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3-21 18:00:01
강한서가 비아냥거렸다.

“그럼 당신이 유상수를 불러와. 그의 앞에서 이혼 얘기를 하지.”

유현진은 순간 벙어리가 되었고 그를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강한서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는 조용히 아름드리에서 사는 게 좋을 거야. 그전에 이혼에 대한 얘기가 조금이라도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면 당신은 이번 생에 이혼은 꿈도 꾸지 마.”

이것은 유현진의 명줄을 잡고 있는 것과 같다. 강한서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을 때까지 이 혼인에 잡혀살게 된다.

강 씨 가문은 지금 상속자를 다투는 시기이다. 만약 이 시기에 강한서의 이혼이 소문나면 할머니와 대주주들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얼마나 잔혹한 현실인가, 유현진은 순간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계속되자 분위기가 아주 삭막해졌으며 강한서가 겻눈질로 유현진을 힐끔 보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대꾸를 하던 여자는 그 시각 영혼이 나간 것처럼 조용하다.

그는 그녀의 조용한 모습이 적응이 안 되었고 조금 싫었다.

“알았어, 당신을 도와 연기를 하지.”

함참동안 침묵을 하던 유현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고 눈빛은 아주 강인하고 쌀쌀맞았다.“하지만 조건이 있어.”

강한서는 턱을 치켜올리며 그녀에게 말하라고 했다.

유현진이 말했다.

“당신이 한성을 독차지한 뒤에 우리는 협의이혼을 해. 부동산과 차, 그리고 지분 모두 필요 없어. 나에게 2천억을 줘.”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조건을 걸라고 했지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라고는 안 했어.”

유현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강 대표님, 강성의 시가가 20조가 되는데 나한테 2천억을 달라는 게 과분하지 않잖아?”

강한서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으며 마치 이 거래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 같았으며 고민을 하다 결국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 조건을 들어줄게.”

유현진은 강한서가 이렇게 통쾌하게 대답할 줄 예상 못 했는지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차려 가방에서 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59화

    차는 빠르게 아름드리 펜션에 도착하였다.차를 세우자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인사 한마디도 없이 곧바로 차에서 내려 문을 거세게 닫고 갔다.강한서는 창문으로 성격이 점점 세지는 여자를 힐끔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그것을 본 민경하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강 대표님, 분명 대표님이 송민영 씨의 고발장을 막았는데 왜 사모님에게 사실대로 얘기해 주지 않으셨어요?”강한서는 아주 화가 났다.“사실대로 얘기한다고? 그녀의 모습을 봐, 듣기나 하겠어?”민경하가 입을 다물고 마음속으로 대표님의 태도와 말투로 말하면 누가 화를 안 낼까라고 생각했다.예전에 여자는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순위로 따지자면 자신의 보스를 이길 사람이 없을 것이다.사모님이 자신의 아내를 불렀다는 얘기를 듣고는 겉으로는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퇴근도 하기 전에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배즙까지 선물했다.길거리에서 파는 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럴싸한 핑곗거리도 찾을 줄 몰랐다.“그리고.”차에서 내리기 전 강한서가 갑자기 무엇인가 떠올랐다.“육교 추돌사고가 발생한 날 그녀가 병원에서 뭘 했는지 조사해 봐.”“알겠습니다.”강한서가 펜션으로 들어가자 가정부가 재빨리 옷을 받아들고 슬리퍼를 꺼냈다.“그녀는 어디 갔어요?”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은 도착하고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아무 말도 없었어요.”강한서는 위층을 힐끔 보고는 우아한 동작으로 넥타이를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먹을 것 좀 준비해줘요. 방을 정리하고 내려오라고 해요.”가정부가 흠칫했다.“오늘 사모님이 여기서 주무시는 거예요?”강한서가 그녀를 힐끔 보았다.“여긴 그녀의 집이기도 해요. 그녀가 여기서 자는 게 잘못된 일이에요?”가정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그 뜻이 아니라...”강한서가 손을 저었다.“빨리 방을 준비하고 음식을 여러 가지 해요.”한 시간 뒤.강한서는 한상 가득 차린 음식을 바라보며 위층

    최신 업데이트 : 2023-03-21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0화

    유현진은 자신이 2천억을 가진 뒤의 생활을 상상하더니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2천억만 요구한 게 어디야, 강한서의 개 같은 성질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 더 있어?”그것은 차미주도 아주 동의한다.“그가 돈이라도 없으면 어느 여자가 정신이 나갔다고 그에게 시집을 가겠어? 인격에 문제가 있어!”그 말을 들은 유현진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녀야말로 그 정신 나간 여자다. 그 당시 그녀가 강한서와 결혼할 때 그녀는 강 씨 집안이 한주시에서 어느 정도 지위인지도 몰랐고 그냥 강한서 한 사람만 위해서 한 것이었다.“잠깐만, 일단 전화부터 받을게. 조금 있다 다시 얘기하자.”차미주는 자신의 사장이 이 늦은 시간에 연락이 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이세윤은 왜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일까?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그녀는 안 받을 수가 없었다.“여보세요, 이 대표님?”“그래, 미주야.”“네, 저예요.”“요즘 시간 있어?”이세윤이 연락 온걸 보면 좋은 일이 아니기에 차미주는 대충 얼버무렸다.“요즘 좀 바빠요.”“그래?”이세윤이 한숨을 쉬었다.“그럼 아쉽게 됐네. 회사 하나가 네가 쓴 대본이 마음에 들어 촬영을 하고 싶대. 하지만 각본상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어 나한테 작가에게 고칠 수 없는지 물어봐달래. 네가 바쁘면 됐어. 내가 거절할게.”차미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잠시만요! 이 대표님, 이 일은 다시 상의해도 될 거 같아요!”이 대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상의해?”차미주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뺨을 치고 싶었다. 이내 그녀가 뻔뻔하게 말했다.“이 대표님, 시간은 짜낼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표님이 주신 미션인데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을 내야죠!”“어렵지 않겠어?”이세윤이 질문했다.“어렵지 않아요! 전혀요!”이세윤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내가 그쪽에서 요구한 사항을 메일로 보낼게. 수정하고 나에게 보내. 그쪽에서 마음에 들어 하면 금액을 상의하지.”“알겠습니

    최신 업데이트 : 2023-03-21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1화

    소파 옆의 플로어 스탠드가 갑자기 켜지면서 깜깜했던 거실을 환히 비추었다.강한서는 소파에 앉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그가 입고 있는 잠옷보다 더 어두웠고 눈빛은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볼 듯했다.유현진은 다소 난처한 듯 머쓱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강 대표님, 거실에 있으면서 왜 전등을 켜지 않았어?”강한서는 냉소를 흘렸다.“눈 보호하고 건강 관리하려고. 그래야 개자식인 내가 오래 살지 않겠어?”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빌어먹을 강한서는 매번 그녀가 했었던 말을 다시 돌려주며 그녀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하지만 뒷담화를 하다가 본인한테 들켰으니 유현진이 나쁜 건 맞았다. 유현진은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그럼 건강 관리를 위해서 전등을 끌까?”호시탐탐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유현진이 이제 막 몸을 돌렸는데 등 뒤에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국수 끓여줘.”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빌어먹을 강한서는 그녀를 시종으로 아는 걸까?유현진은 눈을 한 번 흘기고는 몸을 돌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장 씨 아주머니 부를게.”강한서는 코웃음을 쳤다.“유현진, 집에서 누워만 있으면 2,000억이 그냥 생기는 줄 알아? 내 돈을 버는 게 그렇게 쉬운 거 같아?”유현진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강한서를 마구 쥐어패면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끓일게. 강 대표님이 먹고 싶다는 국수라면 뭐든 끓여줄게. 2,000억을 주는데 그 정도 값어치는 해야지!”강한서는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그에게서 등을 돌린 뒤 유현진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구두쇠, 짠돌이. 돈 좀 썼다고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 국수? 국수는 무슨, 똥이나 먹으라 해!’욕은 했지만 유현진은 줏대 없이 주방으로 달려갔다.요즘 돈을 같잖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무려 2,000억이다. 이혼만 하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심지어 하현주까지 부족함 하나

    최신 업데이트 : 2023-03-22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2화

    유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식사하는 모습이 점잖지 못하다고 나무라는 건가?유현진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밖에서 아주 잘 먹고 다니는데? 오히려 네 집에서 자주 배부르게 먹지 못하지.”강한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얘기해서 앞으로 이혼할 사이라 유현진은 굳이 말을 가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넌 입맛이 까다롭잖아. 아주머니가 해주는 음식은 전부 네 입맛에 맞춘 거라 식탁 위 음식들은 전부 싱겁고 담백해. 내가 스님도 아니고 그렇게 담백한 음식을 어떻게 먹겠어?”강한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아주머니한테 네가 먹고 싶은 거 해달라면 되잖아?”“내가 얘기한 적 없을 것 같아? 넌 조금이라도 간이 센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면 미간을 팍 구기면서 역겹다는 걸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잖아. 아주머니는 너한테서 월급을 받는데 왜 굳이 네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겠어?”말하면 말할수록 유현진은 강한서의 집에서 지냈던 지난날들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음식이든 생활 습관이든 모든 걸 강한서에게 맞춰야 했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취향이나 습관을 똑똑히 기억하는데 강한서는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를 것이라고 유현진은 장담한다.“강 대표님, 진심으로 건의할게.”강한서는 유현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어질 말이 별로 좋은 말이 아님을 직감했다.유현진이 말했다.“너 앞으로 재혼할 생각이라면 절대 우리 인간 세상에서 짝을 찾지 마. 천상계에서 찾아. 조금이라도 딸리는 사람은 너한테 안 어울리니까.”강한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죽고 싶어?”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깔끔히 해치운 유현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천천히 먹어. 난 먼저 잘게.”말을 마친 뒤 유현진은 토끼보다 더 잽싼 몸짓으로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갔다.강한서는 시선을 거둔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유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청양고추 한 숟가락을 떠서 그릇에 넣고 잘 섞은 뒤 면을 집어 맛을 보았다.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이 혀끝에서 시작해 입안,

    최신 업데이트 : 2023-03-22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3화

    유현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강한서가 잘생기고 돈이 많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자아가 비대한 남자라고 생각했을 거다.“네가 뭘 오해한 것 같은데 난 친구랑 같이 쇼핑할 거야.”2,000억을 위해서라도 유현진은 그와 대거리하지 않을 셈이었다.“낮부터 무슨 쇼핑이야?”“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시간이 중요해?”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유현진이 자신과 말할 때 점점 더 거침없어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왜 예전에는 그녀가 이렇게 말발이 세다는 걸 몰랐을까?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행사 있어.”“그거 저녁이잖아? 행사 전에 돌아오면 되지.”“쇼핑해서 뭐 사려고?”유현진은 짜증이 났다.“내가 뭘 사든 무슨 상관이야? 왜, 나한테 쇼핑 경비라도 지원해 줄 생각이야?”강한서는 정말로 그녀에게 카드 하나를 던져주며 콧방귀를 뀌었다.“안목 좀 높여. 누더기 같은 거 사 와서 괜히 내 체면 깎이게 하지 마!”유현진은 곧바로 비위를 맞추려는 듯 표정을 꾸며내며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고 흔들어 보였다.“걱정하지 마, 강 대표님. 비싼 거로 살게!”몇 걸음 내디뎠던 유현진은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며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돈은 그 2,000억에서 빼는 거 아니지?”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뺄 거야.”유현진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짠돌이!”그러고는 집을 나섰다.차미주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이 대본을 수정하라고 재촉해서 그녀와 함께 갈 수 없게 됐다며 약속 시간과 장소, 변호사의 연락처를 보내왔다.유현진의 차는 아직 차미주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 차고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한서의 차고에서 애스턴마틴 블루를 타고 멋지게 떠났다.유현진은 차미주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고 이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그녀는 차를 주차해둔 뒤 안에 들어가서 상대를 기다렸다.그곳은 한주시 로컬 브랜드 카페였는데 현지에서 인기

    최신 업데이트 : 2023-03-22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4화

    주강운도 뜻밖인 듯했다. 그는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차유진 씨.”유현진은 며칠 사이에 그와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쳤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느꼈다. 땅이 넓은 한주시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운 일인데 세 번이나 마주쳤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주강운이 차유진 씨라고 부르니 괜히 찔렸다.당시 그 이름을 남길 때 그와 세 번이나 마주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유현진은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주강운은 그녀의 목을 가리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상처는 좀 나았어요?”유현진은 잠깐 흠칫했다. 그녀는 주강운이 당시 경찰서에서 임산부에게 할퀴어서 생겼던 상처를 묻는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유현진은 주강운의 세심한 모습에 살짝 놀랐다.“다 나았어요.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별거 아니었어요.”주강운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혼자 왔어요?”“약속을 잡았는데 상대방이 아직 안 왔어요.”곧이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자격증은 어떻게 땄는지 모르겠어요. 시간관념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말이죠.”주강운은 살짝 놀라더니 떠보듯 물었다.“혹시 변호사랑 만나기로 했나요?”유현진이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곧 깨달았다.“당신이 그 변호사였군요!”주강운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제가 그 시간관념 없는 변호사예요.”유현진은 무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전 당신이 안 온 줄 알았어요. 아니, 당신이 그 변호사일 줄은 몰랐어요. 전혀 변호사 같아 보이지 않거든요.”주강운은 의자를 뒤로 당겨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변호사 같아 보이죠?”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겉옷을 가리켰다.“적어도 정장을 입어야지 않겠어요?”주강운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신경 쓸게요.”유현진은 손을 저었다.“제 편견일 뿐이에요. 변

    최신 업데이트 : 2023-03-22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5화

    주강운이 말했다.“현재 모은 증거를 볼 때 민사소송은 반드시 이길 수 있어요. 하지만 명예훼손죄의 경우 증거를 더 수집해야 해요.”“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승소할 확률이 높지 않은가요?”“그건 아니에요. 명예훼손죄를 입증하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라 증거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 단번에 깔끔히 처리할 수 있어요.”유현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어떻게 공을 들여야 하죠?”주강운은 웃었다.“그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에요. 당신이 고려해야 하는 건 그들이 어떤 심판을 받길 원하는지예요. 그들이 그냥 사과만 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처벌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해 근본적으로 이 일을 해결할지, 잘 고민해 보세요.”유현진은 침묵했다.그녀는 1년 가까이 심한 악플과 의도적인 사이버불링에 시달렸다. 최악의 경우 핸드폰 번호까지 유출되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욕설을 퍼부으며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한동안 유현진은 감히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지도 못했다. 분명 그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악플을 무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주위가 조용해지면 악랄한 저주와 욕설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런 소용돌이에 한 번 빠지게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그래도 유현진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간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차미주가 제때 그녀를 데리고 심리 상담을 받아 천천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사이버불링을 당한 사람들은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는 데 반해 사이버불링을 한 사람들은 스크린을 마주하고 키보드를 마구 두드린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 정의의 사도인 척하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인터넷 또한 법의 제재를 받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으면서 처벌받지 않는 걸까?하지만 조금 전 전과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주강운의 말에 유현진은 마음속으로 대가의 경중을 따졌다.주강운은 그녀의 머뭇거림을 보아내고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저

    최신 업데이트 : 2023-03-23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66화

    "모든 영상에서 암을 언급하는 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야?""참다못한 소녀가 의심하는 사람들의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 사건은 도마 위로 오르게 됐어요. 소녀가 올린 사진 때문에 악플을 받게 되었다는 한 사람은 계정을 삭제하겠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러자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소녀한테로 돌렸어요.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로서 평범한 사람을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것은 악플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말이에요.""의심과 악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와중에 사람들은 소녀가 먹고 있는 약 리스트가 가짜라는 둥,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는 소녀를 모른다고 했다는 둥, 암에 걸린 소녀는 진작에 치료를 끝내고도 뜨기 위해 쇼를 한다는 둥, 집에 돈도 많으면서 몰래 사람들의 기부를 받고 있는다는 둥 폭로를 하기 시작했어요.""사건이 터지고 나서 사람들은 다 소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소녀의 계정은 오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어요, 보름 후, 그 계정에는 소녀가 사망했다는 부고가 올라왔어요."이 말을 들은 유현진은 약간 멈칫했다.주강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커피를 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사인은 자살이었어요. 소녀는 병이 아닌 악플러들의 악플로 인해 죽게 되었죠.""소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유서와 병원 도장이 찍힌 차트, 그리고 그녀가 치료를 받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어요.""이번 영상에서 고통에 시달리며 가슴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이전 영상에서 발랄하게 웃던 소녀와 완전히 달랐어요. 사람들은 치료를 끝낸 소녀가 어떻게 고통을 참아내며 메이크업을 하고 영상들을 찍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소녀가 하프 마라톤이 끝난 다음 ICU로 갔다는 사실 또한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이번 영상이 업로드된 후, 가해자들은 잇달아 계정을 삭제했어요.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은 계정을 삭제하기만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들은 다음 사건에서 계속 가해자의 역할을 하게 되겠죠."이야기를 듣고 난 유현진은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3-23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7화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발표회가 무사히 마무리된 그날 밤, 가여운 두 영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안방 밖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강민서는 결국 그 방문을 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강민서의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신미정이 쉴새없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민서야, 오빠에게 얘기했어?][엄마는 네 삼촌에게 속은 거야. 누가 더 중요한지 엄마가 모르겠니? 엄만 그저 외할아버지가 남긴 회사가 이렇게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럴 뿐이야.][엄만 한서와 모자의 인연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한서는 내 아들이야. 내가 설마 걔를 버리겠니? 한현진이 날 속여서 그 각서를 쓰게 한 거야. 난 그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걸 알고 사인한 건데 그 X가 이런 식으로 날 X 먹일 줄 어떻게 알았겠니.][민서야,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는 보지도 마. 한서도 내 아들이야. 내가 어떻게 한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만 한서는 너무 오랫동안 네 할머니 곁에서 자랐잖니. 할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으시고. 그러니 나도 네 오빠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은 한서를 멀리했던 거야. 하지만 한서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한서가 힘들면 당연히 엄마도 더 힘들지.]강민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강민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신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줄곧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던 듯, 신미정은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민서야, 우리 딸. 엄마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오빠한테 전부 얘기했어?”강민서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다음 주 수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신미정은 순간 강민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얘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묻고 그래. 엄마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겠니. 힌트라도 줘.”강민서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오빠 생일이잖아요, 엄마. 다른 댁 사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6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확인한 한현진은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송병천의 답장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최소한 지금의 송병천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아예 마음을 돌릴 수도 없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문 제작이야,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송병천에게 답장을 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수트는 방금 민경하의 도움으로 벗길 수 있었다. 강한서 스스로 끌어내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린 채 가슴 앞에 걸려있었다. 풀린 단추 사이로 붉게 물든 가슴이 보였다. 강한서의 안경은 여전히 그의 콧등에 걸려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워 보였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옆에 누워 그의 몸에 기댄채 귓가에 속삭였다. “강한서, 강한서. 여보...”강한서는 조금 시끄러운 듯 머리에 힘을 실어 베개에 푹 파묻혔다. 위로 솟은 목 때문에 그의 목젖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현진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강한서의 안경을 벗겼다. 그녀는 그의 이마를 살며시 쓸었다. “여보, 샤워하고 자. 나 너 못 일으켜.”강한서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눈을 떴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흐릿한 인영에 갑자기 손을 뻗어 한현진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현진아, 현진아...”강한서가 웅얼거리며 한현진의 이름을 불렀다. 한현진의 그의 부름이 일일이 대답하며 단추를 풀렀다. “나 여기 있어.”한현진의 이름을 부르던 강한서가 또 바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의 진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어, 현진아. 현진아...”십년이었다...강한서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성을 지지하는 모든 고객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5화

    송병천이 송민준을 재촉했다. 송민준은 제일 위에 있던 이모티콘을 삭제하곤 휴대폰을 송병천에게 돌려주었다. 이모티콘이 삭제된 것을 본 송병천이 순간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사라진 거야?”송민준이 말했다. “인터넷 지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송병천이 투덜거렸다. “업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엉망이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병천은 휴대폰을 들고 귀한 따님에게 답장을 보내며 송민준을 나무랐다. “너 이젠 나한테 이상한 이모티콘 보내지 마. 내가 실수로 이모티콘을 잘못 보내 네 동생이 보면 내 이미지가 깨지지 않겠어?”송민준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지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빠 아이큐가 몇인지는 깨달았을 것 같네요.’송병천은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한참 동안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다 주운 것 같은 아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민준아,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현진이도 상처 안 받고 강한서에 대한 내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까?”송민준이 말했다. “엄마는 약을 주고, 아들은 술을 주네. 하나는 손자를 노리고 다른 하나는 아빠를 노리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 죽어야 끝나겠어, 라고 보내요.”송병천이 송민준을 걷어찼다. “X 놈의 자식!”송민준이 소파에 기대 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강한서를 사위로 받아들이시긴 할 거예요? 그럴 생각이 없으신 거면 대체 왜 강한서 체면 따위를 생각해주시는 거예요? 바로 현진이를 데려와서 평생 못 만나게 하면 그만이잖아요.”송병천이 송민준을 노려보았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네 동생이 좋다고 하잖아. 뱃속의 아이에게도 아빠는 필요해.”“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아빠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지못해 사위로 받아들이셨다고 해도 결국 마음에 넘지 못한 산이 생길 거예요. 저라면 차라리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현진이에게 다른 남자를 찾아주면 되죠. 현진이도 한서 외모에 반한 거잖아요. 우리 회사에 잘생긴 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4화

    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이런 애정 표현을 안 하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한현진이 한성우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강한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운이 좋긴 하지. 만약 우리처럼 1000분의 5에 가까운 확률로 쌍둥이까지 임신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한현진은 입가에 맴돌던 면박을 주려던 말을 더는 할 면목이 없었다. 한성우가 입술을 씰룩였다. “강한서, 너 이 자식. 하루라도 자랑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 그런 거냐고!”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을 수 있어.”화가 난 한성우는 바득,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꼭 딸을 낳아서 강한서 아들을 꼬셨다가 다시 차버리게 할 거야. 몇 번이고 차버리게 할 거라고! 꼭 저 개자식이 나이를 잔뜩 먹고도 손주도 못 안게 만들 거야. 그때도 이렇게 까불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자고.’자리를 비운 주강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송가람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에 오늘 발표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송민준은 발표회가 끝난 후 바로 가버렸고 송병천은 아예 하루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토라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이 송병천에게 좋은 와인 사진을 몇 장 보냈다. [아빠, 강한서가 일부러 아빠를 위해 남겨둔 거예요.]송병천은 답장이 없었다. 하지만 한현진이 남긴 문자 옆의 1이 사라졌다. 한성우와 민경하가 술에 취한 강한서를 차까지 부축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현진에게 하찮아 보이는 표정으로 읍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 이모티콘을 본 한현진은 어리둥절해졌다. 한현진이 그 이모티콘을 보낸 의미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송병천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한현진은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1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3화

    “빨리 뒷이야기를 마저 해봐요.”한현진이 다그치며 말했다. “뒷이야기는 더 막장이에요. 장준은 첫사랑도, 대타도 버릴 수 없었어요. 두 여자는 장준을 빼앗기 위해 피 터지도록 싸웠죠. 마지막엔 첫사랑이 대타가 마약을 했다고 신고를 했고 대타는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사라졌어요.”“대타가 사라지자 다들 장준은 이제 첫사랑만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에 가족들과 그렇게 갈등을 빚은 것도 전부 첫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장준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어요. 오히려 장씨 가문에서 장준의 첫사랑이 그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으로 얘기했죠. 게다가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후 장씨 가문에서는 장준과 전고현의 선 자리를 마련했어요.”“장준이 몇 년 동안 죽도록 난리를 피운 덕에 집안에서는 장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진작 포기해버렸어요. 장준이 대를 이어 주면 그 아이를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었지만 장준이 마약 때문에 몸을 완전히 망쳐버린 탓에 그럴 수도 없었죠. 병원에 가서 검사를 전부 생식 능력이 전혀 없었어요. 장준이 아이를 낳지 못하니 아버지라도 나서야 했던 거죠. 그러다 진씨 가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결국 그 혼사도 무산되었지만요.”“하지만 이젠 장준의 대타가 돌아왔어요. 타락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걸 보면 대타에게 마음을 줬다는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봐요. 만약 제가 그 첫사랑이었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인 계획인데, 결국엔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 좋은 노릇만 했잖아요.”이야기를 들은 한현진과 강한서는 조금 멍해졌다. 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우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예요?”한현진은 비록 이 일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시켜 장준의 일을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준의 첫사랑에 관한 이런 막장 스토리는 전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에이, 뭐 이런 것쯤이야.”말하는 한성우는 어쩐지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술 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2화

    멈칫한 한현진과 강한서가 홱 고개를 돌려 뒤에서 중얼거리는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에 깜짝 놀란 한성우가 말했다. “왜 날 그렇게 노려봐?”한현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문이요? 성우 씨는 뭘 알고 있는 거예요?”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 “소문에 장준이 첫사랑 대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타가 사라진 1년 동안 장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지냈대요. 그리고 대타가 돌아오자 바로 활기가 넘쳐흐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빈정 상한 첫사랑이 매일 대타를 괴롭히고 있고.”한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준은 술, 여자, 도박, 약 안 좋은 건 전부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인간에게도 첫사랑이 있어요?”“형수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병신에게도 청춘은 있어요. 게다가 장씨 가문 정도면 명문가에서는 싫다고 할지 몰라도 조건이 조금 떨어진 집안마저도 거절하겠어요?”그리고 한성우는 두 사람에게 끝장판 막장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장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첫사랑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장준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사람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감정을 쌓아왔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 싹 트던 초창기, 장준의 가족들은 두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순히 장준이 그 여자를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생각보다 꽤 수완이 좋았던 것인지 장준은 그 여자의 일이라면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여자였다. 곁에 두고 노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여자가 장준의 안방까지 차지하려고 한다면, 장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장씨 가문에서는 돈을 주고 수작을 부려 그 여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여자가 사라지자 장준은 미친X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떠나며 남긴 편지 때문이었다. [이번 생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1화

    한현진은 조금 전 대화 내용은 간략하게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강한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문샤론?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이야기는 전부 한현진이 즉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전부 그럴 듯하게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였다. ‘역시 대단한 여자야.’한현진이 말했다. “간민혜 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강운 씨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았어.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우린 모르지만 어쩌면 강운 씨라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난 줄곧 강운 씨 집안에서 누군가 이 일에—”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멈칫하던 한현진은 강한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정설희, 아니. 정서희가 보였다. 그녀는 장준과 손을 잡고 피로연 현장에 나타났다. 지금의 정서희는 예전의 정설희와 같은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눈웃음을 짓는 눈가엔 은근한 색기가 흘렀다.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화려한 옷차림은 자심이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함께 등장한 정서희와 장준은 스킨십이 제법 자연스러웠고 꽤 친근한 모습이었다. “강 대표님, 발표회 무사히 마치신 거 축하드려요.”잔을 들고 다가온 장준이 웃으며 강한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현진은 순간 약쟁이였던 장준의 상태가 지난번 결혼식보다 너무 많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광대뼈도 예전처럼 선명하게 튀어나오지 않았고 눈빛에도 생기가 돌았다. 여전히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정장을 입으니 제법 봐줄만 했다. 아무도 이런 모습의 장준을 보고 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강한서가 손을 들어 장준과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고마워요.”장준의 시선이 한현진을 향했다. 깊은 눈매에는 나른한 기색이 묻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정서희를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동창이라고 하지 않았어? 현진 씨는 당신을 보고도 왜 이렇게 냉담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0화

    주강운이 엄지로 컵을 쓸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웃으며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도 보고 있겠죠. 또 어쩌면 그저 장난으로 한 얘기였을 수도 있고요.”시선을 내린 한현진은 더는 말이 없었다. 주강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갑자기 물었다. “전에 장례식에 있었던 꼬마 아가씨는 아직도 한서가 돌보고 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아름드리로 데려왔어요.”주강운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이 가족에게 보내지 않았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민 실장님 말로는 아이는 직계 가족이 없다고 하던데요.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고아원에 보내자니 강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냥 잠시 자기 옆에 두고 보살피기로 했어요.”주강운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개인 입양은 안 알아봤어요?”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그러고 싶죠. 전에 강한서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가 한바탕 싸웠어요. 저더러 아이에게 아량을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와 강한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강한서 아이가 아닐까, 의심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어찌나 친자식처럼 아끼는지. 됐어요. 그저 어린 아이 일뿐인걸요. 착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애예요. 키우고 싶다면 키우죠, 뭐.”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이네요.”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가끔 이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하기 전 그 아이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전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강한서가 저에게 알려준 이름도 은서가 아니라 문샤론이었어요. 그 이름은 은서 엄마가 지은 거라고 했어요. 은서 부모님이 무궁화가 예쁘게 폈을 때 만났대요.”한현진은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겠죠. 아쉽게도 그 끝이 안 좋긴 했지만 말이예요.”주강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9화

    왜 굳이 이미 취한 강한서를 방까지 데려다줬을까? 차라리 로비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설사 강한서를 편히 쉬게 하려던 의도였다고 해도, 강한서와 함께 방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굳이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렸던 걸까?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두 개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헷갈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탈 리가 없었다. 강한서는 줄곧 유씨 가문 사람들을 혐오했었다. 그러니 그는 멀쩡한 정신엔 유현아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유현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만약 유현아에게 강한서를 유혹할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그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당시 주강운이 물을 마신 건 두통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현진이 강한서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던 걸까?그때의 일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한현진의 마음은 점점 더 서늘해졌다. 주강운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첫사랑을 치어 죽인 사람을 도왔던 걸까?“현진 씨?”창백해진 얼굴로 한참을 말이 없는 한현진을 본 주강운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한현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손을 뻗어 주강운이 내민 잔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생기 있는 얼굴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웠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정작 입을 여니 그 모든 마음은 그저 한 마디의 가벼운 인사로 흘러나왔다. “요즘 잘 지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냈어요.”잠시 말이 없던 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녁에 누군가 강운 씨 휴대폰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강운 씨 취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안 갔는데, 집에 잘 들어갔어요?”한현진은 조심스레 그 얘기를 꺼냈다. 마치 주강운이 왜 오지 않았냐고 따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그렇게 선을 긋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