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은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영금과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그는 눈꼬리를 붉히며 성도윤의 침실 쪽을 향해 소리쳤다.“성도윤, 이 겁쟁이야. 내 말 들려? 네 엄마가 차설아를 죽이려고 하는데 넌 아직도 찌질하게 가만히 있을 거야?”“닥쳐!”소영금은 성도윤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올까 봐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구하고 싶다면 기회를 줄게. 지금 7번 창고에 있어. 빨리 움직이면 아마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좋아요.”성진은 소영금이 이렇게 쉽게 차설아의 위치를 알려줄 줄은 몰랐다. 그는 복잡한 시선으로 소영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보아하니 큰어머니는 생각보다 인간미가 있고 좋은 시어머니라 할 수 있겠네요. 적어도 우리 엄마보다는 많이 낫죠.”“허튼소리 하고 있네. 내가 너에게 그녀의 행적을 알려주는 건 단지 널 빨리 쫓아내고 싶었을 뿐이지 마음이 약해진 건 절대 아니야. 빨리 꺼져!”소영금이 차설아에게 마음이 약해졌다면 소영금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소영금은 차설아처럼 악독한 여자는 천번 만번 죽어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성진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몸을 돌려 성씨 저택을 떠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7번 창고를 향해 달려갔다.소영금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번 일은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성도윤이 이미 그녀와 성진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는 사실은 몰랐다.성도윤은 더듬더듬 문을 나섰고 휴대 전화로 차를 불러 7번 창고로 향했다.이미 밤은 깊었다.7번 창고는 교외에 있었고 옆에는 강이 흘렀고 인적이 드물 뿐만 아니라 지세가 매우 험악했다.“살려... 주세요. 살려주세요!”캄캄한 창고에서 서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남자들은 이미 차설아의 명령에 따라 현장을 떠났고 그녀를 혼자 창고에 묶어두었다.특수한 상황 때문에 차설아는 바로 서은아를 놓아주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 그녀를 풀어줄 계획이었다.줄곧 소리를 지르던 서은아도 지쳤는지 목소리가 점점 허약해졌다.
“멋있는 척하며 차설아를 구하러 온 거지? 이미 늦었어.”성진이 팔을 세게 잡아당기자 서은아는 아파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이미 늦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똑바로 말해.”성진은 평소 덤덤한 표정과는 달리 매우 흥분했다.“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네 마누라도 아닌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찌질한 자식.”서은아는 성진에게 분명히 상처가 되는 말을 뱉었다.“지랄하지 마. 다시 묻는데 차설아를 어디에 숨겼냐고!”성진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에 두 손으로 서은아의 목을 조르며 험악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시급한 상황에서 단 1초라도 지체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성진은 1초라도 빨리 차설아를 찾아야 했다.“죽... 죽었어!”서은아는 숨이 막힐 것 같았고 볼은 빨개져서 가까스로 말했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성진은 완전히 미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서은아의 목을 비틀어 재끼고 싶었다.그에게 남은 마지막 정신 줄 하나가 그로 하여금 손을 놓게 했다. 그는 서은아를 높이 치켜들고 악마처럼 질문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희들은 설아 씨를 어떻게 했어?”“콜록, 콜록... 콜록!”마침내 호흡이 돌아온 서은아는 이미 미쳐버린 성진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성진아, 너무 연기에 몰입한 거 아니야. 설마 차설아를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다 알고 있지. 네가 차설아에게 접근한 목적은 바로 성도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닥쳐!”성진은 주먹을 더 세게 움켜쥐었고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서은아도 죽음이 두렵지 않았기에 계속하여 말했다.“넌 정말 어릴 때부터 너무 무심했어. 어떤 일에도 신경 쓰지 않았고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았지. 난 네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이렇게 미친 모습을 처음 봤어. 이러고 보니 넌 네 둘째 형님과 똑같잖아? 사랑 때문에 눈이 먼 거지. 너네 성씨 가문 남자들은 다 그래?”“내가 닥치라고 했어!”성진은 눈시울을 붉히
성진은 바로 차설아가 임채원을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영상을 찍은 신비한 사람이었다.그는 그 영상으로 성도윤과 차설아를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그건 단지 갈라놓았을 뿐이었다. 성도윤이 차설아에게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심지어 더 깊어졌다.매번 성도윤이 차설아를 지켜주기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성취감은커녕 오히려 자존심이 짓밟히는 느낌이 들었고 그에 따라 차설아에 대한 미움도 점점 더 많이 쌓여갔다.그래서 지금 서은아는 정말 차설아가 죽기를 바랄 뿐이었다.차설아가 죽으면 성도윤은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차설아 그 여자는 정말 쉽게 죽지 않았고 매번 도망쳐버렸다.“서은아, 사실대로 말해 봐. 네가 말한 설아 씨가 강에 뛰어들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그녀의 성격이라면 그런 미련할 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야.”성진은 얼마 남지 않은 약간의 이성으로 차설아가 강에 뛰어들 가능성을 분석했다.“허허.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너도 뛰어들어 찾아보면 알겠지?”서은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넌 차설아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지금은 왜 이러는 거야? 두려운 거지? 너희 남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자신뿐이지. 어떻게 확신이 없는 요소 때문에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어?”서은아는 심하게 성진을 비웃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창고 입구에 있는 건장한 남자가 보였다.서은아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성도윤이었다!오직 성도윤만이 이렇게 완벽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도윤아, 너는 왜 왔어? 아주머니랑 같이 온 거야?”서은아는 갑자기 장난기가 사라지더니 조급하게 발버둥 치며 그의 곁으로 가려고 했다.“성도윤?”성진도 고개를 돌려 창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떠보는 말투로 말했다.“전염병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보니 멀쩡하네.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빛이 너무 어두워서 성진은 검은 그림자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성도윤에 대해 떠도는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 할 수도
자유를 되찾은 서은아는 재빨리 창고 입구에 있는 성도윤에게 달려갔다.“도윤아, 어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아주머니는... 너 혼자 온 거 아니겠지?”서은아는 자기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도윤의 팔을 붙잡고 소영금을 찾기 시작했다.“혼자 왔어.”성도윤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별 감정이 없었다.“뭐? 혼자 왔다고? 너... 정말 어떻게 왔어. 진짜 다친 데는 없어?”서은아는 눈이 먼 성도윤이 어떻게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별장에서 이 험악한 외딴 창고에 도착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 설아는 어디에 있어?”성도윤은 그윽한 눈동자로 서은아를 쳐다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정말 그렇게 사랑해?”서은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붉히면서 말했다.“걔가 우리 둘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너는 전혀 원망스럽지 않아? 혼자 이렇게 먼 곳까지 오면서 원수와 부딪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그런 상황이 없다고 해도 기차나 자동차에 치인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냐고. 진짜 그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어?”“내가 말했잖아. 이건 다 중요하지 않다고.”성도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서은아의 팔을 뿌리치고 벽을 더듬으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알려주기 싫으면 내가 직접 찾을 거야.”“같... 같이 가줄게. 어디 있는지 알아.”서은아는 속으로 아무리 미워하고 화가 나더라도 성도윤 혼자 내둘 수 없었다. 게다가 성진이 부근에 있기에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성도윤을 부축했다.“말했지. 나는 곧 네 지팡이야. 네가 어디를 가든 나는 너와 함께할 거야.”“고마워. 은아야. 너는 좋은 사람이야. 절대 설아를 죽이지 않았을 거야.”성도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은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제발 찾아줘. 설아가 무사하기만 하면 나는 따지는 않을게.”“잠깐만! 나도 같이 갈 거야.”성진은 줄곧 창고 안쪽에 서서 성도윤과 서은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서은아와 성도윤의 대화는 너무 이상했
하지만 성진과 성도윤은 전혀 믿지 않았다. 성진은 버럭 화를 내면서 서은아를 위협했다.“아직도 우리를 속여? 내가 믿을 것 같아? 네가 강으로 밀어 넣은 거잖아.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이러는 거지. 설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너도 같이 죽을 줄 알아.”성도윤도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숨기지 마. 설아가 살아 있는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게. 강물이 이렇게 철철 흐르는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난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숨길 생각도 없고. 설아는 정말 투신하지 않았어. 너희들이 강물을 다 뺀다고 해도 찾을 수 없어. 그냥 헛수고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해주는 거야.”서은아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때 성진은 핸드폰의 불빛으로 강가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저 옷! 설아 옷이잖아. 이곳에서 떨어졌네.”서은아는 그쪽을 보고 깜짝 놀랐다.“설아 옷 맞아. 정말 발을 헛디뎌 빠진 건 아니겠지?”“...”성도윤은 물살 소리를 듣더니 서은아의 팔을 내던지고 강가를 향해 달려갔다.“차설아!”그는 난간을 더듬으며 차설아의 이름을 불렀고 그에 응답한 것은 물소리뿐이었다. 성진도 따라가 물살을 살피고 옆에 있는 성도윤을 살폈다. 그리고 강 중앙의 한 곳을 가리키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저것 봐. 떠다니는 게 혹시 설아인가? 꼼짝도 하지 않네...”“어디?”“바로 형 정면 두 시쯤 방향에. 이럴 게 뻔한데도 못 봤단 말이야?”성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당장 구조 전화를 걸게... 빌어먹을, 여기 신호가 안 좋네.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전화를 걸게. 여기 있어.”“늦었어.”성도윤은 성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강에 뛰어들었다. 강물이 너무 세서 성도윤은 여러 번 탐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떠내려갔다.“도윤아!”서은아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성도윤이 점점 더 멀리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성진은 핸드폰을 들고 덤덤하게 걸어와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가 운전석 문을 열고 도도하게 걸어왔고 자동차 불빛에 서은아와 성진이 환하게 비쳤다.“둘이 뭐해?”차설아는 차갑게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잘됐네요! 드디어 나타났네요. 설아 씨!”성진은 긴장이 풀리며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다.“너무 놀랐잖아요. 하마터면 뛰어내려 설아 씨를 찾을 뻔했어요.”그러자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날 찾으려고 뛰어내려?”차설아는 큰집을 떠난 후 바로 성심 전당포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서은아가 마음에 걸려 다시 돌아와 그녀를 놓아주고 성도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려고 했다.그리고 창조에 도착했을 때, 강변 쪽에서 두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차를 멈춰 세웠다. 두 사람이 바로 서은아와 성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진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서은아는 성진의 팔을 뿌리치고 차설아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더니 그녀의 뺨을 호되게 내리쳤다.“이 재수 없는 년아. 도윤이가 너를 구하려고 강에 뛰어들었어. 만약 도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너를 죽일 거야.”“성도윤?”그러자 차설아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무슨 농담을 하세요? 도윤이는 큰집에 있는데 어떻게 강에 뛰어들어요.”“당연히 너를 구하기 위해서지. 왜 안 죽었어. 이 계집애야. 네가 죽으면 우리가 모두 해방되는 건데.”서은아가 차설아에 대한 원한은 극에 달했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차설아의 머리를 잡아당겼다.“서은아. 미쳤어? 설아 씨를 다치지 마!”성진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서은아의 머리채를 잡아 그녀를 옆으로 내동댕이쳤다.“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얼굴은요?”성진은 차설아의 얼굴을 부여잡고 선명하게 보이는 손바닥 자국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제가 차라리 저 계집애도 강에 밀어 넣을까요? 앞으로 설아 씨 털끝도 다치지 못
차설아는 창백한 얼굴로 얼음보다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너 같은 사람은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어. 오늘 밤을 기억해. 오늘 밤 내가 죽으면 바로 네 탓이야. 네가 직접 죽인 거야. 네가 말하는 소위 사랑으로 한 사람을 죽인 거야.”성진은 눈을 끔뻑거리며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무슨 뜻이에요?”“다음 생에 보자!”차설아는 그렇게 말하고 성진을 밀어 던지고 단호하게 강에 뛰어들었다. 세차게 흐르는 강물 때문에 차설아는 사정없이 떠내려갔다.“제... 제발!”성진은 철철 흘러넘치는 강물을 보면서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차설아처럼 똑똑하고 이성적인 여자가 이렇게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온갖 계략을 다 생각해 보았지만 차설아가 성도윤을 위해 투신할 줄은 몰랐다.지금 그는 모든 것을 이긴 것 같기도 하고 또 모든 것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서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가로 달려갔다.“정말, 정말로 뛰어들었다고? 이 두 사람 다 미친 거 아니야. 이건 자살과 무슨 차이가 있어?”“그래. 둘 다 미쳤어.”성진은 영혼 없이 말했다.“그럼 지금 어떡해? 혹시... 너도 뛰려고?”서은아는 넋이 나간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물었다.“너도 뛰어내리고 싶어?”성진은 사악한 눈빛으로 성은아를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성도윤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며? 사랑한다며? 왜 같이 뛰지 않아?”서은아는 거센 물살을 바라보며 다리를 떨었다. 긴장한 그녀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뛰어내리면 무조건 죽을 거야. 내가 죽는다고 달라질 게 없잖아.”“그러면 사랑하지 않는 거잖아!”“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평가해. 너... 너도 뛰어내리지 않았잖아. 너도 사랑한다며!”“그래서 우리는 같은 사람이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야. 저 두 사람이야말로 완전히 미쳐버린 거지...”성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이성을 되찾은 후 핸드폰으로 구조 요청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도윤은 강바닥의 평평한 바위 옆에 누워 있었다.“성도윤!”그녀는 속으로 너무 기쁜 나머지 발에 난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성도윤을 향해 달려갔다.성도윤은 물에 빠졌기에 이미 혼수상태였고 몸도 차설아처럼 여러 군데 상처가 있었다. 왼쪽 다리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버텨야 해. 반드시 버텨야 해.”차설아는 칼로 심장을 베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성도윤을 밖으로 끌고 나온 후 즉시 몸을 숙여 인공 호흡을 시작했다.성도윤의 입술은 그의 몸처럼 차가웠고 잘생긴 얼굴은 물에 너무 오랜 시간 담갔기 때문에 전혀 사람처럼 핏기가 없었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도윤 씨, 빨리 일어나. 빨리!”차설아는 그의 가슴을 빠르게 누르며 입으로 공기를 그의 입에 불어넣었다. 구슬 같은 눈물이 멈출 수 없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지만 지금처럼 당황하고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설령 성도윤과 어떤 미래도 있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도윤이 무사하고 행복하기를 바랐다.“콜록. 콜록! 콜록.”성도윤은 차설아의 필사적인 구조 속에서 겨우 의식을 되찾았고 그의 손바닥은 차설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 있는 사람이 다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잡은 듯했다.“그래. 좋아. 잘했어. 조금만 버티면 구조대가 올 거야...”차설아는 계속 엎드려 성도윤에게 인공 호흡을 했다.성도윤의 입술은 너무 익숙했고 매혹적이었다. 몸이 얼음처럼 차갑던 성도윤도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성도윤의 의식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반혼수 상태였다. 그는 마치 구름 위를 밟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하늘거려 지금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성도윤이 유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바로 차설아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시력을 잃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해도 차설아가 무사한지 확인해야 했다.“차설아... 차설아, 무서워하지 마.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