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그대로 뒤돌아서자 최성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최성운이 그녀를 따라 나온 것임이 분명했다.“누가 제가 집 가는 것마저 최성운 씨에게 보고를 올려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죠? 최성운 씨, 지금은 퇴근 시간이고 저희는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도 아닌데 제가 뭘 하던 제 자유죠.”서정원은 최성운이 뜬금없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바로 이때, 한 대의 차량이 두 사람 앞에 멈춰 섰고 기사가 나와 두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서정원은 그 차가 최성운의 차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최성운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최성운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애초에 자신이 그녀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순간 자신이 왜 방금 차 안이 너무나도 조용하여 그녀에게 말을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그 후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차가 문 앞에 정차되고 최성운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서정원은 그런 최성운을 무시한 채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최성운은 거실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고 서정원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여유
서정원은 서류들을 잘 분리해 두었다. 그녀의 기억력은 아주 좋았고 한번 본건 다 기억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대충 서류의 내용들을 훑어보았고 어떤 방면으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입력하기 시작했다.과정은 조금 따분하였지만 그녀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고 하면 할수록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그녀의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다른 동료들의 이목을 끌었고 수근수근거리기 시작했다.“타자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네요. 저도 나름 빠른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정원 씨를 보니까 따라도 못 가겠어요.”“시골에서 올라와서
서정원이 짐을 챙기던 찰나에 하은별이 전화를 걸어왔다.“도대체 얼마나 더 걸려야 완성하는 거죠?”“이미 완성했어요.”“뭐라고요? 정말 열심히 검토해 보셨어요?”하은별은 그녀가 이렇게나 빨리 완성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정원은 성격을 꾹꾹 참으면서 말했다.“네 열심히 검토해 봤고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끊을게요. 전 지금 퇴근해야 하거든요.”“안 돼요! 지금 퇴근할 수 없어요!”하은별은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서정원은 걸음을 멈추었다.“왜죠?”“방금 진 대표님이 제게 연락하셨는데 추가해야 할 데이터가 남아있다고 하더
“이미 11시가 되었는데도 서정원이 아직도 안 들어왔네요. 정말 어디 가서 뭘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최성운은 목이 마른 느낌에 주방으로 내려가자 최지연의 말소리를 듣게 되었다.곧이어 이진숙이 입을 열었다.“시골에서 온 애는 티가 난다니까. 세상 물정도 모르고 조심하기는커녕 이 시간이 되도록 집에도 안 들어오고! 분명 어디서 질펀하게 놀고 있을 거다!”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최성운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어제 그녀가 그에게 보인 태도만 생각하면 이상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어차피 그녀가 뭘 하든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다.이진숙
“서정원 씨? 서정원 씨!”최성운은 그녀를 안아 들고 얼굴을 살짝 때렸다.“왜 그래요? 괜찮아요?”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고 최성운의 말에 대답하는 건지 아니면 혼자 중얼거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어두워... 가지마... 가지마...”‘어둡다고?’‘어둠을 무서워하는 거였군!’최성운은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고 갑자기 예전에 어둠 속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하던 여자아이가 떠올랐다.최성운은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이제 집에 갈
최성운은 순간 화가 났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나오자마자 최성운은 최지연과 부딪치게 되었다. 최지연은 문이 닫히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는 서정원을 보게 되었다.“오빠, 왜 지금 서정원의 방에서 나오는 거야?”최성운은 그런 최지연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최지연은 더욱 궁금해졌다.“설마 어제 서정원 방에서 잔 거야? 둘이 어젯밤에 뭐 했는데?”아침부터 시끄럽게 구는 최지연에 서정원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뜨렸고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정리했다.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젯밤 엉망이 된 모습을 최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서정원은 유기견을 안고 동물 병원으로 달려갔다.아까 그녀가 몸을 날려 강아지를 구하긴 했지만 강아지 앞다리는 이미 차에 치인 것 같았다.하지만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지각할 것이 분명했다.서정원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최성운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죠?”전화를 받은 최성운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사정이 좀 생겨서 늦게 출근할 것 같네요.”서정원은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선 소리가 났다.“이런 사소한 일은 제게 얘기하지 않으셔도 됩니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