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안 자고 깨어있었던 서정원은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호텔에 머물고 있던 안토니가 서정원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에이디 누나, 예상대로 누군가가 누나의 컴퓨터를 건들고 있어!」서정원은 협탁에 있던 컵을 들고 천천히 물을 마셨다. 그녀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이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누군가가 그녀의 컴퓨터를 건들고 있었다!!다음 날, 오늘따라 날씨는 유난히 흐렸다.하늘엔 온통 먹구름뿐이었고 곧 폭풍우가 내릴 것 같았다.서정원은 오후에 쓸 입찰 서류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
최성운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손을 빼냈다. 그리고 그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서정원은 천천히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주가영은 서정원을 힘껏 노려보면서 빠른 걸음으로 최성운을 따라가려 했다.입구로 나오자마자 많은 기자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최 대표님, 방금 운성 그룹이 100원 차이로 북해 프로젝트 낙찰에 실패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임창원이 눈치 있게 얼른 기자를 막아섰다.“죄송합니다. 저희 운성 그룹은 인터뷰를 받지 않습니다.”기자들은 이내 서정원을
“당연히 있죠!”주가영은 서정원을 힘껏 노려보았다.“북해 프로젝트, 저희 운성 그룹이 정한 낙찰 가격을 아는 사람은 서정원 씨와 성운 오빠뿐이에요. 성운 오빠는 당연히 유출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서정원 씨가 유출한 것이겠죠. 내 말이 틀려요?!”서정원은 입꼬리를 당겨 웃더니 빈정대며 말했다.“그래서, 주가영 씨가 저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가 고작 이거였어요? 주가영 씨, 명예훼손도 범죄라는 거 알고 계세요?”“명예훼손이라고요?”주가영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서정원 씨, 아직도 발뺌할 생각인가요? 서정원 씨 때문에
서정원은 팔짱을 낀 채 웃는 듯 마는듯한 얼굴로 주가영을 보았다.그날 이승호가 그녀를 찾아와 식사 대접을 한 건 바로 이런 수작을 부리기 위해서였다니.하하.서정원은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이승호와 주가영 사이엔 분명 뭔가 있다는 것을.주가영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말아 물더니 잔뜩 어두워진 표정을 하고 있는 최성운을 힐끔 쳐다보면서 설명했다.“성운 오빠, 사실은 그게 아는 친구가 그 호텔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날 마침 서정원 씨와 이승호 씨가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저한테
최성운의 차가운 눈빛이 서정원에게로 옮겨졌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전 진실을 똑똑히 파헤칠 겁니다.”뜸을 들이던 그는 다소 그윽해진 두 눈으로 말했다.“당신의 결백을 밝혀주죠.”최성운은 당연히 서정원이 정보를 유출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만약 돈이 목적이었다면 서정원은 바로 그의 곁으로 돌아와 다시 운성 그룹의 안주인이 되었을 것이고 원하는 만큼 펑펑 썼을 것이었다.그랬기에 그녀가 굳이 BPL의 돈을 받고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었다.그러나 주가영은 항상 연약한 척 연기하면서 서정원을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었고 최성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그녀의 말을 들은 주가영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소리를 질렀다.“제가 왜 그런 짓을 하죠?”“왜 그런 짓을 하지 않았겠어요?”서정원의 차가운 표정이 더욱 싸늘하게 변해갔다.“서정원 씨, 아직도 발뺌할 생각인 건가요?”주가영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은 한껏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증거가 눈앞에 뻔히 있는데, 그런 나쁜 짓을 해놓고 저한테 덮어씌우면 된다고 생각하신 거예요?!”화를 내는 주가영의 모습에 서정원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정원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죠? 아무리 서정원 씨가 안토니 씨를 모셔 와도 운성 그룹의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사실이에요!”주가영이 갑자기 화를 내며 입을 열었다.“그래요?”서정원은 파동이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최성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안토니 씨가 제가 운성 그룹의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겁니다.”뜸을 들이던 서정원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변해가더니 주가영을 직시하면서 입을 열었다.“안토니 씨가 절 위해 정보를 유출한 진짜 범인이 주가영 씨라는 것을 밝혀줄 겁니다!”“서정원 씨!
최성운이 본 사진은 바로 그들이 처음 다시 만나게 된 그날이었고 주가영이 두 사채업자한테 쫓기고 있는 모습이었다.사채업자가 쫓고 있었기에 주가영이 도로로 뛰어들어 최성운의 차에 부딪히게 된 것이었다.그때 당시 주가영과 다시 만나게 되었던 그 날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났다.그러나 현재, 그가 본 사진 속엔... 주가영과 사채업자는 마치 이미 알던 사이인 것 같았다.서정원은 비웃는 듯한 얼굴로 주가영을 힐끗 쳐다보았다.“주가영 씨,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고작 사진 한 장뿐인데 뭘 더 설명해요?”주가영의 마음이 초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