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최성운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혀 잠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웃으면서 의도적으로 최성운의 눈길을 피해 앉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깍지를 낀 채 앉아서 최성운을 쳐다보지 않았다.속으론 조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서정원은 평소에도 많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편이었고 지금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후에 최성운과 함께 행복하고 편한 삶을 꾸려나가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녀는 조금만 참으면 금방 지나갈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최성운 생각은 달랐다.그는 서정원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조금 찝찝했다. 아무리 투정을 부리는
최성운은 말하면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최성운을 말을 들으면서 주가영의 밥 먹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밥상 옆에 놓인 손을 조이더니 생각에 잠긴 듯 일이 초 동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한다고 최성운을 되로 위안했다.“알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회사 일 잘 처리하세요. 전 괜찮으니까.”저녁 식사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성운은 자연스레 서재로 향했고 주가영은 최성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최성운은 서재로 들어가다가 멈춰서 뒤돌아 주가영을 향해 말했다.“프로젝트 실행이 코 앞이라 계획서 내용도
유나 부모님은 임재민을 알아갈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열정도 있고 시비를 가릴 줄도 알았고 유나를 고생시킬 일도 없어 보였다. 유나 아빠도 임재민을 대하는 태도가 날이 갈수록 자상해졌고 심지어 함께 바둑도 놓았다.덕분에 유나에 대한 의심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속으론 딸을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게 섭섭하기도 했다.“벌써 가려고? 조금 더 지내다 가지 그래.”유나 엄마는 걱정해하면서 물었다. 힘들게 시간을 내서 어쩌다 집에 돌아온 딸과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었다.“일이 바빠서 그러는 거잖아~”유나는
임재민은 머뭇거리면서 천천히 옆으로 다가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계셨다. 임재민은 황급하게 앉아서 할머니의 팔을 흔들면서 할머니를 불렀다.“할머니,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하지만 할머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시간에 등산하는 사람이 드문 탓에 할머니가 이곳에 얼마 동안 쓰러져 계셨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임재민은 고민 끝에 할머니를 자신의 등에 업었다. 등에 사람을 업고 있었던지라 평형을 잡기 어려워 산에서 내려가는 임재민의 발걸음이 전과 달리 매우 느려졌다.호주머니에 있는 전화기가 계속 울려댔지만 임재민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패왕별희」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연기자분들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장에 와 있었다. 그중 유서혜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녀는 예전과 달리 인기가 많아졌지만 심준호와 같은 남우주연상을 받은 톱스타와의 합작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녀도 회사에서 「패왕별희」라는 영화를 아주 중요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게으름을 피울 겨를이 없었다.서정원은 회사대표로서 동시에 「패왕별희」 작가로서 촬영과정을 시찰하고자 직접 촬영현장에 와있었다. 그녀는 유서혜를 보고 인사했다.“서혜야, 어때? 준비는 잘 되고 있어?”“서 대
심준호는 손동작까지 해가면서 유서혜의 적극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유서혜는 선배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그라들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심준호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네, 명심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야?”서정원은 심준호 옆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유서혜도 웃으면서 서정원의 말에 대답했다.“제 연기가 아직 미숙해서 선배님께서 아까 씬에 관해 설명해줬어요...”심준호는 유서혜의 말을 듣고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아니야, 서혜도 엄
서정원은 예전부터 자신의 사생활이 대중들에게 밝혀지는 걸 싫어했다.“죄송하지만 저와 심준호 씨의 오늘 스케줄은 이미 끝났고 아까 하신 영화에 관련된 질문들도 다 대답해 드렸으니 더 이상의 인터뷰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길 좀 비켜주시죠.”말투는 담담했지만 서정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에 몰려든 기자들을 보면서 아주 공식적인 태도를 보였다.“서정원 씨, 조금만 더 얘기해주세요. 심준호 씨, 조금만 더 얘기해주세요...”기자들이 뒤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길을 내어주면서 서정원과 심준호를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운성 그룹
“아빠...”“날 아빠라 부르지 마!”백유란 아버지는 불 끓는 화를 참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공주님처럼 키워 온 백유란의 뺨을 내리쳤다.그는 백유란이 시비를 가를 줄 안다고 항상 믿었었다. 그래서 이런 큰 사고를 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백유란도 너무 놀라 선 자리에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감히 울음을 터뜨리지 못했다. 손으로 맞은 뺨을 막고 눈시울만 붉혔다.“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 평소에 마음대로 날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