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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시간이 생명이야!’

‘3분이라는 골든 타임을 놓치거나, 1초라도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한 회장님은 여기서 돌아가시고 말 거야!’

시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바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간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체되겠어요? 저한테 2분만 주세요! 한 회장님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게요!”

1초, 그리고 2초...

시연이 다급해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어서요! 시간이 없다고요!”

일촉즉발의 순간, 유건은 시연을 믿기로 결정했다.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는 그 자신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래.”

유건이 손을 놓았다.

시연이 기뻐하며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칼이요! 책상 위에 있어요!”

“알겠어.”

유건은 즉각적으로 시연의 조수가 되어 테이블 위의 과일 쟁반에 있던 칼을 챙겨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고 대표님, 제 정신입니까?”

두려움을 느낀 학운의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고, 유건을 붙잡으며 말했다.

“한 회장님이 어떤 분이신데요? 고작 이런 여자가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요! 혹시라도 한 회장님께 이러쿵저러쿵 하는 일이 생기면...”

“비켜요!”

유건은 학운의 쓸데없는 말을 들을 겨를이 없어서 팔을 뿌리치며 그를 따돌렸고, 바로 시연에게 칼을 건넸다.

“자.”

“만년필도 주세요!”

시연은 유건이 만년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건은 두말없이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비록 시연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만년필을 받아 든 시연은 신속하게 그것을 분해했고, 펜 뚜껑을 꺼내어 다른 한쪽을 막고 있던 부분도 제거했다. 그래서 만년필은 이내 양쪽이 뚫린 튜브가 되었다.

시연은 한강우의 목덜미를 만지며 빠르게 위치를 잡았고, 손에 들고 있던 칼로 그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베인 상처에 만년필을 꽂아 넣었다.

학운과 이 자리에 있던 고용인들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등을 돌릴 뿐이었다.

“구급차는요? 왜 아직 안 오는 겁니까?”

학운이 가정부에게 소리쳤다.

한 가정부가 웅얼거렸다.

“전화는 이미 했는데, 왜 이렇게 늦는 걸까요...”

“이런 식이면 곤란하죠!”

학운이 말했다.

“가능한 한 빨리 한 회장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해요. 얼른 차를 대기시키세요! 얼른!”

“아이고, 네.”

가정부가 이 차를 대기시키러 가기도 전에 시연의 웃음기 서린 목소리가 들렸다.

“한 회장님은 괜찮으세요!”

한강우는 바닥에 누운 채 말을 잇지 못했지만, 얼굴은 한결 좋아진 상황이었다.

그는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시연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시연은 입 모양만으로도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한강우는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숨을 돌린 후 다시 시연을 바라본 유건은 깜짝 놀랐는데, 놀랍게도 미소를 짓는 그녀의 입가에 두 개의 보조개가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의 약혼녀를 외모로만 판단한다면, 손꼽힐 정도로 예쁜 건 사실이란 말이지...’

바로 그때, 도착한 구급차가 한강우를 황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시연의 재빠르고 적절한 응급조치와 방법 덕분에 입원한 한강우의 상태는 이미 안정되어 있었고, 일부의 후속 처치만 진행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고유건, 지시연, 그리고 심학운은 모두 병실 밖을 지키고 서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시연은 무릎을 지탱하고 서 있기 어려워졌다.

“왜 그래?”

유건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자, 시연이 겸연쩍다는 듯 말했다.

“다리가 좀 아파서요.”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유건은 그녀를 끌고 의자에 앉혔다.

“의자도 있는데 앉으면 되잖아?”

“아.”

시연은 홀로 앉기가 쑥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의자에 앉자, 위로 올라간 치마 밑으로 두 개의 검푸른 멍이 드러났다.

눈썹을 찌푸린 유건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왜 이렇게 심해?”

“괜찮아요.”

시연이 치마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며칠 지나면 나을 거예요.”

“억지로 버티겠다는 거야?”

유건은 그녀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너도 의사잖아! 장난해?”

몸을 일으킨 그가 지한에게 손짓했다.

“연고 좀 가져와...”

지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 형님.”

시연은 조금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낯설고 신기해. 고유건에게도 이런 면이 있구나.’

‘게다가 이전처럼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병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나와서 물었다.

“고유건 씨와 지시연 씨가 누구세요?”

“저입니다.”

“저예요!”

“환자분께서 두 분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아직 환자분의 몸이 완전히 안정되지는 않았으니, 오랜 대화는 삼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시연을 힐끗 바라본 유건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옆에 있던 학운이 냉소하며 말했다.

“고 대표님, 이번에는 운이 좋으시군요. 한 회장님께서 저를 찾지는 않으시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훌쩍 병원을 떠나버렸다.

학운도 시연이 한강우의 생명을 구한 은혜에 비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인상을 찌푸린 유건이 병실로 들어섰고, 시연이 그의 뒤를 따랐다.

“왔구나.”

한강우가 약한 숨결을 내뱉으며 작은 목소리로 시연에게 말했다.

“아가씨, 고마워, 이 늙은이가 아가씨에게 목숨을 빚졌어.”

시연이 바삐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세요. 저는 의사이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그녀가 공을 내세우지 않자, 한강우는 더욱 감격했다.

그가 유건을 보며 말했다.

“녀석아, 이 아가씨의 공을 봐서라도 은수 프로젝트는 너에게 맡기도록 하마.”

“!”

유건은 비록 이미 예상했었지만, 한강우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니 크게 동요될 수밖에 없었다.

“한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한강우가 고개를 저으며 지시연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면, 너 자신에게 해야지. 좋은 안목으로 아주 훌륭한 아가씨를 선택했으니까.”

한강우의 몸은 아직 너무 허약했기 때문에 유건과 시연은 간단히 몇 마디만 더 하고 병실을 나와야만 했다.

유건이 몸을 돌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의 말투는 아주 정중했다.

이 말을 들은 시연은 단번에 은수 프로젝트가 유건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연은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 기회야!’

그녀가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고유건 씨, 정말 제게 고마움을 느낀다면, 제가 다시 실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유건을 바라보는 시연의 두 눈에는 불안감과 떨림이 서려 있었다.

‘내 제안을 받아주려나? 하긴, 내가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받아 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1초, 그리고 2초가 흘렀음에도 유건은 긍정과 부정 중에 그 무엇도 나타내지 않았다.

“가자.”

“어디로요?”

“밥 먹어야지!”

한바탕 바빴던 일을 떠올린 유건은 자기들이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그가 길쭉한 다리를 내딛자, 시연은 그를 따라가지 못해 종종걸음으로 뛰어야 했다.

“고유건 씨, 조금만 천천히...”

‘그래서 내가 다시 실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갑자기 시연이 유건을 붙잡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지시연!”

정신이 멍해진 유건은 반사적으로 가로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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