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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작가: 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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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문 밖에 서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가씨가 지난날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는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방 장군이 이렇게 북과 징을 울리며 청혼하러 오고 중매자로 승상 부인을 데려왔으니, 이 일이 성사된다면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째서 아직 승낙하지 않는 것인지, 경주는 속이 타 들어가, 아가씨 대신 대답을 해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안여옥은 코끝이 찡했다.

"오늘 제가 승낙하지 않으면 장군께서 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실 겁니다."

방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소. 더 실컷 비웃으라지. 사내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소? 당신은 여학에서 학생들을 용감하게 구했으니, 이런 유언비어에 시달릴 이유가 없소."

안여옥은 그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청혼을 하러 온 이유는 만약 그녀가 거절하더라도 소문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 그녀를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방시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입가에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오.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소. 충분히 고민한 뒤 사람을 보내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

안여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

"장군! 저…… 승낙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이었는데,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애교 섞인 투정이 담겨 있었다.

"저는…... 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무조건.. 조부모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방시원은 잠시 놀란 듯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이내 그의 눈빛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진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얼굴 가득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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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4화

    설날 전날, 서우는 빨간 비단 솜옷을 입고 흰 여우 털 장식이 달린 두툼한 모자를 쓰곤, 밝은모습으로 공씨 가문의 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염선생은 미리 많은 선물을 준비해 두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서우가 직접 고른 것들이었다.어젯밤, 국공부에서 온 진복이 장부를 가져왔고, 서우는 이를 꼼꼼히 보느라 밤을 새웠다. 염선생은 아이가 어리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며 송석석에게 말려 달라 부탁까지 했지만, 송석석은 일찍 장부 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계속 보게 하였다. 국공부는 결국 서우가 책임지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서우가 장부를 볼 때, 서동 진소설도 그의 곁에 있었지만 진소설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 설을 보내야 했기에 그를 따라 공씨 가문까진 갈 수 없었다.송석석이 가장 기뻐하는 것은 서우가 섬세하고 침착하며 성숙한 태도를 가졌으면서도 천진난만한 동심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는 서우가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때로는 겉으로 약한 척하며 속으로 강함을 숨길 줄 는 것이 삶의 지혜라 여겼기에 뿌듯해했다. 서우는 공씨 가문에 가서 설을 보내고 싶었지만, 올해는 고모부가 집을 비웠기에 고모가 홀로 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우는 고모의 손을 잡고 말했다.“저는 설날 다음 날 바로 돌아올 거예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와서 고모와 함께 있을게요.”송석석이 그의 코를 살짝 문지르며 다정하게 말했다.“조금 더 오래 머물다 와도 돼. 고모는 바빠서 네가 같이 있어주지 않아도 괜찮아.”그러자 곁에 있던 시만자가 송석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서우야, 나도 있으니까 안심하고 다녀와.”“네. 시 고모도 계시고, 왕 사백도 계시니까요.”서우는 시만자와 왕이장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염선생과 보주를 포함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또 많은 분들이 있으니 걱정 없겠어요.”서우는 마치 작은 어른처럼 손을 뒤로 하고 눈웃음을 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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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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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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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갈증이 심했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찻물을 보자 제 상서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송석석이 여학에 관한 화제에 관심이 없어 보이자 제 상서는 이내 다른 얘기를 꺼냈다.“북명왕 곁에 유능한 조력자가 한두 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제가 실력 있는 사람을 소개해드릴 수도…”제 상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석석이 손을 내두르며 말했다.“제 상서님, 괜히 화제를 돌릴 필요 없으십니다. 현재 이곳에서 제 제사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풍관에서 나오기 전에 제가 천으로 제 제사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옥에서도 천을 쓰고 계시니 염려 마십시오.”단도직입적인 송석석의 말에 제 상서는 순간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으며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제 상서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창피해 난감했다.만약 옥에 갇힌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가문 중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자가 누구든 제 상서는 직접 다리를 부러트려 가문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잠시 침묵하던 제 상서는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감님, 혹시 제 아버지를 풀어줄 수 있으십니까? 제 아버지는 연세도 높고 건강도 안 좋으셔서 오랫동안 옥살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제 상서, 전 황제 폐하의 어명을 받고 남풍관을 조사하고 있는 겁니다. 남풍관 현장에 있었던 자들은 이틀 뒤면 바로 풀려날 것입니다. 조사 목적이 남풍관을 찾은 손님들이 아니라 남풍관에 숨어 지내는 사국 정탐조들이니까요. 제 상서께서 아직 모르고 계실 수도 있는데 남풍관 몇 군데에 사국 사람들이 열 명도 넘게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국 사람들은 전부 사온이 진성에 데리고 와서 남풍관에 몰래 숨긴 자들이죠. 제 상서의 부친께서도 이 사국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제 상서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약 송석석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 일은 그저 도덕에 어긋나는 정도로 쉽게 끝나지 못할 것이다.아버지께서 대체 이런 바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32화

    광릉후가 떠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제 상서는 이내 부하를 시켜 공주부에게 가서 제수찬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일은 제 상서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한녕 공주와 함께 강남으로 구경을 떠난 제수찬이 3월 달이 되어서야 돌아올 거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그 놈은 맨날 머릿속에 놀고먹는 생각밖에 없어! 제씨 가문 세력 덕분이 아니었으면 그 놈이 한녕 공주와 혼인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제 상서가 씩씩거리면서 테이블을 내리치자 곁에 있던 하인이 제안했다.“대인님, 셋째 어르신과 그 부인께 부탁을 드려보는 건 어떻습니까?”“둘 다 멍청해서 오히려 일을 더 그르칠 수도 있어.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야!”제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만약 사여묵이 진성에 있다면 제 상서는 남자끼리 잘 얘기해서 부탁을 하기도 쉬웠을 텐데 하필 사여묵이 집을 비운 지금, 여인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렇다고 이 일을 내일까지 끌 수는 없었기에, 오늘밤 반드시 아버지를 옥에서 빼내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그가 추운 경위부 옥에서 오랫동안은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제 상서는 부탁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섣불리 아무한테나 얘기할 수 없는 것이다.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지금까지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 앞에서 티를 낸 적이 없었다.혼인을 하고 자식까지 낳은 제 제사는 늘 엄숙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으며 송석석이 소주방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에도 크게 비판을 했었다.더군다나 제 제사는 평소에 가문 제자들에게도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늘 경고를 하고 주의를 줬었는데, 본인이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한숨을 푹 내쉰 제 상서는 부하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령한 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경위부로 향했다.오늘밤 남풍관을 조사했고 많은 사람들을 체포했으니 송석석은 아직 경위부에 남아있을 것이다.경위부에 도착한 제 상서는 가마에서 내렸고 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31화

    한편, 제씨 가문 저택의 환한 불빛 아래, 제 상서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고 눈빛도 분노로 가득 찼지만 대놓고 화를 내진 못했다.“이 일을 아는 사람이 또 있어?”광릉후는 자신의 누나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감히 얘기할 수 없었으며 누나가 왜 그와 함께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한 건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이 일은 아는 사람이 많아서 좋은 게 하나도 없다.“아무도 모릅니다. 당시 제사님께서 끌려가실 때 얼굴에 천이 씌워져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송 대감만 본 듯합니다.”광릉후의 대답에 제 상서는 이를 꽉 깨물었다.“왜 하필 그 여자한테 들킨 거야! 필명이나 오진이 봤으면 그나마 해결하기 쉬었을 텐데 그 여자가 봤으니 일이 너무 번거롭게 됐잖아! 아버지를 어떻게 옥에서 꺼내야 한단 말이냐! 이제 송석석 그 여자는 이 일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거야!”잠시 머뭇거리던 광릉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싶었다면 제사님을 잡아갈 때 얼굴에 천을 씌우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제씨 가문이 눈엣가시라고 해도 선황제의 체면은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선황제에게 스승이 한 명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제사의 칭호를 폐하면 그만인 거지. 여인들의 속이 얼마나 좁고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 지 네가 몰라서 그래.”제 상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광릉후는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광릉후는 송석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속으로 송석석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감히 제 상서 앞에서 송석석의 편을 들 수가 없었다.광릉후는 아직 제 상서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잠시 머리를 굴리곤 한가지 제안했다.“제 대인님, 지금 가장 급선무는 제사님을 옥에서 구해오는 것입니다. 대인님 셋째 남동생의 아드님 제수찬 도련님께서 한녕 공주와 혼인을 하셨잖아요. 북명왕의 친동생인 한녕 공주께서 송석석에게 직접 부탁을 하신다면 일이 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광릉후의 말에 제 상서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30화

    남풍관이 단속된 소식은 순식간에 온 경성에 퍼졌다.광릉후는 두려움에 휩싸여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마침 그날 몸이 아파서 남풍관에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단속이 진행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남풍관은 수년간 운영하며 경성의 수많은 명문가 대감을 접대해 왔다. 황제가 정말 남풍관을 단속하려 했다면, 분명 누군가 그에게 미리 알려줬을 터인데, 아무런 소식도 없이 갑작스레 단속이 이루어졌다.정신을 차린 광릉후는 이내 믿을 만한 부하를 불러왔다. 그는 이일의 주도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오늘 밤 제제사가 그곳에 있었는지 알아보라 지시했다.그는 제제사가 남풍관에 가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비밀로 해왔다. 심지어 제부의 사람들도 몰랐고, 오직 그의 충실한 부하인 양기웅만 알고 있었다.남풍관에서 그의 정체를 아는 이는 남풍관을 관리하는 부하뿐이었다.남풍관에서 마차를 관리하던 마부가 잡히지 않자, 바로 광릉후부로 와서 상황을 보고했다.부하가 굳이 따로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 마부가 두 가지 중요한 소식을 전했다. 하나는 송석석이 경위와 순방영을 이끌고 단속을 주도했다는 것, 또 하나는 ‘얼굴이 하얀 늙은이’가 경위부로 끌려갔다는 것이다.마부는 제제사의 정체를 모르기에 그저 ‘얼굴이 하얀 늙은이’라고만 표현했다.광릉후는 놀라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렇다면 얼굴이 다 드러난 것이냐?”“전부 얼굴에 천을 덮고 끌려갔습니다. 얼굴이 하얀 늙은이도 천으로 머리를 덮고 있어서 아무도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광릉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위부로 끌려갔으니, 정체가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제가는 송석석의 미움을 산 적 있었다.더군다나, 이전에 광릉후의 딸 회옥과 제가의 아가씨가 여학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모두 퇴학당한 것도, 황후의 말이 큰 영향을 미쳤다.송석석이 제제사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분명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이건 정말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게다가, 남풍관을 설립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29화

    안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숨소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제제사 평생 이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제제사는 큰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일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지금 당장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자신의 시신이 이곳에서 발견되는 것만큼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특히, 섣달그믐날 궁을 떠나던 날, 그는 송석석를 심히 꾸짖었었다.“나오시지요!”송석석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그러자 두 명의 맨발 남창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방 안에는 귀한 탄을 태우고 있었고, 바닥에는 두껍게 비단이 깔려 있어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었다.“스스로 나오실 것입니까? 아니면 제가 청해야 합니까?”송석석이 차분히 말했다.두 남창은 그녀의 말에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갔고, 병풍 뒤에 남겨진 사람만 홀로 떨고 있었다.송석석은 탁자 위에 깔린 수를 놓은 비단을 잡고 병풍 뒤로 가서 제제사의 몸을 덮은 후,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가시지요!”비단으로 얼굴을 가린 제제사는 비틀거리며 끌려갔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길을 보고 있었다.그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송석석은 분명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는 소란을 틈타 미리 병풍 뒤에 미리 숨어 있었고 송석석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하지만 송석석는 그의 정체를 아는 듯, 그의 체면을 챙겨주었다. 그를 끌고 내려갈 때도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았고, 비틀거리는 그를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그는 따로 마차에 실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끌려갔다.제제사는 끊임없이 도망칠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정체를 밝히고 송석석과 조건을 논의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여겼다. 충분한 이익을 제시하면 송석석이 그를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송석석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의 이 차림새로는 보통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비록 밤이었지만, 남풍관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되었다. 길가에 많은 백성들이 구경하며 몰려들었다. 조정 신하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28화

    경위부의 감옥은 매우 간소했다. 사람을 잡은 적도 있지만 보통 사람을 가두는 일이 드물었다. 대부분 경미한 사건으로 벌금이나 회초리 벌을 내렸고, 심각한 경우에는 관청으로 보내져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송석석이 물었다.“조정 신하가 있으면, 함께 데리고 와야 합니까?”숙청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당연한 소리다.”송석석은 황제가 그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임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관청에 알려지지 않도록 경위부 감옥에 가두려는 것이다.가장 큰 목적은 사국의 첩자를 잡아 엄히 심문하는 것이었다.“미리 소문을 퍼뜨리지 말거라.”숙청제가 경고했다. 그는 그들을 훈계하여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송석석은 공손히 대답했다.“예, 명을 받들겠습니다.”명을 받고 떠나면서 송석석은 제제사가 떠올랐다.사실 그날 제제사가 송석석에게 한 소리 했을 때, 그녀는 속으로 화가 나긴 했었다. 하지만 그는 선제의 스승이기에 선제의 명성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 사람이 만약 경위부의 감옥에 갇힌다면 제제사는 수치를 당할 것이다.그가 수치가 당하는 것 외에 선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었다.다행히도 몇 달 전부터 그를 비밀리에 감시해 보니, 제제사는 남풍관에 자주 가지 않았다. 사흘 전에 갔던 것으로 보아, 아마 이번에는 이틀 내에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오늘 밤 남풍관을 공격할 셈이었다. 황제가 광릉후 향봉천을 잡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아마 황제가 따로 처리할 테니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송석석은 경위부로 돌아가 병사를 조직했다.그녀는 이미 다섯 개의 남풍관을 조사해 놓았다. 각 남풍관 마다 부하 10명과 남창 20명이 있었고, 사국의 첩자 15명이 다섯 개의 남풍관에 흩어져 있었다.이들의 무공을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가볍고 빠른 발소리를 보니 경공이 뛰어난 듯했다.시만자는 이미 경위와 순방영을 훈련한 지 오래였다.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으니, 병사들의 무공도 강해졌고 강의를 듣고 손발이 많이 나아졌고, 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27화

    남풍관의 일이 철저히 조사된 후, 송석석는 직접 궁으로 들어가 보고했다.그녀는 황후가 그녀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일을 마친 뒤 태후께 문안을 올릴 생각뿐이었다.숙청제는 남풍관에 무술을 익힌 사국인들이 숨어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그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송석석는 제제사가 남풍관에 간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해 남풍관으로 갔을 뿐이다. 그는 심지어 신분을 철저히 숨기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꾸미고 있었다.몇 차례 몰래 대화를 엿들어 보니, 그는 풍월을 논할 뿐 정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특별히 이상한 행동도 없었기에 기밀을 누설될 가능성은 없었다.홍현은 남창들의 대화를 엿들은 적 있었다. 그들은 제제사를 ‘늙은이’라 부르며 몹시 싫어했고 남풍관에 다시 왔다며 불평했었다. 하지만 제제사가 돈을 많이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상대한다고 했었다.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니, 송석석은 보고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일부 남창이 사국인이라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사국인은 기준이 엄격하여,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매력적인 남성들만 골랐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사국인이라 보기엔 애매했다.대부분은 남강인과 사국인의 자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 역시 반쯤은 상국인이었다. 남강은 오랫동안 사국의 지배를 받았고, 겨우 최근 2년에야 독립을 회복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경성에 숨어들어 있었다. 이는 그들의 주인이 사국인 임을 뜻했다.“이들은 모두 사온이 살아 있을 때 상단을 따라 몰래 경성에 들어온 자들입니다. 사온이 그들의 신분을 바꿔 남풍관에 들였고, 남풍관은 그녀의 명을 받고 세워진 곳입니다. 남풍관이 큰돈을 벌고 있기에 사온이 몰락한 후에도 광릉후는 남풍관의 문을 닫으려 하지 않았습니다.”숙청제는 화가 치밀어 오름과 동시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소문에 의하면 광릉후 향봉천도 남색을 좋아한다고 하더구나. 그가 남풍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26화

    “황후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텐데요. 예전엔 아주 총명했습니다.” 태후는 밥상에서 일어나 단목 원형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배가 부르니 편안했다. “똑똑한 사람이 갑자기 어리석어지는 것은 한복판에 서있어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저 자신의 이익만 보고, 그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요.”“네, 어마마마 말씀이 맞습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태후는 그에게 앉으라 하며 물었다. “지금 여학 모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숙청제가 대답했다. “저는 아주 좋은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백성들이 자신과 권력자들 간에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느낄 것이고, 민심도 많이 좋아질 것입니다.”그는 당연히 큰 틀에서 생각했고, 여자 백성들의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그럼 세상의 학자들이 이것으로 인해 반발하지 않을까요?” 태후가 또 물었다.숙청제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어떤 학자들은 애초에 신경도 쓰지 않거나, 여자들은 총명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장난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자들은 여자들도 총명하여 읽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어서 심지어 이 일을 지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여자들은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이 반발하면 시험 자격이 취소될 터인데, 몇몇 세상에 화를 품고 있는 자들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자신의 앞길을 걸고 도박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태후는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렇게 간단한 도리였다면, 황후가 어떻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애씨 가문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그것도 결국 애씨 가문을 바보 취급 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숙청제의 얼굴을 더욱 엄숙해졌다. 어머니가 이렇게 단호하게 누군가를 논한 적이 없었다. 특히 황후에게는 항상 어느 정도 배려를 해왔다.숙청제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황후가 여학을 건드려 다른 사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25화

    궁문이 열리자, 오 대반은 급히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란주 상궁은 급히 들어가 황후를 부축해 일으켰다.“마마 손에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란주 상궁은 급히 손수건으로 피를 닦으며 궁녀들을 불러 상처를 씻기게 했다.제 황후는 온몸에 힘이 없이 의자에 앉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태비를 버리겠다고 하셨어, 폐하께서 태비를 버리겠다고.”“폐하께서 잠시 노하셔서 그런 겁니다. 어떻게 태후를 버리시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란주 상궁은 시중을 들던 궁녀들을 나가게 하고, 창백한 얼굴을 한 마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마마께서 태후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늙은 영태비의 일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마마께서 듣지 않으셨습니다.”“나는 이게 뭐가 잘못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 황후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두 일은 잘못하긴 했지만 아주 작은 잘못이고,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란 말이다.”란주 상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태후와 황제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송석석을 어떻게 공격해야 대황자를 위한 것일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하지만 이건 잘못된 길이다.“마마, 반드시 송석석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를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녀는 후궁이 아니잖습니까.” 란주 상궁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북명왕은 그녀의 말을 잘 따르니, 만약 그녀를 끌어들인다면 북명왕도 자연스레 대황자의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하지만 폐하께서 항상 북명왕을 경계하시는데, 내가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건 황자께 더욱 해가 되지 않겠는가?”“마마님, 계속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시고, 흘러가는 것에 맞추시어야 합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북명왕을 중용하시고, 비록 형제간에 갈등이 있지만 국사 방면에서는 그를 의지하고 계십니다. 북명왕과 왕비의 능력이 뛰어나니, 그들 부부가 폐하께 가장 좋은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황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게 내가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야. 난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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