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씨 유모는 사람을 시켜 조사하라고 명했고, 그날 전 씨 노부인이 장남과 맏며느리를 국공부로 데려가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은 당시로서는 꽤 큰 소동이었기에 알아보는 것은 매우 쉬웠으며, 구경꾼들은 장군부가 너무 기만적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고 씨 유모는 사람을 보내 알아본 결과 백성들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들었고, 혜 태비에게 보고하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송석석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면, 왜 전씨 가문이 찾아가 소란을 피웠겠는가? 그럼 단신의가 그녀를 치료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인가?""사실입니다. 약왕당도 해명을 했고, 전 씨 노부인의 덕행에 흠이 있는 탓에 그녀를 치료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혜 태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의사가 언제 병을 고칠 때 환자의 인품을 보았다고? 게다가 외부인인 그는 장군부의 일을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분명히 송석석이 시댁 식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그에게 말한 것이고, 단신의는 그녀 때문에 노부인을 치료하지 않은 게 분명해."고 씨 유모가 대답했다."태비마마, 아마도 전북망이 성릉에서 돌아온 후 그의 전공으로 이방을 평처로 삼았고, 이 일을 노부인께서도 지지했기 때문에 단신의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송씨 가문과 그의 관계는 좋지 않습니까."그러자 혜 태비가 혐오감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어쨌든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는 없다. 장군부의 노부인께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은 거라면, 왜 국공부 앞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이지? 그들 가문의 일이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혜 태비는 어려서부터 보살핌을 받았고, 궁에 들어가서도 어떤 암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어쨌든 황태후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은 매우 단순하며,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소란을 피운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물론 그녀는 선입견에 치우쳐 송석석이 하는 모든 일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고, 그녀는 송석석을 좋
사여묵은 장춘궁을 나와 바로 태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와서 송석석과 혼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태후는 그의 말을 듣고 무척 흐뭇해하며 말했다.“녀석, 조용히 신붓감 알아보러 다녔나 보구나. 안 그래도 얼마전에 네 어미는 네가 언제 혼인하나 걱정하더니 전쟁터에서 만난 석석이와 마음이 맞았나 보구나. 참하고 착한 아이이니 잘 대해주거라.”사여묵이 말했다.“저야 당연히 잘해줄 것입니다. 다만 어머니께서 석석이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셔서 걱정이네요. 아마 곧 석석이를 궁으로 불러 군기를 잡으려 하실 것 같습니다.”태후는 그가 지원을 요청하러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이 몸이 있는 한, 절대 그 아이가 서러운 일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사여묵은 정중히 큰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마마.”태후의 얼굴에 잠시 착잡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 사여묵에게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과 다친 곳은 다 나았는지 물어보았다.사여묵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황태후는 태의를 불러 진맥을 하고 몸에 좋은 보약을 처방하게 했다.태의원에서 적지 않은 보약을 처방받은 사여묵은 약재를 한아름 안고 출궁했다.가끔 그는 자신이 대체 누구의 아들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절대 그에게 이런 사소한 것들을 묻지 않았다.축하연이 있던 날, 술 취해서 장춘궁에 온 그에게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남강을 수복하여 큰공을 세웠다며 그들 모자의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을 거라고 기뻐하던 분이었다.하지만 한 번도 그에게 전쟁터에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결과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서운한 감정은 없었다. 그분은 항상 모두가 자신의 뜻을 따르기를 바라는 분이셨다.아들에게 애정이 없다기보다는 모자 사이에 딱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만 정을 주는 분이었기에 사여묵 역시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사여묵이 떠난 뒤, 태후
다음 날,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입궁했다.그녀는 가장 먼저 태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갔다. 그녀를 본 태후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사여묵에 관한 일을 물었다.그녀는 미리 준비했던 대로 전장에서 서로 정을 나누게 되었고 귀경한 뒤에 혼인을 하자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태후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굳이 거짓말을 까발릴 이유도 없었기에 흐뭇하게 웃으며 이것도 인연이라 말해주었다.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태후는 혜 태비를 불러들이려 했다.송석석은 태후의 마음은 알지만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혜 태비께서는 저에게 장춘궁으로 문안 올리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소녀가 태후 마마의 총애를 등에 업고 그분의 말씀을 거역한다면 나중에 혼인하더라도 저를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는 가족이 되에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태후께서 매번 저를 도와주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태후는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참하고 심성이 바르니 내가 안쓰러워서 그러는 거다. 내 동생은 어릴 때부터 친정 식구들의 총애를 받고 자라서 성격이 모난 구석이 많아. 앞으로 같은 저택에서 생활하게 되면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거다. 오늘은 혜 태비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고 너무 선을 넘으면 내가 잘 타이르마.”송석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마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마마가 계시니 소녀는 든든하옵니다.”태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어서 가보거라. 난 좀 있다가 가보마.”“예, 그럼 소녀 물러가겠사옵니다.”송석석은 예를 올린 뒤에 태후궁을 나왔다.한창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는 정오,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태감을 따라 화원을 걷고 있었다.길을 안내하는 태감은 장춘궁 출신이었는데 그녀가 태후궁에 있을 때부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늘진 곳으로 가도 되는데 그는 더운 곳만 골라서 인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지나쳤는데도 아직도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무공을 연마한
보주를 밖에 남겨 두고, 송석석은 고개를 숙인 채 전에 들어갔다. 발밑에 보이는 백옥 바닥은 사람이 보일 정도로 빛나고 있었고 곳곳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물건이 놓인 것을 여광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올려 재빨리 힐긋 보았다. 정중앙에 놓인 의자에는 보라색 궁복을 입은 귀인이 앉아 있었다. 가체는 구름과도 같았고 머리에는 화려한 장신구들을 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는 원수와 조금 비슷했다.이분이 바로 혜 태비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그녀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신녀 송석석, 태비마마를 뵙사옵니다."그녀는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눈을 내리깔았다. 옷과 치마도 가지런하고 무릎을 꿇을 때 비녀와 장신구도 살짝만 움직여 예의에 맞아 사람으로 하여금 잘못을 골라낼 수 없게 했다. 매산에서 1년간 궁중 마마에게 예의를 배웠기 때문이다.혜 태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보거라. 얼마나 여우 같은 여인인지 봐야겠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혜 태비를 마주했다. 눈동자는 마주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싸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래, 역시나 고운 얼굴이구나. 어쩐지 내 아들이 홀렸다 했더니."혜 태비가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고 마마가 내려오는 것을 부축하였다.그녀는 송석석의 앞에 서서 긴 손을 내밀며 송석석의 뺨을 때리려 했다."천한 계집애, 감히 내 아들을 꼬드겨?"따귀를 때리기도 전 송석석은 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노여워하는 혜 태비가 입을 열기도 전 송석석이 먼저 말했다."태비 마마께서 신녀를 훈계하시려면 옆에 있는 궁녀에게 시키면 되옵니다. 신녀는 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하고 내공을 닦아, 누군가 신녀를 해치면 체내의 내공이 몸을 보호하옵니다. 신녀의 얼굴에 가한 힘이 어느 정도면 내공이 몇 배로 반격할 것이 옵니다. 신녀, 마마를 다치게 할 수 없사옵니다. 마마께서 계속 때리시려거든 신녀의 죄를 용서해시옵소서."혜 태비는 멈칫하다 사여묵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전
송석석은 갸름한 턱을 들어 올려 정중하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용서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그러나 신녀가 어떤 신분인지, 왕에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가 결정할 것이 옵니다. 만약 혼약을 얘기하러 온다면 저도 시집가는 것을 허락할 것이 옵니다."화가 치솟아 오른 혜 태비가 답했다."잠시 넋을 잃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뿐이니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것이다. 넌 장군부에서 버려진 여인일 뿐, 잠깐의 호기심이지 시간이 지나면 널 버릴 것이다. 결국 손해를 볼 사람은 네가 아니더냐? 나도 너를 위해 생각하는 것인데 어찌 이리 주제를 모르는 것이냐?"송석석이 답했다."신녀는 전북망과 화리한 것이지 버려진 게 아니옵니다. 게다가 화리는 신녀의 뜻이니, 버린다고 해도 신녀가 그를 버린 것이 옵니다. 결코 장군부의 버림을 받지 않았사옵니다. 신녀를 위해 생각해 주셔서 참 고맙사옵니다, 태비 마마."혜 태비가 노발대발했다."누가 누구를 버렸든 너는 두 번 시집을 가는 것이다. 좋은 아가씨가 어찌 두 번을 시집간단 말이냐? 기왕 화리를 선택한 이상 조용히 지내야지. 높은 집안 자제와 엮여 여인의 명성을 해치지 말거라."송석석이 정색하고 답했다."남자는 부인을 버리고도 다시 장가를 갈 수 있고 처첩까지 여럿인데, 어찌 여인은 다시 시집을 못 간단 말입니까? 신녀에게 여인의 명성을 해쳤다고 하셨사옵니까? 천하의 여인들은 모두 신녀를 본보기로 삼고 있고, 폐하께서도 피로연에서 천하의 여인은 저와 같아야 한다고 하셨사옵니다."혜 태비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입만 살았구나. 만약 천하의 여인들이 모두 너와 같다면 대란이 생길 것이다. 여인은 마땅히 삼종 사덕을 지키고 부덕, 부언, 부용, 부공을 따라야 하거늘.""너는 고작 군공을 좀 세운 것뿐인데 어찌 여인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느냐? 전쟁터에 나갈 수 없는 여인들은 그럼 살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이 말은 아주 익숙하다. 송석석은 과거 이방에게 이렇게 물은 적 있다.송석석은 침착하게 반박했다
혜 태비는 그녀를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왕가에 시집오려는 생각을 버리기 전까지는 놓아주지 말아야 한다.송석석은 상관없는 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과거 매산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적지 않아 익숙해졌다.그녀는 혜 태비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다. 혜 태비의 곁에는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많은 데다, 원수와의 혼사는 원래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이니 잘 보일 필요가 없다.사실 혜 태비와 같은 성격은 오히려 대처하기 쉽다. 모든 것이 쉬이 드러나고 꿍꿍이가 없어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는 자들보다 낫다.그녀는 혜 태비를 괴롭히지 않을 테지만 혜 태비의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 장군부의 노부인도 전북망이 돌아오기 전 흠집을 잡지 않고 온화하게 대해줬기에 그녀도 노부인에게 효도했다.다만 공을 세우고 돌아온 전북망이 이방과 혼사를 치르려 하자 노부인은 온화하지 않았고 그녀도 참지 않았다.팽팽히 맞서고 있을 무렵, 어마마마라고 부르는 소리와 함께 한녕 공주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한녕 공주는 올해 15살이고 금방 계례를 넘겼다. 예쁘게 생겼으며 귀여움에 왕실의 귀티가 배어 있었다. 살구색 저고리에 동색 치마를 입고 들어와 몰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송석석을 살펴보며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송 장군이 장춘궁에 왔다는 궁인의 말을 듣고 급히 찾아온 것이다.그러나 모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듯 이곳에 무릎을 꿇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송석석은 고개를 들었고 마침 한녕 공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미 꿇고 있는 터라 바로 입을 열었다."공주를 뵙사옵니다.""송 장군? 정녕 송 장군입니까?"한녕 공주는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바로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어서 일어나시지요.""원이야!"혜 태비는 한녕 공주의 아명을 부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오라고 한 것이냐?""송 장군이 왔다는 것을 듣고 이리 찾아왔습니다."한녕 공주는 송석석을 부축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어찌 송 장군에
어수룩하고 예쁜 공주를 보면서 송석석은 그녀의 통통하고 귀여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지금은 살이 좀 빠졌지만, 볼은 여전히 통통하다. 아주 예쁘고 귀여울 뿐만 아니라 웃을 때 보조개도 있고, 눈웃음도 예뻐서 보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문제가 없다면 황 언니가 될 것입니다."한녕 공주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팔을 흔들었다."정말 송 장군을 존경합니다.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모두 장군께서 상조에서 가장 뛰어난 여 무장이라 하셨습니다. 전에 그 이방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 번 본 적 있는데, 쌀쌀맞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언니는 무장의 위엄도 있고 여인의 아름다움도 잃지 않았습니다."그녀는 말하다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어마마마께서 여인으로서 함부로 여인을 의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오해로 인해 여인의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다 하셨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송석석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발랄한 여자아이는 늘 사람을 기쁘게 한다.한녕 공주는 계속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깥에 있는 상궁이 그녀를 불렀다."공주마마, 태비 마마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니, 궁으로 돌아오라 하시옵니다."한녕 공주는 대답하고 난 뒤 아쉬운 마음으로 송석석을 보며 말했다."언니, 어마마마께서 찾으십니다. 어마마마는 무서우신 분이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예. 태비마마는 아주 상냥하고 유쾌하십니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만나기만 하면 뺨을 때리려는 상냥함과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유쾌함이랄까?한녕 공주는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아주 상냥하고 재밌으신 분입니다. 언니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공주마마!"상궁이 계속 재촉했다."가고 있습니다."한녕 공주는 아쉬워하며 송석석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언니, 언제 다시 궁에 들어오십니까? 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송석석이 답했
다 마시고 나서야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태후마마, 사실 태비마마와 지내기 쉬울 듯하옵니다."적어도 지내기 어렵진 않다."잘 지낼 수 있다니. 내 동생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구나."태후는 웃음을 멈췄지만, 여전히 눈웃음을 지으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내 동생은 궁 안 모든 사람이 무서워하고 황후조차 피해 다니지."송석석은 생각했다.‘그 교만하고 사나운 성격에 누가 피하지 않을까? 무릇 정상이라면 걸어가다 개에게 물리고 싶지 않겠지.’그러나 그녀에게 황후나 혜 태비와 지내라고 한다면 혜 태비를 선택할 것이다. 사납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하기 쉽다.황후의 말은 겉으로 듣기에 별것 아니어도 자세히 생각해 보면 모두 가시 돋친 말이었다.송석석은 한 그릇 더 마시고 싶었지만, 보주가 다급히 말렸다."아가씨,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신의께서 몸을 조리해야 한다고 하셨으니 시원한 물도 차가운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태후는 그 말을 듣고 따뜻한 차를 올리라 명했다."날이 이렇게 더우니 차를 마시는 것이 갈증 해소에 좋을 것이다. 의사의 말을 듣고 몸을 잘 조리해야 혼사를 치르고 하루빨리 왕부의 아이를 낳을 게 아니냐?"송석석은 얼굴을 붉히고 다급히 고개를 돌려 차를 마셨다.태후가 웃으며 야유했다."쑥스러워하지 말거라. 조만간 있을 일 아니냐?""조만간 있을 일이 무엇입니까? 어마마마."전문에서 황제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밝은 노란색 옷차림이 번쩍이더니 황제가 문으로 들어섰다. 늘씬한 몸매에 궁전 중앙에 멈추어 서더니 웃음을 띠었다."소자, 어마마마께 인사 올립니다!"송석석은 재빨리 일어섰다."신녀, 폐하를 뵙사옵니다."황제의 눈빛이 송석석의 얼굴에 떨어졌고 담담히 스쳐 지나갔다."그래. 송 장군도 여기 있었네?"송석석이 눈을 내리깔고 답했다."예, 폐하. 신녀 태후와 태비 마마께 문안을 드리려 궁으로 왔사옵니다."황제는 자리에 앉아 웃음을 머금고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어마마마께서 송 장군을 아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