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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강한서가 잘생기고 돈이 많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자아가 비대한 남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네가 뭘 오해한 것 같은데 난 친구랑 같이 쇼핑할 거야.”

2,000억을 위해서라도 유현진은 그와 대거리하지 않을 셈이었다.

“낮부터 무슨 쇼핑이야?”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시간이 중요해?”

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유현진이 자신과 말할 때 점점 더 거침없어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왜 예전에는 그녀가 이렇게 말발이 세다는 걸 몰랐을까?

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행사 있어.”

“그거 저녁이잖아? 행사 전에 돌아오면 되지.”

“쇼핑해서 뭐 사려고?”

유현진은 짜증이 났다.

“내가 뭘 사든 무슨 상관이야? 왜, 나한테 쇼핑 경비라도 지원해 줄 생각이야?”

강한서는 정말로 그녀에게 카드 하나를 던져주며 콧방귀를 뀌었다.

“안목 좀 높여. 누더기 같은 거 사 와서 괜히 내 체면 깎이게 하지 마!”

유현진은 곧바로 비위를 맞추려는 듯 표정을 꾸며내며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고 흔들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강 대표님. 비싼 거로 살게!”

몇 걸음 내디뎠던 유현진은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돈은 그 2,000억에서 빼는 거 아니지?”

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뺄 거야.”

유현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짠돌이!”

그러고는 집을 나섰다.

차미주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이 대본을 수정하라고 재촉해서 그녀와 함께 갈 수 없게 됐다며 약속 시간과 장소, 변호사의 연락처를 보내왔다.

유현진의 차는 아직 차미주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 차고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한서의 차고에서 애스턴마틴 블루를 타고 멋지게 떠났다.

유현진은 차미주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고 이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를 주차해둔 뒤 안에 들어가서 상대를 기다렸다.

그곳은 한주시 로컬 브랜드 카페였는데 현지에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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