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부하들을 이끌고 바를 떠난 여자 보스를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다.‘뭐야? 나 농락하는 거야? 싸울 것처럼 하더니 왜 갑자기 가는 거야?’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사장과 젊은 남자들이 차설아를 둘러싸더니 그녀를 우상 보듯 숭배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위해 무릎도 꿇을 수 있었다.“차설아 씨, 역시 여장부시네요, 실검에 떴던 동영상에서보다도 싸움을 잘하시는데요, 너무 멋있어요!”“차설아 씨, 앞으로 우리 바를 책임져 주세요. 저렇게 막 나가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상대하기 어렵다니까요. 괴롭힘을 당했던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바 사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차설아에게 애원했다.“특히 우리 택이 말이에요. 워낙 잘생긴 얼굴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니 개나 소나 다 넘보려고 해요. 오늘 그 여자 보스의 뒤를 봐주고 있는 세력이 대단해요. 차설아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택이는...”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택이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때? 버틸 수 있겠어?”“캑캑.”택이는 몸을 비틀거리더니 기침을 하면서 창백한 얼굴을 보이고는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버틸 수 있어요. 단지 오늘 그 손님의 미움을 샀으니까 나중에 반드시 저에게 복수하려 할 거예요. 오늘이야 별일 없이 여기를 떠날 수 있겠지만 내일 또 그 여자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네요!”남자가 말하고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기세였다.“조심해!”차설아는 재빠르게 그를 부축했다.택이는 차설아가 자신을 부축하자 갑자기 힘을 못 쓰더니 그대로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고는 그녀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옆에 서 있던 다른 잘생긴 남자들이 속삭였다.“역시 택이야. 이 와중에 꼬리 치고 있는 것 좀 봐. 정말 사람 마음을 잘 홀린다니까!”“택이가 뭘 잘못했겠어. 저렇게 예쁜 선을 가진 다리라면 나는 더 꽉 끌어안겠는걸?”바 사장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재
“먼저 상처부터 치료하는 게 좋겠어요.”차설아는 택이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지만 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정도 상처로 병원으로 갈 것 없어요. 날 집에 데려다줘요, 며칠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니.”차설아는 얼른 이 성가신 놈을 보내고 싶었다. 그러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니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었다.“알겠어, 데려다줄게.”택이의 집은 바 근처에 있었는데 아파트 투룸이었다. 인테리어는 매혹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아늑하고 포근했다.“됐어, 집까지 데려다줬으니까 푹 쉬어. 시간이 늦었고, 나는 이만 갈게.”차설아는 그래도 선을 지키며 밖에 선 채 작별 인사를 건넸다.한밤중에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안 좋으니 말이다.훤칠한 택이는 차설아의 부축 없이 병약한 모습을 보이며 휘청거렸다.그는 또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왜요? 제가 잡아먹을까 봐 들어오지 못하는 거예요?”“그건 아니고!”차설아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남자를 샅샅이 훑어보고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내가 주체하지 못하고 널 잡아먹을까 봐 겁이 나.”“...”가면에 가려진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그의 얼굴색도 한껏 어두워졌다.그는 당연히 택이가 아닌 성질 나쁘고 소유욕이 강한 성도윤이었다.오늘 밤에 있었던 일은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그는 택이의 신분으로 모두를 속였는데 합당한 이유로 뻔뻔스럽게 차설아의 옆을 독차지하려고 했다.바에서 일하는 남자로 차설아의 취향을 쉽게 만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나도 수월하게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차설아, 이렇게 원칙 없는 여자였어? 이렇게 쉽게 걸려드는 거였어?’“괜찮아요, 저는 어차피 당신 거잖아요. 좋을 대로 저를 즐겨주세요, 저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을 거예요.”성도윤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그게...”그의 말은 차설아를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했다.차설아는 그저 택이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험악한지
“현관 캐비닛에 있어요. 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해요.”성도윤이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연기 대상을 받아도 될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간드러지게 하는 불쌍한 연기를 선보였다.차설아는 현관 캐비닛에서 알코올, 연고 등 여러 가지 약이 들어 있는 약상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소파에 다시 돌아왔다.완벽에 가까운 얼굴과 보일 듯 말 듯 한 근육 라인, 그리고 차가운 분위기를 보인 남자에게 자꾸만 눈이 갔다. 아니,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먼저 옷 벗어.”차설아는 마치 경험이 많은 바람둥이처럼 남자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이렇게 거침없이 말한다고?’성도윤은 오히려 부끄러워 두 손으로 가슴팍을 가로막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옷은 왜 벗어요? 지금 이런 꼴로 무슨 일을 하기는 불편할 거예요... 물론 당신이 굳이 요구한다면 저도 잘 협조할게요.”차설아는 얼굴을 붉히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옷을 벗으라고 한 건 너에게 약을 발라주기 위해서야. 옷을 벗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너 약 발라줘?”그의 흰 셔츠는 이미 채찍으로 찢어져 있었고, 얼룩덜룩한 붉은 핏자국은 마치 매혹적인 꽃처럼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차설아는 밤새 그의 얼굴을 감상하고 싶은 지경이었다.하지만 약을 바르기 위해 옷은 벗어야 했으니.“그래요...”성도윤의 목소리에는 실망이 담겨 있었다.그는 방금 차설아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를 했는데... 결국 약을 바르는 거였다니?‘하지만 괜찮아, 앞으로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내가 고생해서 만든 완벽한 몸이 차설아를 언젠간 홀리겠지!’성도윤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섹시한 쇄골부터 튼실한 가슴팍, 그리고 초콜릿 복근까지, 하나하나씩 드러났다...차설아는 마치 신이 만들어낸 완벽한 예술작품을 보듯 성도윤의 몸을 뚫어지게 살펴봤다.그러더니 갑자기 복숭아처럼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는데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서 귀여움이 엿보였다.‘쯧쯧, 몸매가 대박
성도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겉으로는 바에서 노래나 하는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1급 자격증이 있는 심리상담사예요. 심리상담, 심리치유, 재건심리학, 그리고 최면술을 잘해요. 친구분께서 당신에게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당신을 도와주길 바랐어요. 혹시 저를 믿는다면 제가 도와줄게요.”“1급 자격증이 있는 심리상담사라고?”차설아는 의외이기도 하면서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눈앞의 녀석이 온전히 얼굴로만 돈을 버는 줄 알았으니 말이다.“그게 무슨 표정이에요?”성도윤이 웃으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헤치며 감미롭고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못 믿으시는 거예요? 아니면 실망스러운 거예요? 사실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몸도 치유할 수 있는데요, 필요하다면요.”“아니, 필요 없어. 고마워.”차설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남자의 몸을 확 밀어내고는 자리에 곧게 앉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너를 믿지 못하는 거지. 네가 온밤 동안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데 심리상담사일 리가 있겠어?”1급 자격증은 심리상담사 자격증 중에서도 최고급의 자격증이었다. 탄탄한 전문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과 상황판별 능력이 필요한데 겨우 얼굴로 돈을 버는 사람이 어떻게 그 자격증을 딸 수 있단 말인가?“믿지 못하시겠으면 한 번 실험을 해볼까요? 제가 거짓말을 했는지?”“무슨 실험?”“혹시 그림 심리테스트 들어봤어요?”“들어보긴 했지만... 그냥 흰 종이에 집, 나무, 사람 그리는 거 아니야?”“맞아요.”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림을 다 그리시면 제가 분석을 시작할게요. 만약 제 분석이 맞는다면 저 믿으실 수 있겠죠?”차설아는 심리 테스트가 나름 재밌어 보여 흔쾌히 동의했다.“그래, 한 번 그려보지 뭐. 네가 심리상담사인지 아닌지도 곧 알게 될 거야.”성도윤은 색연필과 종이를 찾아내고는 차설아에게 건네면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 그려보세요
차설아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녀석, 연기하기는, 어떻게 지어내는지 한 번 보겠어!’“친구분이 하신 말, 사실인가 보네요. 많은 감정을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어 거의 감당하지 못해낼 지경이에요. 계속 이러다간 위험해요. 우울증의 증조가 보이고 있다고요...”“뭐래? 나 지금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데 왜 우울증이 와?”“말로는 저를 속일 수 있지만 그림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성도윤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사람들이 집을 그릴 때는 보통 굴뚝을 그려요. 굴뚝이 없다고 해도 문이나 창문을 그리는데... 그것들은 출구를 상징하죠. 하지만 당신이 그린 집은 네모나요. 문도 없고 창문도 없어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에요. 그만큼 당신이 지금 자신을 꽁꽁 싸매고 다른 사람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걸 말해주죠...”“...”차설아는 주먹을 꼭 쥐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좀 볼 줄 아네?’차설아는 애써 털털한 척, 괜찮은 척, 즐거운 척 연기했지만 사실 많은 감정들을 마음속에 숨기고만 있고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집 옆의 나무는 곧게 서 있어요. 뿌리는 깊고요. 그만큼 당신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걸 설명해요. 그래서 가족에 대한 정도 깊고, 가족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 해요... 나무에 열매가 맺혔으니 당신은 결과를 아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마 어떤 것이 당신 마음속의 집착이 되었을 거예요, 그 결과를 바라고 있고요.”“...”차설아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뭐야? 좀 하는 게 아니라 완전 고수 아니야? 내 상황을 정확하게 맞혔잖아.’성도윤이 분석을 계속했다.“문 앞에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를 그렸는데 강해 보이는 겉모습 아래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세계를 정복하기보다는 온전하고 원만한 가족을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부끄럽게 느껴져 세 사람을 작게 그린 거예요, 당신의 마음에서 가장 갈망하는 걸 억누르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차설아는 한숨을 깊게 쉬
하지만 차설아는 결국 거절했다.“나중에 해,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집으로 가서 휴식할래.”차설아는 택이가 1급 심리상담사인 건 믿었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로 했다. 그녀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묵힐지언정, 직면하려고 하지 않았다...성도윤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런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다.차설아가 자신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녀는 절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털털하고 유쾌하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람들이 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차설아는 양파처럼 자신을 겹겹이 쌓았다.“그동안 많이 힘들었죠?”성도윤이 무겁고도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차설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그래, 많이 힘들었지.”이곳에는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는 택이만 있을 뿐이었다. 가족도 원수도 없었으니 그녀는 더는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우울한 척하는 건 홀가분하고 부담이 없었지만 애써 즐거운 척하는 건... 정말 너무나도 힘들고 피곤했다.성도윤은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한잠 푹 자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그는 1급 심리상담사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최면술사이기도 했다.은은한 향기와 성도윤의 부드러운 속삭임에 차설아는 부드러운 소파에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졌다...이튿날 아침, 햇살과 새소리와 함께 차설아는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만족스러운 듯이 기지개를 켰는데 몸도 마음도 너무나 상쾌했다.전에 전문가로부터 최면술을 받은 후 수면의 질이 평소 열흘 동안의 수면의 질과 맞먹는다고 들었는데, 차설아는 그 말이 헛소리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전문가의 말은 역시 정확했다.택이의 최면술 덕분에 그녀는 정신이 개운했다.소파 옆의 테이블 위에는 전처럼 해바라기꽃과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좋은 아침이에요, 나의 여신님. 고난은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승승장구할 것입니다-당신의 해어화로부터.”차설아
“얘가 뭐라는 거야? 그냥 잠만 잤다고, 편안하게. 그래서 지금 엄청 개운해.”차설아가 말하고는 품에 안은 해바라기꽃을 유리병 안에 꽂았다.노란색 해바라기꽃은 햇빛 아래서 은은한 향기를 풍겼다. 화려하지도 단조롭지도 않았는데 딱 맞춤하게 아름다웠다.“택이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1급 심리상담사일 줄은 몰랐어. 그림 하나로 날 정확히 분석하더라고. 그리고 최면술도 할 줄 알았어. 택이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해.”이때 부드러운 판다 인형을 끌어안은 원이가 침실 문을 열고는 졸린 눈으로 걸어 나왔다.“엄마, 드디어 오셨어요. 경윤 이모가 그러는데 어제 엄마가 일이 바빠 야근했다면서요. 고생하셨어요...”녀석이 차설아를 확 끌어안더니 애늙은이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젯밤에 엄마를 위한 남편감을 열심히 골랐으니 이제 곧 엄마를 돌볼 사람이 생길 거예요. 그러면 엄마도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모습의 녀석이 차설아는 귀엽기만 했다.그녀도 똑같이 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고마워. 마침 엄마도 어제 원이를 위해 괜찮은 유치원을 골랐거든. 오늘 바로 가보자.”“...”원이는 말문이 막혔다.차설아는 농담 삼아 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원이와 달이를 위해 유치원을 몇 군데 골랐다.마침 오늘 날씨도 좋고 주말이기도 해서 그녀는 원이를 데리고 유치원을 하나하나씩 둘러보고, 또 원이더러 마음에 드는 유치원을 선택하라고 할 계획이었다.차설아의 선택은 몬테리 유치원이었다.이 유치원은 설립된 지 몇 년 안 됐지만 교사 수준이 높고 환경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입학 수속도 간단해 이민 온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치원이었다.차설아는 원이와 달이의 국적을 북유럽의 어느 작은 나라로 만들었기에 그들도 이민한 외국인에 속했고, 이런 국제 사립 유치원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외국인 학생 위주인 국제 유치원에서는 지인을 만날 확률이 아주 낮았고, 자연스럽게 번거로운 일이 생길 확률도 낮았다.
차설아가 뒤돌아보니 뜻밖에도 그녀의 전 시누이, 성도윤의 사촌 여동생 소이서였다.소이서는 어려서부터 곱게 자란 재벌가 아가씨로, 차설아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엣가시로 여기며 늘 아니꼽게 보았었다.차설아가 이혼한 후부터는 그녀의 못된 성질을 받아주지 않고 여러 번 혼을 낸 후로 그제야 좀 잠잠해졌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4년 만에 이곳에서 마주칠 줄이야!“진짜 너였어? 설마 했는데!”소이서는 화려한 옷차림이었다. 샤넬 세트에, 몇억은 호가하는 핑크색 에르메스 가방, 그리고 베이지 색 하이힐은 지방시의 한정판이었다. 마치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 돈 있어.’라고 여과 없이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차설아는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불과 4년 만에, 이제 겨우 20대 후반인 소이서는 이미 젊음의 생기를 잃고, 전형적인 부잣집 귀부인의 까칠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차설아가 해안을 떠나던 해에 소이서는 해주시의 부유한 상인과 결혼했다고 한다.혼전 임신이라 시부모님들은 그녀를 반가워하지 않았고, 아이가 분만실에서 나오자마자 친자 검사를 의뢰했다고 한다.이것은 한 여자에게 큰 수치였다.요 몇 년 동안 소이서의 귀부인 생활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소이서의 옆에는 원이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꼬마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옷차림은 원이와 완전히 달랐다.어린 나이에,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머리카락은 번지르르하고 턱은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안하무인의 모습은 소이서와 똑 닮아 보였다.소이서도 원이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원이가 성도윤의 어린 시절과 너무 똑같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아이 설마...”소이서가 막 질문을 하려 하자, 명품으로 치장한 꼬마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이 두 사람 거지처럼 옷을 입었어요. 이 꼴로 몬테리 유치원에 오다니! 원장님한테 말해서 당장 쫓아내세요!”“준혁아, 버릇없게 굴면 안 돼. 이 이모는 엄마의 오랜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