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유나는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도 어떤 태도와 감정으로 임재민을 대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확신하는 건, 바로 그녀가 아직 배 속에 있는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방문이 닫기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임재민은 넋 나간 사람처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앞으로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마치 발에 납이라도 묶은 것처럼 무거웠다. 머릿속에는 유나가 애를 지워버리겠다는 말만 맴돌았다. 그는 혼 빠진 사람처럼 차에 오르고
유나는 구급차에 올라서도 임재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간단한 응급처치를 해주는 시간을 빼고 유나는 계속 임재민 옆에 붙어있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병원에 도착해서도 유나는 수술실 앞까지 임재민을 계속 따라왔다.그녀는 너무 불안한 탓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계속 수술실 앞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눈은 자책감과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는 걸 보고 유나는 의사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제 친구 괜찮나요? 생명의 위험이라도 있나요?”의사는 아주 엄숙한
이송혜는 연세가 많았고 또 자식도 임재민 하나뿐이었기에 이 충격적인 소식을 듣자마자 기절해버렸다. 임태결은 황급히 이송혜를 부축하고 인중을 누르면서 혈압약을 입에 넣어줬다. 힘들 게 다시 깨어난 이송혜는 오열했다.“임재민, 내 아들...”깨어난 이송혜는 이런 악몽 같은 소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임태결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었다.유나도 임재민의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서정원은 입술을 깨물면서 유나를 옆 의자에 앉히고 걱정된 눈길로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임재민이 수술실에서 나와 ICU로 옮겨 졌다.
이진숙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주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가영이 서정원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바에서 노래나 부르던 여자가 감히 최씨 집안 미래 안주인 자리를 넘봐?’‘꿈도 크네!’“성운아, 난 반대야.”이진숙은 최성운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 끓는 화를 참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주가영은 최성운을 바라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숙에게 말했다.“어머님,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성운 오빠를 좋아하고 있어요. 게다가 내일이면 곧 우리 둘 약혼식인데... 우리 두 사람 축복해주시면 안 될까
주가영은 최성운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얼굴에도 서운한 감정이 드러났다.주가영은 최근 최성운과 관계를 맺으려고 여러 수단을 써보았지만, 최성운은 계속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등 유사한 이유로 얼버무리며 그녀를 거절했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는 안전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우리 내일 약혼하잖아...’이 생각이 주가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조금 전 근심과 내려고 했던 화도 이내 사라져버렸다.‘아무튼 내일이면 내가 최씨 가문 미래 안주인이 될 텐데, 조금 늦다고 해도 서운할 건 없지.’주가영은 순순
“그만해, 친구끼리 몇 마디 장난치는 거 가지고 왜 그래. 난 괜찮아.”주가영은 웃으면서 어색해진 분위기를 완화시켰다.최성운과 약혼한다는 뉴스가 너무 많이 나왔어서 지금 주가영은 많은 기자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스타일링 샵 앞에도 이미 기자 몇 명이 주가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가영이 샵에서 나오자 기자들은 그녀에게 몰려들어 그녀를 인터뷰하려고 했다.“안녕하세요, 주가영 씨. 케이트 연예 기자입니다. 오늘 최성운 씨와 약혼식을 올리게 되면 언제쯤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가요? 예전에 바 싱어였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곧
친구와 놀고 있던 곽천호가 최지연의 전화를 받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더니 아주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무슨 일이야?”최지연은 빨리 주가영을 혼내줄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이 연락한 목적을 말했다.“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주가영 누군지 알지? 주가영을 납치해줘.”곽천호는 최지연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이내 답했다.“당연히 알지, 왜 모르겠어. 네 오빠랑 약혼한다는 여자 맞지? 요즘 뉴스에 자주 뜨던데.”“하지만...”곽천호는 갑자기 망설여졌다.그는 최지연을 오랫동안 좋아해 왔다. 그래서 최지연의 요구라면 옳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칼에 베이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최지연은 주가영의 앞에 서서 주가영이 무서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사실 최지연은 분별없이 우쭐대는 주가영을 겁주기 위해 아까와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그녀에게는 주가영을 괴롭힐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이년 얼굴을 망칠 바엔 인생을 망쳐버리고 말겠어.’주가영은 눈을 꼭 감고 곧 느껴질 고통을 기다렸다. 하지만 고통 대신 최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서워? 아까 소리 지르면서 날 협박하던 기세는 어디 갔어? 아... 맞다, 너 성운 오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