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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성도윤이 내뿜은 뜨거운 입김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그는 몽롱한 눈빛을 한 채 긴 손가락으로 차설아의 턱을 살짝 들고는 물었다.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차설아는 미간을 구기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거야? 아니면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

“한 번 말해봐.”

성도윤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말해야 내가 알 거 아니야? 내가 도대체 뭘 기억하고 뭘 잊었다는 거야?”

“그날 밤...”

차설아는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웬만해선 술에 취하지 않았다. 취한다 하더라도 전날 밤에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성도윤이 아무 일도 기억할 수 없다는 걸 결코 믿을 수 없었다.

‘일부러 잊은 척을 하는 거 아니야? 떠올리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과 계속 말해봤자 두 사람 사이만 더 어색해질 테고.’

“그날 밤, 당신은 미친개처럼 날뛰었어.”

예쁜 알굴의 차설아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성도윤을 비꼬았다.

“술을 잘 못 마시면 앞으로 마시지나 말든가.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이상한 짓이나 하고, 나중에 또 모든 걸 잊은 척하니 정말 재수 없어.”

성도윤은 어리둥절했다.

차설아가 왜 갑자기 말을 꼬아서 하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분노가 충분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 밤, 먼저 그를 무안하게 만든 건 차설아가 아니던가? 그도 아직 묻고 따지질 않았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차설아가 먼저 선수를 치니 성도윤은 어이가 없었다.

‘여자들이란 원래 다 이래?’

차설아가 떠나려고 하자 성도윤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긴 팔로 그녀를 품에 안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가지 마, 나와 함께 있어줘.”

또 같은 수작이었다, 그녀를 가지 못하게 붙잡는 수작 말이다.

차설아는 더는 그날 밤처럼 쉽게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평온했다.

“성도윤, 이거 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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