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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작가: 강이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조소가 가득한 말에 서정원은 파티에 참석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초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파티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정원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손윤서가 친구들과 함께 다가왔다. 그녀는 서정원을 보더니 화장실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님, 이분이 성운이 약혼녀 서정원 씨 맞죠! 서정원 씨, 안녕하세요. 전 손윤서라고 해요.”

인사를 하는 손윤서는 마치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 같아 보였고 성격도 온화하고 쿨해 보였다. 오히려 그녀를 상대해 주지 않는 서정원이 더욱 무례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진숙은 서정원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이내 손윤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서야, 쟤는 신경 쓰지 말거라. 시골에서 온 애가 예의라고는 있겠니?”

“어머님, 괜찮아요. 아 참, 서정원 씨 재주가 아주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마침 무대에 피아노도 있는데 저희 한 번 실력 대결해 볼까요?”

서정원은 손윤서를 빤히 보았다. 이미 세간에서는 그녀가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는 소문이 쫙 퍼져있었기에 손윤서가 자신의 재주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이건 자신을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손윤서는 서정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얼른 무대 위로 올라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녀는 손씨 가문의 사람이었고 최성운의 죽마고우였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손윤서는 자신 있는 곡으로 치기 시작했다. 연주를 마친 후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무대에서 내려온 손윤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잘 치진 못했지만 이젠 서정원 씨 차례에요.”

손윤서는 자신의 친구들과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윤서야, 그렇게 잘 쳐놓고 못 쳤다고 하는 거야?”

“서정원 씨, 왜 안 올라가세요? 설마 피아노도 칠 줄 모르시는 건가요! 최 대표님의 약혼녀라면서 피아노도 칠 줄 모르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그들의 주위엔 아직 많은 사람이 있었고 모두 서정원을 비웃기 시작했다.

이진숙은 그런 서정원이 창피하게만 느껴졌고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쳐다보았다.

서정원은 웃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전 이런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는 건 잡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도 굳이 제 피아노 연주를 듣겠다고 하시면 그럼 기꺼이 쳐 드리죠.”

서정원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우아한 자태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녀는 손윤서랑 똑같은 곡으로 연주했다. 손윤서는 그녀를 망신시켜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윤서는 서정원이 이미 10살 때 피아노 10급을 통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서정원에게 망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번 생에는 없을 것이다.

귓가에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무대 위에 있던 댄서들도 서정원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니 그 모습은 아주 조화롭고 절묘하였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피아노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서정원의 연주가 손윤서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고 있던 최성운도 넋을 잃고 피아노를 치는 서정원을 바라보았다.

연한 하늘색의 이브닝드레스에 웨이브 펌을 한 채 눈을 감고 피아노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서정원의 모습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최성운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무대 아래에 있던 손윤서는 크게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서정원이 피아노를 나보다 더 잘 친다고? 어떻게 된 일이지?’

연주가 끝나고 서정원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서정원 씨는 정말 재주가 많은 사람이네요. 제가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예요.”

손윤서는 일부러 쿨한 척 말을 걸었지만 속으로는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내가 시골에서 온 촌뜨기보다 못하다고?’

“손윤서 씨도 아주 잘 치셨어요.”

서정원은 건성건성 대답했다.

바로 이때, 검은색 슈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서정원은 순간 당황해졌다.

‘우리 저택의 안 집사님이시잖아? 어쩐 일이지?’

‘설마 내 정체가 탄로 나는 거 아니야?’

안 집사는 그들을 지나쳐 갔다. 그는 서정원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서정원이 아닌 최성운과 이진숙을 향해 말했다.

“최 대표님, 사모님. 안녕하신지요. 전 서씨 가문의 집사 안제문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장님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제가 이 파티에 대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하네요.”

이진숙은 급히 입을 열었다.

“안 집사님 별말씀을요. 서 회장님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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