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떠들썩해지더니,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던 상황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차설아와 사도현도 잡담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무대 위를 응시했다.성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허리를 굽혀 성명원을 향해 초청하는 자세를 취했다.“큰아버지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지금 큰아버지는 성대 그룹의 지분만 소유하고 실권은 없지만, 성씨 가문에서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지위가 가장 높으신 분이니 이 자리는 제가 내어주는 게 맞죠.”성명원은 체면치레를 부릴 겨를도 없이 언론사들 앞에서 말했다.“내가 그 자리에 앉겠다고 이 난리를 피우는 줄 알아? 성대 그룹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옛날 같았으면 권력 찬탈을 꾀한 죄로 바로 처형감이야!”“큰아버지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전 단지 도윤이 형에게 일이 생겨 회사에 우두머리가 없으니 해외에서 바로 달려온 것뿐이에요.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사회에서 다들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저는 상황에 떠밀려 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성진은 두 손을 내 흔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처럼 말했다.거의 폭발 직전이었던 성명원은 그의 말을 듣고 제대로 폭발해버렸다.“교활한 놈.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인정할 용기는 없나 보지?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대체 어떤 사람들의 결정이야? 사람들을 매수하기 위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퍼부은 거야?”성명원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성대 그룹의 몇몇 이사진들을 바라보았다.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허영생이었다.허영생의 아버지는 당시 차설아의 할아버지와 함께 전쟁에서 싸우던 전우였고, 할아버지를 보좌하여 성대 그룹을 설립했다. 허영생도 함께 성대 그룹에 들어와 이사회의 6대 구성원 중 한 명이 되었고, 늘 성도윤에게 충성하고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 그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자네는 이미 물러났으니 성대 그룹이 어떻게 발전하든
“아니에요!”차설아는 차갑게 부정했다.“그저 제 의견을 말했을 뿐이지 그 인간이랑 전혀 상관없어요.”기자 회견은 현장 인원의 조정하에 계속 진행되었다.성대 그룹의 홍보 부서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그룹의 재력과 조직 구도를 언론에 소개했다.마지막으로 홍보 부서는 언론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성대 그룹은 곧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성대 그룹 이사회와 각 대주주가 공동으로 선출한 신임 대표 성진 씨를 앞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현장에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전 성도윤의 기자 회견에 절대 뒤지지 않는 분위기였다.성진은 언론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성대 그룹은 지금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대 그룹의 미래와 해안 전체를 위해 저는 기꺼이 성대 그룹의 대표 자리를 도맡아...”이때 사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성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도발했다.“성대 그룹의 대표는 성도윤 아닌가요? 성도윤이 이끄는 그룹은 해가 갈수록 번창하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근거로 인계한다는 거죠? 성도윤 대표의 의견은 물어본 적 있나요?”성진은 웃으며 말했다.“아주 중요한 부분을 캐치하셨네요. 안 그래도 여러분께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습니다.”“우선, 이사회와 각 주주의 투표 결과로 저는 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6명의 이사진들 중, 찬성 3표, 기권 1표, 반대 2표로 주주 과반수가 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여러분들이 선임한 대표로...”“하하, 웃기네!”사도현은 바로 말을 이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성대 그룹의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성도윤 대표예요.그 말은 성도윤이 스스로 자신을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렸다는 건가요?”“좋아요,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마 많은 분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겠죠. 왜 도윤이 형이 자신을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렸는지 말이에요.”여기까지 말한 성진은 뜸을 들였고, 모든 사람은 숨죽여 기다렸다.엄밀히 말하면 이건 비밀이 아니라 진작 떠돌고 다니는 소문이었
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쳐다보았고, 차설아도 홱 돌아보았다.성도윤은 도도한 신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모두의 주목을 받던 성진은 성도윤의 출현으로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원래도 절정에 달했던 현장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고 플래시램프가 터졌고 셔터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찔렀다.“어떻게... 성도윤... 분명...”성진은 귀신을 본 듯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방금까지의 의기양양함을 잃은 모습이었다.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부사장의 표정을 보니 아주 실망한 모습이네?”옆에 앉아 있던 고위층과 주주들의 표정은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있었다.성진을 지지하던 고위층들은 하나같이 의자 등에 몸을 붙이고 식은땀을 흘리며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반면 끝까지 성도윤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감격하여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은 절대 지지 않는 태양, 불사의 몸이라 분명 돌아오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 대표님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저 쓸모없는 인간을 지지하면서 대표 자리에 앉혔어요!”성도윤은 웃으며 말했다.“성인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죠. 만약 틀린 선택을 했다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죠. 안 그래요? 영생 아저씨?”허영생의 표정은 아주 어두웠다. 이마의 식은땀이 흰 머리카락을 타고 끊임없이 내려와 셔츠를 적셨다.성도윤이 ‘기사회생’한 순간 부터, 그는 이 바둑알을 되돌릴 수 없고 철저하게 패배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맞아요. 반드시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죠. 저를 어떻게 처분하든 마음대로 하세요!”허영생의 표정은 이미 죽을상이었고 자포자기해서 말했다.성진은 여전히 대표 자리에 앉아서 혐오스러운 눈으로 성도윤을 죽을 듯이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역시, 성도윤이야. 기사회생해서 돌아오다니. 대단해!”성도윤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잘생긴 얼굴에는 비아냥거림과 경멸로 가득 찼다.“네 수법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네 뒤에 있
무대 위의 그는 눈부시게 빛나고, 타고난 리더십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유명 매체의 기자들은 처음부터 빅뉴스만 만들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그의 인격적 매력에 푹 빠져 기록하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다.차설아는 수백 명의 하객들 사이에 앉아 냉랭한 눈빛으로 무대 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손가락을 세게 잡자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성도윤, 아직 죽지 않았다니!’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의기양양하고 더욱 안하무인이었다.애석하게도 그동안 그녀가 흘린 눈물과 괴로움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 그녀가 느낀 죄책감들은 더욱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사도현은 다리를 꼬고 진작부터 짐작한 듯 히죽히죽 웃었다.“도윤 형의 이 계획 정말 끝내주는 군. 정말 훌륭해. 성진 그놈 체면이 서지 않겠지? 아주 통쾌하네. 이렇게 오랫동안 외부에서 형에 대해 함부로 썼는데 한 번도 얼굴을 내비추지 않다니... 원수를 갚기 위해 온갖 괴로움을 견뎌 복수에 성공한 것과 비슷해.”차설아가 물었다.“도윤 씨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당신뿐만 아니라 성명원도 알고 있었나요?”“당연하지. 이렇게 중요한 일을 도윤 형은 분명히 우리 형제들에게 넌지시 알려줘. 우리가 도윤 형을 걱정하거나 충동적으로 성진 그 녀석을 암살하지 않도록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성진 뒤에 있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없으니까...”사도현이 여기까지 말하자 조금 의아했다.“설마 너 정말 그런 줄 알았던 거야? 도윤 형이 미리 알려 주지 않았어?”차설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리가 없겠는데. 이렇게 큰 일을 도윤 형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이 넌데, 너에게 암시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어. 이 바보가 네가 걱정하고 괴로워한다는 걸 모를리 없어.”사도현은 성도윤이 이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고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차설아는 자신이 오버했던 것에 대해 씁쓸하게 웃었다.“도윤 씨에게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슨 결정을 내리든 내가 어떻게
“차설아 씨, 최근에 배씨 가문의 배경수 씨를 대신하여 ‘천신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신과 성 대표님은 특별한 사이이신데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으신가요? 두 그룹은 경쟁하는 사이가 되실 건가요 아니면 합작하여 윈윈 하는 사이가 될 건가요?”취재진은 관무재경 방송국에서 온 기자로 질문이 아주 날카로웠다.차설아의 정서는 아직 성도윤에 대한 깊은 원망 속에 머물러 있었다. 눈빛도 칼날같이 무대 위의 성도윤을 향해 매섭게 쳐다봤다.하지만 성도윤은 그녀와 다르게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고, 그녀를 보는 눈빛은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큼이나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특별한 관계'는 심지어 일부 잘 아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비교도 안된다.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살상력은 백 퍼센트이며 한 사람의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기에 충분했다.차설아는 손을 꽉 쥐며 냉소했다.“비즈니스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며 영원한 이익만 존재해요. 만약 성대표님이 저를 이끌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그것이 협력이고 윈윈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경쟁하는 사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예요.”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옆에 있던 사도현도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설아쨩, 적당히 해. 고작 천신 그룹의 힘을 가지고 감히 성대 그룹에 도전하다니. 일부러 사람들에게 농담을 해서 분위기를 띄우려는 거야?”다른 사람들이 말을 꺼낸다면 더욱 듣기 거북하겠지만 차설아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개미인 것처럼, 순진한 망상으로 성대 그룹이라는 큰 나무를 흔들려고 했다.성대 그룹의 한 고위층 령도도 웃음을 참으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차설아 씨, 우리 성 대표님의 전처이셔서 신분이 좀 특별하다는건 알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고 인정은 인정이에요. 성대 그룹은 아마 천신 그룹과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와 협력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작은 회사는 더더욱 성대 그룹의 상대가 될 수 없죠. 그러니 경쟁하는 사이든 합작하는 사이
차설아는 화장실에 앉아 화가 나서 발끝으로 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성도윤을 모질게 저주했다.“나쁜 놈, 그렇게 죽기를 바라 무덤도 지어놓다니. 에잇, 물 마시다가 사레들려 죽고, 밥 먹다가 배불러 죽고, 핸드폰 보다가 벼락 맞아 죽고, 걸어가다가 구덩이를 밟아 죽어...”그때 옆칸에서 여자들의 수다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정품은 역시 정품이네,짝퉁보다 훨씬 나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성진에게 잠시 반했지만 성 대표님이 돌아오자마자 성진은 아무것도 아니네. 사람과 사람의 격차는 때때로 사람과 개의 격차보다 커. 성 대표님은 정말 완벽하다니까, 나 정말 성도윤 대표님한테 시집가고 싶어.”“꿈도 꾸지 마, 성 대표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네 차례가 오겠어, 주제넘지 마...”“사랑? 전 둘째 사모님을 말하는 거야?”“아니, 성대 그룹 대표님이 4년 동안 보호해 주신 백련 임채원말이야. 하지만 최근에 들은 소식인데, 임채원이 실종돼서 성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찾고 있대. 만약 이 백련이 사라지면 너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전 둘째 사모님에 대해 말하자면, 방금 성 대표님이 차설아에 대한 냉담한 태도 봤지? 죽을 만큼 싫어하고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차설아는 듣자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녀는 칸막이를 나와 바로 그 두 칸의 가림막 두 발로 걷어차고 차갑게 말했다.“너희들, 말 똑바로 해, 애초에 내가 성도윤을 원하지 않았고 내가 죽을 만큼 싫어했어. 그런데 어떻게 나를 싫어할 차례가 오겠어? 만약 그때가 온다해도 그 인간 같은 냉혈동물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신발 시중을 들어야 해. 하지만 내가 거치적거리다고 싫어하겠지.”여자 화장실에는 다른 여자들도 있었는데, 유명한 언론인과 다른 종업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모두들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예전의 얌전하고 단정한 며느리가 성도윤을 죽도록 사랑했는데, 어찌 사석에서 이리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거지?“뭘 봐, 내 말이 틀렸어? 성도윤 그 사람은 하루 종
남자 화장실 안, 변기 앞에 남자 몇 명이 소변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여자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레들 뻔했고, 모두 두 손으로 가랑이를 막았다.“너, 너, 너...”차설아는 한창 화가 나서 매우 오만한 태도로 그 무리의 남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뭘 봐,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온 걸 처음 봐? 꺼져!”늠름한 남자들은 아마 이렇게 사나운 여자를 본 적이 없어 하나둘씩 지퍼를 올리고 뛰쳐나갔다.다만 가장 안쪽 자리의 성도윤이 꼿꼿이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차갑고 완벽한 조각처럼 변기 앞에 서도 기질이 우월하고 비길 데 없이 높아 보였다.남자는 아직 볼일을 보지 못한 채로 차설아를 차갑게 바라보았으며 눈빛은 날카로웠다.“무슨 일 있어?”한 마디에 차설아는 목이 메어 화가 치밀어올라 마치 터질 듯 한 복어처럼 뾰로통한 모습으로 차갑게 질문했다.“허? 무슨 일? 당신 왜 모르는 척 해, 나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고?”“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 여기 기자가 많은데 당신은 남자 화장실까지 쫓아왔으니 타당하지 않아.”성도윤은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지나치게 담담한 감정이 마치 차설아의 유치함과 광기를 비웃는 듯했다.차설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주먹으로 앞에 있는 남자의 이목구비를 비뚤어지게 때리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했다.‘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야박한 남자가 있을 수 있는 거지? 로봇인가? 그래서 마음이 없나?’“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차설아는 성도윤에게 손을 대고 싶은 것을 참고 성도윤과 담담하게 소통을 시도했다.“나는 달리 설명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성도윤은 눈빛이 쌀쌀했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담담했다.“보다시피 성대 그룹의 나쁜 성분들을 제거해야 해. 난 그저 작은 계략을 세워 그것들을 쫓았을 뿐이야. ”“그리고... 끝이야?”차설아는 남자의 냉랭한 모습을 보며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자기를 비웃었다.“그래서 당신은 나를 구해줬어도 전혀 불행을 당하지 않
어쩔 수 없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여자의 앞을 가로막은 성도윤은 두 손을 차설아의 얇은 어깨를 움켜쥐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웃겨.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차설아는 어깨 위에 올려진 큰 손을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경고했다.“놔!”“내가 당신에게 못 알려준 것은 상황이 급박해서였어. 그럼 당신은 나에게 숨긴 게 없어?”성도윤은 차설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깊은 어조로 물었다.차설아는 잠시 불안했다.“다, 당신 무슨 뜻이야?”“당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당신 눈에는 내가 그 돼지처럼 멍청한 사람이고 당신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몇 년 동안 비웃었는지 몰라. 그렇지?”성도윤은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 원래 잘생긴 얼굴에 지금은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분노, 고통, 그리고 약간의 무기력함까지... 눈앞의 여자를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무기력함이었다.차설아도 자신이 없었다. 이 녀석이 뭘 발견했는지 몰랐다.‘아이의 일은 절대 도윤 씨에게 들켜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야.’그래서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도윤 씨, 적반하장으로 나오지 마. 내가 당신과 혼인기간 온순하고 아내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당신에게 숨긴 일이 하나도 없었어. 당신이 나가 바람피워 모두를 난처하게 했으면서 지금 당신이 오히려 피해자코스프레로 나를 비난하고 있다니. 당신 양심이 아프지도 않아?”“허허, 당신 정말 나한테 숨기는 게 없는 게 확실해?”성도윤의 차가운 눈빛은 차설아를 삼키려 들었다.“내가 까발릴 때까지 기다릴 거야? 내가 까발리면 어떻게 할 건데?”“다, 당신 겁주지 마. 난 지금까지 행실을 똑바로 했고 양심에 부끄럽지도 않아. 당신이 까발리고 싶으면 까발려.”차설아는 겉으로 침착한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성도윤 몰래 성도윤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까 봐 당황했다.“당신...”성도윤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막 입을 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