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되찾은 서은아는 재빨리 창고 입구에 있는 성도윤에게 달려갔다.“도윤아, 어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아주머니는... 너 혼자 온 거 아니겠지?”서은아는 자기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도윤의 팔을 붙잡고 소영금을 찾기 시작했다.“혼자 왔어.”성도윤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별 감정이 없었다.“뭐? 혼자 왔다고? 너... 정말 어떻게 왔어. 진짜 다친 데는 없어?”서은아는 눈이 먼 성도윤이 어떻게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별장에서 이 험악한 외딴 창고에 도착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 설아는 어디에 있어?”성도윤은 그윽한 눈동자로 서은아를 쳐다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정말 그렇게 사랑해?”서은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붉히면서 말했다.“걔가 우리 둘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너는 전혀 원망스럽지 않아? 혼자 이렇게 먼 곳까지 오면서 원수와 부딪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그런 상황이 없다고 해도 기차나 자동차에 치인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냐고. 진짜 그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어?”“내가 말했잖아. 이건 다 중요하지 않다고.”성도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서은아의 팔을 뿌리치고 벽을 더듬으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알려주기 싫으면 내가 직접 찾을 거야.”“같... 같이 가줄게. 어디 있는지 알아.”서은아는 속으로 아무리 미워하고 화가 나더라도 성도윤 혼자 내둘 수 없었다. 게다가 성진이 부근에 있기에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성도윤을 부축했다.“말했지. 나는 곧 네 지팡이야. 네가 어디를 가든 나는 너와 함께할 거야.”“고마워. 은아야. 너는 좋은 사람이야. 절대 설아를 죽이지 않았을 거야.”성도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은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제발 찾아줘. 설아가 무사하기만 하면 나는 따지는 않을게.”“잠깐만! 나도 같이 갈 거야.”성진은 줄곧 창고 안쪽에 서서 성도윤과 서은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서은아와 성도윤의 대화는 너무 이상했
하지만 성진과 성도윤은 전혀 믿지 않았다. 성진은 버럭 화를 내면서 서은아를 위협했다.“아직도 우리를 속여? 내가 믿을 것 같아? 네가 강으로 밀어 넣은 거잖아.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이러는 거지. 설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너도 같이 죽을 줄 알아.”성도윤도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숨기지 마. 설아가 살아 있는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게. 강물이 이렇게 철철 흐르는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난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숨길 생각도 없고. 설아는 정말 투신하지 않았어. 너희들이 강물을 다 뺀다고 해도 찾을 수 없어. 그냥 헛수고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해주는 거야.”서은아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때 성진은 핸드폰의 불빛으로 강가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저 옷! 설아 옷이잖아. 이곳에서 떨어졌네.”서은아는 그쪽을 보고 깜짝 놀랐다.“설아 옷 맞아. 정말 발을 헛디뎌 빠진 건 아니겠지?”“...”성도윤은 물살 소리를 듣더니 서은아의 팔을 내던지고 강가를 향해 달려갔다.“차설아!”그는 난간을 더듬으며 차설아의 이름을 불렀고 그에 응답한 것은 물소리뿐이었다. 성진도 따라가 물살을 살피고 옆에 있는 성도윤을 살폈다. 그리고 강 중앙의 한 곳을 가리키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저것 봐. 떠다니는 게 혹시 설아인가? 꼼짝도 하지 않네...”“어디?”“바로 형 정면 두 시쯤 방향에. 이럴 게 뻔한데도 못 봤단 말이야?”성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당장 구조 전화를 걸게... 빌어먹을, 여기 신호가 안 좋네.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전화를 걸게. 여기 있어.”“늦었어.”성도윤은 성진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강에 뛰어들었다. 강물이 너무 세서 성도윤은 여러 번 탐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떠내려갔다.“도윤아!”서은아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성도윤이 점점 더 멀리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성진은 핸드폰을 들고 덤덤하게 걸어와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차설아가 운전석 문을 열고 도도하게 걸어왔고 자동차 불빛에 서은아와 성진이 환하게 비쳤다.“둘이 뭐해?”차설아는 차갑게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잘됐네요! 드디어 나타났네요. 설아 씨!”성진은 긴장이 풀리며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다.“너무 놀랐잖아요. 하마터면 뛰어내려 설아 씨를 찾을 뻔했어요.”그러자 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날 찾으려고 뛰어내려?”차설아는 큰집을 떠난 후 바로 성심 전당포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서은아가 마음에 걸려 다시 돌아와 그녀를 놓아주고 성도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려고 했다.그리고 창조에 도착했을 때, 강변 쪽에서 두 사람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차를 멈춰 세웠다. 두 사람이 바로 서은아와 성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진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서은아는 성진의 팔을 뿌리치고 차설아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더니 그녀의 뺨을 호되게 내리쳤다.“이 재수 없는 년아. 도윤이가 너를 구하려고 강에 뛰어들었어. 만약 도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너를 죽일 거야.”“성도윤?”그러자 차설아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무슨 농담을 하세요? 도윤이는 큰집에 있는데 어떻게 강에 뛰어들어요.”“당연히 너를 구하기 위해서지. 왜 안 죽었어. 이 계집애야. 네가 죽으면 우리가 모두 해방되는 건데.”서은아가 차설아에 대한 원한은 극에 달했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차설아의 머리를 잡아당겼다.“서은아. 미쳤어? 설아 씨를 다치지 마!”성진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서은아의 머리채를 잡아 그녀를 옆으로 내동댕이쳤다.“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얼굴은요?”성진은 차설아의 얼굴을 부여잡고 선명하게 보이는 손바닥 자국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제가 차라리 저 계집애도 강에 밀어 넣을까요? 앞으로 설아 씨 털끝도 다치지 못
차설아는 창백한 얼굴로 얼음보다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너 같은 사람은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어. 오늘 밤을 기억해. 오늘 밤 내가 죽으면 바로 네 탓이야. 네가 직접 죽인 거야. 네가 말하는 소위 사랑으로 한 사람을 죽인 거야.”성진은 눈을 끔뻑거리며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무슨 뜻이에요?”“다음 생에 보자!”차설아는 그렇게 말하고 성진을 밀어 던지고 단호하게 강에 뛰어들었다. 세차게 흐르는 강물 때문에 차설아는 사정없이 떠내려갔다.“제... 제발!”성진은 철철 흘러넘치는 강물을 보면서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차설아처럼 똑똑하고 이성적인 여자가 이렇게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온갖 계략을 다 생각해 보았지만 차설아가 성도윤을 위해 투신할 줄은 몰랐다.지금 그는 모든 것을 이긴 것 같기도 하고 또 모든 것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서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가로 달려갔다.“정말, 정말로 뛰어들었다고? 이 두 사람 다 미친 거 아니야. 이건 자살과 무슨 차이가 있어?”“그래. 둘 다 미쳤어.”성진은 영혼 없이 말했다.“그럼 지금 어떡해? 혹시... 너도 뛰려고?”서은아는 넋이 나간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물었다.“너도 뛰어내리고 싶어?”성진은 사악한 눈빛으로 성은아를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성도윤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며? 사랑한다며? 왜 같이 뛰지 않아?”서은아는 거센 물살을 바라보며 다리를 떨었다. 긴장한 그녀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뛰어내리면 무조건 죽을 거야. 내가 죽는다고 달라질 게 없잖아.”“그러면 사랑하지 않는 거잖아!”“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평가해. 너... 너도 뛰어내리지 않았잖아. 너도 사랑한다며!”“그래서 우리는 같은 사람이야.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야. 저 두 사람이야말로 완전히 미쳐버린 거지...”성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이성을 되찾은 후 핸드폰으로 구조 요청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도윤은 강바닥의 평평한 바위 옆에 누워 있었다.“성도윤!”그녀는 속으로 너무 기쁜 나머지 발에 난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성도윤을 향해 달려갔다.성도윤은 물에 빠졌기에 이미 혼수상태였고 몸도 차설아처럼 여러 군데 상처가 있었다. 왼쪽 다리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버텨야 해. 반드시 버텨야 해.”차설아는 칼로 심장을 베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성도윤을 밖으로 끌고 나온 후 즉시 몸을 숙여 인공 호흡을 시작했다.성도윤의 입술은 그의 몸처럼 차가웠고 잘생긴 얼굴은 물에 너무 오랜 시간 담갔기 때문에 전혀 사람처럼 핏기가 없었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도윤 씨, 빨리 일어나. 빨리!”차설아는 그의 가슴을 빠르게 누르며 입으로 공기를 그의 입에 불어넣었다. 구슬 같은 눈물이 멈출 수 없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지만 지금처럼 당황하고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설령 성도윤과 어떤 미래도 있을 수 없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도윤이 무사하고 행복하기를 바랐다.“콜록. 콜록! 콜록.”성도윤은 차설아의 필사적인 구조 속에서 겨우 의식을 되찾았고 그의 손바닥은 차설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 있는 사람이 다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잡은 듯했다.“그래. 좋아. 잘했어. 조금만 버티면 구조대가 올 거야...”차설아는 계속 엎드려 성도윤에게 인공 호흡을 했다.성도윤의 입술은 너무 익숙했고 매혹적이었다. 몸이 얼음처럼 차갑던 성도윤도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성도윤의 의식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반혼수 상태였다. 그는 마치 구름 위를 밟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하늘거려 지금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성도윤이 유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바로 차설아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미 시력을 잃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해도 차설아가 무사한지 확인해야 했다.“차설아... 차설아, 무서워하지 마. 내
구조대의 대원이 기뻐서 소리쳤다.“정말 말도 안 돼요. 이렇게 급한 강에서 살아남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병원으로 옮겨요.”서은아는 사지가 온전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성도윤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또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했다.그녀는 나약한 자신이 싫었다. 만약에 성도윤을 구하려고 가장 먼저 뛰어내렸다면 지금 그의 옆에 함께 의지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다.“우리도 병원에 옮기고 싶은데... 두 사람은 떨어지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꽉 안고 있어요. 빨리 서 있지만 말고 와서 도와줘요.”구조대 대장은 이마에 땀을 닦으며 안간힘을 쓰며 성도윤과 차설아를 갈라놓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전혀 꼼짝하지 않았다.여러 사람들이 와서 손을 썼지만 전혀 갈라놓을 수 없었다.“제가 할 게요.”옆에서 굳은 얼굴로 이 모든 걸 구경하던 성진이 차갑게 말했다.지금 그의 마음은 서은아와 마찬가지로 온통 질투뿐이었다.하지만 서은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진은 차설아 따라 강에 뛰어들지 않는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그녀를 가지려면 천만 가지 방법이 있다. 함께 죽는다는 건 가장 미련한 짓이었다.성진이 입을 열자, 구조대원들은 자리를 비켜주었다.성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차설아의 얼굴을 움켜쥔 다음 그녀의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변태 같은 새끼. 사람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넌... 정말 너무 변태 같아.”성진은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시선으로 그를 보고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차설아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입맞춤했다.“으으...”이 방법은 정말 효과가 있었다.혼수상태이던 차설아는 숨을 쉬지 못해서 괴로운 모습을 보였고 몸이 불편한지 팔을 벌려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밀쳐내려고 했다.“빨리. 빨리! 손을 놓았어요. 빨리 떨어지게 잡아당기세요.”구조대원은 그 기회를 타서 재빨리 성도윤과 차설아를 떼어 놓았다.성도윤은 이내 구급차에 실려 갔고 성진은 차설아를 안
“정말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네.”서은아는 손가락을 꼭 쥔 채 험악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성진이 한 말은 그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었다.요 몇 년 동안 서은아는 성도윤과 친한 친구로 지내면서 손은 잡은 건 물론이고 같이 먹고 같이 잔 적도 있었다.하지만 그런 관계로 손을 잡는 것과 커플이 손을 잡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서은아는 꿈에서도 성도윤과 진정한 커플이 되어서 손을 잡고 키스하고 달콤한 스킨십을 하고 싶었다.“이렇게 화를 내는 걸 봐서는 내 말이 맞았네. 오히려 넌 지금 고상한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달갑지 않을 거야. 그런 마음이 널 점점 더 비뚤어지게 할 뿐이지. 결국에는 나보다 더 심한 변태가 될 거고.”성진은 서은아에게 다가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너와 달라. 난 도윤 씨를 사랑하기에 그를 해치지 않아. 넌 네가 차설아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네가 한 일은 전부 그녀를 해치는 짓이었지. 차설아의 말이 맞았어. 너의 사랑은 사람을 상처 주었고 넌 변태 같은 사람이었어.”서은아는 경멸하는 어조로 성진에게 말했다.그녀와 성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었지만 그녀는 성도윤의 편을 들기 때문에 자연히 이 녀석과 같은 편이 아니었다.성진이 자기 말만 들으면 서은아는 성도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평생 성진과 말 한마디 하기도 귀찮았을 것이다.비록 성진은 확실히 약속을 지켰고 그녀는 성도윤과 함께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하하하. 우리 서 아가씨께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이제 물러서려는 거야? 설마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할 만큼 마음이 너그러운 건 아니겠지?”성진은 마치 무슨 큰 우스갯거리라도 발견한 듯 소리 내어 웃었다.“축복은 됐고... 다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으니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싸우지 못할 것 같아...”서은아는 동시에 켜져 있는 두 개의 구급 등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난 항상 차설아 이
하룻밤이 지나자 체력이 차츰 돌아온 차설아가 깨어났다.“깨났군요. 느낌이 어때요?”성진은 침대 옆에 앉아서 그녀에게 사과를 깎아주고 있었다.그는 껍질을 아주 얇고 길게 사과를 깎고 있었다. 사과를 다 깎았는데도 껍질은 끊어지지 않았다.그가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빈틈이 없고 완벽했다.차설아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병실을 보자 살짝 당황해서 말했다.“이게 어디야. 내가 살아 있었어?”“물론이죠.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신데 작은 강이 어떻게 설아 씨 목숨을 빼앗아 가겠어요. 의지력이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심하게 상처를 입은 다리로 하류까지 버티다니요. 정말 잘한 거죠.”성진은 마치 귀여운 애완견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다 깎은 사과를 차설아에게 주었다.차설아는 사과를 먹을 마음이 없었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윤 씨는? 어떻게 됐어?”“걱정하지 마세요. 그놈의 의지력은 설아 씨보다 더 놀라워요.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리고도 살아남다니. 그것도 대단한 거죠.”성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차설아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라고. 그... 그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고... 으악!”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녀는 일어서려다가 다리의 상처 때문에 너무 아파서 얼굴이 찡그려졌다.“아이고. 뭐가 그리 급해요. 몹시 아프죠?”성진은 얼른 비틀거리는 차설아를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의사는 다리 부상 때문에 설아 씨는 보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난 괜찮아. 도윤 씨는 어떻게 됐어? 왜 피를 많이 흘린 거야? 그렇게 엄중하게 다쳤어? 그러면...”“진정하세요. 그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지금 그의 곁에는 서은아가 지키고 있어요. 상황도 꽤 좋아졌어요.”“그러면... 잘됐네.”차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눈빛도 좀 어두워졌다.비록 성도윤을 서은아에게 양보할 준비는 다 되었지만... 정말 상황이 그렇게 되니 마음이 괴로웠다.“몸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