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고개를 숙인 채 팔에 놓인 작은 손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왜 그래?”“많아. 사람이 너무 많아!”차설아는 긴장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성도윤을 차 뒷좌석으로 밀면서 중얼거렸다.“많은 사람들이 날 쫓아오고 있어. 무서워. 빨리 차에 타서 피해야 해.”“많은 사람들?”성도윤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미간을 더욱 구겼다.한밤중에, 이 주차장에는 차가 꽉 차 있는 것 외에 두 사람밖에 없었다. 차설아가 말한 ‘많은 사람’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당신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거의 쫓아 오잖아? 빨리 숨으라니까! 죽고 싶어?”차설아는 급해서 얼굴을 붉히더니, 다짜고짜 성도윤을 차 안으로 밀었다.성도윤은 어쩔 수 없이 차설아의 요구대로 허리를 굽혀 차 뒷좌석으로 들어갔다.다행히 고급 세단이라 뒷좌석이 넓고, 가죽 시트로 되어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우리...”성도윤은 차설아에게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물으려 했다.“쉿!”차설아는 성도윤에게 바싹 다가와 손바닥으로 그의 입을 막고, 긴장한 눈빛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며 성도윤의 귀에 조용히 말했다.“조용히 해. 밖에서 순찰하고 있어. 들키면 안 돼.”“???”성도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많은 사람’도 보지 못했고, ‘순찰’하는 사람도 전혀 보지 못했다.성도윤은 차설아가 자신을 놀리거나, 유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지금 두 사람의 자세는 충분히 이상했다.성도윤은 긴 다리를 뻗어 자리에 앉았고, 차설아는 그의 입을 가리기 위해 그의 가슴팍에 엎드려, 두 사람 사이에는 얇은 옷감만 존재했다.성도윤의 숨결에 차설아 특유의 담담한 치자꽃 향이 풍겨왔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그의 목덜미와 귓가에 다가와 마치 고양이 발톱처럼, 성도윤의 가슴을 조금씩 긁고 있었다...‘빌어먹을! 죽을 맛이네!’“콜록!”성도윤은 호흡이 가빠졌고, 커다란 몸을 조금 움직였다.큰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덮고 있는 차설아의 손을 약간 거칠게 밀어내고,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
성도윤은 겁에 질린 차설아를 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미친 척하고 놀면 재밌어?”“아니야. 당신 몸에 정말 많은 작은 사람들이 기어 다니고 있어. 머리에도 있고…”차설아는 진지하게 성도윤의 머리를 가리켰고, 예쁜 얼굴은 한껏 구겨져 험상 굳은 표정이었다.“그리고 당신 머리에 수초가 많이 자랐어. 내가 정리해 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성도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중얼거렸다.“겁먹지 마. 내가 다 정리해 줄게. 하나, 둘, 셋…”“그만하라고!”성도윤은 더 이상 분노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차 좌석에 기대어 차설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마치 철없는 딸의 장난에 맞춰주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그래, 미친 척하고 싶으면 미친 척하게 내버려두지 뭐.’성도윤은 차설아가 도대체 언제까지 미친 척을 할 수 있는지 두고 보려 했다.이상한 분위기가 감도는 차 안에서, 차설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도윤의 머리를 받쳐들고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잡아당기고 있었다.성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기괴한 장면에서 꽤 화목한 모습이 배어 있었다.“휴, 겨우 다 정리했네.”차설아는 긴 숨을 내쉬고, 성도윤의 머리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마터면 잠이 들 뻔한 성도윤은 자세를 바로잡고 말했다.“다 정리했어? 그럼 이제 뭐 할 건데?”“젤리!”차설아는 남자의 입술을 가리키며 말했다.“핑크 젤리다! 젤리 먹을래!”성도윤이 반응하기도 전에 차설아는 자신의 입술을 남자의 입술에 얹었다.성도윤은 몸이 찌릿하더니,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두 손을 벌리고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음… 젤리 달다. 너무 부드러워!”차설아는 남자의 입술에 키스를 하면서, 마치 절세의 맛을 보는 것 같은 찬사를 보냈다.“콜록!”성도윤은 머리가 텅 비었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차설아가 처음으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의 키스는 열정적이지만 기교가 좀 부족했다.성도
차설아의 비명소리에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깨어났다.성도윤의 상의는 벗겨져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완벽한 근육라인이 어우러진 이기적인 몸매는 남성의 원초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눈앞의 조금은 이상한 장면에 성도윤은 바로 정신이 들었고, 몸을 곧게 세우고 차설아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변태!”차설아는 재빨리 외투를 집어 들고, 조금은 ‘허전한’ 몸을 가리고, 성도윤을 힘껏 때렸다.“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내 배가 이런데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가만 안 둬!”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 그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젊은 남녀가 한 방에서 옷가지도 많이 걸치지 않은 채로 함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잠깐!”성도윤은 세차게 내려치는 차설아의 주먹을 힘껏 움켜쥐고 어젯밤의 일을 회억하더니 딱 잘라 말했다.“당신한테 허튼짓하지 않았다고 장담해! 나 그 정도 자제력은 있어!”성도윤은 자신의 몸 상태를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기억은 매우 선명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어젯밤의 차설아는 마치 지력이 떨어진 아이처럼 헛것을 보고, 머리카락을 뽑고, 또 그의 입술을 젤리처럼 빨기도 하고... 참 이상했다.“그러니까 어젯밤에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는지 알려줄래? 만약 날 유혹하고 싶다면, 그냥 단순하게 직진하면 되잖아. 그런 수작 따위 부릴 필요 없잖아.”성도윤은 큰 손으로 차설아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고, 두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내가 당신을 유혹해?”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고 막말을 내뱉었다.“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당신을 유혹해?”“품에 안기지 않나. 내 입술을 뜯지 않나. 이게 유혹이 아니라고?”“아니야, 절대 불가능해!”차설아는 ‘X’자 모양을 하며 말했다.“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해? 차라리 돼지머리를 뜯
성도윤은 진지하게 물었다.“미안해. 어젯밤에는 내가 뭐에 홀렸나 봐.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차설아는 성도윤의 눈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능하다면 블랙박스 영상 삭제하고, 없던 일로 하는 건 어때? 정신적 피해 보상 금액은 내가 지불할게. 어때?”“내가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여?”“아니!”“그러니까 돈은 됐고, 다른 보상을 생각해 봐. 안 그럼 이 영상은 절대 삭제하지 않을 거야.”성도윤은 침착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돈 말고 내가 줄 게 뭐가 있어? 어차피 당신도 아쉬울 거 없잖아?”차설아는 몸을 고쳐 앉고 성도윤에게 경고했다.“솔직히 나한테 당신이 술에 취해 미쳐가는 동영상이 있어. 감히 내 영상을 유출한다면 나도 똑같게 행동하는 수밖에. 죽으려면 같이 죽어야지!”차설아의 위협이 통했는지, 성도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옷을 정리하며 어젯밤의 모든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근데, 너무 이상하잖아. 어젯밤에 난 왜 그렇게 이상한 짓을 했을까?”차설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성도윤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말했다.“버섯 수프 때문일 거야.”“버섯 수프?”“어떤 버섯은 독성이 있어. 과량으로 섭취하면 환각을 일으켜. 어젯밤 당신이 꽤 많이 마셨잖아. 뭐 작은 사람이며, 수초며, 젤리며, 그거 다 당신 환각이야.”“근데 당신도 마셨잖아? 왜 당신은 괜찮아?”“난 조금만 마셨어.”“당신도 후에는 환각이 생겼잖아?”“왜일 것 같아?”성도윤은 차갑게 차설아를 보더니 말했다.“키스를 오래 해서 그래.”“악!”차설아는 목까지 빨개지며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성도윤은 시동을 걸었고, 창문 양쪽에는 지나가는 풍경이 펼쳐졌다.그는 백미러로 뒷좌석의 여자를 살피더니 갑자기 물었다.“그런데 방금 그 말은 무슨 뜻이야?”“무슨 말?”“당신 배가 그런데 내가 나쁜 짓을
성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만 주시하며 운전에 열중했다.차는 점점 시내에서 외곽으로 향했다. 도로 양쪽은 모두 푸른 바다였고, 시야가 탁 트이는 모습이었다.차설아는 왠지 등골이 오싹해서 좌석 등받이에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이 자식은 대체 왜 나를 해변으로 데려온 거야? 설마 자기 입술을 물어뜯은 것 때문에 날 바다에 던지려는 건 아니겠지?’“성도윤, 우리 대화로 풀어! 극단적인 방법 말고!”차설아는 황급히 사정하기 시작했다.“내가 어제 당신한테 실수를 하긴 했지만, 고의는 아니었어. 누가 그렇게 잘 생기래? 옷도 잘 챙겨 입지 않고, 그건 분명 사람을 유혹하는 모습이잖아. 난 그저 모든 여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야. 이번만 용서해 줘. 다음부터는 절대 안 그럴게. 당신이 온갖 수단으로 날 유혹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게.”차가운 얼굴의 성도윤은 원래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차설아의 말에 기가 차서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맛있게 생겨서 당신이 내 입술을 뜯었으니, 당신은 책임이 없다?”“그건 아니지!”차설아는 당당하게 말했다.“내 행동은 우연이었지만, 당신은 아니잖아. 법적으로 당신의 행동은 범죄에 속하고 난 무죄야.”성도윤은 차설아가 이렇게 억지를 잘 부리고, 이중 잣대가 극에 달한 사람인 걸 전혀 몰랐다.두 사람은 말다툼 끝에 해안의 가장 유명한 교회에 도착했다.이 교회는 바다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푸른 지붕을 가진 하얀 건물은 바다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아주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교회는 평소에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결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이었다.해가 지기 전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반지를 교환하면 두 사람은 바다의 여신의 축복을 받아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있었다.성도윤의 차는 교회 앞 주차장에 멈춰 섰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오늘 진우랑 청하 결혼식이야. 진우가 당신도 오라고 했잖아. 같이 들어가.”성도윤은 우월
“형, 드디어 왔어? 내가 전화를 수백 통 넘게 했는데 왜 연락이 안 돼? 진우 형이 급해서 특수부대를 출동시킬 뻔했잖아!”양복 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한 사도현은, 멀리서 성도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결혼식은 저녁이잖아? 뭐가 그렇게 급해?”“당연히 급하지. 우리는 들러리잖아. 신부맞이도 해야 하고, 사진도 찍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당연히 미리 와서 준비해야지.”사도현은 말하면서 성도윤을 끌고 무대 뒤로 갔다.“일단 분장실에 가서 옷부터 갈아입어. 옷을 너무 캐주얼 하게 입었어. 어디 놀러 왔어?”두 사람은 분장실로 들어갔고, 강진우는 문을 등지고 창밖의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양복에 늘씬한 몸매의 그는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처럼 우아하고 존귀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조금 구겨진 그의 미간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결혼식을 앞둔 신랑이가져야 할 기쁨이나 감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형, 도윤이 형 왔어. 이제 안심해도 돼!”사도현은 강진우의 뒷모습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강진우는 즉시 몸을 돌려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다행이야. 도윤아. 드디어 왔구나. 네가 오늘 안 오는 줄 알았어.”성도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왜 안 오겠어?”“우리 사이에는 청하도 있고, 관계가 좀 복잡하잖아. 너한테는 이 결혼식이 불편할수 도 있으니 네가 오지 않았더라고, 나랑 청하는 널 탓하지 않았을 거야!”“불편하지 않아.”성도윤은 차분하게 말했다.“나랑 청하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지금은 그저 친한 이성 친구일 뿐이야. 두 사람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그럼 됐어!”강진우는 긴 숨을 들이켰다.요 몇 년 동안 강진우와 성도윤은 계속 연락을 하지 않았다.성도윤의 결혼식에도, 강진우와 허청하는 참석할 면목이 없었다.왜냐하면 그들은, 성도윤이 허청하에게 큰 상처를 받아 자포자기해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동안 강진우와 허청하는
차설아는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파서 잔디밭의 디저트 코너를 헤매고 있었다.무스 케이크 하나를 들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마치 축의금의 본전을 따려는 하객처럼 입가에 크림을 묻히고 열심히 먹는 모습은 아주 귀여워 보였다.갑자기 강진우의 목소리를 들은 차설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고, 마침 성도윤과 눈이 마주쳤다.케이크를 생전 처음 먹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약간 창피하게 느껴져, 즉시 머리를 정리하고는 우아한 모습을 취했다.“스태프가 억지로 케이크를 주더라고요. 저도 이렇게 많이 먹을 생각은 없었어요...”그런 차설아의 모습이 강진우는 너무 귀여워 웃으며 말했다.“스태프분들이 아주 일을 열심히 하는 모양이군요. 안심하고 먹어요. 전부 고급 파티시에가 재료 배합까지 신경 써서 만든 거라 먹어도 살이 안 쪄요.”성도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표정으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다.“이러니 살이 안 찌겠어?”괘씸하다!차설아는 화가 나서 성도윤의 얼굴에 케이크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자식은 말도 참 괘씸하게 하지. 독설가가 따로 없어!’물론,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차설아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성 대표님은 배는 작은데 근육이 왜 그렇게 많아? 가짜 같잖아? 설마 호르몬 주사라도 맞았어?”차설아는 반격에 나섰다.“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당신이 잘 알잖아?”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침을 가했다.“그렇게 많이 만져 봤으면서.”차설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다른 건 몰라도, 성도윤의 근육은 확실히 많이 만졌다. 촉감도 좋고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이 백 프로 자연산이었다!“잠깐!”예리한 사도현은 성도윤을 보고 또 차설아를 보더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물었다.“왜 서로의 배에 대해 이렇게 잘 알아? 설마 어젯밤에 무슨 일이라도...”“없었어!”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부인했다.이에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불러일으켰다.강진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보아하니 어젯밤에 아주
강진우는 여전히 열정적으로 초대했다.강진우의 결혼식에서 자신이 흥을 깨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 차설아는 하는 수없이 승낙했다.“그래요 그럼!”그리고, 잔디밭의 디저트 코너를 보며 아쉬워하며 침을 삼켰다.‘안녕, 맛있는 디저트들아. 언니가 이따가 와서 계속 이뻐해 줄게!’차설아의 모습은 성도윤의 눈에 띄었고, 그의 차갑던 입꼬리에 곡선이 그려졌다.“잠깐.”성도윤은 시동을 걸려는 사도현에게 말했다.“형, 왜 또? 설마 전처랑 친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거야?”“배고파서 먹을 것 좀 챙기려고.”성도윤은 차갑게 말하고는 차 문을 열고 긴 다리로 잔디밭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도윤은 다양한 디저트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쉐이크, 퍼프, 무스 케이크, 딸기 푸딩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가득했다.강진우와 사도현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라서 하마터면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사도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형 디저트 싫어하잖아? 언제부터 입맛이 변한 거야?”성도윤은 차갑게 사도현을 보더니 명령했다.“운전이나 잘해.”그리고 여전히 도도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먹고 싶으면 가져가.”그릇에 담긴 각종 디저트에 눈독을 들인지 오래인 차설아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좋아,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차설아는 퍼프를 집어 들고, 흐뭇하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보송보송하고 바삭바삭한 껍질에 새콤달콤한 크림이 들어 있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었다.차설아는 절제하고 싶었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이미지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입 주위는 크림 범벅이 되었다.차 안에 있던 세 명의 잘생긴 남자는 서로 쳐다보며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특히 사도현은 눈앞의 광경에 크게 놀랐다.그의 인상 속에 차설아는 단정하고, 우아하고, 조신하게 웃는 여자였다. 아름답지만 재미가 없어 보였다.성도윤과 이혼한 후부터,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변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