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배경수는 너무 놀라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곧이어 간호사가 수술대를 밀고 수술실에서 나왔고, 커다란 남성의 몸이 흰 천으로 덮인 채 누워 있었다.“가족분 와서 보시겠어요?”의사는 얼굴이 창백한 배경수에게 말했다.“보지 않으시면 곧바로 영안실로 보내겠어요. 빠른 시일 내로 장례를 치르세요.”“저는...”배경수는 침을 삼키고, 일어서서 한번 보려고 했지만,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안 보겠습니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숙였다.간호사는 수술대를 밀고 그의 앞을 지나 영안실로 향했다.성도윤이 죽었다!성도윤이 죽었다!성도윤이 죽었다!이 소식은 마치 저주처럼 배경수의 머릿속에서 반복되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그 대단하고 잘난 인간이 이렇게 갔다고? 앙숙인 나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보스는 어떻게 받아들이겠어...’배경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안돼, 절대 보스가 이 일을 알게 해서는 안돼. 몸이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 절대 모르게 해야 해!”다음날.배경수는 정성껏 만든 아침 식사를 들고 제일 먼저 차설아의 병실에 도착했다.“왔어?”차설아는 진작에 깨어나 열심히 책을 보고 있었다.“어때? 아직도 아파?”배경수는 작은 상판을 올려놓고, 각양각색의 아침 식사를 하나씩 꺼내며 정성스레 물었다.“전혀 안 아파. 간호사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진작 내려가 걸었을 거야!”차설아는 씩씩하게 말했다.그녀는 작은 탁자 위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침 식사를 보며 침을 삼켰다.차설아는 아침 식사를 하며 성도윤의 안부를 물었다.“그 사람은 수술 끝났어? 방금 간호사한테 물었는데 안 알려주더라고.”“그 자식은...”배경수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진작 괜찮아졌지.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수술했잖아. 누가 감히 부잣집 도련님의 몸을 함부로 대하겠어!”“맞는 말이네. 그럼 나도 안심
하지만 직원이 말했다.“죄송하지만, 성도윤 씨 시체는 이미 인계되었습니다.”“네? 인계되었다고요?”배경수는 신경이 곤두서서 물었다.“누가요?”“고인의 가족분께서 어제저녁에 옮기셨어요.”‘그렇다면, 성가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건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배경수는 생각에 잠겼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주식 시장, 언론, 심지어 성대 그룹까지 최신 정보를 훑어보았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혹시, 죽은 사람이 성도윤이 아니란 말인가?’“확인할 것이 있는데요, 그 시신이 성대 그룹의 성도윤 대표가 맞나요?”배경수는 직원에게 물었다.“아마 맞을 거예요. 시신을 받으러 온 분이 아버지셨어요.”직원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럼 더 이상한데요?”배경수는 의심을 가득 품고 차설아의 병실로 돌아갔다.공교롭게도 배경윤은 남자친구 강우혁을 데리고 차설아를 보러 왔다.“언니,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잖아. 하룻밤 사이에 이게 대체 뭔 일이야? 대체 누가 그랬어? 내가 당장 가서 복수할 거야!”배경윤은 차설아을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분을 토했다.“내가 길에 잘못 들어서서 넘어진 거야.”차설아는 몸을 움직이며 자신만만해서 말했다.“걱정 마. 이 정도 상처는 열흘이나 보름 정도면 충분해!”강우혁이 말을 보탰다.“저희 집은 의사 가문이라, 아버지께서 정형외과 의사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 설아 씨가 필요하면 제가 소개해드리죠.”배경윤이 급히 말했다.“뭘 묻고 그래? 당장 전화해서 오라고 해야지! 반드시 최고의 의사가 언니를 치료해줘야 내가 마음이 놓인단 말이야.”강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당장 전화할게.”차설아는 원래 거절하려 했지만 정형외과 의사라는 말을 듣고 냉큼 말했다.“그럼 우혁 씨한테 부탁 좀 할게요. 저는 필요하지 않지만 성도윤이 필요할 것 같아요.”“성도윤? 그 인간이랑 뭔 상관인데?”배경윤은 성도윤의 이름을 듣고 급히 물었다.“설마, 두 사람 같이 있다가 사고 난 거야?”“그 인간 나 구하려다가 심하게 다
“당연하지!”배경윤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배경수와 마찬가지로, 배경윤도 차설아를 백 프로 신뢰했다.“그럼 언니만 믿을게.”배경윤은 떠나기 전, 차설아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또 강우혁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당부했다.“우리 언니한테 잘 보여. 언니가 허락하지 않으면 난 결혼 못 한다고.”“걱정하지 마. 설아 씨는 분명 나의 진심을 알아주실 거야.”강우혁은 미소를 지으며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맞죠, 설아 씨?”“아마도요?”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배경수와 배경윤이 병실을 떠나고, 차설아는 입꼬리를 내리더니 차갑게 말했다.“문 좀 닫아주세요.”강우혁은 차설아의 요구대로 문을 닫고 차설아 앞에 다가가 점잖은 얼굴에는 시종 온화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저에 대해 뒷조사를 한 모양인데, 제 과거를 아셨나 봐요?”차설아는 조금 의외였다.“생각보다 똑똑하네요.”“과찬이세요. 경윤이가 늘 저한테 설아 씨는 정과 의리를 중히 여기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친한 동생이 오래 만나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니, 절 조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죠.”“좋네요. 똑똑할 뿐만 아니라 사리에도 밝네요. 확실히 흠잡을 데가 없어요.”차설아는 강우혁의 태도가 이렇게 겸손할 줄 몰랐다. 자신에 대해 뒷조사를 한 걸 알면서도 전혀 화내지 않고 사리에 밝은 말만 골라 하니, 차설아는 조금 부끄러웠다.“그럼 솔직하게 말해요. 경윤이에게 접근한 목적이 뭐죠?”차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우혁은 덤덤하게 웃었다.“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저는 윤이를 사랑해요. 굳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윤이와 부부가 되어 평생 함께 사는 것?”“헛소리!”차설아는 하찮은 듯 말했다.“그런 말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경윤이나 믿지, 난 절대 못 속여요. 당신이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내가 모르는 줄 알아요? 똑똑한 분이, 그 여자가 우리에게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모를 리 없을 텐데요?”“지금 채원이를 말하는
하지만 차설아는 여전히 마음이 찝찝했다. 이 모든 상황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정말 떳떳하다면 시간 내서 당신과 임채원이 사랑했던 사이라는 걸 경윤이한테 솔직하게 말해요. 경윤이가 받아들인다면 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차설아가 강우혁을 향해 말했다.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자기 때문에 배경윤에게까지 누를 끼치는 것이었다.임채원이 어떤 여자인지는 차설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든 임채원과 관계된다면 반드시 재수가 없게 된다.“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설아 씨가 그 말을 안 했어도 저는 경윤이에게 잘 얘기할 거예요.”강우혁이 꽤 진정성 있는 얼굴로 말했다.“좋아요,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다시 한번 말하는데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제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거예요.”차설아는 강우혁의 허점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에게 다시 한번 경고했다.강우혁이 병실을 떠난 후, 밖에서 기다리던 배경윤이 바로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어때? 언니에게 인정받았어?”“아마도? 80%는?”강우혁이 솔직하게 말했다.“그래도 괜찮네, 계속 화이팅해!”배경윤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누구보다 차설아를 잘 알고 있었다. 강우혁이 차설아로부터 80%의 인정을 받았다는 건 이미 그녀의 기대 이상이었다.강우혁은 배경윤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물었다.“경윤아, 만약 언젠간 나랑 설아 씨 사이에서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누굴 선택할 거야?”“당연한 걸 왜 물어?”배경윤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설아 언니를 선택하지. 설아 언니랑 맞서 싸우는 일이 없는 게 좋을 거야, 난 무조건 설아 언니 편이니까.”배경윤의 말은 농담이 아닌 진심 같았다.차설아는 항상 배경윤을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 여자라고 놀리곤 했지만 배경윤은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생각했다. 남자와 차설아 중에서 고르라면 그녀는 무조건 차설아를 고를 것이다.남자는 배신하고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차설아는
강우혁의 표정은 조금 복잡했다. 그는 한참 망설이다가 물었다.“두 아이를 어떻게 할 건지 내가 알아도 돼?”“그렇게 많은 걸 물어서 뭐 하게?”임채원은 갑자기 표독스러운 눈빛을 보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네가 잘 알잖아. 나 사랑한다며, 나를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며, 지금이 바로 나한테 잘 보일 기회야. 절대 이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돼. 일이 잘되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게!”“나...”강우혁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알겠어,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치 않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너를 저버린다 해도 나는 너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거야.”임채원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여왕처럼 도도하게 말했다.“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나 임채원은 말만 잘하고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남자를 제일 싫어해. 너 그 씨발년 친구랑 그래도 오랫동안 사귀었잖아. 그 씨발년에게 아이 둘 있다는 것 외에 또 뭐 알아낸 것 없어?”“아직은 없어. 배경윤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야. 차설아를 100% 믿는데 간이라도 꺼내 줄 것 같았어. 너무 자주 차설아에 관해 물어보면 나 의심할 거야.”“흥, 여자들 사이에 100% 믿는 관계가 어디 있어. 남자 때문에 감정 틀어진 경우가 수두룩한데. 만약 자기가 가장 믿는 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에게 꼬리 쳤단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반응을 보일 것 같은데?”임채원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그게 무슨 말이야?”“무슨 말인지는 네가 잘 알잖아!”임채원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 원한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씨발년, 안 나타나면 몰라도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내가 복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무튼...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꾸물거리다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이미 도윤이랑 다시 가까워지는 중인 것 같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4년 동안 그녀는 하루 같이 정신 나간 척을 했다. 손목도 1
“오 아주머니, 올해 정원에 핀 백합꽃 말이에요, 엄청 많고 크게 피지 않았어요?”소영금은 옆에 서서 시중을 드는 집사 오 아주머니에게 물었다.“네?”사실 백합은 해마다 크고 화사하게 피었기에 크게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소영금의 흥을 깨우지 않기 위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많이, 그리고 크게 피었네요. 작년과 똑같이요!”소영금은 오 아주머니를 힐끔 보더니 마치 승부욕이 오른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어디가 똑같아요? 분명 올해 더 잘 피었구먼. 백합꽃이 잘 핀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네? 무슨 뜻이에요?”“백년가약을 의미하죠. 올해 백합꽃이 특별히 잘 피었으니 분명 하느님의 뜻일 거예요. 우리 아들이랑 며늘아기는 곧 다시 화목하게 지낼 것이고 백년가약을 맺겠죠!”소영금이 말하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백합 한 송이를 따서 손에 들고 다시 보았다.마치 활짝 피어난 백합꽃에서 성도윤과 차설아의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듯이 말이다.“백합꽃이 그런 꽃말도 있었어요?”어안이 벙벙한 오 아주머니는 저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소영금이 해석한 백합의 꽃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왜 그렇게 말이 많아요. 나 소영금이 있다면 있는 거지. 내가 말한 대로 가장 예쁘게 핀 백합 몇 송이를 따서 한 다발로 묶어줘요. 쓸데가 있어서 그래요.”소영금이 눈썹을 들썩이며 오 아주머니에게 분부했다.“알겠어요!”오 아주머니는 가위를 꺼내 소영금의 요구대로 백합꽃을 일일이 잘라 꽃바구니에 담았다.그녀는 꽃을 자르면서도 조심스럽게 소영금에게 물었다.“사모님, 이번에 차설아 씨가 돌아왔는데 어째 사모님께서 도련님보다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정말 차설아 씨가 임채원 씨에게 한 일들은 용서하신 거예요?”소영금의 귀까지 걸린 미소는 조금 옅어졌다. 소영금이 덤덤하게 말했다.“왜 갑자기 과거의 기분 나쁜 일을 꺼낸 거예요? 정말 흥이 깨지네.”“사모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차설아 씨에 대한 사모님의 태도가
“알겠어, 들어오라고 해!”소영금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녀는 임채원에 대해 싫증이 났다.임채원이 성씨 가문의 아이를 가졌고, 또 비참한 결과를 맞이해서 망정이지, 아니면 소영금은 진작 그녀와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얼마 후, 하인의 안내하에 소복을 입은 임채원은 연약한 얼굴로 정원에 들어섰다.“어머, 저 재수 없는 꼴을 좀 봐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초상집으로 온 줄 알겠어요. 재수 없어!”소영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오 아주머니에게 투덜거렸다.“어머님!”임채원이 천천히 소영금 앞으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제가 사고를 친 것 같아요. 이번에 저 좀 도와주세요. 만약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마 도윤이가 영원히 저를 용서하지 않고, 저의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않을 거예요...”“그래?”소영금은 내심 기뻤다.‘이런 좋은 일이 있을 수가. 부처님 같은 심성을 가진 내 아들이 드디어 널 내버려 두려는 걸까?’하지만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소영금은 도도한 척하고는 능청스럽게 물었다.“울지 마, 뭔 일 있었어? 한 번 똑똑히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당연히 도와야지.”임채원이 불쌍한 얼굴로 눈물을 쓱 닦아내며 말했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어머님도 아시겠지만 설아 씨가 해안으로 돌아왔잖아요. 그래서 과거의 원한이 떠올라서 마음이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설아 씨가 아이 산소 앞에 가서 진심으로 사과해 아이의 망령을 위로해 주길 바랐어요...”소영금은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무리한 요구는 아니네. 고의가 맞든 아니든 아이는 설아 때문에 죽었으니 한 번 가서 인사하는 것도 맞아!”“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설아 씨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전혀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도윤이가 나서서 겨우 설아 씨를 설득했고요...”“그래서?”소영금의 얼굴색은 조금 어두워졌다. 그녀는 임채원에게 계속 말하라며 재촉했다.그
그래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성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윤이한테 물어봐야겠어,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설아가 그토록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결과는 뻔했다.그녀는 성도윤과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진무열도 성도윤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이상하네, 왜 연락이 안 되지? 평소 이맘때쯤이면 이 자식 벌써 일을 시작했을 텐데 말이야. 요즘 성대 그룹은 워낙 바쁠 때라 직접 처리해야 할 까다로운 일도 많을 텐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소영금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표정이 점점 더 엄숙해졌다.곧이어 그녀는 또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이에게 성도윤의 행방을 알아봤는데 그들도 모두 성도윤을 찾고 있었다.“도윤이 얘는 왜 갑자기 연락되지 않는 거야?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소영금의 얼굴에는 불안한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요즘 성대 그룹 내부는 한창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신형 스마트폰 ME2350이 곧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었고, 이달 말에 G6 칩 제조사인 KCL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전체 하이 테크 기술 분야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그때면 업계가 크게 재편되고 많은 경쟁자들이 도태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심지어 20년 동안 성대 그룹은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킬 것이다.‘도윤이는 왜 하필 KCL과 계약을 해야 하는 이때 사라진 거야... 혹시 경쟁 상대가 일부러 보복한 건 아닐까? 성대 그룹과 KCL의 비즈니스를 막기 위해서?’그 생각에 소영금은 흠칫 놀라 식은땀을 흘렸다.비즈니스는 전쟁터 못지않게 치열하다는 잔혹한 사실을 소영금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성도현이 그렇게 목숨을 거뒀기 때문이다!“아니야, 당장 경찰에 신고해! 도윤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소영금은 떨리는 손으로 경찰 신고 전화를 했는데 눈시울까지 붉혔다.그녀는 자식이 아들 둘 뿐이었다. 만약 성도윤에게까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 싶었다.“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