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예전부터 자신의 사생활이 대중들에게 밝혀지는 걸 싫어했다.“죄송하지만 저와 심준호 씨의 오늘 스케줄은 이미 끝났고 아까 하신 영화에 관련된 질문들도 다 대답해 드렸으니 더 이상의 인터뷰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길 좀 비켜주시죠.”말투는 담담했지만 서정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에 몰려든 기자들을 보면서 아주 공식적인 태도를 보였다.“서정원 씨, 조금만 더 얘기해주세요. 심준호 씨, 조금만 더 얘기해주세요...”기자들이 뒤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길을 내어주면서 서정원과 심준호를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운성 그룹
“아빠...”“날 아빠라 부르지 마!”백유란 아버지는 불 끓는 화를 참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공주님처럼 키워 온 백유란의 뺨을 내리쳤다.그는 백유란이 시비를 가를 줄 안다고 항상 믿었었다. 그래서 이런 큰 사고를 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백유란도 너무 놀라 선 자리에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감히 울음을 터뜨리지 못했다. 손으로 맞은 뺨을 막고 눈시울만 붉혔다.“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 평소에 마음대로 날뛰
“어휴...”서정원은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 쥐었던 필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진지하고도 침착하게 최성운에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기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쓴 거짓 기사들이예요. 난 절대 심준호와 비밀 연애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질투 좀 그만해요, 응? 이미 홍보팀에 연락해서 기사들을 처리하라고 말해뒀어요.”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지라 최성운도 서정원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나 남자 친구로서 이런 기사를 보고 질투가 나는 건 그도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의 여자 친구가 이렇게까지
「스타진 엔터테인먼트 서정원 대표의 친필 작품! 8시간 동안 촬영장 시찰!」서정원은 그야말로 유명인사였다. 그녀에 관련된 소식 보도를 찾기도 엄청 쉬웠다. 게다가 실시간 검색어 팔십 퍼센트 이상이 다 그녀와 심준호에 관련된 스캔들이었다.영화 제작에 관련된 기사는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서야 찾아냈다. 백유란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 소식 보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인터넷에 오른 서정원 사진이 엄청 선명했는데 그녀 얼굴에 띤 웃음은 백유란을 불쾌하게 했고 질투심과 증오감도 늘어났다.‘서정원이 뭔데 내가 가질 수 없는 모든 걸 가지
“알겠어요.” 최성운은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심준호는 이미 다른 연기자와 대본을 맞추고 있었다. 현장에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이 서정원을 발견하고는 하나둘씩 인사를 건넸다.심준호는 누군가가 서정원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는 고개를 돌려 서정원을 보면서 웃었다. 무언갈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의도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서정원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서까지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는데 그도 한 번쯤은 기회를 잡아 노력해보고 싶
집에서 나온 후 백유란 얼굴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이 저장해두었던 소식 보도를 다시 꺼내 보았다.‘서정원 요즘 계속 촬영장에 있는단 말이지?’‘내가 꼭 서정원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겠어!’“이 주소로 가주세요. 제 친구가 이곳에서 촬영하는데 보러 가려고요.”택시에 오른 후 백유란은 택시 기사에게 촬영장 주소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반 시간쯤 지나서 촬영장에 도착했다.“컷! 이번 씬 진짜 잘 됐어. 남자 주인공 마음속의 망설임과 슬픔이 다 알맞게 잘 전달이 되었고 눈빛 연기도 완벽하고. 역시 남우주연
“나 제정신 맞아!”백유란은 서정원을 향해 소리쳤다. 백유란의 목소리가 너무 큰 탓에 촬영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의문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심지어 스태프 몇 몇은 흥분해 하는 백유란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백유란이 너무 크게 저항하는 바람에 그들도 속수무책이었다.“난 진짜 궁금해. 대체 무슨 수로 양다리를 걸쳐가면서까지 두 남자가 너한테 완전히 홀려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 서정원, 너 진짜 능력 있다... 맞아, 나 미쳤어. 너 때문에 경찰서에 며칠 동안 갇혀있었지, 나와 보니 우리 집은 파산하기 직전이야.
다급하게 도착한 의사와 간호사는 심준호를 구급차에 태운 뒤 응급조치를 취했고 서정원은 패닉에 빠진 채로 피 때문에 빨갛게 물들어진 그의 옷을 바라보았다.서정원은 단 한 번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친구가 자신을 위해 총을 대신 맞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서정원은 촬영 현장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들은 부랴부랴 심준호를 수술실로 옮겼고 서정원은 밖에 놓인 벤치에 앉아 두 손을 꼭 맞잡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 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들이 다시 나오더니 문밖에 있던 서정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