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설아가 정식으로 천수 하우스를 떠나는 날이다.이렇게 빨리 이사를 가는 이유는 맞은 편에 사는 전 남편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입주를 앞둔 곳은 그녀가 4년 내내 바라던 꿈의 집이기 때문이다.그곳은 바로 차씨 가문의 저택이다!4년 전, 가문이 파산하고 화려한 3층짜리 별장도 법원에 압류되어 경매에 부쳐졌다.하지만 차설아의 부모가 투신하여 사망하면서, 이 집은 외부인에게 흉가가 되었다. 경매 가격이 이미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았지만 아무도 감히 사지 않으려 했다.며칠 전, 법원은 또 한 번 경매를 진행했다.차설아는 망설이지 않고 2억 원의 가격으로 낙찰받았다.그녀가 이사한다는 소식은 배경수와 배경윤만 알고 있었다. 두 남매는 일찍부터 집들이를 하겠다고 소란을 피웠고, 배경윤은 신비한 친구까지 데려오겠다고 했다.차설아도 여러 해 동안 황폐해진 집이 시끌벅적하기를 바라며 흔쾌히 승낙했다.천수 하우스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짐이 별로 없어 화물차 한 대로 충분했다.떠나기 전에 차설아는 맞은편 문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지금쯤 성도윤은 침대에 누워 임채원과 알콩달콩 결혼 문제를 상의하고 있겠지.그녀가 이사한다는 사실도 어쩌면 그 남자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차설아는 심호흡을 하고, 머리를 내저으며, 빨리 머리에서 성도윤의 생각을 떨쳐내려했다.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앞으로 두 사람은 두 개의 평행선이다. 사업상의 라이벌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교점도 없고, 교점이 있어서도 안 된다.차는 번화한 시내를 지나 서쪽 외곽의 한적한 곳에 이르렀다.해안시에는 ‘남쪽이 북쪽보다 부유하고 서쪽이 동쪽보다 고귀하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그래서 예로부터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고귀한 사람들이었다.예를 들어, 권세가 높은 관리거나, 학계의 거물급 인물, 혹은 조상 3대가 황친국척인 귀족 인사들. 오히려 부를 추구하는 재벌들은 여기에 잘 살지 않았다.차설아의 할아버지는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대장군이고,
녹슨 철책의 핀은 누군가에 의해 뽑혔고, 정원에 있는 잡초도 밟힌 흔적이 있는 것 같았고, 젖은 흙에는 깊고 옅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분명 누군가가 미리 집에 왔다는 것을 설명한다. 발자국은 안으로 들어가는 방향만 있고 나오는 방향은 없었다.즉, 누군가 아직 집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뒤에서 이삿짐 아저씨는 차설아의 짐을 문 앞에 두고 땀을 닦으며 말했다.“아가씨, 물건은 모두 여기에 둘게요. 전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게요... 여긴 너무 음산해요.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빨리 다른 곳으로 이사 가세요.”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아저씨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저씨, 모두들 이 집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아세요?”아저씨는 침을 삼키고 겁에 질린 얼굴로 집을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못 들어봤어요? 집주인 부부가 투신해서 죽었는데 망혼이 떠나지 않아서 이 집은 귀신 나오는 흉가가 되었어요.”“주인 부부가 투신해 죽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귀신이 나온다는 건 실제 증거가없는 헛소문 아닌가요?”“아니에요, 절대로 헛소문 아니에요.”아저씨는 손을 흔들며 딱 잘라 말했다.“많은 사람들이 직접 봤어요. 전에 내가 이 근처에 왔을 때도 한 번 봤어요!”“여주인이 한밤중이 되면 흰 옷을 입고 창문을 서성거리고, 울음소리는 밤하늘에 퍼지고, 아주 괴이했다니까요!”“내 팔자가 좋으니 망정이죠. 게다가 내가 돈이 궁핍하지 않았다면 오늘 안 왔어요!”말을 마친 아저씨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더니, 발바닥에 기름을 바른 듯 차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아가씨, 나 먼저 가요. 몸 조심해요!”차설아는 아저씨의 말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밤중에 목격한 ‘흰옷 여자’가 오늘 밤에도 나타날까?차설아는 짐에서 야구 방망이를 꺼내 철책을 밀어젖히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살던 집으로 돌아가니, 모든 구석구석 하나에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차설아
검은 캐주얼 차림의 멋진 남자가 위층에서 내려왔다.“바람?”차설아는 놀라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다.지난번에 바람은 자비를 베풀어 성도윤의 앞에서 차설아의 스파크 신분을 폭로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사라졌었다.차설아는 그가 미국으로 간 줄 알았었다. 어쨌든 그곳은 바람의 본거지이니 말이다.그런데 갑자기 차설아의 집에 나타나 부지런하게 청소부 역할을 했으니, 차설아는 그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바람은 계단 중앙으로 와서 차설아를 내려다보며 사악하게 웃었다.“오전 내내 청소를 했더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이러다 병이라도 나면 네가 책임져.”“콜록!”차설아는 난처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소문만 무성하고 지능이 하늘을 찌르는 해커계의 거물이 원래 이렇게 느끼한 사람이었나?“됐어, 까불지 말고 얼른 내려와!”배경수는 바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쌀쌀맞게 말했다.“누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래? 못된 꿍꿍이를 갖고 있는지 누가 알아. 내 동생이 굳이 널 데려오지 않았다면, 널 이 집안 근처에 발도 못 붙이게 했어.”“못된 꿍꿍이라!”바람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비웃은 표정으로 배경수를 바라보았다.“경수 도련님은 스파크 주위에서 몇 년이나 공을 들였는데,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으려나?”“내가 너랑 같아? 난 보스의 동생이야. 우리는 생사를 같이 한 사이라고!”“그럼 내가 한 수 위네...”바람은 턱을 치켜들고 완벽한 턱선을 드러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나랑 스파크는 해커계의 ‘환상의 커플’이야. 우리는 소울메이트라고. 알기는 해?”“퉷!”배경수는 평소 멋지고 잘생긴 재벌남의 모습을 접고 유치한 표정을 지었다.“소울 메이트는 무슨. 넌 영혼이라는 게 있긴 하고? 보스의 거룩한 영혼에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니지. 지금 스파크는 혼자의 몸이 되었으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는 평등해. 네가 자격이 있다면 나도 있는 것이고, 내가 어림없다면, 너도 가망이 없는 거야!”두 남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어리둥절해하며 각자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곧 귀신을 본 듯한 배경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헐, 대박. 내가 지금 뭘 잘못 본 거야?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설마 쓰레기 성도윤이랑 언니야?”차설아와 배경수도 실검 내용에 충격을 받고 휴대전화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검색어 1위, 3위, 5위, 10위가 모두 성도윤과 차설아에 관한 내용이었다.“대박! 성도윤이 무릎 꿇고 전처에게 울면서 매달리는 영상 유출!”“짝사랑의 아픔이라니!”“성 대표도 여자에게 매달리는데 평범한 남자들이 결혼자금이나 따지고 있으니!”“성도윤의 절절한 구애 1화!”모든 검색어를 클릭하면, 성도윤이 차설아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면서 가지 말라고 하는 동영상이 있었다. 진심 어린 구애를 아주 코믹하게 하고 있어 확실히... 어메이징했다.네티즌들은 열띤 토론을 펼쳤고, 동영상을 유령과 동물의 각종 패러디로 만들어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하하하, 하하하!”배경수와 배경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보스, 이 동영상 진짜야? 아니면 합성이야? 너무 웃기잖아!”“그 냉혈한 빙산 성도윤이 이렇게 비굴해지다니! 너무 통쾌해!”“아무리 잘난체하면 뭐 해.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비굴한 모습을 다 봤는데. 아주 절실한 사랑이야, 내가 졌어!”차설아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공개 처형당한 것 같아 이내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보지 마. 술주정 부리고 있는 거야. 술만 먹으면 누구나 끌어 안는대!”“하지만 언니 이름을 부르고 있잖아. 진짜 언니를 놓지 못하고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배경윤은 눈을 반짝였다. 새드엔딩으로 끝난 커플에게 다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관심이 확 생겼다.“불가능해!”차설아는 이성적으로 말했다.“그냥 게임에서 져서 나한테 복수하는 것뿐이야.”“너희 아무것도 못 본 척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인간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데. 너희들 보복당할지도 몰라.”두려워할 리 없는 배경수는 웃으며 말했다
밤이 되자, 차설아의 강력한 요구에 배경수 등 세 명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별장을 떠났다.떠나기 전, 배경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차설아의 손을 잡고 거듭 확인했다.“언니, 이렇게 큰 집에 진짜 혼자 괜찮겠어? 들어보니까... 저녁이 되면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안 무서워?”“바보, 아무리 이상한 일이라고 해도 난 안 무서워. 여기는 내 집이고, 그 사람들도 내 가족이니까 날 해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안심하고 떠나라고 했다.귀신은 무섭지가 않았다. 차설아는 가장 무서운 사람의 인심을 경험했었고, 그것은 귀신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세 사람이 떠나자, 떠들썩하던 방은 즉시 조용해졌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우울한 분위기가 났다.차설아는 오히려 편안하고 자유로웠다.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마치고, 유리 꽃병에 물을 가득 받아 배경윤이 선물한 해바라기 꽃을 넣어 침실 머리맡에 두었다.4년 동안 별장의 외관은 많이 쇠퇴했지만, 내부는 그녀가 떠날 때와 똑같았다.이 모든 것이 긴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꿈에서 깨어나면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살아계시고.그들은 침대 옆에 앉아 ‘우리 설아 공주’라고 부드럽게 부르고, 해가 중천에 떴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할 것이다.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차설아는 한때 가장 좋아했던 작은 침대에 누워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어렴풋이 안방에서, 즉 부모님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한 여자가 울고 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적막한 밤에 매우 음산하고 처량하게 들려왔다.처음에 차설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너무 피곤해서 환청이 들린 줄 알았다.처량한 소리는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텅 빈 방에서 침실 문을 통해 그녀의 귓가에 흘러들었다.“흑흑흑, 너무 비참하게 죽었어. 누가 나 좀 구해줘. 너무 아파...”“하하하, 너무 심심해. 누가 좀 내려와서 같이 놀아 줘. 땅속은 너무 추워...”이 소리는 전혀
“설아 아가씨, 혹시 설아 아가씨예요?”음산하고 쉰 목소리는, 설레는 말투로 차설아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갔다.차설아는 제대로 놀라, 두 손을 흔들며 크게 소리쳤다.“경고하는데 나한테서 떨어지는 게 좋을 거야. 내 팔자가 얼마나 단단한 줄 알아! 나한테 함부로 한다면 도사를 찾아가서 너를 거두어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거야!”“무서워하지 마세요, 아가씨, 저예요. 늘 제 옆에 붙어 계셨잖아요. 민이 이모예요.”뼈만 앙상한 ‘여자 귀신’은 한 손으로 차설아의 손목을 잡아 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검고 긴 머리카락을 양옆으로 넘겨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였다.“민이... 이모?”차설아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여자 귀신’의 얼굴을 보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차설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이모, 어떻게, 어떻게 지금까지...”민이 이모는 차설아 집의 집사이자, 어릴 때부터 차설아를 키운 유모였다.어떻게 보면 차설아의 엄마보다 더 친한 관계였다.차씨 가문이 파산한 후, 부모님은 투신하여 자살했고, 수많은 빚쟁이가 집에 찾아왔다. 민이 이모는 끝까지 집을 지키려다가, 한 패거리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난장소에 던져졌다.물론 이런 소식은 차설아가 성가에 시집와서 들은 것이다.그녀가 차가로 돌아갔을 때,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차설아는 난장소에 달려가 사흘 밤낮을 뒤졌지만, 이모의 시체를 찾지 못했다.차설아는 돌아가서 몸살이 났다. 거의 보름 동안 흐리멍덩해서 잠만 잤고, 입에서 온갖 귀신에 홀린 듯한 말을 했다.그때부터 소영금은 차설아를 불길한 사람이라며, 주위 사람에게 불운을 가져오는 재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차설아는 언젠가 민이 이모의 복수를 하리라 다짐했다.최근에 마침 민이 이모를 때려죽인 몇몇 사람을 찾아내 손을 쓸 생각이었다.설마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진심을 느끼고 신통력을 발휘한 것일까?“아가씨, 겁먹지 마세요. 전 귀신이 아니에요. 보세요. 체온이 있잖아요.”민이 이모는 차설
“그때, 선생님과 사모님이 떠나시고, 어르신도 떠나시고, 아가씨도 성가로 시집을 가니 집안이 텅텅 비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별장에 눈독을 들였죠. 물건을 옮겨가는 사람, 부수는 사람, 특히 어떤 사람들은 바닥의 타일까지 뜯어서 가져갈 기세였죠.”“전 목숨을 걸고 아가씨를 대신해 이 집을 지키고 싶었어요. 그러다 맞기도 하고, 보복을 당하기도 하면서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어요. 마지막에 온 몇 명의 독한 사람들은 아예 숨이 넘어갈 정도로 때리고, 내가 정신을 잃으니 난장소에 끌고 가 묻어버렸죠.”이 말을 들은 차설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이모, 너무 고생하셨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모를 다치게 한 자들을 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다시 아가씨를 보게 된 것만으로 충분해요.”모녀만큼 깊은 정을 나눈 두 사람은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의 서러움을 모두 쏟아냈다.“그런데 어떻게 탈출했어요?”차설아는 눈물을 닦으며 궁금해서 물었다.“운이 좋았어요. 어느 착한 분이 절 시체로 가득 쌓인 진흙 구덩이에서 꺼내주었고, 그 덕에 목숨을 부지했어요.”민이 이모는 과거를 회상하며, 공허한 두 눈에는 깊은 두려움과 고마움이 가득했다.“절 구해준 그 분은 신분이 범상치 않았어요. 어떤 큰 인물의 부탁을 받았다고 했고, 저보고 해안을 떠나라고 했어요.”“신비로운 큰 인물이요?”차설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누가 이렇게 선심을 베풀었는지 짐작하려했다.그 당시 차씨 가문은 완전히 나락했고, 전 세계인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누가 그때 선뜻 도움을 줄 수 있을까?“저도 잘 모르겠어요. 생명의 은인에게 꼭 보답하고 싶은데 말이에요.”“혹시 도윤 도련님이 아닐까요? 그때 차씨 가문을 나서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성가네 뿐이었어요. 그리고 아가씨가 그 집안에 시집을 갔고, 저는 아가씨의 유모이고, 그러니 아가씨를 위해 절 구한 게 아닐까요?”“불가능해요!”차설
민이 이모는 말을 마치고, 서둘러 지하실에서 4년 동안 간직해 온 유서가 담긴 낡은 상자를 가져왔다.“아가씨, 이 유서는 사모님께서 임종 직전 저에게 주신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약 아가씨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면 절대 이걸 보여서는 안 되고, 이혼하면 이 유서를 전하라고 하셨어요.”민이 이모는 정중하게 봉투에 담긴 유서를 차설아에게 건네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사모님이 투신하기 전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사모님의 유일한 걱정은 차설아였다. 차설아가 성도윤과 결혼해서 행복하기를 바랐을 것이다.하지만 이 결혼이 4년 만에 깨질 줄은 누가 알았을까?차설아는 고개를 숙인 채 봉투를 바라보니 ‘설아 아가에게’라고 적혀 있었다.그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어머니의 글씨였다.눈물이 핑 돌며 시야가 흐려졌다.4년 전, 부모님이 투신했을 때 차설아는 실험실에 웅크리고 앉아 다양한 행성에서 전자파의 작동 속도를 연구하고 있었다.과학 천재로서 그녀는 데이터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 한 달 이상 실험실 문을 나서지 않았으며 외부와 연락하지 않았다.가족들은 줄곧 그녀의 연구를 지지해 왔으며, 실험을 할 때 방해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마침내 실험에 성공하여 이 기쁨을 부모님에게 나누려고 했을 때, 들려온 건 집안의 파산과 부모님의 비보였다.그때, 차설아는 가문의 사람이 미웠다. 자신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 부모님이 더욱 미웠다.그녀는 복수를 원했고, 원수가 누구인지 알아내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강하게 반대하더니, 성도윤과 결혼시켰다.4년 동안, 그녀는 말없이 갑자기 떠나 버린 부모님 때문에 고통에 빠졌다. 심지어 일부러 그들의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가문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엄마 아빠는 말없이 절 떠난 게 아니었네요. 내가 너무 어리석고, 고집스러워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요!”차설아는 울면서 봉투를 뜯었다.유서는 몇십 자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자 한 자 차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