아는 하마터면 화나 죽을 뻔했다.“차진원,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감히 약을 타? 너 이러다가 살인 방화까지 저지르는 거 아니야?”“안 되겠다. 너 오늘 제대로 혼나야겠어. 아니면 나중에 경찰과 사회가 널 교육할 거야!”화가 치밀어오른 차설아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자를 들고 원이를 처벌하려 했다.“손 내밀어!”차설아는 높은 소리로 명령했다.“싫어요!”고집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던 방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깨... 깨났어?”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고, 자는 허공에 든 채로 감히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네, 깬 것 같아요. 눈을 엄청나게 크게 뜨고 있어요.”달이는 성도윤의 옆에 엎드려 유심히 관찰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하하하하...”차설아는 할 수 없이 돌아섰고, 성도윤과 시선이 마주치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 물었다.“깼어? 느낌이... 어때?”성도윤은 짙은 화장에 여자 옷을 입고 요염한 모습이었지만, 눈매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강하고 무서웠다.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어때 보여?”“그게...”차설아는 마른기침을 하고 전전긍긍해서 말했다.“내 생각에 당신 속으로는 엄청 후련할 것 같아. 당신 성적 취향이 정상이 아니고, 남자친구도 여러 명 있다는 소문이 있잖아? 그래서 속으로는 진작 여자로 되는 모습을 상상한 거 아니야? 진한 화장을 하고, 탱크톱을 입고, 스타킹을 신고, 그리고 하이힐까지...”“차설아!”성도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만약 이 두 녀석이 그에게 물리적 침해를 입혔다면, 차설아의 말은 치명타로 성도윤을 바로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는 정도였다.“기다려. 나 절대 당신 용서 안 해!”성도윤은 성난 맹수처럼 당장이라도 차설아에게 달려들 기세였다.하지만, 손발이 모두 침대 프레임에 묶여 대자로 뻗은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차설아는 원래 무서웠지만, 궁지에 몰린 짐승 같은 성도윤의 억울한 모습에 여장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당... 당신, 너무 안 됐잖아. 성인 남성이 두 아이에게 붙잡혀 이 꼴이 됐으니. 웃겨 죽겠네!”“닥쳐. 웃지 마!”성도윤은 더욱 화가 치밀었고, 벗어나려고 더 세게 몸부림쳤다.열정적인 레드립을 하고 스타킹을 신은 긴 다리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성도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차설아는 더욱
원이는 처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차설아가 성도윤을 잘 ‘교육’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따가 너무 폭력적인 장면이라 어린 애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니, 원이는 그제야 달이를 끌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을 나섰다.아이들이 떠난 후, 두 사람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성도윤은 차갑게 명령했다.“당장 이거 안 풀어?”“싫어!”차설아는 팔짱을 끼고 단번에 거절했다.“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이따가 날 죽이겠다고 하는데, 그런 당신을 풀어주면 난 바보 아니야?”“...”성도윤은 말문이 막혔다.“당신 여장한 모습 꽤 예쁘네? 진짜 여자라고 해도 믿겠어. 혹시 진짜 여자가 될 의향이 있다면 태국 가서 수술받아 봐!”“부드러운 피부, 좁은 허리, 긴 다리까지, 얼마나 매력적이야. 내가 남자라도 마음을 빼앗기겠어.”차설아는 변태처럼 남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그의 허리를 툭툭 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촉감도 탁월해!”참다못한 성도윤은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벗어던졌고, 벼락같은 기세로 차설아를 와락 끌어당겼다.“멋대로 만지니까 좋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알지?”“어떻게...”차설아는 그가 밧줄에서 벗어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이미 남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당신 촉감도 나쁘지 않네!”성도윤은 두툼한 손바닥으로 여자의 모습을 본떠서 마음대로 더듬었다.“나쁜 놈. 성도윤 이 변태. 이거 놔!”차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이미 목까지 빨개졌다.원래 성도윤의 몸에 민감한 차설아는, 그가 만지기까지 하니... 견디기 어려웠다.‘안돼, 안돼, 차설아 진정해야 해. 정신 차려! 이러다 이 녀석한테 무슨 놀림을 당하려고!’“말해, 두 아이 어떻게 된 거야?”성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정곡을 찔린 차설아는 곧바로 준비태세에 돌입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뭐가?”“몰래 아이를 낳으려고 4년 동안 사라진 거야? 그것도 나 성도윤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차설아는 아예 큰소리쳤다.“친자 검사하면 뭐? 당신 아이라고 하면 뭐 어쩔 건데? 두 아이에게 다른 맘은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난 목숨 걸고 싸울 거야!”“드디어 인정하는 거야?”성도윤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음산한 눈동자로 냉담하게 말했다.“제멋대로군. 감히 나 성도윤의 아이를 훔쳤으니 당연히 목숨 걸고 싸워야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당신 목숨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두 아이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자기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더군...”남자의 표정을 본 차설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전쟁은 이미 선포되었고, 이미 4년 전에 매설된 지뢰가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절대 두렵지 않았다!“성도윤,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 원하는 게 뭐야?”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쯧쯧!”성도윤은 손을 내저으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난 사실 내 아이라는 걸 몰랐어. 당신이랑 부부의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생겼으니, 내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나 싶어.”“성도윤, 어디서 시치미를 떼?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할 용기는 없는 거야?”차설아는 마음속으로 4년 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당신 형 장례식 날 밤에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형 장례식 날 밤?”성도윤의 표정이 사그라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회상했다.어렴풋이 그날 밤에 차설아와 많은 술을 마시고, 후에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다시 일어났을 때, 옷차림도 단정했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설마, 그날 밤 당신이랑...”“내가 왜 당신을 그토록 미워하고, 평생 용서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아?”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차갑게 웃었다.“나는 그때 당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드디어 우리가 진정한 부부로 되는 줄 알았어. 당신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날 사
“나중에 내가 임신한 걸 알았어. 그런데 막장인 건, 임채원도 임신했다네? 당신은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며 임채원을 극진히 보살피면서, 나에겐 얼마나 차가웠는지 알아? 나는 그때 당신이 너무 미웠어!”“아이를 지우고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이란성 쌍둥이라고 하셨어. 임신할 확률도 낮고, 버젓이 살아 있는 두 생명을 난 도저히 지울 수 없었어!”차설아가 눈을 감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줄곧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회억할 용기가 없었다. 마치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지만, 조심하지 않아 건드리게 되면 송곳니가 되어 마음을 쿡쿡 찔렀다.다시는 엉망진창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도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그래서 몰래 아이를 낳은 거야? 애들이 이렇게 컸는데도 나한테 한 번도 알려줄 생각은 안 했어?”성도윤 역시 빨개진 눈가로 차설아를 향해 물었다.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4년을 놓친 성도윤의 손실은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하하, 당신에게 알려줘?”차설아는 차갑게 웃었다.“임채원이랑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데 갑자기 두 아이가 튀어나오면, 과연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받아들인다고 해도, 아이 친엄마인 나를 내쫓고 임채원을 새엄마로 삼았겠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내가 왜 해?”그녀가 아는 성도윤은 그렇게 처리하고도 남을 인간이라 생각했다.당시는 그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설아는 요 몇 년 계속 힘을 키운 것이다.오늘날, 그를 백 프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와 싸울 용기는 생겼다!“바보?”성도윤은 그녀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 어깨를 움켜쥐더니 깊은 눈으로 여자를 주시했다.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맞아, 당신은 바보야. 아주 잘난 체하는 미련한 여자지.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는 바보!”남자는 점점 감정이 격해졌고, 그의 표정에는 미움인지 원망
침묵이 흘렀다. 오랜 침묵이 흘렀고, 공기 중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러니까... 임채원이 임신한 아이가, 당신 핏줄이 아니라는 거야? 두 사람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야?”차설아는 너무 놀라 한참이나 목이 메더니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성도윤이 왜 하필 임채원처럼 가식적인 여자를 철석같이 좋아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차설아는 아주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이건 전혀 예상 밖이었다!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은 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음산했다. 그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 또 허탈했다.“내가 임채원 같은 여자를 좋아할 취향으로 보여?”“당신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차설아는 두 팔을 껴안고 비꼬았다.“남자들은 툭 건드리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하고 예쁜 여자를 제일 좋아하지 않아? 중국 소설 중의 임대옥과 같은 캐릭터 말이야. 애교 한 방이면 바로 무너지잖아?”“임대옥을 모욕하지 마.”성도윤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임대옥은 적어도 주견이 있고 재능도 있는 캐릭터야. 임대옥으로 표현하는 건 좀 과분하지 않아?”남자의 반박에 차설아는 왠지 모르게 희열을 느꼈고, 심지어 웃음까지 났다.그녀는 애써 웃음을 꾹 참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켁, 그럼 임채원은 누구를 닮았는데?”“연약하긴 한데 머릿속에 꿍꿍이가 너무 많아.”차설아의 얼굴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갑자기 슬프고 어이없어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당신도 임채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는 거야?”“자신만의 고충이 있는 사람이야. 형이 그러는데, 어릴 때 불행한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했어.”성도윤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형 때문에 그는 항상 임채원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욕심이 많긴 하지만, 그녀가 성장한 환경을 생각해볼 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살려고 하는 것, 더 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까.임채원이 겉으로는 연약한 척하며 뒤에서 온갖 수단을 부리는 것도, 그저 잘 살기 위함이었다.성도윤은 형과 임채원을 잘 돌보겠다고
성도윤이 임채원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바람에, 차설아는 혼자 아이를 낳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다른 정상 가정의 아이들처럼 부성애를 누릴 수 없었다.“채원이 건드리지 마!”성도윤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고,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이미 충분히 벌 받았으니까, 그만해도 돼.”“당신이 충분하다면 충분한 거야? 그럼 내가 받은 상처는? 아이들이 입은 상처는? 왜 내 앞에만 오면 사람이 관대해지는 건데?”차설아는 결코 관대한 사람이 아니었다. 누가 그녀를 괴롭히면 반드시 두 배로 갚아주어야 했다.만약 그때 아이를 임신해 서둘러 해을 떠나 해바라기 섬으로 가지 않았다면, 차설아는 절대 임채원을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내가 최대한 당신과 아이들에게 보상할게.”성도윤은 단호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당신과 내가 다시 시작한다면, 분명 좋은 미래가 열릴 거야.”“누가 당신이랑 미래를 함께하고 싶대? 우리 사이에 미래 따위는 없어!”차설아는 또 한 번 성도윤을 거절했다.꽃병에 한 번 금이 가면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으로, 아무리 노력해서 보완한다고 해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차설아는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해 싫어하는 남자와 연기를 하며,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차가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평범한 생활을 원했다. 서로 돕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생활. 마치... 미스터 Q 같은 사람과 말이다!“진짜 그렇게 생각해?”성도윤의 얼굴에는 쉽게 보아낼 수 없는 상처가 비치더니, 눈동자가 점점 차가워지고 위태로워지며, 최후 통보를 내렸다.“그렇다면,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첫째, 나랑 결혼해서 네 식구가 잘 살아보는 거야.”“둘째, 두 아이는 내가 키워. 당신은 아이들 인생에서 사라지는 거.”차설아는 그의 말이 허세가 들어간 협박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아니거든요!”원이는 성도윤의 심기를 제대로 긁으려고 비수를 꽂았다.“우리 엄마는 아저씨를 너무 싫어해서 상대하기도 귀찮아해요. 아저씨가 나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우리가 조금만 조사하니 바로 나오던데요?”차설아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도윤이 원이에 대한 인상이 너무 나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원아,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안 돼.”‘그래도 네 아버지잖아!’라는 뜻이 숨겨져 있기도 했다.“엄마, 제가 언제 버릇없이 굴었어요? 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이 나쁜 놈이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어요? 이 사람만 아니었다면 엄마도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잖아요!”“나쁜 짓을 했으면, 모두에게 미움받는 결과를 감수해야죠. 제가 이 나쁜 놈을 싫어하는 건 도리에 전혀 어긋나지 않아요.”“미스터 Q 좀 봐요, 얼마나 좋아요. 엄마에게도, 저희에게도 잘해주고, 매일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어야 우리 사랑과 예의를 받을 자격이 있죠.”원이의 논리는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했다.차설아가 이마를 짚고는, 제발 성도윤이 자애로움을 베풀어,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를 빌었다.성도윤의 차가운 눈동자는 원이를 한참이나 지그시 바라보더니,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아주 훌륭해. 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군. 역시 내 유전자는 대단하다니까.”차설아와 원이는 어리둥절했다.성도윤은 손을 내밀어 원이의 뽀송뽀송한 머리를 툭툭 치며 물었다.“나랑 성씨 가문으로 가서, 내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나의 뒤를 잇는 차세대 왕이 되지 않을래?”원이는 오만불손한 태도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가 그쪽이랑 성씨 가문으로 가요? 누가 그쪽 교육을 받으며 차세대 왕이 되고 싶대요? 차세대 나쁜 놈만 아니어도 다행이지!”“열혈 애니메이션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아저씨 중2병 걸린 거 가족분들은 아세요?”성도윤의 손은 허공에 뻣뻣하게 얼었고, 얼굴도 굳어지더니 한참 후에야 애써 말했다.“역시 훌륭해. 나에 버금가는 독설 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