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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화

Author: 강이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서정원은 배시시 웃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최지연은 약이 바짝 올랐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주제에, 내가 말하는데 난 절대 네가 우리 오빠와 결혼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그녀가 말하자마자 최성운이 방 안에서 나왔다.

최지연은 순간 잔뜩 기가 눌렸다.

“오빠.”

최성운의 어두운 표정을 본 그녀는 그가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최지연은 앞으로 더는 그런 장난을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서정원은 사용인들에게 자신의 방으로 안내받은 후 짐을 정리하고 나서야 그제야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식탁엔 이진숙과 최지연, 그리고 최성운도 앉아있었다.

이진숙이 그녀를 보자마자 비꼬면서 말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차리지 못할망정 이제야 일어나다니. 쯧, 정말로 네가 최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도 된 것 같니?”

서정원은 이진숙을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 최씨 가문의 사용인도 아니잖아요.”

‘나보고 아침 식사를 차리라고? 꿈 깨라 그래!’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성운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도 서정원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내내 서로서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이진숙은 서정원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넸다.

“카드엔 100만 원이 들어있으니까 회사 가기 전에 사람이 입을 만한 옷 좀 사서 입 거라. 그리고 내가 말하는데 회사에선 네 주제를 잘 지켜. 괜히 우리 성운이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최성운과 서정원의 감정을 키우기 위해 최승철은 서정원에게 같이 회사에 출근하여 최성운의 비서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고 서정원도 할아버지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서정원은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 가서 3개월이라도 버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100만 원은... 지금 도대체 누굴 만만하게 보는 거지!’

서정원은 잔뜩 비꼬면서 말했다.

“아주머니, 정말 감사하지만 전 필요 없어요.”

그녀의 옷들은 모두 전문가에게서 주문 제작한 것이니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브랜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정원은 그들과 더 이상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후 바로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방으로 올라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고 100억 원이 그녀의 카드에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곧이어 서정원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도 받게 되었다.

“우리 강아지, 몸 잘 챙기고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사야 한다. 누가 괴롭히면 할아버지한테 말하고.”

서정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고 이내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 저를 괴롭혔어요. 여긴 하나도 재미없어요.”

할아버지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감히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다니. 그래, 알겠다. 할아버지는 이만 낚시하러 간다.”

서정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장으로 갈아입고 최씨 가문에서 나왔다. 기사가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차에 올라탄 그녀는 그제야 안에 있는 최성운을 발견했다.

“나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운성 그룹에 가서 제 비서를 하는 거죠?”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비꼬면서 말했다.

서정원은 그를 흘겨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전 할아버지와 약속을 했거든요. 그쪽과 3개월만 같이 지내기로 말이죠. 3개월만 지나면 저희 약혼도 무산될 거에요.”

“하!”

최성운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 3개월 동안 저를 좋아하시게 되면 어쩌실 거죠? 그때 가서 저희 가문에서 나가기 싫다고 버티지나 마세요.”

서정원은 최성운의 말에 어이가 없어 그만 웃어버렸다.

“소문으로는 성격이 아주 차갑다고 그러던데 최 대표님이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제가 말해두는 데 3년이 지나도 전 절대 당신을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평생 절대.”

서정원은 최성운의 잘생긴 외모 빼고는 이끌릴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서정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순간 안색이 굳어졌다.

‘평생 나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서정원 씨, 오늘 당신이 한 말 계속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최성운은 서정원이 일부러 그와 밀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우리 가문으로 온 거지?’

서정원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좋아요.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3개월 뒤 저흰 깔끔하게 헤어지는 겁니다. 아 참, 회사에서 만나게 되어도 서로 모른 척하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최성운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정원은 이미 세간에 최성운에겐 약혼자가 있었고 그 약혼녀는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라는 소문이 쫙 퍼져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운성 그룹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그 소식 들었어요? 최 대표님 약혼녀가 운성 그룹으로 출근한다면서요! 그것도 최 대표님 비서로 말이에요!”

“제가 듣기론 아주 못생겼다고 하던데요? 게다가 시골에서 왔다고요? 그럼 대학은 다녔대요? 문서들을 알아볼 수나 있대요?”

“하하하하하하, 문서는커녕 컴퓨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를 것 같네요!”

...

서정원이 최성운과 함께 회사에 들어오자 사람들은 모두 넋을 잃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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