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야비한 자식!”차설아는 바람이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고, 빙빙 돌려 말하기 귀찮았다.“말해봐.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들어줄 테니까.”“나랑 결혼해줘!”바람은 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꿈 깨!”차설아는 생각지도 않고 단번에 거절했다.바람이 이렇게 뻔뻔한 요구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녀가 거절한 것도 당연히 처음이 아니다.여러 번 경험하고 나니, 차설아는 아무런 마음의 동요도 없었고, 그저 바람이 매를 번다고 생각했다.“거절할 줄 알았어.”바람은 가슴을 움켜쥐더니 상처 입은 척했다.여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차갑게 말했다.“계속 이렇게 미친 짓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았을 거야. 대체 원하는 게 뭐야. 핵심을 말하라고!”“그래, 알겠어. 무서워죽겠네. 마귀할멈...”바람은 순간 웃음기를 거두더니 모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천신 그룹의 지분 20%를 원해.”“뭐? 20%?”차설아는 화가 나서 목이 쉴 정도였다. 아름다운 얼굴은 이내 잔뜩 일그러졌다.“20% 지분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나를 제외하고 최대 주주가 되는 거야.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차라리 뺏어가지 그래?”“일단 흥분하지 마. 얼굴 삐뚤어진 것 봐. 술부터 마시고 화 좀 풀어.”바람은 침착하게 와인잔을 들고 차설아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고는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공짜로 달라는 거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문은 돈이 넘쳐흐르잖아? 그런데 천신 그룹은 마침 자금이 부족하고...”“너만 원한다면 시가의 다섯 배로 20%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야. 너 절대 손해 보게 만들지 않아.”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표정이 좀 누그러졌다.“아, 공짜로 달라는 거 아니었어? 그럼 진작 말하지. 난 그 땅값으로 지분을 달라고 하는 줄 알았지.”“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으로 보여?”“응!”차설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적어도 선우 가문은 지금까지 원하는 것을 강압적으로 빼앗
바람의 예쁜 눈은 어두워지더니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다시 거들먹거리며 비꼬듯 말했다.“뭐가 두려운 거야? 고기를 입가에 갖다 줘도 못 먹어? 안심하고 그냥 먹어. 오늘 다 못 먹으면 내일 먹고, 내일 다 못 먹으면 모레 먹으면 되지. 언젠가 소화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굶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그 말은 듣기 좀 거북하네. 천신 그룹은 잘 나가고 있는데 누가 굶는대?”“배가 고픈지 아닌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파트너 배경수가 구멍을 메우기 위해 하마터면 배씨 가문까지 날릴 뻔했잖아. 지금의 천신 그룹은 낡은 차량처럼 동력도 부족하고 용병도 없으니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없...”“모두 일시적인 거야! 네가... 네가 뭘 알아?”차설아는 바람을 나무랐지만 사실이었다.천신 그룹의 재무 상황은 확실히 어려웠다. 비록 전도가 유망하지만, 그의 말대로 낡은 차로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문제였다.“차설아, 나 똑똑히 봐...”바람은 모처럼 진지한 얼굴로 여자를 보며 약속했다.“세상 사람 다 못 믿어도, 난 믿어. 난 우리 할아버지 명령으로 차씨 가문의 재기를 돕고 있는 거야.”“할아버지의 뜻이라고?”차설아는 좀 뜻밖이었다.“아니면 누구 뜻이겠어?”바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너도 알다시피 난 사업할 재목이 아니야. 어두운 방에서 코드 짜는 거나 좋아하지. 만약 할아버지께서 차씨 가문과 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도와서 난관을 극복하라고 명령하지 않으셨다면 난 절대 이쪽에 발도 안 들였어. 이 시간에 프로그램이나 연구하고 있겠지.”“얼마나 많은 사람이 차씨 저택 부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줄 알아? 할아버지께서 그 땅은 차씨 가문에게 의미가 남다르니 반드시 따내서 너 대신 잘 지켜주라고 하셨어. 우리 가문이 나서지 않았다면 조인성이 퍽이나 양보했겠다.”“할아버지께서 우리 집을 지켜주셨구나!”놀랍고 또 감동한 차설아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4년 전에 내가 어르신을 속여
차설아는 계약서를 들고 고민에 빠져 집으로 돌아왔다.여느 때와는 달리 진작 마중 나왔어야 할 두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쥐죽은 듯 조용했다.“얘들아, 어디 갔어? 달아, 원아, 엄마 돌아왔어. 대체 어디 간 거야? 엄마 안 보고 싶어?”그녀는 들어오면서 불을 켰지만, 거실은 텅 비었고 아무도 없었다.이상하게 생각한 차설아는 서둘러 침실로 향했다.두 녀석은 갑자기 그들의 방에서 뛰쳐나오더니 쌍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껴안았다.“엄마, 돌아왔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제가 어깨랑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원이와 달이는 입술에 꿀이라도 바른 듯, 차설아를 아름답다고 칭찬하더니 또 마사지를 해주느라 바빴다.차설아는 눈을 감고 즐기며 말했다.“음, 아주 시원해. 너희들 덕분에 하루 피로가 다 가시는 것 같아.”그녀가 말을 마치고 침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두 아이는 계속 엄마의 허벅지를 껴안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 같았다.“엄마, 시원하면 제가 더 주물러 드릴게요!”“엄마, 배고프지 않아요? 제가 디저트 갖다 드릴게요!”“엄마, 소파에서 TV 좀 보면서 쉬세요!”똑똑한 차설아는 금세 이상함을 눈치챘다.“너희 둘, 나쁜 일이라도 꾸민 거야? 그래서 엄마가 방에 못 들어가게 하는 거지?”차설아는 정색하고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그게...”거짓말을 못 하는 달이는, 예쁜 눈으로 계속 그녀의 뒤쪽 침실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분명 찔리는 것이 있었고, 당장이라도 실토할 기세였다.하지만 원이는 시종일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저랑 달이가 얼마나 착한데 나쁜 일을 꾸미겠어요?”“착하다고? 난 전혀 모르겠는데?”차설아는 지금, 이 두 녀석이 분명 무슨 일을 꾸몄고, 스케일이 꽤 크다는 것을 백 프로 확신할 수 있었다.이전의 경험으로 볼 때, 두 아이의 능력으로 하늘을 뒤집었다고 해도 차설아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그래요. 엄마는 속일 수 없겠어요...”원이는 손을 펴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엄마
침대 위에는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고, 비키니를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가 묶여 누워있었다.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남자는 다름 아닌 성대 그룹의 대표 성도윤이라는 것이다!“맙소사,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거 환각인가?”차설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라 놀라 자빠질 뻔했다.“엄마, 맘에 들어요?”원이는 약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저랑 달이가 밤새 분장을 한 결과물이에요. 여자를 괴롭히는 나쁜 놈이니까, 여자로 변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려줘야죠!”“인터넷에서 분만 체험기도 주문했어요. 이따가 애를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느끼게 해줄 거예요...”“엄마를 그렇게 고생시켰으니, 나쁜 놈도 쓴맛을 봐야죠!”차설아는 빠르게 뛰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너희들... 진짜!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그녀가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두 아이는 이렇게 노출되었다.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끈한 방식으로 신고식을 치렀다.성도윤의 성격으로, 어떻게 이런 수모와 농락을 견딜 수 있을까?남자가 끝까지 추궁하려 든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차설아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런데 왜 누워서 안 움직이는 거야? 잠들었어? 아니면...”차설아가 다가가 성도윤을 밀었지만, 그는 죽은 돼지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저희가 수면제를 먹였더니 곤히 자고 있어요!”원이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케이크에 넣은 수면제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한동안 잠을 잘 수 있게 해준다.“뭐라고?”차설아는 하마터면 화나 죽을 뻔했다.“차진원,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감히 약을 타? 너 이러다가 살인 방화까지 저지르는 거 아니야?”“안 되겠다. 너 오늘 제대로 혼나야겠어. 아니면 나중에 경찰과 사회가 널 교육할 거야!”화가 치밀어오른 차설아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자를 들고 원이를 처벌하려 했다.“손 내밀어!”차설아는 높은 소리로 명령했다.“싫어요!”고집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던 방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깨... 깨났어?”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고, 자는 허공에 든 채로 감히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네, 깬 것 같아요. 눈을 엄청나게 크게 뜨고 있어요.”달이는 성도윤의 옆에 엎드려 유심히 관찰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하하하하...”차설아는 할 수 없이 돌아섰고, 성도윤과 시선이 마주치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 물었다.“깼어? 느낌이... 어때?”성도윤은 짙은 화장에 여자 옷을 입고 요염한 모습이었지만, 눈매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강하고 무서웠다.그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어때 보여?”“그게...”차설아는 마른기침을 하고 전전긍긍해서 말했다.“내 생각에 당신 속으로는 엄청 후련할 것 같아. 당신 성적 취향이 정상이 아니고, 남자친구도 여러 명 있다는 소문이 있잖아? 그래서 속으로는 진작 여자로 되는 모습을 상상한 거 아니야? 진한 화장을 하고, 탱크톱을 입고, 스타킹을 신고, 그리고 하이힐까지...”“차설아!”성도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만약 이 두 녀석이 그에게 물리적 침해를 입혔다면, 차설아의 말은 치명타로 성도윤을 바로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는 정도였다.“기다려. 나 절대 당신 용서 안 해!”성도윤은 성난 맹수처럼 당장이라도 차설아에게 달려들 기세였다.하지만, 손발이 모두 침대 프레임에 묶여 대자로 뻗은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차설아는 원래 무서웠지만, 궁지에 몰린 짐승 같은 성도윤의 억울한 모습에 여장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당... 당신, 너무 안 됐잖아. 성인 남성이 두 아이에게 붙잡혀 이 꼴이 됐으니. 웃겨 죽겠네!”“닥쳐. 웃지 마!”성도윤은 더욱 화가 치밀었고, 벗어나려고 더 세게 몸부림쳤다.열정적인 레드립을 하고 스타킹을 신은 긴 다리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성도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차설아는 더욱
원이는 처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차설아가 성도윤을 잘 ‘교육’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따가 너무 폭력적인 장면이라 어린 애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니, 원이는 그제야 달이를 끌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을 나섰다.아이들이 떠난 후, 두 사람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성도윤은 차갑게 명령했다.“당장 이거 안 풀어?”“싫어!”차설아는 팔짱을 끼고 단번에 거절했다.“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이따가 날 죽이겠다고 하는데, 그런 당신을 풀어주면 난 바보 아니야?”“...”성도윤은 말문이 막혔다.“당신 여장한 모습 꽤 예쁘네? 진짜 여자라고 해도 믿겠어. 혹시 진짜 여자가 될 의향이 있다면 태국 가서 수술받아 봐!”“부드러운 피부, 좁은 허리, 긴 다리까지, 얼마나 매력적이야. 내가 남자라도 마음을 빼앗기겠어.”차설아는 변태처럼 남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그의 허리를 툭툭 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촉감도 탁월해!”참다못한 성도윤은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벗어던졌고, 벼락같은 기세로 차설아를 와락 끌어당겼다.“멋대로 만지니까 좋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알지?”“어떻게...”차설아는 그가 밧줄에서 벗어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이미 남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당신 촉감도 나쁘지 않네!”성도윤은 두툼한 손바닥으로 여자의 모습을 본떠서 마음대로 더듬었다.“나쁜 놈. 성도윤 이 변태. 이거 놔!”차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이미 목까지 빨개졌다.원래 성도윤의 몸에 민감한 차설아는, 그가 만지기까지 하니... 견디기 어려웠다.‘안돼, 안돼, 차설아 진정해야 해. 정신 차려! 이러다 이 녀석한테 무슨 놀림을 당하려고!’“말해, 두 아이 어떻게 된 거야?”성도윤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정곡을 찔린 차설아는 곧바로 준비태세에 돌입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뭐가?”“몰래 아이를 낳으려고 4년 동안 사라진 거야? 그것도 나 성도윤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차설아는 아예 큰소리쳤다.“친자 검사하면 뭐? 당신 아이라고 하면 뭐 어쩔 건데? 두 아이에게 다른 맘은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난 목숨 걸고 싸울 거야!”“드디어 인정하는 거야?”성도윤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음산한 눈동자로 냉담하게 말했다.“제멋대로군. 감히 나 성도윤의 아이를 훔쳤으니 당연히 목숨 걸고 싸워야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당신 목숨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두 아이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자기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더군...”남자의 표정을 본 차설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전쟁은 이미 선포되었고, 이미 4년 전에 매설된 지뢰가 폭발 직전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절대 두렵지 않았다!“성도윤,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 원하는 게 뭐야?”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쯧쯧!”성도윤은 손을 내저으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난 사실 내 아이라는 걸 몰랐어. 당신이랑 부부의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생겼으니, 내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나 싶어.”“성도윤, 어디서 시치미를 떼?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인정할 용기는 없는 거야?”차설아는 마음속으로 4년 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당신 형 장례식 날 밤에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형 장례식 날 밤?”성도윤의 표정이 사그라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회상했다.어렴풋이 그날 밤에 차설아와 많은 술을 마시고, 후에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다시 일어났을 때, 옷차림도 단정했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설마, 그날 밤 당신이랑...”“내가 왜 당신을 그토록 미워하고, 평생 용서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아?”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차갑게 웃었다.“나는 그때 당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드디어 우리가 진정한 부부로 되는 줄 알았어. 당신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날 사
“나중에 내가 임신한 걸 알았어. 그런데 막장인 건, 임채원도 임신했다네? 당신은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며 임채원을 극진히 보살피면서, 나에겐 얼마나 차가웠는지 알아? 나는 그때 당신이 너무 미웠어!”“아이를 지우고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이란성 쌍둥이라고 하셨어. 임신할 확률도 낮고, 버젓이 살아 있는 두 생명을 난 도저히 지울 수 없었어!”차설아가 눈을 감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줄곧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회억할 용기가 없었다. 마치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지만, 조심하지 않아 건드리게 되면 송곳니가 되어 마음을 쿡쿡 찔렀다.다시는 엉망진창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도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그래서 몰래 아이를 낳은 거야? 애들이 이렇게 컸는데도 나한테 한 번도 알려줄 생각은 안 했어?”성도윤 역시 빨개진 눈가로 차설아를 향해 물었다.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4년을 놓친 성도윤의 손실은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하하, 당신에게 알려줘?”차설아는 차갑게 웃었다.“임채원이랑 그렇게 깨가 쏟아지는데 갑자기 두 아이가 튀어나오면, 과연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받아들인다고 해도, 아이 친엄마인 나를 내쫓고 임채원을 새엄마로 삼았겠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내가 왜 해?”그녀가 아는 성도윤은 그렇게 처리하고도 남을 인간이라 생각했다.당시는 그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설아는 요 몇 년 계속 힘을 키운 것이다.오늘날, 그를 백 프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와 싸울 용기는 생겼다!“바보?”성도윤은 그녀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 어깨를 움켜쥐더니 깊은 눈으로 여자를 주시했다.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맞아, 당신은 바보야. 아주 잘난 체하는 미련한 여자지.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는 바보!”남자는 점점 감정이 격해졌고, 그의 표정에는 미움인지 원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