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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차설아가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않자, 성도윤은 체면이 구겨진 듯 차가운 얼굴로 오만스럽게 말했다.

“싫으면 말고, 어차피 나도 다른 일이 있어서 말이야.”

“좋아!”

차설아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귀밑머리를 넘겼다.

“그게... 엄청 바쁘지만 야식 먹을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야.”

성도윤은 차설아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며 몰래 웃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두 사람은 영화관을 나와 인근의 유명한 맛집 거리에 도착했다.

“뭐 먹고 싶어?”

성도윤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따르는 차설아에게 물었다.

“다 괜찮아. 담백한 거면 돼.”

“담백한 거?”

성도윤은 눈썹을 찡그렸다.

“당신 전에는 입맛이 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 바뀌었어?”

차설아는 당연히 임신 중이라 담백하게 먹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남편도 바뀌는데 입맛이라고 안 바뀌겠어?”

이 말은 분명 성도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남자는 말을 잇지 않고, 인테리어가 우아한 식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기서 버섯 수프 마셔. 담백하고 소화도 잘 돼.”

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맛있겠네.”

각종 버섯이 자라는 계절이라, 신선한 버섯 수프를 한 모금 마시면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았다.

두 사람은 창가 자리를 골라 마주 앉았다.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뭐... 뭐라도 마실래? 밀크티 같은 거?”

성도윤은 모처럼 매너 있게 침묵을 깼다.

차설아는 손사래를 치며 드물게 예의를 갖추었다.

“괜찮아. 수프 마시면 돼. 미리 배부르면 안 되잖아.”

“맞네.”

그리고, 또 대화가 끊겼다.

두 사람은 방금 사귀기 시작한 커플처럼 마음속에는 무한한 애정이 있지만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고 쭈뼛쭈뼛한 모습이었다.

차설아는 성도윤과 조용히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성도윤은 남자친구처럼 여러모로 매너 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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