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 동안 차인호는 일에 관한 얘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고 모든 화제가 다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유서혜는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드디어 식사가 끝나고 계산을 할 때가 되었는데도 차인호는 끝까지 영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여기 정말 괜찮네요. 다음에는 친구도 데리고 와야겠어요."차인호가 웃으며 얘기했다."사실 제가 추천하고 싶었던 가게가 하나 더 있긴 해요. 바로 거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가게인데 규모는 작지만, 엄청 맛있어요."먹는 얘기가 나오자 유서혜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어조
"왜요? 갑자기 배우가 하고 싶어졌어요?"최성운은 서정원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며 물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서정원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최성운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난 나보다 우리 성운 씨를 배우로 쓰고 싶은데요? 이 얼굴로 연기자를 안 한다는 건 너무 손해예요."최성운은 연예계에서 소위 얼굴 하나로 먹고산다는 아이돌보다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괜히 해성시에서 제일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 자리를 다년간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최성운은 피식 웃더니 서정원의 얼굴에 깔린 피로감
임재민은 자신의 손을 피해버린 유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녀가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 때문에 속상했을 걸 생각하고는 손을 천천히 거두더니 조심스럽게 이 한마디부터 했다."미안해."임재민은 고개를 숙여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이로써 임재민은 유나에게 두 번째로 사과하게 되었다.유나는 그런 그를 보고는 피곤한 듯 대답했다."네가 사과할 필요 없어.""내가 기자가 그런 기사를 쓰지 못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누나 속상하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임재민은 유나의 화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조금은 능글맞은 태
병원.유나 엄마는 간호사들에 의해 급히 수술실로 옮겨졌다."선생님, 우리 엄마 괜찮은 거 맞죠?!"유나는 의사의 손을 꽉 쥔 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일단 진정하시고 이 손부터 놔주세요.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어머니 목숨이 정말 위험해집니다."의사는 유나의 임신한 배를 보고 차마 더 강경하게 밀쳐내지는 못하고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진정시켰다."죄송합니다, 선생님. 제 아내가 지금 너무 놀라서 제정신이 아닙니다."임재민은 유나의 손을 황급히 풀고는 의사에게 사과했다.유나는 의사가 빠르게 수술실로 들어가는 걸
"쉬, 인제 그만 울어."임재민은 유나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그녀를 위로했다."아까 의사 선생님도 그랬잖아.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진정해야 한다고."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간호사들에 의해 유나 엄마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유나도 병실로 돌아왔다.그녀는 천장을 바라보고는 오늘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엄마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하지만 이미 그녀의 어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게 됐고 지금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서정원이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지금 유나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대로 계속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지내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나 그날 밤 술에 진탕 취했던 기억밖에 없어. 그래서 나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진짜야?"서정원은 임재민 같은 애가 뒤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진짜야. 일어나보니 상의가 없어지긴 했지만, 바지는 그대로였다고."그 말에 서정원과 유나가 눈을 마주쳤다."그럼 그 사진들은 어떻게 된 건데?"서정원이 유나가 묻고 싶은
스타진은 아직 유서혜의 행보를 공식 사이트에 올리지 않았고 감독 쪽에서 먼저 얘기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안가 차인호 쪽에서 유서혜에게 첫 번째 연락이 왔고 내용은 같이 야식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음식에 열정적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만나는 방식도 특이했다.전과 다른 점은 이번 식사 자리에서 차인호는 유서혜의 연기에 관한 문제점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연기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차인호는 유서혜가 이때까지 해왔던 연기 스타일이 자신의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유서혜는 지금까지의 연기 스타일을
솔직히 말하면 서정원은 이 업계에서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봤지만, 박하준 같은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서정원은 고작 노래 몇 곡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 인지도가 조금 올라갔다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한 박하준이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지금의 연예계는 며칠에 한 번씩 신인이 나오는 아이돌 포화상태였고 박하준처럼 작사와 작곡이 다 되는 가수들도 한 트럭이었다. 박하준은 그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운이 좋았을 뿐이다."박하준 씨는 마치 자신이 우리 드라마 구세주라고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서정원은 턱을 살짝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