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자 백성들은 설 맞이 장을 보느라 바빴다. 각 집안은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분주했다.하지만 분주한 만큼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늘어나게 되면서 온갖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다. 태후가 안여옥을 칭찬하며 내린 하사도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태후가 직접 칭찬한 것이 안여옥이 단순히 모욕만 당한 것이 아닐 거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심지어 이 의혹은 점점 사실로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듯했다. 북명황실이 나서서 공정한 말을 하거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나와 안여옥이 학생들을 보호하다가 그 인간에게 잠시 몸이 닿은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성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백성들은 신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했고, 신을 무너뜨리는 일에는 더욱 열광했다.과거 안여옥의 규수로서의 명성,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 훌륭한 집안 출신을 부러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큼 배로 그녀에게 악의를 퍼부었다.그녀의 과거까지 들춰내며 사실 그녀는 고고하고 자만하여 사람을 깔보고 학문이 부족한 동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장공주의 연회에서 사슴을 말이라 지칭하며 분명 그 그림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 아님에도 우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그 당시 안태부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할 수 없이 사슴을 말이라 칭했고 또 그것이 심청화 선생의 작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비웃었다는 것이다. "심청화의 인장도 아니었는데, 그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비웃지 않았겠어? 다만 체면을 봐서 들추지 않았을 뿐이지.”또한 그녀의 시와 그림이 명백히 표절이며, 이는 안태부가 그녀의 명성을 높여 북명왕과의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북명왕은 차라리 재혼한 여성을 선택할지언정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방시원에게 시집가기를 꿈꿨으나, 방시원은 어리석지 않아 그녀의 속셈을
문 앞의 이야기꾼들을 쫓아내고 나니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이번에는 중매쟁이들이 번갈아가며 안여옥을 위한 것이랍시고 혼담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그들이 말하는 혼처들은 안여옥의 부모의 얼굴을 울긋불긋하게 만들 정도로 황당한 인물들이었다. 평소에는 청혼은커녕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침을 뱉고 지나갔을 법한 이들이었다.집안 배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의 품행이 바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방과의 사이에서 이미 서장자와 서장녀를 둔 사람이었고, 어떤 이는 매일 도박장에 들러 두 눈이 빨개지도록 돈을 탕진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자였다. 또 어떤 이는 기루의 단골 손님이거나, 바깥에 첩을 둔 사람이었다.이들은 평소라면 감히 청혼하러 올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같이 은혜라도 베풀듯 거만하게 굴며 안여옥이 자신들과 혼인하지 않으면 다른 길은 없을 것처럼 굴었다.안태부는 평생 이렇게 큰 화를 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빗자루를 집어 들고 사람들을 쫓아냈지만, 결국 또 새로운 구설수만 만들어졌다.이 일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단 한 마디로 요약되었다.‘웃음거리.’"마치 그녀가 아직 선택할 여유가 있는 것처럼 굴지만, 누군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주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조상님 덕분이지.""그 더러운 남자에게 안겨 순결도 잃은 주제에 여전히 체면 따위를 챙기겠다고?""평생 시집가지 못할 팔자지. 누가 그녀를 데려가겠어? 빨리 머리 깎고 여승이나 되라지. 여자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남자도, 여자도 가리지 않고 이런 말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본인들이 당하는 일이 아니기에, 모두혀끝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며 즐거워했다.이 모든 상황 속에서 가장 즐거워한 사람은 바로 제자예였다. 그녀는 원래부터 안여옥을 몹시 싫어했다. 황후가 그녀에게 안여옥을 괴롭히고 골칫거리를 만들라고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안여옥을 자신의 적으로 삼았다.그래서 이번에 안여옥에게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친구 주창우를 찾아가 함께 안여옥 이야기를 하
제자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너무나도 창백해졌다.그녀는 여전히 왕지아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방시원을 두둔한 사람은 다름아닌 왕지아였다. 그 몇몇 집안의 엉망진창인 상황들은 듣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방씨 가문의 내실이 이렇게 어지러운데, 그렇게 큰 저택에서 이런 추잡한 일이 벌어진 사실을 감추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그녀는 충동적으로 왕지아의 뺨을 때렸지만, 잘못은 여전히 왕지아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방시원을 두둔해서는 안 되었고, 그런 사람들과 그런 일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창우는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고, 제자예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예는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해졌다.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다가 끝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사실 여학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은데, 하황후께서 여학을 싫어하시니까…”지나치게 보호 받으며 자란 소녀, 제자예는 일의 심각성을 알지도 못한 채 결국 주창우에게 사실을 말해 버렸다.그러자 주창우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황후께서 싫어하신다고? 왜 여학을 싫어하신다는 거야? 여학은 태후께서 명을 내려 세우신 거잖아.”“아마도 북명왕비가 훈장으로 있기 때문일 거야. 예전에 내가 큰어머니를 따라 궁에 갔을 때, 황후께서 큰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을 들었거든. 황제께서 원래 북명왕비를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려 했었대. 그래서 황후께서 줄곧 북명왕비를 싫어하셨어. 그러니 그녀가 세운 여학과 공방도 당연히 좋아하시지 않겠지.”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갖다 댔다.“이건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비밀이야.”주창우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갑자기 들이닥쳐 사람만 보면 모조리 안으려고 한 걸까?" “그러게 말이
안여옥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염선생이 조사한 결과, 실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를 조종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의 일들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져 그녀와 여학을 얽매는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안여옥을 깎아내리는 것은 곧 안태부를 깎아내리는 것이었고, 동시에 아군여학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이어졌다.안태부와 제제사는 학문의 거장으로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안태부는 신격화된 위치에서 추락해 사람들의 존경을 잃어갔다. 반면, 사람들은 제제사를 치켜세우기 시작했다.흥미롭게도,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제상서의 외실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제씨 가문을 치켜세우는 여론은 제씨 가문에도 이득이 되지 않았다. 권세가 지나치게 드러나면 반감을 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씨 가문은 여론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염선생이 지켜본 결과, 제씨 가문은 실제로 여론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시 화제를 여학과 안여옥으로 돌려, 안여옥의 혼사와 관련해 그녀를 깎아내리고 모욕하는 일이 계속되었다.염선생은 참을 수 없이 분노했다. 안여옥처럼 깨끗하고 순결한 여인이 이들에게 이렇게 더럽혀지다니,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진심으로 청혼을 하러 오기도 했다. 물론 품행이 바르지 못한 하찮은 인간들이었지만, 그래도 결혼 의사는 있었다.하지만 이후에 찾아온 이들은 순전히 안여옥을 모욕하려는 의도로만 왔다. 보기 흉한 이들이 몰려왔고 청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꼬는 말들을 내뱉었다. 제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문 밖에서조차 선심을 써 그녀를 데려가 주겠다고 외쳐댔다.염선생은 사람을 시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두었다. 나중에 이들을 조사한 뒤 응징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무리가 이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 사실을 송석석에게 보고하자,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
태부부 앞에서 한때 소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이제 줄지어 대문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모두 고개를 떨군 채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그들 앞에는 덩치가 크고 건장한 남자들이 그들을 주시하며 서있었는데, 그들의 주먹은 야자수 열매만큼 커서 한 대만 때려도 머리를 박살낼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방시원은 말에서 내려 냉랭한 눈빛으로 그들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위엄 있고 살벌한 기운은 이들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서로 몸을 붙이며 작은 안전이라도 찾으려는 듯했다. 아무도 방시원의 얼음 같은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안태부는 중문을 열도록 지시했고, 안씨 노부인은 방씨 가문에서 청혼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병이 절반이나 나은 듯했다. 그녀는 곧바로 하인들에게 따뜻한 물을 준비하게 하고, 단장을 하며 직접 나가 맞이하겠다고 말했다.안여옥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조부가 며칠째 그녀를 추월원에 머물게 했으며 하인들에게 외부의 소문을 그녀에게 전하지 못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겉으로는 독서를 하거나 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고통으로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소문이 폭풍처럼 그녀를 휘몰아치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힘들기는 해도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그것은 그녀가 읽은 수많은 책 덕분이었다. 책 속에서 그녀는 많은 인생 이야기를 접했다.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만연한 수많은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인간의 삶이 항상 평탄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험난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삶에는 반드시 행복한 순간도 있고 어려운 시기도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그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위로하며 다짐했다. 소문을 신경 쓰지 않으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난 후, 안태부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밖으로 불렀다.안여옥은 경주가 가져온 화려한 옷과 정교하게 맞춘 장신구들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간단히 흰옷과 살구색 망토를 걸쳤다. 마치 손님을 맞거나 자신의 인생을 논할 중요한 순간이 아닌, 단지 정원을 산책하러 나가는 것 같은 차림새였다.외원의 본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방시원을 향했다. 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은 깊고 맑았으며 약간의 절제가 묻어나 있었다.그녀는 단 한 번 마주치고도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심장은 북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뛰었고,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다.하지만 그녀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한 명 한 명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이때 그녀를 보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른 오수인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었지? 정말 속상했겠다."어른에게서 건네받는 따뜻한 위로에 안여옥은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콧날이 시큰해졌지만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옷깃을 여미고 몸을 낮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승상 부인은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가씨가 사람들 입에서 얼마나 심하게 오르락 내리락거렸는지!"참하기도 하지. 오늘 내가 이 혼사를 주선하러 왔단다. 네 조부모님께서도 네 의견을 묻고 싶어 하신다. 방시원과의 혼인을 받아들이겠니?"안여옥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최대한 태연하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왜인지 마음속의 억눌렀던 감정이 갑자기 밀려들었다.그녀는 거의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목이 여러 번 멘 탓에, 동의한다고도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방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걸어오며 공손히 말했다."잠시 둘이서
경주는 문 밖에 서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가씨가 지난날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는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방 장군이 이렇게 북과 징을 울리며 청혼하러 오고 중매자로 승상 부인을 데려왔으니, 이 일이 성사된다면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째서 아직 승낙하지 않는 것인지, 경주는 속이 타 들어가, 아가씨 대신 대답을 해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안여옥은 코끝이 찡했다."오늘 제가 승낙하지 않으면 장군께서 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실 겁니다."방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소. 더 실컷 비웃으라지. 사내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소? 당신은 여학에서 학생들을 용감하게 구했으니, 이런 유언비어에 시달릴 이유가 없소."안여옥은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청혼을 하러 온 이유는 만약 그녀가 거절하더라도 소문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시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천천히 생각해 보시오.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소. 충분히 고민한 뒤 사람을 보내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안여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장군! 저…… 승낙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는데,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애교 섞인 투정이 담겨 있었다."저는…... 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무조건.. 조부모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치듯 뛰어나갔다.방시원은 잠시 놀란 듯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이내 그의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진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얼굴 가득 번져 나갔다.
혼사 문제가 해결된 뒤, 송석석은 비로소 소란을 일으킨 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방시원은 혼사를 논의하러 직접 제씨 가문을 찾아갔을 때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을 소집하기만 했을 뿐, 사적 형벌을 가하지는 않았다. 송석석 또한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오진에게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데려오게 하고는, 그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소란을 일으킨 혐의로 처벌을 내렸다.벌금형을 부과하거나 매질을 하도록 했으며, 염선생의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처벌했다.한편, 제씨 가문이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연여옥을 고의로 해치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송석석은 수집한 모든 증거를 민지 장공주에게 넘겼다. 민지 장공주는 이를 자신의 시아버지인 어사대부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조회가 끝나기 전에 제씨 가문에 대한 탄핵 상소가 이루어졌다.비록 제상서는 자신은 전혀 이 일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숙청제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그의 반년 치 봉록을 삭감하고 연말 포상까지 제외시켰다.오 대반이 북명황실로 포상을 전달하러 오자, 송석석은 그를 직접 맞이하며 차를 대접했다.서우도 집으로 돌아와 있던 참이었다. 송석석은 서우를 데리고 나와 오 대반에게 인사를 드리게 했다.서우는 지난 1년간 키가 부쩍 자랐고, 외모는 점점 그의 아버지를 닮아갔다. 서원에 들어간 이후로는 더욱더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으며, 품행 또한 단정해졌다.오 대반은 그를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느꼈다."정말 훌륭하게 잘 자랐구나. 공부도 잘하고."서우는 공손히 말했다.“차를 드십시오.”그는 보주가 가져온 간식 쟁반을 직접 받아 들고 나와 말했다.“이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생강 대추 떡입니다. 많이 드십시오. 마마께서 이 떡이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셨습니다.”오 대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래, 그래!”그는 떡 한 조각을 먹고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서우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올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
하지만 송석석은 서경의 종친과 관리들이 북당이 협상에 개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역력했다.놀란 마음이 지나고 나자, 그들은 기쁨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북당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서경을 위한 든든한 지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송석석은 이 장면을 보며 오히려 안심을 했다. 정말 그렇다면 원신제가 미리 그들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협상에 참여하는 관리들에게는 알렸어야 하는데,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이제야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서로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길 원했지만, 궁정의 문무 백관들 중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신복하는 북당 안풍친왕을 초대한 것이었다.이렇게 보니, 어제 원신제가 그녀와 시만자를 궁으로 부른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말했던 그런 것들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여성의 과거 시험을 예로 든 것은, 그녀의 많은 결정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여기까지 분석을 마친 송석석은 점점 더 낙관적이게 되었다.궁중 연회가 끝난 후, 북당 사람들은 대접을 받으며 떠났다. 그들은 그 한 끼를 제외하고는 의견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으며, 단지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었다.그들이 떠난 후, 상국의 사절단도 일어나 인사를 하며 물러났다. 모두가 돌아가서 협상 준비를 해야 했다. 수란키가 제공한 일정을 따르면, 이틀 후부터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황궁 별관에 돌아가자, 이덕회는 모두를 모아 앉히고 논의했다.사실상 또 다른 진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양보를 해야 한다면, 모두가 지도 위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황제가 이미 양보의 한계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를 하게 되면 돌아가기도 어렵고, 역사적인 죄인이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며, 그저 지도만 바라보며 각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자리에서는 모두 입맛이 그다지 좋지 않기 마련인지라, 많은 음식들이 한 입 먹고 나면 다시 치워지곤 한다.하지만 북당의 사람들은 정말 음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요리가 나와도 모두 다 먹어버렸으며, 가득 채운 술잔도 순식간에 비웠다. 그들을 시중드는 궁인들도 꽤 힘들었을 것이었다.시만자는 그들이 춘만루에서 먹었던 그 한 끼를 떠올렸다. 그때도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비워졌었다.그녀는 송석석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식사 소리 외에는 아무 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그러나 그들은 눈짓만으로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시만자는 북당 사람들이 이곳에 등장한 것이 협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했고, 송석석도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중재자로 온 것인지, 아니면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만약 중재자라면 협상 또한 오래 걸리지 않고 조약을 체결할 수 있을 테니 더 좋을 것이었다.하지만 만약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이라면 협상은 공방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북당이 그들의 방패가 된다면 상국이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틀림 없으니 말이다.이덕회와 홍려사경 등 상국의 사절단들은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챈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의 그 기쁨을 잃은 대신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눈앞의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먹었다.이 궁중 연회는 그들이 참석했던 연회 중 가장 이상한 연회였을 것이다. 마치 폭풍이 다가오는 듯한 무서운 고요함이 느껴졌다.궁중에서 준비한 요리는 총 32가지였다. 그러나 각 요리의 양은 매우 적었으며, 궁인들은 음식을 하나씩 들고 들어와서는 다시 하나씩 치워갔다.누군가 술잔을 들고 싶어했지만, 역시 원신제와 마찬가지로 한 번 쓱 훑어본 후, 술잔을 비우고 다시 내려놓고는 식사를 계속했다.마침내 32가지 요리가 모두 올라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