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송석석이 서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조금 전 밖에 있을 때부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송석석이 나타나자 부인들은 우르르 몰려가 송석석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닥달했다. 감히 대놓고 따져 묻지는 못했지만 송석석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으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었다.송석석은 겉으로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분통이 터졌다. 여학 마지막 날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오늘 서원 대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과 데리러 온 가문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올 때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인데 범인들이 이 틈을 노리고 학교 안으로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이 일은 분명 여학을 겨냥해서 벌인 일이었다.“이 일은 제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송석석의 말에 부모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탰다.“왕비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그러게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고 쳐다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이 많은 입들을 다 단속할 수 있습니까?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 없는 사실도 있는 일처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여학에 호위병을 좀 많이 세워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한편, 안여옥은 송석석이 궁지로 몰리자 얼른 눈물을 닦은 뒤,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여러분, 걱정하시 마십시오. 한 명도 다친 학생이 없습니다. 저 범인은 그저 저를 잠깐 껴안았을 뿐이지 다른 학생을 해치지 못했습니다.”안여옥의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다들 안여옥이 이 일을 이렇게 대놓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범인이 안여옥을 껴안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숨겨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얘기한단 말인가?그러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안여옥은 평생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게 될 수도 있다.이때, 정신을 번쩍 차린 국태 부인이 다급하게 부인했다.“선생님은 범인에게 당하지 않았습니다. 함부로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범인은 선생님에게 손을 댈 기회가 없었습니다.”하지만 안여옥은 국태 부인의 말을 따르지 않았
송석석은 차분하게 질서를 잘 정돈한 뒤,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저택으로 돌려보냈고 비밀을 지켜달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일은 언젠가 소문이 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고는 홍현에게 청작과 경조부의 사람을 불러오라고 했다.이 범인은 약을 먹은 게 확실하기에 반드시 매달아서 심문해야 하며 청작을 통해 무슨 약을 먹었는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한편, 도망친 범인들도 오진에게 전부 잡혀왔고 그들은 묶여 있는 중년 남성보다 정신이 훨씬 멀쩡해 보였지만 송석석과 홍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여전히 야릇하고 이글거렸다.송석석은 안여옥을 살포시 안아주었고, 이제서야 평정심을 되찾은 안여옥이 되레 송석석을 위로했다.“괜찮아요. 저 괜찮습니다.”“왜 그런 말을 했어요? 선생님은 지금 자신을 망가트린 거라고요.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국태 부인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얼굴이 창백한 안여옥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국태 부인께서 제 걱정을 이리 하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애초부터 혼인할 생각이 없었고 저에게 있어서 명성은 그저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벗어 던졌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지요.”“그렇지만 모든 화를 혼자서 떠안겠다고 하시니… 사람들이 선생님을 어찌 얘기하고 다닐지 걱정됩니다. 선생님 조부께도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국태 부인은 안씨 어르신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에 안여옥을 여학 선생으로 데리고 올 때에도 안여옥을 잘 보살피겠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안 그래도 몸이 허약하신 안씨 어르신이 이 얘기를 들으면 충격에 쓰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다들 안여옥을 위로하기 바빴고 안여옥은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얼른 웃으면서 말했다.“전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더한 일도 경험하게 될 텐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안여옥은 연신 괜찮다고 했지만 사람
송석석은 속으로 너무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동안 남풍관 일로 밤에도 외출해야 했기에 아군 서원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청화는 전에도 계속 여학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송석석이 여학에 사람 몇 명만 더 보냈어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경조부의 공 대인이 직접 현장에 출동한 걸 보면 경조부에서는 이 일을 매우 중시한다는 뜻이다.총 여섯 명의 범인은 전부 밧줄에 묶여 있었고, 뺨 몇 대를 때리자 안여옥을 침범하려고 했던 남자를 제외하고는 다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사실대로 순순히 자백했다.범인 여섯 명은 부둣가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매일 무거운 물건을 나르면서 돈을 벌었지만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도 푼돈밖에 받지 못했다.어젯밤, 부둣가 주인장이 작은 술자리를 마련했고 아홉 명이서 둘러 앉아 술을 마셨으며 그러던 중, 누군가가 그들에게 맡길 일이 있다고 하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인당 50냥을 줄 수 있다고 했다.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아군 여학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리는 것이며 딱히 할 것도 없이 그저 여학생들에게 겁만 주고 뒷문으로 빠져나가면 된다고 했다.매일 부둣가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들도 마냥 순진하지는 않았기에 이렇게 쉬운 일을 하고 많은 돈을 준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50냥이란 그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2년을 넘게 무거운 물건을 날라야 벌 수 있는 돈인데 여학에 쳐들어가는 것만으로 그 큰돈을 준다고 하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들 중에서 두 명은 거절했고 부둣가 주인도 당연히 거절했으며 나머지 여섯 명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동의했다.그렇게 하룻밤이 흘렀고 여학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부둣가 주인은 그들에게 술 한 잔씩 먹였으며 절대 긴장하지 말라고 그들을 다독였다.그들 중에는 진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겁이 제일 많았기에 불안한 마음에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고, 아내는 셋째를 임신한 상태라 진한은 돈이 매
범인들은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으며 특히 안여옥을 침범하려고 했던 진한은 통곡하면서 부러진 다리로 무릎을 꿇은 채 송석석과 공 대인에게 애원했다.“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돈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집에 아픈 아버지도 있고 셋째를 임신한 아내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끌려가면 제 가족들은 어떡합니까?”진한은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공 대인은 차갑게 명령할 뿐이었다.“끌고 가!”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사연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절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될 수 없었다.그렇게 잔뜩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여학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으며 한데 둘러앉은 사람들은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홍현은 말없이 난로를 피웠고 서원 안은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서원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국태 부인과 정씨 부인 그리고 무씨 아가씨와 안여옥, 송석석에 이어 홍현까지 말이다. 한편, 송석석은 이내 죄책감에서 벗어나 정신을 번쩍 차렸으며 계속 미안해하고 있기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너무 많은 명문 가문과 관직자의 딸이 연루되어 있기에 반드시 확실하게 처리하여 하루 빨리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안여옥도 떠나지 않고 함께 방법을 고민했다.사실 송석석은 조금 전에 사람들에게 일단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자신은 염 선생에게 찾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상해를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는지 상의해보려고 했지만 다들 끝까지 서원에 남아 있겠다고 했다.안여옥의 마음도 위로해야 할 뿐더러 어떻게든 힘을 보태서 곧 외부에 터진 소문을 막고 싶었다.이 일이 안여옥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힐지 다들 잘 알고 있었으며 내일만 되면 안여옥에게 악언과 유언비어들이 폭우처럼 쏟아질 것이다.안여옥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다. 그저 그녀가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했고 순정을 잃었다는 말만 떠돌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백성들이 이미 삼삼오오 모여 오늘 아군여학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여학과 공방은 원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큰일이 터졌으니 떠들썩 하지 않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이 일은 태부의 손녀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 귀하디귀한 여인이 한 상스럽고 천한 자에게 농락당했으니, 앞으로 어느 집안의 자제가 감히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려 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어리석다고 말했다. 고귀한 집안의 규수로서 조용히 살면 될 것을 굳이 여부자가 되겠다고 나서더니, 이제 평생을 망쳐버렸다고 말이다.송석석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몰며 백성들 입에서 안여옥이 학생을 보호했다는 칭찬의 말을 듣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말은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다. 현갑군 지휘사를 맡게 된 이후로 그녀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암살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으며 모든 일을 늘 완벽하게 해낼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공방 역시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그 모든 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뭐든 서두르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일은 그녀의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버렸다.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워 스스로 자책했다. ‘조금만 더 잘 대비했더라면...... 어쩌다 이렇게 경계심을 놓아버린 걸까? 사여묵이 진성을 떠난 이후 이별의 슬픔에 잠겨 마음이 흐트러져서 경계를 소홀히 했던 걸까?’그녀는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예측했음에도 예방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황실로 돌아온 그녀는 홀로 의사당에 앉아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선생이 급히 돌아왔다. 그 역시 이 일을 듣고 경조부에 가서 알아보았다. 왕비가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황실에 도착하니 왕비가 의사당에 쓸쓸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염
태후는 평소 정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오직 이 여학만은 특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직접 명을 내려 세운 것이니 말이다.“혹시 여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집안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툼일 수도 있지 않을까?”송석석이 묻자 염선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범위가 너무 넓어지겠지요. 하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많은 집안이 겉으로 보기엔 본처와 첩의 사이가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이었다. 첩은 아무리 귀한 첩이라도 본처 앞에서는 감히 건방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주군이 첩을 편애해 본처의 지위가 흔들릴 때이다. 이럴 때면 본처와 첩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온갖 더러운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본처와 첩이 각각 딸을 두었는데, 본처의 딸은 아군여학에 들어가고 첩의 딸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아군여학에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첩이 본처의 딸의 명예를 망가뜨리기 위해 다른 이들까지 엮어서 함께 수치를 당하게 만드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이는 인식의 한계가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하는 일을 완벽히 감춰졌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꽤 은밀히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니 입막음으로 살인까지 한 것이 아니겠는가.만약 이러한 상황일 경우엔 조사해야 할 범위가 너무나 넓어진다.송석석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우선 경조부에게 그 작업반장을 조사하게 해야겠다. 그가 평소 어떤 사람들과 어울렸는지, 누구의 일을 봐준 적이 있는지 전부 다 알아보게 말이야. 그때 가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여론도 안여옥을 도와줘야 하니, 내가 옷을 갈아입고 입궁해 태후께 이 일을 아뢰고 오겠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죄를 씻기 위해 찾아뵙는 셈이지.”유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석석이 입궁해 죄를 청하겠다고 하자, 혜 태비가 나서며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내가 함께 가
송석석이 궁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시만자가 급히 들어와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갔다.“여학 사건 말이야, 황제와 황후의 짓인 것 같아.” 시만자의 표정은 심각했고 눈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송석석은 뜻밖의 소리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황제와 황후? 누가 그런 말을 했어?”“장기문이. 그가 황제가 황후에게 멋대로 굴었다고 꾸짖는 소리를 들었대. 황후는 변명하며 황제도 여학을 좋아하지 않으니 네가 진성의 권력 있는 명부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도록 자신이 황제의 걱정을 덜어드린 거라고 했다는 거야.”송석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냉정을 잃으면 안 돼. 이 일을 장기문에게서 들었다는 걸 들키면 그의 앞날이 망가질 거야.” 시만자가 말했다.송석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과감한 추측을 해본 적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를 의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비록 황후에 대해서는 의심한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그리고 황후는 지금쯤 대황자를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어야 했다. 이럴 때 이렇게 세가를 적으로 돌려서 무슨 이익을 본단 말인가? 비록 이번 일이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계획했다면 그 결과도 충분히 예측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 작업반장이 죽지 않았다면? 혹은 그 작업반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버렸다면?장기문이 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황제 역시 여학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황후가 여학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황후를 꾸짖은 이유는 여학을 공격한 행위가 아니라 그 방식 때문이었다.즉, 그가 화를 낸 건 수단 때문이지 황후의 행동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송석석은 순간 자신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생각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도 사여묵을 부려 명절에 그를 노주로 보내면서, 그는 황제임에도 정작 그녀가 서원의 훈장이 되어 세가의 명부들과 교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더욱 받
연말이 다가오자 백성들은 설 맞이 장을 보느라 바빴다. 각 집안은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했다.하지만 분주한 만큼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늘어나게 되면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다. 태후가 안여옥을 칭찬하며 내린 하사도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태후가 직접 칭찬한 것이 안여옥이 단순히 모욕만 당한 것이 아닐 거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심지어 이 의혹은 점점 사실로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듯했다. 북명황실이 나서서 공정한 말을 하거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나와 안여옥이 학생들을 보호하다가 그 인간에게 잠시 몸이 닿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성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백성들은 신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했고, 신을 무너뜨리는 일에는 더욱 열광했다.과거 안여옥의 규수로서의 명성,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 훌륭한 집안 출신을 부러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큼 배로 그녀에게 악의를 퍼부었다.그녀의 과거까지 들춰내며 사실 그녀는 고고하고 자만하여 사람을 깔보고 학문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장공주의 연회에서 사슴을 말이라 지칭하며 분명 그 그림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 아님에도 우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 당시 안태부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할 수 없이 사슴을 말이라 칭했고 또 그것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비웃었다는 것이다. "심청화의 인장도 아니었는데, 그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비웃지 않았겠어? 다만 체면을 봐서 들추지 않았을 뿐이지.”또한 그녀의 시와 그림이 명백히 표절이며, 이는 안태부가 그녀의 명성을 높여 북명왕과의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북명왕은 차라리 재혼한 여성을 선택할지언정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방시원에게 시집가기를 꿈꿨으나, 방시원은 어리석지 않아 그녀의 속셈을
이런 저런 추측이 나오자, 몇몇 대신들은 제상서를 부추겨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라며제 장서를 부축였다.만약 이 일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북명왕은 아직도 남강에서 전쟁 중인데, 이 소문이 그의 귀에 들어간다면 부인 생각에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병부 상서 이덕회 또한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제상서를 찾아가 이 일이 어떤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했다."북명왕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그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허어사가 이미 조회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제상서는 깜짝 놀랐다. "아직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죽음을 각오하고 간언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어사가 그렇게 무모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이덕회가 말했다. "황제에게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계속 이렇게 추측만 나돌다가는, 언젠가 남강과 성릉관까지 소문이 퍼질 것이니…… 그렇게 되면 하늘이 무너질 겁니다."제상서는 비록 사적인 덕행은 부족하지만, 이 일의 경중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일은 황후가 북명황실에 사람을 보내어 말한 것이었다. 즉, 만약 황제가 그런 뜻이라면, 황후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제상서는 황후에게 가서 진상을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조정의 관리자이기에 황제의 명령 없이는 후궁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단 돌아가 부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그녀에게 직접 가서 물어봐달라고 말했다.제대부인도 이 일을 들었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민간에 들리는 쓸데없는 소문이었다.북명왕비가 질투가 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북명왕이 일찍이 첩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는 사람들도 나왔다.또한 일곱째 아가씨가 원래 악명이 높고 덕행이 부족한 탓에 왕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그녀를 욕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란주 상궁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퍼뜨리면 일곱째 아가씨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남백부의 다른 아가씨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황후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말할 뿐이었다. "그 서출의 딸은 자존심만 세서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더니, 아마도 높은 집안에 시집가려는 마음뿐일 거다. 그렇게 높은 것만 바라보는 여자라면 망해도 자업자득이지. 게다가 그녀는 성격이 사나워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송석석을 찾아가 한바탕 시끄럽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거리를 만들게 하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폐하에 대한 이야기도 사그라들 테지."란주 상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후는 그런 란주를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이제는 본궁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적당하지 않다고만 하니, 그럼 본궁에게 말해보라. 이번 풍파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겠느냐? 폐하를 계속해서 풍랑 속에 놓이고 비난을 받게 내버려둘 셈이냐?"란주 상궁은 본래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일곱째 아가씨가 가서 난리를 친다 해도 그건 어린 여자의 웃음거리만 될 뿐, 어떻게 황제의 일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나 있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명을 받들어 나갔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레 각 가문 간의 교류가 잦아지며 소식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황후가 평남백부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를 북명왕의 측비로 들이려 했지만 북명왕비에게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이 일곱째 아가씨는 평남백 서출의 딸이지만, 노부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통했고, 말타기와 활쏘기 등 무예도 잘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매우 사나웠다.15세가 되어 성년이 된 이후로는 많은 중매쟁이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집안을 말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매
화가 나 있던 송석석이었지만, 시만자가 이렇게 놀려대자 금방 웃음을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됐어, 그냥 이리 내려와서 같이 몸 좀 담자."시만자가 웃으며 대답했다."명 받들겠습니다." 그러고는 재빨리 옷을 벗어 던져두고 온천 속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물을 튀기며 놀다가, 이내 턱을 부드러운 베개 위에 얹었다.시만자가 말했다. "황후 그 멍청한 사람을 대체 왜 신경 쓰는 거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가치도 없어.""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제씨 가문에서 교육받은 사람 같지가 않아." 송석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음, 사실 제씨 가문에도 문제 있는 인물이 많긴 하지.""당연하지. 제상서는 첩을 두고 있고, 제제사는 말할 것도 없어. 상서 부인만큼은 좀 나은 편이야. 불쌍한 사람이지."송석석은 두 손을 포개고 턱을 손등에 얹었다.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만자야, 란주 상궁이 한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화가 났겠지." 시만자도 그녀처럼 턱을 손등에 얹고 말했다. "그것 말고 또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애?" 송석석이 눈가에 맺힌 습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화가난 건 당연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이 더 컸어. 황후가 정말로 사제에게 측비를 들이려는 건 아닐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궁으로 불러내려고 이런 구실을 만든 거야. 황후는 어떻게 해야 여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마치 칼을 들고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듯이."시만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송석석의 말을 듣고는 욕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쉴 새가 없네. 서우에게 상을 내리더니 이제는 너를 위협하고. 이렇게 해서 본인한테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송석석도 황후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것? 그렇다면 그렇게 역겨운 말까지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녀를 벌하려는 것? 그렇다면 왜 직접 측비를 보
란주 상궁은 이렇게 북명황실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심지어 그녀는 안에서 많은 눈총을 받았다.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녀는 여전히 송석석이 궁에 올지 안 올지 추측했다. 송석석이 아까전 명확히 승낙하지도, 완전히 거절하지도 않은 듯했기 때문이다.황후는 물론 진짜로 왕야를 위해 측비를 들이려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왕비를 조급하게 만들어, 결국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수단이었다.송석석이 관직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황후가 황실에 측비를 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체면도 생각치 않고 사람을 바로 내쫓아 버리다니 말이다.만약 그녀가 궁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란주 상궁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정말로 오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조정에 여성 관원이 있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기에, 만약 왕비가 관직에서 물러난다면, 그녀는 오히려 아쉬움을 느낄 것 같았다.란주 상궁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예전처럼 황후께 충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한편, 북명황실에서 송석석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안그래도 이틀 전 황제가 늦은 밤에 황실을 방문한 일로 인해 비난이 쏟아져 이미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황후까지 와서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말이다.황제와 황후는 정말 천생연분인 듯했다. 각자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가 있었다.염선생과 심청화 두 사람은 본채에 앉아 송석석이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절뚝거리며 걸어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아프게 할 정도로 처량해 보였다.의심받을 일을 모두 피하기 위해 자신을 다치게 한 것만 해도 충분히 불쌍한데, 황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황실을 찾아오는 바람에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이제는 조정의 문무백관 중 절반 이상이 이 일을 알고 있을 것이고, 대부분은 송석석을 몰래 비난하고 있을 것이었다.오늘 황후가 이런 짓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우에게 상을 내리는가 하면,
제 황후는 넋이 나간 채 장춘궁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황제가 황후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둥처럼 그녀의 마음을 내리쳤다.그 충격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손발이 저려왔다."마마, 폐하께서는 그저 화가 나서 하신 말씀일 뿐일 겁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란주 상궁은 핏빛이 하나도 없고, 혼이 나간 듯한 황후의 모습을 보며 크게 걱정하며 말했다.제 황후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저 가슴을 누르며 눈물만 흘렸다."화가 나서 한 말? 화가 나도 어떻게 황후를 폐위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황제께서는 화가 났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을 품고 계신 거야.""어떻게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어떻게 시만자 같은 상인의 딸을 황후로 세우시겠습니까!"란주도 전각 밖에서 황제의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매우 의아한 상태였다.제 황후는 눈물 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아직도 모르겠느냐? 시만자가 아니라 송석석인 것이다!"란주 상궁이 말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입니다. 송석석은 북명왕비이지 않습니까. 황제께서 아무리 혼란스러우셔도 제수를 황후로 세우실 리가 없습니다. 이는 윤리와 인륜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하신다면, 천하의 학자들이 입방아에 올려 비난할 겁니다. 황제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을 겁니다.""문제는 폐하께서 그렇게 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야."제 황후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 속에 분노가 차올랐다."송석석은 과거 전북망이 평처를 들이려 하자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다. 그녀라면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고 피해야 할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텐데, 어떻게 폐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란주가 말했다."왕비님께서도 모르고 계실수도 있습니다."제 황후가 코를 세게 풀자, 금새 코끝이 빨개졌다."예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알았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충신이라면, 황제의 명성을 훼손
황후는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두운 눈빛 속에는 분노가 서리고 있었다.그녀는 후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줄은, 심지어 황제가 그 무엇보다 먼저 송석석을 감싸며 노여움을 터뜨릴 줄은 감히 생각치도 못했다. 게다가 그 노여움도 오직 그녀를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송석석이 그런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황제가 스스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된다. 황제가 모든 비난을 혼자 떠맡기로 한 것이다.황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평소 자신의 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물 흐르듯 상황을 이용해 송석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의 명성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근데 왜 지금 송석석을 먼저 보호하려 하는 것인가? 만약 외부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황제가 터무니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바로 그때, 다양한 감정들이 서서히 제 황후의 마음을 휘감았고, 문득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설마 황제가 송석석에게 마음을 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황당한 일이었다. 그녀는 황제에게 시집온 그날부터 이 남자가 자신만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이나 좋아한다는 감정 같은 것은 지위와 권력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하지만 전제 조건은, 황제가 그 어떤 여성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긴 세월 동안 황제의 총애를 받는 새로운 여인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질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총애란 단지 황제가 패를 몇 번 더 뒤집은 것뿐이었지, 진정한 마음을 쏟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전에 황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기뻐하지 않았다.평소 후궁을 간택할 때 황제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대부분 그녀가 주관했다. 그러나 오직 송석석만은 예외였다. 송석석의 이름은 황제가 직접 올렸기에, 그녀는 자연스레 질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또 다른 이유는 송석
염선생의 걱정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황실의 하인들을 찾아가 몰래 물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다행히 미리 경계를 해두었기 때문에, 하인들은 그들이 무엇을 물어도 모른다고 대답했다.하지만 북명황실이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더 많은 의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 일이 보통 평범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황제가 궁궐을 나선다는 것은, 화본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소수의 사람만 데리고 미복하여 민간을 방문해 민정을 살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황실이나 훈작세가에 어떤 경사가 있더라도, 황제가 가마를 이끌고 그곳에 방문하려면 미리 몇 일 전부터 조서를 내려 황제를 맞이할 일을 준비하게 해야 했다. 심지어는 정원이나 집을 미리 수리하고, 부드러운 융단을 깔고 꽃을 심으며,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한밤중에 단 몇 명만 데리고 신하의 집에 가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북명왕은 아직 남강에 있었고, 북명왕비이자 사령관인 송석석은 집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황제가 줄곧 그녀를 어서방에 불러 국사를 논의했다고 했다.과연 진짜로 국사를 논의하기 위해서 일까?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다.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면, 남자를 탓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더군다나 황제를 탓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만약 황제가 잘못을 했다면, 모두 그것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한 유혹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심지어, 황제가 송석석과 어서방에서 단둘이 있는 동안 황제는 후궁에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이런 일은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틀림없이 속삭이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물론 후궁들은 알고 있었다. 황제가 후궁에 들르지 않았다고 해도, 한밤중에 거동한 일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날 후궁들이 장춘궁에 안부 인사를 전하러 왔다. 수빈과 덕비는 평소에는 후궁의 상황을 황후에게 보고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보고했다. 보고를
서방에는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심청화의 말을 듣자마자 송석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겠네요.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했습니다."염선생이 말했다. "오늘 밤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심청화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살며시 한숨을 쉬었다. "만약 그가 진짜로 연왕을 본받는다면, 사제는 아마 사청엄처럼 될 것이다.""그는 이미 결과를 예측했을 겁니다." 염선생이 말하자 송석석이 매우 우울해하며 말했다. "그가 정말 이런 짓까지 할 이유가 없을텐데…... 어렸을 때 그는 둘째 형과 잘 지내며, 항상 나를 여동생처럼 대해줬고, 내가 조정에 들어간 후에도 진심으로 나를 신하로 대해줬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마음을 품게 된 것인지.."그러자 염선생이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요? 왕비님은 남강을 되찾고 돌아왔을 때, 그가 왕비님을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고 했던 걸 잊으셨습니까?""나는 그가 나를 이용해 사제의 병권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그리고 그때 그녀는 송회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궁에 들이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아내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심청화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그가 너에게 마음에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익을 계산해본 후 포기한 거겠지."그러고나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만약 그때 진짜로 너를 궁에 들이려 했다면, 넌 궁에 들어갈 생각이 있었느냐?"송석석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곧장 짐을 싸서 매산으로 돌아갔을 겁니다.""단순히 궁에 들어가기 싫어서였나, 아니면 그를 좋아하지 않아서였나?""대사형, 이건 쓸데없는 질문이에요. 궁에 들어가기도 싫었고, 그를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하지만 너는 그때 사제도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 왜 망설임 없이 그에게 시집을 간 것이지?" 심청화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니면 그때 이미 사제를 좋아하고는 있었지만, 너 자신도 그 감정을 몰랐거나
심청화의 그림 솜씨는 실로 대단했고, 그림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느껴졌다.모두가 그림 속의 인물을 한번 보고, 다시 의자에 앉아 있는 피곤함 하나 없는 숙청제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숙청제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듯, 방금 전의 표정조차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눈과 눈가에 흐릿한 주름, 귀 밑으로 흩어진 몇 가닥의 흰 머리, 오른쪽 입술 아래 작은 검은 점, 그리고 입술의 주름까지 세밀한 부분마저 놓치지 않았다.옷에는 아직 색이 칠해지지 않았지만 문양은 이미 그려져 있었고, 실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숙청제는 마치 처음으로 이렇게 자신을 마주한 것처럼, 한참 동안 멍하니 그림을 보고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짐이 참 늙었구나."그는 평소에 구리거울조차 잘 보지 않으며,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지 않았었다."폐하는 늙지 않으셨습니다. 겨우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십니다." 오 대반이 아첨하며 말했다.숙청제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쓱 쳐다보고 다시 말했다. "짐과 아우는 확실히 비슷한 점이 있구나."그러면서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송석석은 방금까지 계속 하품을 한 탓에 눈 주위가 붉어져 있었는데, 숙청제가 묻자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폐하와 왕야는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그러자 숙청제는 다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어두운 기색이 사라진 듯했다.송석석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제가 훨씬 더 잘생겼으며 골상도 더 빼어납니다.’그들의 용모는 실제로 닮아 있었다. 결국 같은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도 친자매였으니 말이다. 다만, 예전에는 그렇게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황제는 웃음을 잘 지어 보이지 않았으며 차갑고 위엄 있었다. 그의 얼굴선은 더 각지다.사여묵은 혼인 후 훨씬 부드러워졌다. 만약 그가 스산한 기운을 가라앉힌다면 온화하고 우아한 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