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운도 뜻밖인 듯했다. 그는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차유진 씨.”유현진은 며칠 사이에 그와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쳤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느꼈다. 땅이 넓은 한주시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운 일인데 세 번이나 마주쳤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주강운이 차유진 씨라고 부르니 괜히 찔렸다.당시 그 이름을 남길 때 그와 세 번이나 마주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유현진은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주강운은 그녀의 목을 가리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상처는 좀 나았어요?”유현진은 잠깐 흠칫했다. 그녀는 주강운이 당시 경찰서에서 임산부에게 할퀴어서 생겼던 상처를 묻는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유현진은 주강운의 세심한 모습에 살짝 놀랐다.“다 나았어요.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별거 아니었어요.”주강운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혼자 왔어요?”“약속을 잡았는데 상대방이 아직 안 왔어요.”곧이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자격증은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어요. 시간관념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말이죠.”주강운은 살짝 놀라더니 떠보듯 물었다.“혹시 변호사랑 만나기로 했나요?”유현진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곧 깨달았다.“당신이 그 변호사였군요!”주강운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제가 그 시간관념 없는 변호사예요.”유현진은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전 당신이 안 온 줄 알았어요. 아니, 당신이 그 변호사일 줄은 몰랐어요. 전혀 변호사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주강운은 의자를 뒤로 당겨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변호사 같아 보이죠?”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겉옷을 가리켰다.“적어도 정장을 입어야지 않겠어요?”주강운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신경 쓸게요.”유현진은 손을 저었다.“제 편견일 뿐이에요. 변
주강운이 말했다.“현재 모은 증거를 볼 때 민사소송은 반드시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명예훼손죄의 경우 증거를 더 수집해야 해요.”“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승소할 확률이 높지 않은가요?”“그건 아니에요. 명예훼손죄를 입증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라 증거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 단번에 깔끔히 처리할 수 있어요.”유현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어떻게 공을 들여야 하죠?”주강운은 웃었다.“그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에요. 당신이 고려해야 하는 건 그들이 어떤 심판을 받길 원하는지예요. 그들이 그냥 사과만 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처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해 근본적으로 이 일을 해결할지, 잘 고민해 보세요.”유현진은 침묵했다.그녀는 1년 가까이 심한 악플과 의도적인 사이버불링에 시달렸다. 최악의 경우 핸드폰 번호까지 유출되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욕설을 퍼부으며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한동안 유현진은 감히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지도 못했다. 분명 그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악플을 무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주위가 조용해지면 악랄한 저주와 욕설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런 소용돌이에 한 번 빠지게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그래도 유현진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간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차미주가 제때 그녀를 데리고 심리 상담을 받아 천천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사이버불링을 당한 사람들은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는 데 반해 사이버불링을 한 사람들은 스크린을 마주하고 키보드를 마구 두드린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 정의의 사도인 척하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인터넷 또한 법의 제재를 받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처벌받지 않는 걸까?하지만 조금 전 전과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주강운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속으로 대가의 경중을 따졌다.주강운은 그녀의 머뭇거림을 보아내고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저
"모든 영상에서 암을 언급하는 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야?""참다못한 소녀가 의심하는 사람들의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사건은 도마 위로 오르게 됐어요. 소녀가 올린 사진 때문에 악플을 받게 되었다는 한 사람은 계정을 삭제하겠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러자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소녀한테로 돌렸어요.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로서 평범한 사람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것은 악플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말이에요.""의심과 악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와중에 사람들은 소녀가 먹고 있는 약 리스트가 가짜라는 둥,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소녀를 모른다고 했다는 둥, 암에 걸린 소녀는 진작에 치료를 끝내고도 뜨기 위해 쇼를 한다는 둥, 집에 돈도 많으면서 몰래 사람들의 기부를 받고 있는다는 둥 폭로를 하기 시작했어요.""사건이 터지고 나서 사람들은 다 소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소녀의 계정은 오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어요, 보름 후, 그 계정에는 소녀가 사망했다는 부고가 올라왔어요."이 말을 들은 유현진은 약간 멈칫했다.주강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커피를 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사인은 자살이었어요. 소녀는 병이 아닌 악플러들의 악플로 인해 죽게 되었죠.""소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유서와 병원 도장이 찍힌 차트, 그리고 그녀가 치료를 받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어요.""이번 영상에서 고통에 시달리며 가슴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이전 영상에서 발랄하게 웃던 소녀와 완전히 달랐어요. 사람들은 치료를 끝낸 소녀가 어떻게 고통을 참아내며 메이크업을 하고 영상들을 찍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소녀가 하프 마라톤이 끝난 다음 ICU로 갔다는 사실 또한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이번 영상이 업로드된 후, 가해자들은 잇달아 계정을 삭제했어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은 계정을 삭제하기만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들은 다음 사건에서 계속 가해자의 역할을 하게 되겠죠."이야기를 듣고 난 유현진은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제가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 저희 집안사람들은 제가 더빙 일을 하는 걸 몰라요, 제 개인 정보로 고소를 한다면 더 이상 숨기지 못할 거 아니에요."유현진이 한 말이 없는 말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주강운은 이해를 한다는 듯이 말했다."친구의 개인 정보로 고소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친구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야 하고 또 재판도 출석해야 돼요.""그거라면 충분히 가능해요."유현진은 차미주한테 허락을 받은 후, 그녀의 개인 정보를 주강운한테 알려줬다."차미주?"주강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친구분이랑 성씨가 같네요?"유현진은 영혼 없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네."주강운은 따듯하게 웃으며 말했다."두 분이 참 인연 있네요."유현진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이따가 다른 할 일이 있어요?"주강운은 머리를 들면서 물었다."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아니요."주강운은 실소를 터뜨리면서 말했다."그저 제가 밥이라도 살까 싶어서요."사실 유현진은 빨리 일을 해결하고 주강운과 헤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주강운이 먼저 밥을 사겠다고 말을 꺼낸 이상 그녀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좋아요, 하지만 밥은 제가 살래요. 강운 씨 오늘 아침 내내 저때문에 바빴고, 또 지난번에도 도움을 줬는데 감사의 뜻으로 밥을 살 때도 됐죠."주강운은 사양하지 않고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뭘 먹으러 갈까요?""그건 당연히 밥을 사주는 사람이 맞춰야죠, 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까 뭘 먹어도 괜찮아요."주강운은 잠깐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했다."그럼 한주 음식을 먹으러 갈까요?""좋아요."주강운은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이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유현진이 식당 고르기를 포기하자 그는 신속하게 새로운 계획안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카페에서 나온 두 사람은 걸어서 이동을 했다.주강운이 선택한 식당은 길 건너편의 대학로 부근에 있었다.대학로는 주차가 어려운 관계로 두 사람은 걸어
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러자 주강운은 이렇게 물었다."혹시 T대생이에요?"유현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 부근에만 해도 대학이 6개나 있는데 왜 T대라고 생각했어요?""저희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 제가 패드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게 기억나나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강운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더빙 작품들을 보고 있었어요, 더빙 테크닉이 아주 훌륭한 것으로 봐서 더빙을 전문적으로 배웠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 부근에서 더빙을 배워주는 곳은 T대 예술대학밖에 없어요."유현진은 얼굴이 빨개졌다.스크린을 사이 두고 칭찬을 받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면전에 대고 직접 칭찬을 받자 약간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제 추측이 맞나요?"주강운은 웃으면서 물었다.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진짜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대학로에 있는 식당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혹시 강운 씨도 대학로에서 대학을 다녔어요?"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한 가지 추측이 떠오른 유현진은 이렇게 떠보듯이 물었다."설마 강운 씨도 T대 출신이에요?"주강운은 피식 웃으면서 유현진한테 악수를 청했다."저는 T대 법대 11학번 주강운이에요."'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유현진은 반박자 느리게 악수를 받아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의 호칭을 들은 주강운은 웃으면서 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이름으로 불러줘요."오후의 햇빛은 아주 뜨거웠다, 그 뜨거운 햇빛은 마침 식당 입구에서 줄을 서고 있는 유현진한테 비쳤다. 덕분에 유현진의 하얀 피부는 약간 발그레 해졌고 코끝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주강운은 잠깐 생각하다가 유현진이 손을 놓으려는 찰나 그녀를 힘껏 끌어당겨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주강운이 몸으로 만든 그늘을 유현진을 가리기에 딱 좋았다.넋이 나가버린 유현진과 달리 주강운은 자연
한성 그룹, 임원 회의실.부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을 때, 강한서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자료들을 훑어봤다.이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문자가 왔다는 것만 확인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빨리 재미를 보고 싶었던 한성우는 강한서가 답장이 없는 것을 보고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는 두 사람의 손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확대해서 다시 강한서한테 보내줬다."네 와이프가 외간 남자랑 손을 잡았어."강한서는 마침내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클릭했다.사진을 멀리서 찍은 관계로 피사체의 이목구비가 약간 흐릿하기는 했지만 강한서는 옷만으로도 유현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와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길가에 있는 식물에 의해 얼굴이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한성우는 불이 제대로 타지 않을까 봐 계속 땔감을 넣으며 부추겼다."네 와이프는 새 애인이 생겨서 이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근데 저 새 애인 너무 수준 떨어지는 것 같아, 어떻게 여자를 데리고 구멍가게에 갈 수 있어? 네 와이프는 도대체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청순함 때문인가?"강한서는 한창 날뛰고 있는 들짐승을 무시하고 유현진한테 문자를 보냈다."너 어디야?"유현진은 주문을 하고 있다가 강한서의 문자를 봤다. 그녀는 휴대폰을 힐끔 보고는 바로 꺼버렸다.주문을 하고 나니 휴대폰에는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왜 답장 안 해?""문자 보면 답장 좀 해줘.""넌 눈이 멀었어?""유현진 너 일부러 내 문자를 씹는 거지!"유현진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예전에는 하루 종일 밖에 있어도 문자 한 통 보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하리 만큼 말이 많아졌다.유현진이 다시 휴대폰을 끄려고 할 때, 강한서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는 유현진이 어제 강한서한테 서명을 하게 한 재산 처리 동의 계약서였다.강한서가 계약서를 갖고 자신을 협박하는 것을 보고 유현진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유현진은 바로 강한서한테 답장을
한성우는 차 유리를 내렸다, 그러자 교통경찰이 이렇게 말했다."차가 벤틀리네요."한성우 잠깐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맞아요, 그건 왜요?"교통경찰은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아무리 벤틀리라고 해도 여기서 주차하시면 안 돼요, 앞쪽으로 가주세요."한성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구경을 마저 하지도 못한 채 교통경찰한테 쫓겨나고 말았다.----"대학에서는 무슨 전공을 배웠어요?"주강운은 유현진한테 시원한 음료를 건네주며 물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끄고 머리를 들었다."저는 연극 영화과였어요."주강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는 당연히 더빙 전공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전공을 살려 일을 하지 않았어요?"다른 사람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유현진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그건 말하자면 좀 길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말해줄게요."유현진이 대답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깨달은 주강운은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그러고 보니 변호사 수임료는 많이 비싼가요?"유현진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유현진은 주강운과 몇 번 만나면서 그의 옷차림이 수수하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손목시계와 넥타이 클립은 다 고가의 제품이었고 차도 2억이 넘는 모델을 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유현진은 연봉이 얼마나 되어야 이렇게 자유롭게 고급 브랜드를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주강운은 이렇게 대답했다."저는 친구의 사무소에 다니고 있어서 수임료가 높지 않아요,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유현진은 멈칫하다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수임료는 받을 만큼 받으세요. 저는 그냥 단순히 변호사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값을 깎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주강운은 웃으면서 말했다."변호사는 그래도 돈을 꽤 많이 버는 축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어떤 사건을 하는지에 따라 다르죠. 제 친구 중에 부자들의 이혼 소송을 주로 하는 애가 있어요. 재산분할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안내원은 움찔 놀라더니, 내밀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얼른 거두어들였다.“강, 강 대표님...”유현진은 고개를 돌려보았다.강한서가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 마치 빚쟁이를 기다리듯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유현진은 그를 본 순간, 갑자기 움찔했고 생각에 잠겼다. 강한서가 설마 그녀를 볼 때마다 주머니에서 내놓아야 할 2000억을 떠올리고 그녀한테 언짢은 기색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그녀는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강 대표님, 오래 기다렸어?”강한서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오긴 오는 거였네!”유현진은 웃으며 대답했다.“원래는 30분 정도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옷 가지러 갔다가 신상들이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 너 주려고 셔츠 두 벌 사느라 조금 늦은 거야.”강한서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이유는 그럴듯하구나.”말투는 조금 전보다 훨씬 다정해졌다. 이어서 그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빨리 안 가고 뭐해?”유현진은 너그럽게 웃음 지으려 애를 썼다. 그녀는 그제야 안내원의 손에서 물건들을 건네받았고, 이어서 간식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방문안내원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모님, 이건 제 일이니, 정말 괜찮습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일과 별개로 지난번에 촬영해 줬던 게 고마워서 드리는 겁니다.”방문안내원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되었고 다리까지 후들거렸다.그 일이 있은 뒤로, 매번 강한서가 안내 데스크를 지날 때마다, 그는 가시방석에 놓인 것 같이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최근 일주일은 무탈하게 지나가던 중이라, 그는 약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결국 유현진이 찾아옴으로써 무탈한 시간은 종료되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는 강한서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만 좀 꾸물거려!”강한서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휴, 또 트집을 잡는구나!’유현진은 간식을 건네고는 짐을 들고 강한서를 따라갔다.안내원은 간식을 들고 강한서가 떠나기 전 쳐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