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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Author: 강이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서정원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최성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가 알려드리는데 서정원 씨와 전 현재 약혼을 약속한 사이고 임재민은 연예인이죠. 두 사람은 스캔들을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 가문의 명성에 영향을 주게 되거든요.”

그 말을 들은 서정원은 최성운이 자신이 임재민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드릴 게 임씨 가문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서정원 씨는 임재민보다 2살이나 더 많잖아요.”

“그만 하세요.”

‘정말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네!’

“제가 누굴 좋아하던 최성운 씨와 무슨 상관이 있죠? 제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

최성운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성운은 이미 마음속으로 서정원이 부정을 하지 않았으니 묵인한 셈으로 치게 되었고 오히려 그의 말에 그녀는 화까지 냈다.

그날 밤, 최성운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13살쯤 납치 당하게 되어 불빛 하나 없는 작은 방에 갇히게 되었고 그 후로부터 최성운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오늘 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서정원으로 가득 찼다.

최성운은 어째서인지 머릿속에 어젯밤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심지어 서정원을 안고 잤던 밤이 그립기까지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최성운은 심란해지기만 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듯한 남자를 좋아하다니, 서정원은 사람 보는 눈도 없는 건가?’

최성운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피웠다.

연이은 며칠 동안 서정원은 운성 그룹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고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그녀는 세계 일주를 하거나 저택에 누워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던 날들을 그리워했었다.

시간은 흘러 곧바로 운성 그룹의 창립 기념일이 다가왔다. 저녁때쯤, 서정원은 최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끌려와 헤어부터 드레스까지 맞춰 최성운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운성 그룹에서 열리는 파티는 아주 성대하였고 상업계의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최성운은 회사 대표로서 손님들을 맞이하기 바빴고 서정원은 화장실로 왔다.

마침 메이크업 수정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어떤 여자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당신이 서정원 씨인가요?”

서정원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부른 여자는 같은 나이 또래로 보였고 디올에서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있어 마치 어느 부잣집의 딸 같아 보였다.

“무슨 일이죠?”

“전 손윤서라고 해요.”

여자는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운성 그룹에 온지 꽤 되었지만 서정원은 손윤서라는 이름을 사내 소문에서 들어보기만 했다.

손씨 가문의 아가씨인 그녀는 최성운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고 최성운이 유일하게 곁에 두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손윤서와 최성운의 조합은 사람들 눈에 아주 잘 어울렸고 예전에 두 사람이 무조건 약혼을 맺은 사이라고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서정원이 툭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슨 일이냐고요?”

손윤서는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내밀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 카드엔 20억이 들어있어요. 전 당신이 오늘 밤 이 파티에서 성운이와의 약혼을 파기하기를 원해요.”

그 말은 들은 서정원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해성시에 온 후로부터 왜 사람들은 돈으로 나를 치우려고 하는 걸까? 뭐, 그래도 아주머니보다는 손윤서가 통이 더 크긴 하네!’

손윤서는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안에 든 20억은 당신의 반평생을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만들 거예요. 그리고 성운이는 절대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할아버지의 병세 때문에 성운이가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최씨 가문으로 들인 겁니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완화되면 성운이가 당신을 내쫓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일전 한 푼 건지지 못하겠죠.”

“하!”

서정원은 피식 웃었다.

“반평생 돈 걱정 없이 살 거라고요? 이봐요, 손윤서 씨. 당신의 이 돈은 제가 한 달 쓰기에도 부족한 돈이에요.”

말을 마친 서정원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그 자리에 남아있던 손윤서는 믿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정원 미친 거 아냐? 고작 시골에서 올라온 주제에 뭐? 20억이 한 달 쓰기에도 부족한 돈이라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던 손윤서는 눈을 번뜩이었다.

‘서정원 네가 네 주제도 모르는 것 같으니 그럼 내가 무슨 짓을 하든 후회나 하지 마.’

한편 그 시각, 최성운은 이미 무대에서의 연설을 마치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정원이 자리로 돌아오자 이진숙이 그녀를 찾아가 경고를 날렸다.

“서정원, 너 이리저리 싸돌아 다니지 말고 당장 저쪽에 가서 조용히 앉아 있어! 우리 가문에 먹칠할 생각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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