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심준호를 만나러 온 것이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유서혜는 비록 실망스러웠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보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결국 마음을 먹고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심준호는 유서혜를 바라봤고 서정원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이불 위에 놓인 손을 거두어들였다.유서혜를 보자 서정원은 미소를 드러내 고개를 끄덕였다.“서혜 씨, 왔어요.”심준호는 유서혜를 보자 살짝 당황했다. 서정원의 움직임을 알아챈 그는 눈동자에 약간의 실망이 스쳐 지났지만 이내 유서혜를
“그럼 다행이에요. 그동안 강석일 박사님도 수고하셨네요.”유나는 황찬성의 다리가 거의 다 나았다는 걸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띠었다.임재민은 코너 쪽에 서 있다가 유나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는 지금 나가서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이럴 때 두 사람이 그를 보게 된다면 뻘쭘할 것이다.서정원은 유나가 여전히 황찬성을 포기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유나가 인천으로 돌아가기 전 병원에 가서 황찬성을 보려 한 걸 떠올린 서정원이 떠보듯 물었다.“강석일 아저씨 며칠 뒤면 한라
연이어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 소리에 이승호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주가영이 보낸 사진에는 북해 프로젝트 계획서로 추정되는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이승호도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가영을 바라봤다. 주가영은 그의 시선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면서 이승호가 또 무슨 짓을 할까 봐 겁을 잔뜩 먹고 있었다. 그러자 이승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진작에 이랬으면 좋았잖아. 다음번에는 오늘처럼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고, 알겠지?"주가영은 떨리는 몸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 씨, 오늘은 좀 어때요?"서정원이 병실로 들어서자 심준호가 금방 일어난 얼굴로 책을 보고 있었다."의사 선생님은 아직 며칠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는 하는데, 난 솔직히 다 나은 것 같기도 해..."심준호는 들고 있던 책을 옆으로 치우더니 서정원을 보며 말했다. 그가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매일 병실에서 누워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검사받고 주사 맞고 쉬는 것뿐이었다. 매일 힘들지도 않은지 병원으로 출퇴근을 하는 서정원을 보며 미안하기 그지없었다.그리고 그가 빨리 퇴원하고 싶은 이유 중에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정식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준호의 몸은 나날이 회복되어가고 있었고, 이제는 틈틈이 대사도 외우고 있었다. 서정원도 꾸준히 회사와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바삐 보내고 있었다.유나는 그날 이후 몇 번 정도 황찬성의 병실을 찾아갔지만, 예전과는 다른 두 사람의 사이로 인해 서로 어색하게 얘기만 하다가 헤어지기 일쑤였다. 황찬성은 걷는 훈련을 하는 것이 신경 지각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치료하고 나면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 강석일이 황찬성의 다리에 꽂은 침들을 하나하나 회수하
공항에서 나온 후, 황찬성이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길 내내 서정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유나도 옆에서 그런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위로를 건넸다."박사님도 어떤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거예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정원 씨도 언젠가 부모님의 사연을 듣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우리 시간에 맡겨봐요.""하지만..."서정원은 여전히 얼굴을 찌푸리며 실망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까 드디어 부모님에 대한 실마리라도 얻은 것 같아 기뻤지만, 강석일한테서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하게 되자 상당히 속상해하고
"네? 누나가 임신했다고요?"임재민은 황찬성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요 며칠 유나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동안 우울해 있었는데 갑자기 임신이라니. 임재민은 호텔에서의 그날 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유나의 첫 남자였다는 사실을.임재민은 한참을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전화기 너머로 임재민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던 황찬성은 기나긴 침묵에 임재민이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네, 유나 임신했어요. 둘이 잘 만나고 있는
"네가 여긴 어떻게 왔어?"임재민은 그녀의 옆에 앉더니 얼른 손을 맞잡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황찬성 씨 연락받고 얼른 뛰어왔어. 그 사람이 말해줬거든... 누나 임신했다고. 누나는 왜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먼저 말을 안 해줘?"유나는 눈에 띄게 실망한 얼굴을 하고는 이내 천천히 자신의 손을 빼고는 말했다."그 사람이 너한테 얘기 해줬구나... 임신 사실은 나도 방금 알았어.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이 상황 나한테는 많이 버거워, 엄마가 된다는 생각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그녀의 말을 들은 임재민이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