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77화

Author: 배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2-09 18:30:00
“경윤아, 만약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내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면, 심지어 나쁜 사람이라면, 나... 용서해줄 수 있어?”

강우혁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떠보았다.

“왜 그런 걸 물어? 역시 넌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

배경윤의 말투가 예리해졌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나쁜 사람인가에 달렸지. 만약 나한테만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서 용서해 줄지 생각해 볼게. 하지만 내 친구에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지만 난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나한테 설아 언니는 영원히 최우선이고, 그 누구보다 소중해. 만약 이 선을 넘는다면 너랑 나랑은 완전히 끝이야, 알겠어?”

배경윤과 배경수의 마음속에 차설아는 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제2의 생명을 준 은인이었다.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기에, 그들은 최선을 다해 차설아를 지켜야 했다.

강우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

배경윤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앞뒤가 하나도 안 맞잖아. 그래서 그 친구한테 부탁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윤아, 미안해. 이 일은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만약 이것 때문에 나랑 헤어지겠다면, 나도 붙잡지 않을게.”

강우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더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난 나쁜 놈이고, 쓰레기야. 난 백 번 천 번 죽어도 아깝지 않은 놈이야. 하지만 널 만난 것도, 널 사랑한 것도 후회하지 않아. 고마워, 날 구해줘서. 사랑해, 윤아!”

“강우혁, 너 이 자식...”

강우혁은 모질게 전화를 끊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벌써 눈물이 가득했다.

사실 배경윤의 뜻은 분명했다. 지금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원이를 차설아의 손에 넘긴다면, 그들은 재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우혁이 원이를 성심 전당포에 넘긴다면, 두 사람은 영원히 끝난 셈이다.

강우혁은 배경윤을 사랑했으니 당연히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선 이혼, 후 집착   제478화

    원이는 중요한 정보를 남긴 후 즉시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너무 빨리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도록, 스마트 워치의 위치추적 시스템을 꺼놓았다.그리고, 원이는 호텔에서 나오면서 자신의 소지품을 두고 왔기에, 지금 경찰이 임채원을 잡으면, 그녀는 꽤 고생을 할 것이다.강우혁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와 보니 아이가 여전히 자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불쌍해.”강우혁은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렀고, 속도를 높여 달렸다.한밤중의 영흥 부둣가는 낮보다 더 시끌벅적하고 밝았다. 일반 사람들은 이 구역에 감히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자칫 잘못하면 남자는 콩팥이 잘리고, 여자는 몸이 팔리는 곳이다. 원이처럼 희고 잘생긴 남자아이가 거리에 나간다면 뼈도 남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강우혁은 오는 내내 계속 전전긍긍했고, 발까지 벌벌 떨고 있었다.아쉽게도 성심 전당포와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길을 막았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강우혁의 타이어는 펑크 났고, 큰 칼자루를 든 애꾸눈 남자가 다가와 껌을 씹으며 음산하게 웃었다.“젊은이, 한밤중에 감히 영흥 부둣가로 와? 간도 크지. 근데 어쩌나? 타이어가 펑크 나 버렸네? 그래도 운이 좋아. 나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까. 내가 바꿔주지.”강우혁은 핸들을 꽉 잡고 차갑게 말했다.“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예비 타이어가 있어요.”“내 타이어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될 텐데? 내 타이어는 영흥 부둣가 통행증이거든. 부둣가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지켜주지. 아니면 타이어가 또 터질지도 몰라!”강우혁의 타이어는 이 남자의 못줄에 찔려 펑크 난 것이 분명했다. 대놓고 돈을 달라는 것이다.강우혁은 더 시간을 끌기 귀찮아 물었다.“당신 타이어는 얼만데요?”“그건 너한테 어떤 값어치 있는 물건이 있는가에 달렸지.”애꾸눈 남자는 껌을 씹으며 목을 쭉 뻗어 차 안을 훑어보았다. 귀한 물건을 찾으려다가 뒷좌석에 누워 자는 원이를 보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이 꼬마가 아주 값져 보이네. 희고 귀여운 것이 데려가서

    Last Updated : 2023-12-09
  • 선 이혼, 후 집착   제479화

    “악!”원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안 그래도 전전긍긍하던 강우혁은 겁에 질려 말을 더듬었다.“너, 너, 깼어?”원이는 눈을 희번덕이더니 작은 얼굴로 침착하게 지휘했다.“바보! 난 진작에 깨났어요. 빨리 앞을 보고 액셀을 밟아요. 핸들을 좌회전 방향으로 끝까지 돌리고 그대로 뛰쳐나가면 돼요. 아니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요!”원이는 원래 자는 척하려고 했지만, 강우혁이 너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전방에서 차가 달려오는 걸 보면서도 전속력으로 피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급해났다.“뭐? 너?”강우혁은 원이의 말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방 상황을 보니 확실히 원이의 말대로 움직여야 했다.강우혁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핸들을 잡고 말했다.“전속력으로 방향을 틀 거야. 꽉 잡아!”‘부릉부릉’ 소리가 부둣가 전체에 울리더니 차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틈새로 빠져나갈 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차량이 하나 더 오더니 그들의 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가장 비참한 것은, 방금의 전속력으로 펑크 난 타이어는 완전히 맛이 갔고, 새 타이어로 교체하지 않으면 전혀 작동할 수 없었다.“이제 어떡해?”강우혁은 핸들을 잡고 절망 속에 빠졌다. 강우혁 자신은 죽는 것이 두렵지 않지만, 원이가 애꾸눈 남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결과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꼬마야, 아저씨가 문을 열 테니까 넌 빨리 내려서 성심 전당포로 뛰어가. 가서 네 이름을 말하면 그 사람은 널 지켜줄 거야.”성심 전당포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신분이 신비롭고 세력이 강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사장 미스터 Q의 명성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고, 손맛이 매섭다는 것 외에는 어떤 변태적인 소문이 없었다.그래서 미스터 Q가 애꾸눈 남자보다는 안전할 것이다.“일단 아저씨부터 챙기고 말하죠? 창문 거의 부서지게 생겼어요.”원이는 창밖을 가리키며 담담한 표정으로 강우혁에게 말했다.애꾸눈 남자는 커다란 칼로 운전석 유리창을 두세 번 내리찍더니 바

    Last Updated : 2023-12-10
  • 선 이혼, 후 집착   제480화

    애꾸눈 남자는 원이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점차 인내심을 잃은 남자는 마치 병아리를 들 듯이 원이의 뒷깃을 들고 위협했다.“고분고분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까지 얻어맞을지도 몰라!”“그거, 놔!”강우혁은 애꾸눈 남자를 막기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켰지만 또 주먹을 맞고 날아가 버렸다.“이거 놓으라고요. 아니면 아저씨 끝장이에요!”원이는 화가 나서 다리를 바둥바둥하며 애꾸눈 남자의 차에 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반항했다.“시끄러워 죽겠네! 쥐새끼만 한 게 진짜 매를 벌지!”애꾸눈 남자는 원이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순간, 대형 오프로드 차량이 빠르게 달려와 그의 차를 멀리 보내버렸다.“젠장, 대체 어느 자식이...”애꾸눈 남자는 욕설을 퍼붓더니 차의 번호판을 보고는 다리가 후들거려 바로 무릎을 꿇으며 화를 내지 못했다.원이는 기회를 틈타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원이의 작은 그림자는 대형 오르포드 차량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운전석 위치를 보았다.운전석 창문은 닫혀있었지만, 검은 바바리코트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냉철한 분위기의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는, 마치 염라대왕이라도 만난 표정이었다.원이는 까치발을 하고, 희고 작은 손으로 창문을 두드렸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화가 난 듯했다.잠시 후, 창문이 천천히 내려졌다.“아저씨가 성심 전당포 사장이세요?”원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차 안의 남자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커다란 선글라스는 그의 얼굴을 거의 반쯤 가렸지만, 서늘한 분위기는 가릴 수 없었다.“네가 차진원이야?”남자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아주 낮고 차가웠다.“맞아요, 본명은 차진원이고, 그저 원이라고 부르셔도 돼요.”원이는 허리를 펴고 차 안의 남자를 향해 말했다.“차에서 내리고 저랑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최소한의 예의잖아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싫다면?”“그럼

    Last Updated : 2023-12-10
  • 선 이혼, 후 집착   제481화

    원이는 마치 어른처럼 턱을 쥐고 얼굴을 찡그리더니,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겨우 까치발을 하고 미스터 Q의 손을 잡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사람이니 친구 해도 되겠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남자의 차가운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좀 더 올라가더니, 몸도 조금 구부리고 최대한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원이는 4살짜리 아이치고 키가 꽤 큰 편이었지만, 1m 90㎝의 남자 앞에서 유난히 작았고, 언뜻 보면 남자의 다리보다 더 작아 보였다.키 차이가 큰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강우혁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겨우 네 살인 원이가 침착하고 배짱이 큰 모습에 놀랐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염라대왕 미스터 Q에게 이렇게 따뜻한 면이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역시 사람은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되고,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강우혁은 걷어차인 통증을 참으며 지금 혼자 떠나야 할지, 아니면 미스터 Q에게 꼬마를 놓아달라고 할지 고민했다.키 크고 잘생기고, 카리스마도 강력한 미스터 Q는 애꾸눈 남자보다 훨씬 정상으로 보였다. 아마 이치를 따지지 않는 변태적인 인간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강우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원이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절 성심 전당포로 데려다줬으니, 아저씨는 이미 임무를 완성했어요. 돌아가서 엄마한테 전 아주 잘 지낸다고, 심지어 친구까지 사귀었으니 당분간 돌아가지 못한다고 전해주세요.”강우혁은 또 한 번 충격을 받고 당황했다.“꼬, 꼬마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여긴 아주 위험한 곳이야. 네가 사귄 친구도 보통 사람이 아니고. 그냥 놓아달라고 사정을 하고 빨리 엄마한테로 돌아가는 게 어때? 아마 크게 걱정하고 계실 거야!”“걱정 마세요. 제가 처음 실종된 것도 아니고, 우리 엄마는 아주 강하다고요. 제가 새 친구와 충분히 놀면 알아서 돌아간다고

    Last Updated : 2023-12-10
  • 선 이혼, 후 집착   제482화

    차는 어느새 유명한 성심 전당포에 도착했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은 보물의 집결지로, 세계 각지에서 온 진기한 보물, 고물, 진기한 짐승 등이 진열되어 있다고 한다.하지만 전당포의 전체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경비도 삼엄하지 않아 주변의 단독주택과 별 차이가 없었다.차는 전당포 차고로 들어갔고, 미스터 Q는 차를 세우고는 여전히 덤덤한 원이를 보고 물었다. “진짜 나랑 같이 들어갈 거야? 성심 전당포에 발을 들여놓으면, 네 운명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야.”“전 어린 아이예요. 제 운명을 아저씨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는 저희 엄마한테 물어보세요.”원이는 빛나는 큰 눈을 껌벅이여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자신의 어린 나이를 무기로 주도권을 잡는 것에 능했다. 웬만한 어른보다 더 똑똑했다!“또 엄마라니!”남자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렸다. 깃털 가면은 그의 윤곽과 입체적인 얼굴, 그리고 입가의 미소도 가릴 수 없었다.“오는 내내 엄마 말만 하고 있었어. 너희 엄마가 그렇게 대단해? 많이 사랑해?”“당연하죠! 우리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데요. 엄마는 뭐든지 할 줄 알아요. 이 세상에 엄마만큼 대단한 사람은 없어요. 너무너무 사랑해요!”원이는 순진한 눈빛으로 확고하게 말했고, 표정도 매우 교만했다.하지만, 원이의 밝은 눈은 급히 어두워지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엄마는 지금 라이벌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대신 그 라이벌을 제거하려고요. 엄마가 너무 힘들지 않게요.”남자는 짙은 눈썹을 저도 모르게 치켜올렸다.“그래?”“분명 그 라이벌이 누군지 궁금하시죠?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아요. 엄마는 그 라이벌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요. 해안에서 그 사람을 무너뜨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요. 아저씨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저씨를 찾아와, 저희 엄마를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성공하면,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원이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미스터 Q를 마주하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

    Last Updated : 2023-12-10
  • 선 이혼, 후 집착   제483화

    “아빠는...”원이는 눈동자를 굴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절대 이 사람이 내 아버지가 성도윤이라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돼. 아니면 엄마의 조력자가 되어 달라고 한 말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잖아?’원이는 진지하게 말했다.“제 아버지는 배경수예요. 혹시 아세요? 해안 8대 가문 중의 하나인 배씨 가문의 미래의 후계자라고 하던데요. 엄마가 차씨 가문과 배씨 가문이 힘을 합치면 성가를 물리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어요.”“그래? 너희 엄마는 정말 야심이 크구나!”미스터 Q는 차가운 말투였고, 조금 화난 듯한 모습이었다.‘교활한 임채원, 감히 날 속이다니! 하지만, 이 자식이 성도윤의 핏줄이든 아니든, 차설아의 아이가 확실하다면, 이건 가치 있는 거래야!’그는 무표정으로 차 문을 열고 긴 다리를 뻗어 전당포 안으로 들어갔다.원이도 그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마치 자기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사장님, 오셨어요? 이분이 바로 사장님이 말씀하신 귀중한 보물인가요?”흰 셔츠를 입은 청초한 젊은 남자가 반갑게 맞이했다.그의 이름은 장재혁으로, 전당포의 주요 책임자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어 보물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인물이었다.성심 전당포의 많은 보물들은 그가 먼저 확인해야 저당할 수 있었다.장재혁은 원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아이는 확실히 귀엽고 잘생겼어요. 하지만 딱 보아도 온실 속에서 자란 도련님이네요. 고생도 못 하고, 돈이 되지 못하는데 왜 데리고 오셨죠?”며칠 전, 장재혁은 미스터 Q가 직접 나서서 보기 드문 보물을 받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밤잠도 설치면서 새로운 보물을 기대했는데... 웬 어린아이라니!“알 필요 없어. 며칠 동안만 사람 붙여서 잘 보살피면 돼.”미스터 Q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뒤돌아보며 어린 원이를 보았다. 마치 어린아이와 거리를 두려는 듯 다소 도도한 태도였다.그런데 원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긴 다리를 껴안고 귀엽게 말했다.“미스터

    Last Updated : 2023-12-11
  • 선 이혼, 후 집착   제484화

    그녀의 못난 오빠 배경수도 소파에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옷도 단정하게 입은 채로, 심지어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어젯밤 또 ‘아무 일도’ 없었다.‘휴, 두 사람 얽히고설킨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우정보다 가깝고 사랑보다는 먼 거리를 유지하다니! 내가 급해 죽겠어, 아주 그냥!’“콜록, 두 사람 그만 자고 일어나!”배경윤은 허탈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가 커튼을 열어젖혔고, 방안에는 햇빛이 가득했다.배경수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벌떡 일어나 배경윤의 목덜미를 잡고 잘못을 추궁했다.“미친 계집애. 이제야 문을 연 거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어떻게 이런 장난을 할 수 있어? 오늘 널 제대로 혼내지 않으면 내가 네 오빠가 아니라 동생이다!”“악, 이거 놔. 다 두 사람을 위한 거였잖아. 그런데 내 성의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어?”배경윤은 이를 악물고 반항했지만, 배경수의 앞에서는 빠져나올 힘이 없는 병아리에 불과했다.“언니, 살려줘. 오빠가 미쳤어. 날 죽이려고 해!”급해 난 배경윤은 차설아에게 구원을 요청했다.이상하게도, 이렇게 큰 소란에도 차설아는 침대에 누워 인형처럼 똑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뭐지? 왜 설아 언니가 좀 이상해 보이지?”배경윤과 배경수는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차설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어젯밤 내가 언니 위로해 주라고 했잖아, 어떻게 됐어? 혹시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한 거 아니야?”“누가 보스를 괴롭히겠어?”배경수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에 보스는 지금 자아 복구 중이야.”“자아 복구?”배경윤은 어리둥절했다.하지만 배경수가 이렇게 침착한 것을 보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배경수는 말을 이었다.“사람은 큰 충격을 받고 나면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아 복구 모드에 들어가. 어떤 사람은 크게 울고, 어떤 사람은 소란을 피우고, 또 과식하거나 이성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보스는 잠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있

    Last Updated : 2023-12-11
  • 선 이혼, 후 집착   제485화

    배경수와 배경윤은 눈을 마주치더니, 차설아가 아직 자는 줄 알고 대신 전화를 받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차설아는 말없이 일어나 덤덤하게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차설아이고, 차진원은 제 아들이 맞아요. 연락을 받았다는 거죠?”대화를 나눈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갈게요.”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은 별로 놀라지도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다.배경수와 배경윤이 오히려 흥분했다.“언니, 경찰에서 연락 온 거야? 원이를 찾았대?”배경윤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원이를 유괴한 사람만 잡았대. 구체적인 건 가봐야 알 것 같아.”차설아는 나지막이 말하더니 기지개를 켜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차설아가 너무 침착해서, 오히려 보는 사람을 더 걱정하게 했다.배경수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보스, 괜찮아?”차설아의 긴 손가락이 예쁜 드레스를 스치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걱정 마.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약하지도 않고 수면으로 상처를 치유할 필요도 없어. 그저 피곤해서 푹 쉬고 싶었을 뿐이야. 지금은 잘 쉬었고,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어.”배경윤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시울을 붉히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울먹였다.“설아 언니, 속상한 거 알아. 성도윤이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고 해도, 언니가 깊이 사랑했던 남자고, 언니를 구하려다가 죽었으니,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어. 속에 담아두지 말고 표현해도 돼. 울어도 좋고, 소란을 피워도 좋고, 폭식해도 좋아. 절대 마음에 담아두면 안 돼. 그러다 병 걸려.”“슬픈 건 맞지만, 미쳐버릴 정도는 아니야. 그저 좀 아쉽다고 할까?”차설아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배경윤을 향해 웃었다.“걱정 마. 난 이성적인 사람이야. 그 인간이 죽었든 살았든 우리의 계획은 변함없어... 차씨 가문과 배씨 가문은 머지않아 해안 8대 가문 중의 최강자가 될 거야.”배경윤은

    Last Updated : 2023-12-11

Latest chapter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9화

    야맹주를 확인한 배경윤은 신속히 잠수했다.“천천히 가!”사도현은 그녀가 걱정되어 조심하라고 말했다.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바다였지만 단면이 너무 높아 일부 산호는 쉽게 만졌다가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웠다.하지만 이때,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 배경윤은 마치 큰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하면서 야맹주 위에 덮여 있던 산호초를 맨손으로 제거했다.그녀는 차설아가 평안 무사할수 있도록 이 야맹주를 선물하고 싶었다.“아!”배경윤이 야맹주에 손을 대려는 순간, 갑자기 산호초 틈새에서 은색 원형 물체가 튀어나와 그녀의 손등을 덥석 물었다.“바다뱀이야!”바다뱀이 배경윤을 물고 옆을 쓱 스쳐 자나가자 머릿속이 하얘진 사도현은 급히 잠수하여 그녀의 손을 잡았다.“봐봐...야맹주!”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배경윤은 그저 벌레에게 물렸다고 생각하면서 순진하게 사도현에게 야맹주를 자랑했다.“입 다물어!”사도현은 눈앞의 이 덜렁거리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다. 그녀는 과연 이런 바다뱀이 독성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진찬영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긴 팔로 배경윤의 허리를 감싸고, 긴 다리를 쭉 뻗어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갔다.진찬영과 하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차례로 수면으로 떠올라 잠수 마스크를 벗었다.“여기 도와주세요! 보트를 준비해 주세요. 병원으로 가야겠어요!”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고, 잠긴 목소리로 육지에 있는 안전요원에게 외쳤다.“무슨 일이에요?”진찬영이 신속히 배경윤 곁으로 다가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벌레에게 물렸을 뿐이에요...”배경윤은 뱀에게 물린 손등을 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였고, 오히려 사도현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일반적으로 뱀에게 물리면 독이 체내에 바로 퍼지지 않아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녀는 다시 야맹주를 들어 올리며,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다들 이것 좀 보세요, 제가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8화

    진찬영은 이런 중요한 기회를 사도현을 놓칠 수가 없었다.“저는 저의 파트너로 하늘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진찬영이 사도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안전요원에게 이렇게 말하자 사도현과 배경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자식 뭐하는 거야. 포기라도 하는 거야?”사도현은 믿기지 않는지 진찬영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어떻게 하늘 씨를 선택할 수 있어요? 어쩌다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기회가 생겼는데 왜 포기하는 거예요?”진찬영이 사도현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잠깐 경윤 씨를 도현 씨한테 맡길게요. 꼭 잘 지켜주셔야 해요.”사도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잠수복을 입고 하늘과 함께 바다로 뛰어드는 진찬영을 쳐다보았다.“왜 저래?”제대로 한판 붙어볼 줄 알았는데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자기뿐이라 갑자기 김이 새는 느낌에 불쾌하기만 했다.“갑시다. 파트너님.”사도현은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멍한 표정의 배경윤한테 터벅터벅 걸어갔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랑 짝이 된 거야.”배경윤은 싫증난 표정을 하고있었다.진찬영과 손잡고 바다 경치를 즐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도현한테 자기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아까 등산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이 타이밍에 진찬영이 뒤로 물러설 줄 몰랐다.“난 다이빙 챔피언까지 땄던 사람이야. 기다려 봐. 오늘 야맹주를 꼭 찾아줄게.”사도현의 오늘 주요 목적은 야맹주를 찾는 것이었다.비록 전설일 뿐이었지만 만약 정말 찾아서 배경윤한테 준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고 로맨틱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은 하나둘씩 바다에 뛰어들었다.하트섬은 물고기 떼, 가지각색의 산호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수질이 좋았다. 더 깊이 내려가면 잭피시가 보이기도 했다.배경윤은 산소 호흡기를 꽉 깨물고 천천히 밑으로 향했다.파트너인 사도현은 그녀에게 무슨 사고라도 일어날까 봐 옆에 꼭 붙어있었다.진찬영은 몇 미터 밖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중이염을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7화

    이들은 어제저녁 약속한 대로 섬 근처에 있는 청정지역에서 스토클링하기로 했다.이때 감독 최빈이 말했다.“이 섬은 모양이 하트로 되어있어 하트섬이라고 불리는데 물이 맑아 산호초와 열대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들 오늘 운이 좋으면 하트섬 특유의 야맹주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밤이면 빛이 나는 그런 야맹주요.”“정말 야맹주가 있는 거예요?”배경윤이 이번 스노클링이 점점 더 기대되었다.사실 그녀는 일찍 하트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섬 중앙에는 고가의 진주가 들어있는 천연 조개가 많다고 했다. 최빈이 언급한 야맹주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전설 속에서는 야맹주를 찾은 사람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했다.신난 배경윤은 야맹주를 찾아서 차설아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존재하는지, 아니면 호객행위인지 몰랐다.“당연히 있죠. 수년 전에 섬에서 살던 분들이 발견했대요. 찾을 확률은 낮지만, 없는건 아니에요.”최빈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그럼 뭘 기다려요. 저희 얼른 가요...”조급해 난 배경윤이 이때 대담하게 제의했다.“저희 스노클링하지 말고 아예 다이빙하는 거 어때요? 6미터 가까이 되는 그런 다이빙을 하면 야맹주를 찾을 수 있는 확율이 더욱 높지 않을까요?”“좋아요.”사도현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스노클링을 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다이빙해야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있죠.”“저도 좋아요. 저는 폐활량이 좋아서 물속에서 산소통이 없어도 몇 분씩이나 있을 수 있다고요.”하늘도 찬성의 의미도 손을 들었다.올림픽 금메달 수영선수로서 물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오직 진찬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영 씨는 스노클링하실 거예요? 아니면 다이빙하실 거예요?”최빈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진찬영에게 물었다.“저는 경윤 씨랑 같은 걸 할게요.”진찬영의 표정이 안 좋았던 것은 전에 중이염 수술을 받은 적 있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너무 깊게는 내려가지 못했다. 5미터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6화

    배경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렸다.“급할 필요 없어요. 아직 시간은 많아요. 어제저녁 하늘 씨를 선택한 것은 저랑 사도현 씨의 모순을 와해시키려고 그랬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오늘 저녁은 경윤 씨 마음에 따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진찬영은 배경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계속 지금처럼 애매모호하지 말았으면 했다.이런 명분 없는 사이가 싫기도 했고, 사도현의 맹렬한 공격하에 배경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했다.그래서 하루빨리 결정짓고 싶었다.“알았어요.”배경윤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저녁은 제 마음에 따라 더는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오늘 아침 진찬영과 함께 잠깐 아침햇살을 만끽하면서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한 생활이 아니라 평온한 생활을 기대했다.배경윤과 진찬영이 함께 하산할 때, 사도현도 마침 기상했다.사도현은 지금까지 스코어가 가장 높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배경윤과 방을 바꾸기로 하고 짐을 배경윤의 바다뷰 별장으로 옮기기로 했다.복식 별장에는 방이 네 개나 있었고, 모두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배경윤이 상냥하게 대해준다면 기꺼이 방을 하나 내어주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모습만 상상해도 기분이 좋았다.입이 귀에 걸려있을 때, 배경윤과 진찬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웃으면서 걸어오는 것이다.“어디 갔었어요?”사도현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어딜 갔든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배경윤이 미간을 찌푸린 채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다 저를 놓칠 수도 있어요. 지금 경윤 씨한테 방을 하나 내어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사도현이 턱을 만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할수 있는 가장 진지한 말이었다.배경윤은 어이가 없었다.“유치하긴. 어차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디서 지내든 상관없어요. 도현 씨한테는 천장에 별이 가득 붙어있는 저 방이 어울릴 것 같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5화

    다음날.아침햇살이 비추는 섬은 몽롱하고 매력적이었다.아침 조깅하는 습관 있는 배경윤은 다들 자고 있을 때 이미 일어나 뛰고 있었다.산 주위를 따라 2킬로 정도 뛰면서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개운한 느낌이었다.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서서 파란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좋은 아침이에요.”배경윤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진찬영이었다.“이런 우연이. 찬영 오빠도 조깅하러 오셨어요?”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의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발그레해졌다.어제저녁 진찬영이 대놓고 고백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장벽이 무너져 이제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우연이 아니라...”진찬영은 오늘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살짝 가르마를 탄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청춘 로코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잊지 못하는 킹카처럼 보였다.그는 난간을 잡고 옆모습으로 의미심장하게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번에 경윤 씨가 조깅하는 습관이 있다고 들어서... 일부러 만나려고 온 거예요.”배경윤과 이곳에서 만나려고 그녀보다 한 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난 것이다.그때는 아직 날도 밝지 않았던 때였다. 그는 혼자서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와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속으론 배경윤과 함께 이 경치를 보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배경윤이 흔들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제가 이 코스를 달릴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다 못 만나면요?”“만나지 못해도 아쉬운 대로 아름다운 경치를 봤잖아요.”진찬영은 고개돌려 전방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어떤 일이든 결과를 바라지 않아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된 거예요. 그리고 결국엔 경윤 씨를 만났잖아요.”배경윤은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결과보다는 과정만 아름다우면 되었다.이 부분에서는 진찬영과 생각이 똑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4화

    “에헴!”하늘을 신경 쓰지도 않던 사도현은 두 사람이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질투심을 느꼈다.하늘도 그제야 선을 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입을 닫으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죄송해요. 경윤 씨,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다른 사람을 선택해 보세요.”“그게 뭐 어때서요? 어차피 저희 서로 선택하는 과정이잖아요. 하늘 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과 셋이 함께 스노클링하면 되잖아요. 둘이든 셋이든 저는 상관없어요.”배경윤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하늘이 컨트롤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제일 안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진찬영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사도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요? 경윤 씨는 정말 내일 아침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과 함께 스노클링할 수 있는 거예요?”하늘은 억울한 강아지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럼요. 저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에요. 3각 구도는 제일 안정적이니까요.”배경윤이 익살스럽게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입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요. 그러면 내일 경윤 씨, 저, 그리고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 세 명이 함께 스노클링하는 거예요. 마음이 변하면 안 돼요.”“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빠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빠지면 평생 짝을 찾지 못할 거예요.”배경윤은 하늘에 대고 진지하게 맹세했다.이때 하늘이 진지하게 말했다.“사실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사도현 씨에요. 그리고 오늘 모든 사람 앞에서 사실대로 말했고요.”사도현이 눈썹을 움찔하더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배경윤을 쳐다보았다.“저희 내일 봐요.”‘왜 이렇게 된 거지?’배경윤은 흐뭇한 표정의 사도현을 보면서 그가 일부러 함정을 파놓았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진찬영이 입을 열었다.“3각 구도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재미가 없잖아요. 저도 끼워주시면 안 돼요?”진찬영은 사도현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사도현을 쳐다보았다.“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은 배경윤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3화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 다부진 몸매에 끌려 그대를 쭉 지켜보게 되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대의 모습을 보면서 심장이 떨려왔어요. 자신감이 넘치는 그대가 유독 빛나 보였거든요. 그대는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하늘은 배경윤이 쓴 편지를 천천히 읽으면서 진찬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성 참가자 중에서 진찬영이 텔레비전에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진찬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앉아 있었다. 사도현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고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첫인상 1위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대라고 하고 싶어요. 하늘 씨, 앞으로 우리 잘 지내봐요. 하늘 씨랑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하늘 씨의 마음도 궁금해요. 단둘이 얘기 나누고 싶어요.”편지를 다 읽은 하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늘은 부끄러워하면서 머리를 긁적였고 배경윤을 쳐다보면서 물었다.“경윤 씨, 언제부터 저한테 호감이 생긴 거예요?”하늘을 포함한 게스트들은 전부 두 눈을 크게 뜨고 배경윤을 쳐다보았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배경윤은 사도현, 진찬영이 아닌 뜬금없는 하늘한테 고백했던 것이다.[지금 사람 마음 갖고 장난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지 다 보이는데 왜 저러는 거야?][이거 대본 맞지? 대본의 냄새를 맡았어. 제작진한테 너무 실망이야.][대본이든 말든 나는 사도현과 배경윤이 이어지길 기도할 거야.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리잖아. 이러다가 진짜 이어져서 결혼할 수도 있어.][결혼이라니, 너무 앞서간 거 아니야? 사도현이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아. 배경윤은 진찬영을 더 좋아한다고!]네티즌은 댓글 수백 개씩 달면서 열렬하게 토론했다. 진찬영의 평온한 얼굴에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사도현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사도현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열렬하게 구애했는데도 하늘 씨한테 졌어요. 정말 아쉬워요.”“사도현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경윤 씨가 장난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저는 오늘 경윤 씨랑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2화

    배경윤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진찬영은 배경윤이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동안 꾸준하게 좋아했던 연예인이기도 했다.배경윤은 그동안 진찬영과 지내면서 연예인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열정적인 팬에서부터 진찬영을 좋아하는 여자가 되었다.가끔 진찬영과 손을 잡고 천천히 늙어가는 평화로운 삶을 그리기도 했었다.진찬영은 자신을 향해 뻗은 배경윤의 손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불쾌함을 전부 씻어버리고 손을 잡으려고 했었다.그런데 이때 사도현이 갑자기 나타나서 배경윤의 손을 잡았다.“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밤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으니 아무도 빠지면 안 된다고 했어요.”말을 마친 사도현은 진찬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씩 웃었다. 그리고 배경윤을 데리고 게스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이 손 안 놔? 누구 마음대로 내 손을 덥석 잡는 거야? 때리기 전에 놔줘.”배경윤은 살기가 넘치는 눈으로 사도현을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사도현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었다.사도현은 진찬영과 배경윤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 훼방했다.“내가 잡고 싶어서 잡은 줄 알아? 제작진이 너를 데리고 오라고 했어.”사도현은 게스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배경윤을 데리고 왔다. 그러고는 사회자 최빈을 향해 말했다.“다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하죠.”최빈은 뒤쪽에 서 있는 진찬영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찬영 씨,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곧 고백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은 매일 밤에 게스트들이 모여 앉아 호감이 있는 사람한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써야 했다. 다 쓴 편지는 추첨함에 넣고 제작진이 지목한 게스트가 나와서 뽑은 편지를 읽으면 되었다.낯부끄러운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서 게스트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아주 궁금했다.마음을 편지에 담아 공개하기에

  • 선 이혼, 후 집착   제1421화

    배경윤은 초가집의 뒷문으로 나온 뒤에 일부러 바닷가를 돌아서 바비큐 파티가 열린 곳으로 향했다. 게스트들은 배경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반가워했다.“경윤 언니, 오셨어요?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경윤 언니가 와서 너무 기뻐요.”장유빈이 머무는 숙소는 배경윤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장유빈은 바비큐 파티에 같이 참가하자고 했지만 배경윤은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못내 아쉬웠던 장유빈은 배경윤을 발견하고는 신나서 벌떡 일어났다.“모두 참가했는데 저만 빠지면 그렇잖아요. 저만 유별난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늦게 와서 죄송해요.”배경윤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이제라도 와줘서 고마워요. 경윤 씨, 이것 좀 봐요. 찬영 오빠가 경윤 씨를 위해서 쉬지 않고 고기만 구웠어요. 경윤 씨가 고기를 그렇게 좋아한다더라고요.”소수민은 불판에 올려진 고기를 보면서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같은 여자라도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요. 저희는 먹고 싶은 걸 구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구웠어요. 그런데 경윤 씨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찬영 오빠가 양념 고기, 불닭 소스 고기, 허니 고기를 준비했대요. 먹음직스러워서 침이 저절로 고였어요.”배경윤은 진찬영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 고마웠고 다른 한편으로 미안했다.“찬영 오빠, 고기를 굽느라 고생 많았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제가 오빠를 위해서 뭐라도 할게요.”배경윤은 진찬영의 옆으로 걸어가서 같이 고기를 굽고 양념을 발랐다.“조심해요!”진찬영은 튀어 오르는 숯불을 막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숯불은 그대로 진찬영의 손에 튀었다.“찬영 오빠, 괜찮아요? 이 고귀한 손으로 왜 막은 거예요! 흉이 지면 안 되니까 얼른 가서 약부터 발라요.”소수민은 입을 틀어막고 기겁하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찬영 오빠, 저...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오빠가 다쳤어요.”깜짝 놀란 배경윤은 어쩔 줄 몰라 했다.“괜찮아요. 덴 것도 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