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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작가: 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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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석이 궁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시만자가 급히 들어와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여학 사건 말이야, 황제와 황후의 짓인 것 같아.”

시만자의 표정은 심각했고 눈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송석석은 뜻밖의 소리에 깜짝 놀라며 물었다.

“황제와 황후?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장기문이. 그가 황제가 황후에게 멋대로 굴었다고 꾸짖는 소리를 들었대. 황후는 변명하며 황제도 여학을 좋아하지 않으니 네가 진성의 권력 있는 명부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도록 자신이 황제의 걱정을 덜어드린 거라고 했다는 거야.”

송석석은 이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냉정을 잃으면 안 돼. 이 일을 장기문에게서 들었다는 걸 들키면 그의 앞날이 망가질 거야.”

시만자가 말했다.

송석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도 과감한 추측을 해본 적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황제를 의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비록 황후에 대해서는 의심한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황후는 지금쯤 대황자를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어야 했다. 이럴 때 이렇게 세가를 적으로 돌려서 무슨 이익을 본단 말인가? 비록 이번 일이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계획했다면 그 결과도 충분히 예측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 작업반장이 죽지 않았다면? 혹은 그 작업반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버렸다면?

장기문이 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황제 역시 여학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황후가 여학을 공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황후를 꾸짖은 이유는 여학을 공격한 행위가 아니라 그 방식 때문이었다.

즉, 그가 화를 낸 건 수단 때문이지 황후의 행동 자체는 아니었던 것이다.

송석석은 순간 자신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황제의 생각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도 사여묵을 부려 명절에 그를 노주로 보내면서, 그는 황제임에도 정작 그녀가 서원의 훈장이 되어 세가의 명부들과 교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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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답장을 쓸 수 없었다. 그들은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저 그리움만 가슴에 품은 채 그가 돌아오면 들려주는 수밖에 없었다.올 설은 화려하게 지낼 모양인지 그녀가 경위부로 돌아가 다시 관복을 입지 못하게 하려고, 보주는 새 옷을 전부 그녀에게 한번씩 입히지 못해 안달이었다.매일 아침 일찍 보주는 그녀를 화장대 앞에 억지로 앉히고 이런저런 화장법을 바꿔가며 그녀를 예쁘게 꾸몄다. 목 승상 부인은 여자가 피부가 그렇게 희고 부드럽지 않아도 아주 예쁘다고 말했다.송석석의 피부는 희고 부드럽지 않았는데 매일 밖에서 뛰어다니다 보니 바탕이 아무리 좋아도 규방 여자의 새하얀 피부색은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만, 붉게 윤기가 도는 구리빛 피부는 가장 아름답게 핀 복사꽃 같고 잘 익은 사과 같기도 했다.황후는 섣달 8일에 금족령이 풀려 수도 내외명부 부인들에게 입궐하여 알현하라고 선포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항간에 소문이 돌았다. 그 집 아가씨는 원래 위국공 집안의 조카와 혼인할 예정이었으나 여학 사건때문에 혼사가 어그러졌다는 것이었다.따라서 곧 개학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딸을 아군여학에 보내야할지 말지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일부는 결단을 내려 국태부인에게 가서 딸을 자퇴시켰다.한 명, 두 명, 세 명….자퇴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 고작 2~3일만에 무려 절반이 자퇴하겠고 했다.황후가 이 얘기를 듣고 여러 부인들에게 입궐하라고해서 설득했다. 여자에게 평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시집을 가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은 아니므로, 북명왕비처럼 그렇게 자기 주관이 있고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이런 말이라면 차라리 하지를 말지, 이 말을 듣고 명문세가 부인들이 속으로 구시렁거리지 않을 수 있겠어?’상국엔 송석석 하나 뿐이라 흉내를 낼 수도 없고, 자기 딸이 어떤지 자기가 모를까? 전쟁에 나가 병사를 관리할 능력은 절대 없고, 바퀴벌레만 봐도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는데 좋은 혼처라도 기대지 않으면 어떻게 평생을 책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8화

    송석석이 저택으로 돌아오자 염선생이 사여묵에게 온 서신을 그녀에게 건내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오늘 막 집을 나서사지마자 왕야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송석석은 눈을 빛내더니 서신을 받아들고 서둘러보기 전에 일단 물었다.“염선생은 어째서 가족들과 설 쇠러 집에 안 가?”“곧 돌아가서 가족들과 연말연시를 맞을 참입니다. 왕비 마마께 직접 서신을 전해드리려 기다린 거예요.”염선생이 놀리는 눈빛으로,“왕비 마마의 기뻐하시는 모습도 보고 싶고, 왕야께서 부부 간의 배갯머리 송사 말고 다른 얘기도 하셨나 궁금하기도 하구요.”송석석은 기쁨을 감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이건 장군이 보낸 첫 서신이니까 내가 먼저 봐야지.”그녀는 서신에 분명 상황을 조사한 것이 있을 게 분명해서, 나중에 서신을 염선생에게 훑어보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서신을 개봉해 보니 3장으로 나눠져 있었다. 2장은 그녀에게 쓴 것이고 다른 1장은 조사 상황을 설명한 것이었다.염선생이 웃으며 말했다.“왕비마마께 쓰신 건 빼곡하게 2장이나 되는데, 조사내용은 고작 한 장이라니, 이번에 지방까지 가셔서 왕야께서 마음 고생이 심하신가 봅니다.”송석석은 쑥스러워하며 재촉했다.“어서 봐, 방금 쓱 훑어본 거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단 말야.”염선생이 조사 내용을 적은 한 장을 바로 읽기 시작하더니 다 읽은 뒤 송석석에게 말해주었다.“노주에 도착한 뒤 한동안 은밀하게 조사한 결과, 어느 마을에 전부 젊고 건장한 장정들만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노인도 아이도 없고 평소 농사를 짓는데 현지 사람들 말에 따르면 전에는 남녀노소가 다 있던 평범한 마을이었으나 몇 년전 역병이 돌더니 노인과 아이들이 다 죽고 점점 타지 사람들이 와서 살더니 오랜 세월 발전해서 이렇게 커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마을은 이미 촌락 규모를 넘어서 거의 5천명에 달한다고 하는 군요.”“5천명?” 송석석은 듣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마을이 커 봤자 수백 명, 천여 명이면 이미 인구가 많다고 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7화

    제제사는 당황해 고개를 돌려 송석석을 보는데 뜻밖이란 표정이 역력했다. “왕비 마마께서는 늙은이가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이 가르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헤 태비가 손을 내밀어 송석석에게 오라고 손짓하며 제제사와 말다툼하지 못하게했다.혜 태비는 선황을 사랑해서 제제사를 상당히 존중했다. 오죽하면 사여묵을 제씨 집안 딸과 혼인시킬까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결국 자기 딸 한녕을 제육 공자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뜻은 이룬 셈이었다.그리고 제사가 설령 훈계조로 송석석에게 얘기했다 치더라도,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타이르는 것이라 송석석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도리였다.제제사의 말투가 약간 비아냥거리는 것이 혜 태비도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그녀의 며느리가 교양이 없지는 않으니 그 정도 불편한 건 상대의 신분을 봐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웃어른을 공경해야지.’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제제사를 똑바로 쳐다봤다.“제사님 말씀이 틀렸습니다. 저는 비록 사람을 가르칠 능력은 없으나, 아군서원을 위해 길을 트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은 여학을 없애기 위해 그토록 많은 학생의 정절을 망치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을만큼, 인간이 이토록 사악하다는 것을 모른 죄입니다. 제사께서 꾸짖을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아군서원을 없애려고 음모를 꾸민 놈들이지요.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있으니 채용되었을 것입니다. 설마 아군서원의 선생님들이 전부 능력도 없는데 명예만 믿고 설치는 무리란 말씀은 아니시죠? 제 사형인 심사형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태부인과 정부인 중에 어느 분이 현명하고 능력있는 분이 아니란 말입니까?”송석석의 말에 제제사는 약간 화가 났다.“늙은이가 몇 마디 지적한 것은 다 마마를 위한 것인데, 말 끝마다 토를 달고 변명하시는군요. 여학은 여학일 뿐, 서원과는 다릅니다. 서원이란 이름을 붙인다 한들 가르쳐야 하는 건 아내로의서 덕과 여계(女誡. 여성 교양)지요. 심청화는 확실히 재덕을 겸비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6화

    그런데 연극이 끝난 뒤에도 첩여 동씨는 내내 그녀와 얘기를 계속할 줄 몰랐다. 얘기 도중에 애교스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송석석을 손으로 살짝 밀며 뾰로통한 모습을 보이질 않나 송석석과 꽤나 친한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이 주변 비빈들의 주목을 끌어, 몇 번이고 엿보며 지나갔다.말이 주고 받는 거지, 사실 송석석은 가끔 맞장구를 쳐주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체면상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민지 장공주와 한녕 장공주마저 연극를 다 본 뒤 개인적으로 송석석에게 물었다.“원래 동첩여를 알고 있었어?”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아뇨, 처음 뵀어요.”“처음 봤는데 그렇게 친해요?” 한녕이 뜻밖이라는 듯 말했다.오히려 민지 장공주는 짐작이 가는게 있어 미간을 찌푸렸다.“앞으로 동첩여와는 자주 왕래하지 않는 게 좋겠어. 동기가 불순해.”송석석도 사실 알고 있었지만 아까는 다들 연극을 보는 중이라,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떠나면 태후마마와 태비 마마의 흥을 깰 수도 있어 자제했을 뿐이었다.그리고 송석석은 첩여 동씨가 멍청하진 않지만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연극이 끝나고 송석석은 마음이 홀가분해질 줄 알았는데 숙비와 공비 등이 힐난의 눈길을 던지는 걸 못 봐서 오히려 허전했다.송석석은 후궁들의 사정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궁중의 몇몇 마마들의 성격은 알고 있었다. 그분들은 총애를 받는 새 사람을 받아들여 주시지만, 새 사람이 지나치게 손을 뻗칠 경우 가만 두고 보실 리 없다는 것을 말이다.게다가 첩여 동씨는 잘 아는 것도 없으면서 경솔하게 행동했다. 황후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송석석인데 첩여 동씨가 그녀와 잘 지낸다는 말은 바로 황후에게 눈엣가시요 목에 걸린 생선뼈로 찍힌다는 소리였다.궁연이 시작될 때 송석석은 제제사를 봤다.그녀가 계속 어화원을 왔다갔다한 건 바로 제제사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였으나, 계속 피할 수만은 없으니 언젠가 마주쳐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5화

    궁연 시작 전, 송석석은 태후의 처소에 잠시 들렸다가 덕비와 공비의 처소를 방문한 후, 한녕과 민지 등 몇몇 장공주들과 함께 어화원을 거닐었다.민지 장공주는 오늘 정홍색에 청란을 수놓은 예복을 입고,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어 한층 더 고귀해 보였다. 그녀는 손에 든 둥근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듣자하니 제씨 가문을 향한 탄핵 상소가 올라간 후, 제제사가 가문의 사람들을 불러들여 밤새 넷째 부인을 호되게 벌줬다지. 이번 화근은 다 그녀가 일으킨 거라고 하더군."민지 장공주는 태후의 친딸로, 적출된 공주는 언제나 더 고귀하게 여겨지기 마련이었다. 다른 공주들도 그녀를 우러러보며 따랐고, 그녀가 제씨 가문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이들도 맞장구를 쳤다. 심지어 미우 장공주까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미우 장공주는 제귀태비의 딸로, 제씨 가문의 외손녀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미우 장공주는 제씨 가문과 거의 왕래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부마 이유의 조언 때문이었다. 현재 공주든 친왕이든 모두 제씨 가문과 혼인을 맺으려 하지만, 제씨 가문의 권세가 지나치게 커지면 필연적으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니,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사람들은 이런 이유를 두고 아내의 덕을 입어 사는 자라며 비웃어댔지만, 그는 미우 장공주의 농지와 점포들을 관리하며 내조까지 돕고 있었다. 미우 장공주는 이런 자신의 남편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단지 그가 자신의 날카로움을 감추고 평온한 삶을 살고자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수민은 오늘 큰 주목을 받았다. 황후가 금족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황제 곁에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 의식을 주관했으며, 그 일을 마치고 나서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을 보러 갔다.덕비도 둘째 황자를 데리고 왔다. 둘째 황자는 셋째 황자를 데리고 잠시 밖에서 놀다가, 얼마 후 돌아와 어머니 곁에서 연극을 함께 보았다.셋째 황자는 수민의 친아들은 아니었지만 유독 수민을 잘 따랐다. 지금은 아직 어린 나이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4화

    설날 전날, 서우는 빨간 비단 솜옷을 입고 흰 여우 털 장식이 달린 두툼한 모자를 쓰곤, 밝은모습으로 공씨 가문의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염선생은 미리 많은 선물을 준비해 두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서우가 직접 고른 것들이었다.어젯밤, 국공부에서 온 진복이 장부를 가져왔고, 서우는 이를 꼼꼼히 보느라 밤을 새웠다. 염선생은 아이가 어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며 송석석에게 말려 달라 부탁까지 했지만, 송석석은 일찍 장부 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계속 보게 하였다. 국공부는 결국 서우가 책임지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서우가 장부를 볼 때, 서동 진소설도 그의 곁에 있었지만 진소설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 설을 보내야 했기에 그를 따라 공씨 가문까진 갈 수 없었다.송석석이 가장 기뻐하는 것은 서우가 섬세하고 침착하며 성숙한 태도를 가졌으면서도 천진난만한 동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는 서우가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때로는 겉으로 약한 척하며 속으로 강함을 숨길 줄 는 것이 삶의 지혜라 여겼기에 뿌듯해했다. 서우는 공씨 가문에 가서 설을 보내고 싶었지만, 올해는 고모부가 집을 비웠기에 고모가 홀로 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우는 고모의 손을 잡고 말했다.“저는 설날 다음 날 바로 돌아올 거예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와서 고모와 함께 있을게요.”송석석이 그의 코를 살짝 문지르며 다정하게 말했다.“조금 더 오래 머물다 와도 돼. 고모는 바빠서 네가 같이 있어주지 않아도 괜찮아.”그러자 곁에 있던 시만자가 송석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서우야, 나도 있으니까 안심하고 다녀와.”“네. 시 고모도 계시고, 왕 사백도 계시니까요.”서우는 시만자와 왕이장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염선생과 보주를 포함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또 많은 분들이 있으니 걱정 없겠어요.”서우는 마치 작은 어른처럼 손을 뒤로 하고 눈웃음을 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3화

    왕이장의 말에 시만자가 끼어들며 말했다."사실 나도 네가 남자도 여자도 다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칭찬은 고맙지만, 남자도 여자도 다 아니야. 고마워." 왕이장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켰다."너희끼리 천천히 고구마나 굽고 아가씨들끼리 얘기나 나눠."그는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평소 그의 걸음걸이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때로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듯 걷고, 때로는 성큼성큼 걸어 나가곤 했다. 하지만 지금 뒤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자 허리를 곧게 펴고 마치 군인처럼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그러자 시만자가 문득 어떤 일이 떠오른 듯 말했다."참, 만두랑 신신이 설을 지내러 올지도 몰라. 전에 편지가 왔었거든. 그런데 아직 모습을 안 보이는 걸 보면 아마 못 오는 것 같기도 해.""설인데, 그들의 사부님이 허락할까?" 송석석이 물었다."못 왔으니 아마 허락이 안 난 거겠지. 어쩌면 연후에야 올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시만자는 장작불에 새 숯을 더 넣으며 말했다. 새로 얹은 은빛 숯이 붉게 타오르는 숯을 덮었고, 이내 한쪽에서부터 천천히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네가 전에 우리 쪽에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편지를 보낸 거야.""신신도 올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송석석은 시만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올해는 진짜 힘들었어. 늘 기운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달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항상 새로운 일이 생기곤 했지.""이번 설에는 푹 쉬어." 시만자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설이면 현갑군이 제일 바쁘지." 송석석은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사실 바쁜 것도 괜찮을지 몰라. 자기 전에 누우면 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을 테니까."시만자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그리운 건 괜찮은데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들어.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보내야 하니까."송석석은 관자놀이를 손으로 받치고 살짝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녀의 턱선이 유난히 선명해 보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2화

    송석석은 오 대반을 배웅한 후 염선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곧바로 시만자와 오사형이 준비한 모닥불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자리에 합류했다.남풍관의 일은 염선생에게 맡겨 두었으니, 염선생이 사람을 보내 감시할 것이다.오사형과 시만자는 제제사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시만자는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믿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놀라워했다.왕이장은 남북을 돌아다니며 온갖 일을 겪고, 또 온갖 것을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의아해했다.“나이가 그렇게 많고 지위도 그렇게 높은 사람이 왜 그런 곳에 가야 했을까?”그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제제사는 남풍관에서 특별히 부끄러울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단지 몇 명의 소관을 불러 시중을 들게 하고, 술을 조금 마시고 노래를 들으며 손을 만지는 정도였다.제제사는 선황제의 스승이었다. 선황제는 남색을 가장 싫어했고, 심지어 이를 깊이 혐오한 인물이었다. 그런 선황제의 스승으로서, 제제사는 선황제가 즉위한 후 자연스럽게 그와 함께 국가를 다스렸다. 또한 과거 신중하고 겸손했던 제씨 가문의 태도를 생각하면 그 역시 남색을 극도로 싫어해야 맞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는 말년에 갑자기 억압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모든 걸 무시하고 남풍관으로 드나들었다.송석석은 자리에 앉아 고구마 하나를 집어 들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이리저리 던지며 식혔다. 이를 본 왕이장이 손을 뻗어 고구마를 가져갔다. 후후 숨을 불어 열기를 식힌 다음 두 손으로 살살 굴려 껍질을 벗겨 송석석에게 건넸다.“빨리 먹어. 먹고 몸 좀 따뜻하게 해.”송석석은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말랑말랑해 보이는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하아, 하아 숨을 불어가며 겨우 다 삼켰다.시만자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왕이장을 쳐다봤다.“다정한 면도 있었네?”“뭐 어려운 거라고. 너도 하나 줄게.” 왕이장은 두 손가락으로 고구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1화

    혼사 문제가 해결된 뒤, 송석석은 비로소 소란을 일으킨 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방시원은 혼사를 논의하러 직접 제씨 가문을 찾아갔을 때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을 소집하기만 했을 뿐, 사적 형벌을 가하지는 않았다. 송석석 또한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오진에게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데려오게 하고는, 그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소란을 일으킨 혐의로 처벌을 내렸다.벌금형을 부과하거나 매질을 하도록 했으며, 염선생의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처벌했다.한편, 제씨 가문이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연여옥을 고의로 해치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송석석은 수집한 모든 증거를 민지 장공주에게 넘겼다. 민지 장공주는 이를 자신의 시아버지인 어사대부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조회가 끝나기 전에 제씨 가문에 대한 탄핵 상소가 이루어졌다.비록 제상서는 자신은 전혀 이 일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숙청제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그의 반년 치 봉록을 삭감하고 연말 포상까지 제외시켰다.오 대반이 북명황실로 포상을 전달하러 오자, 송석석은 그를 직접 맞이하며 차를 대접했다.서우도 집으로 돌아와 있던 참이었다. 송석석은 서우를 데리고 나와 오 대반에게 인사를 드리게 했다.서우는 지난 1년간 키가 부쩍 자랐고, 외모는 점점 그의 아버지를 닮아갔다. 서원에 들어간 이후로는 더욱더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으며, 품행 또한 단정해졌다.오 대반은 그를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정말 훌륭하게 잘 자랐구나. 공부도 잘하고."서우는 공손히 말했다.“차를 드십시오.”그는 보주가 가져온 간식 쟁반을 직접 받아 들고 나와 말했다.“이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생강 대추 떡입니다. 많이 드십시오. 마마께서 이 떡이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셨습니다.”오 대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그래!”그는 떡 한 조각을 먹고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서우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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