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옆의 플로어 스탠드가 갑자기 켜지면서 깜깜했던 거실을 환히 비추었다.강한서는 소파에 앉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그가 입고 있는 잠옷보다 더 어두웠고 눈빛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볼 듯했다.유현진은 다소 난처한 듯 머쓱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강 대표님, 거실에 있으면서 왜 전등을 켜지 않았어?”강한서는 냉소를 흘렸다.“눈 보호하고 건강 관리하려고. 그래야 개자식인 내가 오래 살지 않겠어?”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빌어먹을 강한서는 매번 그녀가 했었던 말을 다시 돌려주며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하지만 뒷담화를 하다가 본인한테 들켰으니 유현진이 나쁜 건 맞았다. 유현진은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그럼 건강 관리를 위해서 전등을 끌까?”호시탐탐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유현진이 이제 막 몸을 돌렸는데 등 뒤에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수 끓여줘.”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빌어먹을 강한서는 그녀를 시종으로 아는 걸까?유현진은 눈을 한 번 흘기고는 몸을 돌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장 씨 아주머니 부를게.”강한서는 코웃음을 쳤다.“유현진, 집에서 누워만 있으면 2,000억이 그냥 생기는 줄 알아? 내 돈을 버는 게 그렇게 쉬운 거 같아?”유현진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강한서를 마구 쥐어패면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끓일게. 강 대표님이 먹고 싶다는 국수라면 뭐든 끓여줄게. 2,000억을 주는데 그 정도 값어치는 해야지!”강한서는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그에게서 등을 돌린 뒤 유현진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구두쇠, 짠돌이. 돈 좀 썼다고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 국수? 국수는 무슨, 똥이나 먹으라 해!’욕은 했지만 유현진은 줏대 없이 주방으로 달려갔다.요즘 돈을 같잖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무려 2,000억이다. 이혼만 하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심지어 하현주까지 부족함 하나
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식사하는 모습이 점잖지 못하다고 나무라는 건가?유현진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밖에서 아주 잘 먹고 다니는데? 오히려 네 집에서 자주 배부르게 먹지 못하지.”강한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얘기해서 앞으로 이혼할 사이라 유현진은 굳이 말을 가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넌 입맛이 까다롭잖아. 아주머니가 해주는 음식은 전부 네 입맛에 맞춘 거라 식탁 위 음식들은 전부 싱겁고 담백해. 내가 스님도 아니고 그렇게 담백한 음식을 어떻게 먹겠어?”강한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아주머니한테 네가 먹고 싶은 거 해달라면 되잖아?”“내가 얘기한 적 없을 것 같아? 넌 조금이라도 간이 센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면 미간을 팍 구기면서 역겹다는 걸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잖아. 아주머니는 너한테서 월급을 받는데 왜 굳이 네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겠어?”말하면 말할수록 유현진은 강한서의 집에서 지냈던 지난날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음식이든 생활 습관이든 모든 걸 강한서에게 맞춰야 했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취향이나 습관을 똑똑히 기억하는데 강한서는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를 것이라고 유현진은 장담한다.“강 대표님, 진심으로 건의할게.”강한서는 유현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어질 말이 별로 좋은 말이 아님을 직감했다.유현진이 말했다.“너 앞으로 재혼할 생각이라면 절대 우리 인간 세상에서 짝을 찾지 마. 천상계에서 찾아. 조금이라도 딸리는 사람은 너한테 안 어울리니까.”강한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죽고 싶어?”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깔끔히 해치운 유현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천천히 먹어. 난 먼저 잘게.”말을 마친 뒤 유현진은 토끼보다 더 잽싼 몸짓으로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갔다.강한서는 시선을 거둔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유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청양고추 한 숟가락을 떠서 그릇에 넣고 잘 섞은 뒤 면을 집어 맛을 보았다.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이 혀끝에서 시작해 입안,
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강한서가 잘생기고 돈이 많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자아가 비대한 남자라고 생각했을 거다.“네가 뭘 오해한 것 같은데 난 친구랑 같이 쇼핑할 거야.”2,000억을 위해서라도 유현진은 그와 대거리하지 않을 셈이었다.“낮부터 무슨 쇼핑이야?”“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시간이 중요해?”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유현진이 자신과 말할 때 점점 더 거침없어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왜 예전에는 그녀가 이렇게 말발이 세다는 걸 몰랐을까?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행사 있어.”“그거 저녁이잖아? 행사 전에 돌아오면 되지.”“쇼핑해서 뭐 사려고?”유현진은 짜증이 났다.“내가 뭘 사든 무슨 상관이야? 왜, 나한테 쇼핑 경비라도 지원해 줄 생각이야?”강한서는 정말로 그녀에게 카드 하나를 던져주며 콧방귀를 뀌었다.“안목 좀 높여. 누더기 같은 거 사 와서 괜히 내 체면 깎이게 하지 마!”유현진은 곧바로 비위를 맞추려는 듯 표정을 꾸며내며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고 흔들어 보였다.“걱정하지 마, 강 대표님. 비싼 거로 살게!”몇 걸음 내디뎠던 유현진은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돈은 그 2,000억에서 빼는 거 아니지?”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뺄 거야.”유현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짠돌이!”그러고는 집을 나섰다.차미주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이 대본을 수정하라고 재촉해서 그녀와 함께 갈 수 없게 됐다며 약속 시간과 장소, 변호사의 연락처를 보내왔다.유현진의 차는 아직 차미주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 차고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한서의 차고에서 애스턴마틴 블루를 타고 멋지게 떠났다.유현진은 차미주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고 이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그녀는 차를 주차해둔 뒤 안에 들어가서 상대를 기다렸다.그곳은 한주시 로컬 브랜드 카페였는데 현지에서 인기
주강운도 뜻밖인 듯했다. 그는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차유진 씨.”유현진은 며칠 사이에 그와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쳤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느꼈다. 땅이 넓은 한주시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운 일인데 세 번이나 마주쳤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주강운이 차유진 씨라고 부르니 괜히 찔렸다.당시 그 이름을 남길 때 그와 세 번이나 마주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유현진은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주강운은 그녀의 목을 가리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상처는 좀 나았어요?”유현진은 잠깐 흠칫했다. 그녀는 주강운이 당시 경찰서에서 임산부에게 할퀴어서 생겼던 상처를 묻는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유현진은 주강운의 세심한 모습에 살짝 놀랐다.“다 나았어요.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별거 아니었어요.”주강운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혼자 왔어요?”“약속을 잡았는데 상대방이 아직 안 왔어요.”곧이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자격증은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어요. 시간관념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말이죠.”주강운은 살짝 놀라더니 떠보듯 물었다.“혹시 변호사랑 만나기로 했나요?”유현진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곧 깨달았다.“당신이 그 변호사였군요!”주강운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제가 그 시간관념 없는 변호사예요.”유현진은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전 당신이 안 온 줄 알았어요. 아니, 당신이 그 변호사일 줄은 몰랐어요. 전혀 변호사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주강운은 의자를 뒤로 당겨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변호사 같아 보이죠?”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겉옷을 가리켰다.“적어도 정장을 입어야지 않겠어요?”주강운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신경 쓸게요.”유현진은 손을 저었다.“제 편견일 뿐이에요. 변
주강운이 말했다.“현재 모은 증거를 볼 때 민사소송은 반드시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명예훼손죄의 경우 증거를 더 수집해야 해요.”“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승소할 확률이 높지 않은가요?”“그건 아니에요. 명예훼손죄를 입증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라 증거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 단번에 깔끔히 처리할 수 있어요.”유현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어떻게 공을 들여야 하죠?”주강운은 웃었다.“그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에요. 당신이 고려해야 하는 건 그들이 어떤 심판을 받길 원하는지예요. 그들이 그냥 사과만 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처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해 근본적으로 이 일을 해결할지, 잘 고민해 보세요.”유현진은 침묵했다.그녀는 1년 가까이 심한 악플과 의도적인 사이버불링에 시달렸다. 최악의 경우 핸드폰 번호까지 유출되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욕설을 퍼부으며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한동안 유현진은 감히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지도 못했다. 분명 그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악플을 무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주위가 조용해지면 악랄한 저주와 욕설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런 소용돌이에 한 번 빠지게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그래도 유현진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간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차미주가 제때 그녀를 데리고 심리 상담을 받아 천천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사이버불링을 당한 사람들은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는 데 반해 사이버불링을 한 사람들은 스크린을 마주하고 키보드를 마구 두드린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 정의의 사도인 척하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인터넷 또한 법의 제재를 받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처벌받지 않는 걸까?하지만 조금 전 전과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주강운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속으로 대가의 경중을 따졌다.주강운은 그녀의 머뭇거림을 보아내고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저
"모든 영상에서 암을 언급하는 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야?""참다못한 소녀가 의심하는 사람들의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사건은 도마 위로 오르게 됐어요. 소녀가 올린 사진 때문에 악플을 받게 되었다는 한 사람은 계정을 삭제하겠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러자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소녀한테로 돌렸어요.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로서 평범한 사람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것은 악플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말이에요.""의심과 악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와중에 사람들은 소녀가 먹고 있는 약 리스트가 가짜라는 둥,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소녀를 모른다고 했다는 둥, 암에 걸린 소녀는 진작에 치료를 끝내고도 뜨기 위해 쇼를 한다는 둥, 집에 돈도 많으면서 몰래 사람들의 기부를 받고 있는다는 둥 폭로를 하기 시작했어요.""사건이 터지고 나서 사람들은 다 소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소녀의 계정은 오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어요, 보름 후, 그 계정에는 소녀가 사망했다는 부고가 올라왔어요."이 말을 들은 유현진은 약간 멈칫했다.주강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커피를 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사인은 자살이었어요. 소녀는 병이 아닌 악플러들의 악플로 인해 죽게 되었죠.""소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유서와 병원 도장이 찍힌 차트, 그리고 그녀가 치료를 받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어요.""이번 영상에서 고통에 시달리며 가슴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이전 영상에서 발랄하게 웃던 소녀와 완전히 달랐어요. 사람들은 치료를 끝낸 소녀가 어떻게 고통을 참아내며 메이크업을 하고 영상들을 찍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소녀가 하프 마라톤이 끝난 다음 ICU로 갔다는 사실 또한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이번 영상이 업로드된 후, 가해자들은 잇달아 계정을 삭제했어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은 계정을 삭제하기만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들은 다음 사건에서 계속 가해자의 역할을 하게 되겠죠."이야기를 듣고 난 유현진은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제가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 저희 집안사람들은 제가 더빙 일을 하는 걸 몰라요, 제 개인 정보로 고소를 한다면 더 이상 숨기지 못할 거 아니에요."유현진이 한 말이 없는 말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었다.주강운은 이해를 한다는 듯이 말했다."친구의 개인 정보로 고소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친구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야 하고 또 재판도 출석해야 돼요.""그거라면 충분히 가능해요."유현진은 차미주한테 허락을 받은 후, 그녀의 개인 정보를 주강운한테 알려줬다."차미주?"주강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친구분이랑 성씨가 같네요?"유현진은 영혼 없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네."주강운은 따듯하게 웃으며 말했다."두 분이 참 인연 있네요."유현진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이따가 다른 할 일이 있어요?"주강운은 머리를 들면서 물었다."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아니요."주강운은 실소를 터뜨리면서 말했다."그저 제가 밥이라도 살까 싶어서요."사실 유현진은 빨리 일을 해결하고 주강운과 헤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주강운이 먼저 밥을 사겠다고 말을 꺼낸 이상 그녀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좋아요, 하지만 밥은 제가 살래요. 강운 씨 오늘 아침 내내 저때문에 바빴고, 또 지난번에도 도움을 줬는데 감사의 뜻으로 밥을 살 때도 됐죠."주강운은 사양하지 않고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뭘 먹으러 갈까요?""그건 당연히 밥을 사주는 사람이 맞춰야죠, 저는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까 뭘 먹어도 괜찮아요."주강운은 잠깐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했다."그럼 한주 음식을 먹으러 갈까요?""좋아요."주강운은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이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유현진이 식당 고르기를 포기하자 그는 신속하게 새로운 계획안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카페에서 나온 두 사람은 걸어서 이동을 했다.주강운이 선택한 식당은 길 건너편의 대학로 부근에 있었다.대학로는 주차가 어려운 관계로 두 사람은 걸어
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러자 주강운은 이렇게 물었다."혹시 T대생이에요?"유현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 부근에만 해도 대학이 6개나 있는데 왜 T대라고 생각했어요?""저희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 제가 패드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게 기억나나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강운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더빙 작품들을 보고 있었어요, 더빙 테크닉이 아주 훌륭한 것으로 봐서 더빙을 전문적으로 배웠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 부근에서 더빙을 배워주는 곳은 T대 예술대학밖에 없어요."유현진은 얼굴이 빨개졌다.스크린을 사이 두고 칭찬을 받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면전에 대고 직접 칭찬을 받자 약간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제 추측이 맞나요?"주강운은 웃으면서 물었다.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진짜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대학로에 있는 식당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혹시 강운 씨도 대학로에서 대학을 다녔어요?"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한 가지 추측이 떠오른 유현진은 이렇게 떠보듯이 물었다."설마 강운 씨도 T대 출신이에요?"주강운은 피식 웃으면서 유현진한테 악수를 청했다."저는 T대 법대 11학번 주강운이에요."'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유현진은 반박자 느리게 악수를 받아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의 호칭을 들은 주강운은 웃으면서 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이름으로 불러줘요."오후의 햇빛은 아주 뜨거웠다, 그 뜨거운 햇빛은 마침 식당 입구에서 줄을 서고 있는 유현진한테 비쳤다. 덕분에 유현진의 하얀 피부는 약간 발그레 해졌고 코끝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주강운은 잠깐 생각하다가 유현진이 손을 놓으려는 찰나 그녀를 힘껏 끌어당겨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주강운이 몸으로 만든 그늘을 유현진을 가리기에 딱 좋았다.넋이 나가버린 유현진과 달리 주강운은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