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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2 19:00:00
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놀리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가 아직은 연인이 아니고 또 차우미가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온이샘이 차우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너무 무례하지 않았다.

유리가 먼저 침묵을 깨자, 화동이가 이어서 말했다.

“우미 씨, 이샘 씨, 저의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화동의 겸손한 한마디에 온이샘이 서둘러 말했다.

“아니에요. 화동 씨 요리 너무 맛있어요. 청주와 노주 그리고 안평 요리까지 모두 너무 맛있어요. 저 지금 엄청 많이 먹고 있어요.”

말하면서 온이샘은 젓가락을 들고 요리와 함께 밥그릇의 맨 위에 놓인 차우미한테서 가져온 밥을 먹었다.

차우미는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다가 온이샘이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먹었다.

그렇게 분위기는 금방 돌아왔고 모두 즐겁게 식사했다.

오후 1시가 거의 될 때쯤 모두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지나서 화동과 주관규가 일어나서 식탁을 정리하자, 차우미와 온이샘도 일어나서 도와주었다.

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여러 명이 움직이자, 식탁은 금방 정리되었다.

설겆이까지 다 끝나고 온이샘이 시계를 보았는데 1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우리 오늘 안평으로 가야 해서 오래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 다시 모이자.”

유리는 두 사람이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너 일도 잘하고 책임감 있는 바쁜 사람인 거 알아. 우미 씨도 바쁜 것 같으니 잡지 않을게. 우리 서로 연락 방법을 남겨서 나중에 또 연락하자.”

“그래. 교통도 편리하니 모두 시간이 될 때 또 만나자.”

유리는 역시 소탈하고 통쾌했다.

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이어서 그들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차우미도 유리의 전화번호와 카톡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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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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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온이샘과 같이 삼륜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바로 차에 타고 도로로 나왔다.그때 차에서 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자기의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여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면 2시가 될 거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하고 차 키까지 맡기면 아마 2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3시 넘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차우미는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했다.온이샘은 운전하면서 가끔 그녀를 살펴봤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심각하지는 않고 무언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기도 함께 안평으로 가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온이샘은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가 자기도 안평으로 함께 가려는 것을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다.온이샘은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상준만 차우미 옆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온이샘은 방해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이번에 청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잘 생각해야 했다.두 사람은 호텔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1시가 넘어서 교통 체증이 조금 있었지만, 아침 정도는 아니어서 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1시 47분으로 차우미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슷했다.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나의 짐은 준비를 다 했으니 이제 방에 돌아가서 한 번 살펴보고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러니 선배도 이제 돌아가서 정리하고 우리 공항에서 만나.”온이샘이 그녀와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기에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자기의 상황을 얘기했다.어차피 같은 비행기로,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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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시원하던 공기가 차 문이 열리면서 더운 공기가 들어가 얽혀서 시원하지도 덥지도 않았다.열린 차 문 앞에 서 있는 온이샘은 시원하고 더운 공기가 어울린 공기를 마시며 어느새 주변의 번잡한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차우미가 자기와 함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여전히 냉정한 모습 그대로였다.온이샘이 먼저 몸을 약간 숙이고 말했다.“상준 씨, 안녕하세요. 우미가 그러는 데 두 사람 오늘 6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안평으로 간다면서요. 저도 마침 청주에서의 일이 끝나서 똑같은 항공편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 차로 같이 공항으로 이동해도 되죠?”온이샘은 마치 서로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평소와 같은 담담한 말투로 나성준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손가락으로 서류를 넘겨보고 있다가 온이샘의 예의를 갖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차 안의 기온이 급하강 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는데 길거리의 자동차 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나상준의 서류를 넘기던 손가락도 온이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멈추었다.그 순간 나상준과 온이샘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 외의 세계로 나누어진 것 같았다.온이샘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줄곧 차 안에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기에 그의 변화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순간 나상준으로부터 몰려오는 압박감은 주변을 감히 꼼짝하지 못하게 침묵에 빠뜨렸다.하지만 온이샘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평온하게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온이샘은 나상준이 동의하든, 안 하든 모두 받아들일 것이다.잠시 멈췄던 시간이 나상준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 회복되었다.나상준은 고개를 들어 차 밖에서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그렇게 하세요.”온이샘도 대답했다.“고마워요.”차우미는 온이샘의 뒤에서 따라 나왔기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그 때문에 온이샘에게 하려던 말을 못 했다.

  • 봄날   제918화

    차우미가 직원에게 말했다.“잠깐만요.”“네.”차우미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고 옆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사실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온이샘의 시선은 그녀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줄곧 주시했다.온이샘의 키가 크고 각도와 시력이 좋았기에 그는 차우미 휴대폰에 뜬 이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나상준이었다.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온이샘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줄도 모르고 전화 온 사람이 나상준인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가서 받았다.“여보세요.”“어디야?”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차우미는 호텔 밖의 차들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차가 보이지 않자,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지금 호텔 로비에 있어. 체크아웃 수속을 금방 마쳤어.”“그럼, 나와.”“뭐라고?”뚜뚜...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반대편에서 전화를 끊은 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번 밖에 있는 차들을 둘러봤는데 그때 검은 벤츠가 가까이 와서 호텔 문 앞에 주차했다.차우미의 눈에는 충격과 불확실이 가득했다.‘벌써 왔다고?’처음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일이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을 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차 키가 그녀에게 있어서 그럴 것 같다고 추측은 했었지만, 그냥 추측일 뿐 나상준의 성격상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부정했었다.나상준은 원래도 바쁜 사람인데 주말 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기에 오늘은 엄청나게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연락했을 때는 비록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은 예전 습관대로 서두르지 않고 출발 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공항 도착할 것이다.조금 전에 나상준의 전화가 들어올 때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물어볼 뿐이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

  • 봄날   제917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차우미는 안평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얘기할 시간을 찾으려고 했다.오늘 밤 안평으로 가기 위해 나상준도 공항에 올 것이고 그날 밤 레스토랑에서처럼 온이샘이 나상준을 보면 온이샘도 마음속으로 더 신중하게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한번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일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결론을 내릴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나상준이 온이샘과 자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우미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이혼했기에 그녀의 삶은 당연히 결혼했을 때와 달라질 것이다.때문에 차우미는 나상준이 오해를 하든, 화를 내든 자기의 삶을 충실히 계속할 것이다.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차우미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차우미가 먼저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온이샘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방금 차우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온이샘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차우미의 방에 도착했고 온이샘이 방에 있는 캐리어를 보며 물었다.“캐리어가 하나야?”말하면서 그는 주동적으로 캐리어를 들었다.차우미는 회성의 특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사전에 산 것들은 이미 택배로 보냈기에 올 때의 짐 그대로 돌아가면 되었다.다만 온이샘이 그녀에게 옷을 가져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차우미는 옷장에서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고 누락된 것이 있는지 한 번 더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여행용 작은 가방이 하나 더 있어.”온이샘은 캐리어를 들고 또 차우미 손에서 여행 가방까지 가져갔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무심코 마주치는 순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풀었고 온이샘은 여행 가방을 꽉 잡아서 캐리어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차우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선배, 괜찮아. 여행 가방은 내가 들게.”말을 마친 차우미가 가방을 잡으려고 하자 온이샘은 곧바로 캐리어와

  • 봄날   제916화

    차우미는 온이샘과 같이 삼륜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바로 차에 타고 도로로 나왔다.그때 차에서 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자기의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여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면 2시가 될 거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하고 차 키까지 맡기면 아마 2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3시 넘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차우미는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했다.온이샘은 운전하면서 가끔 그녀를 살펴봤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심각하지는 않고 무언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기도 함께 안평으로 가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온이샘은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가 자기도 안평으로 함께 가려는 것을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다.온이샘은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상준만 차우미 옆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온이샘은 방해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이번에 청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잘 생각해야 했다.두 사람은 호텔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1시가 넘어서 교통 체증이 조금 있었지만, 아침 정도는 아니어서 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1시 47분으로 차우미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슷했다.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나의 짐은 준비를 다 했으니 이제 방에 돌아가서 한 번 살펴보고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러니 선배도 이제 돌아가서 정리하고 우리 공항에서 만나.”온이샘이 그녀와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기에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자기의 상황을 얘기했다.어차피 같은 비행기로,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 봄날   제915화

    이 고양이는 특별히 귀한 품종이 아니고 아주 평범한 고양이다.이혜정은 식사하고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 하루 박영자와 이혜정은 함께 산책하다가 숲에서 아주 약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이혜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숲속을 바라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주 작은 고양이가 이혜정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이혜정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걸 알고 있다는 듯 이혜정의 발 옆에 와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이혜정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습관이 없는데 어릴 때 가문이 망했을 때도 그녀의 생활은 여전히 평범하지 않았고 아가씨로 불리고 집에 가정부도 있었다.하지만 아주 어릴 때 누군가 아주 진귀한 페르시아고양이를 선물했었는데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하다가 죽었다. 그때 이혜정는 오랫동안 슬퍼했고 그 뒤로 다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다.이혜정은 더 이상 이별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그때 가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페르시아고양이가 죽은 다음 가문이 더욱 힘들게 되면서 심지어 자기를 진심으로 대해줄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게 되었다.그리하여 이혜정은 결국 그때 보따리 장사를 하던 나동석과 결혼하게 되었다.그렇다고 무작위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나동석의 근면 성실하고 착하고 노력하는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다.결혼 후 두 사람은 많은 풍파를 함께 겪으면서 인생의 굴곡을 모두 체험했다.그런 상황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조건도, 여유도 없었다.때문에 어린 고양이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순간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라 이혜정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키우게 되었다.그런데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혜정은 힘들 때 나씨 가문을 도와주었던 차우미의 할아버지를 찾게 되었다.그 이후에는 나상준과 차우미의 결혼으로 서로 사돈을 맺게 되었다.고양이는 재미있게 놀다가 힘들었는지 그 자리에 엎드려 꼬리를 흔들며 물고기들이 헤엄치

  • 봄날   제914화

    봄이 지나고 여름이 한창이기에 산과 나무들은 무성하고 푸르다.숲속에서는 매미가 울고 나뭇가지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며 나뭇잎들은 바람에 사르륵 소리를 냈다. 이 모든 것은 여름날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었고 여름날의 풍경을 그대로 표현했다.별장은 푸른 산과 맑은 물을 중심으로 숲 아래에 있는데 봄이 가면서 추위가 사라지고 그윽하고 고요한 여름을 맞이했다.검은색 벤츠가 별장 문 앞에 있었는데 나상준이 거실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차는 곧바로 별장을 떠났고 박영자는 청석으로 포장된 바닥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뒷마당의 연못 옆에 있는 정자로 갔다.박영자는 돌 벤치에 앉아 대나무로 엮은 공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를 앉고 있는 노인의 옆에 가서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은 출발하셨어요.”이혜정은 주먹만큼 크기의 공은 한 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술 장식들이 있었고 공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흔들렸다.술 장식이 움직일 때마다 노란 고양이가 몸을 일으키며 잡으려고 했고 잡지 못하면 다급해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이와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했는데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듯 귀를 잡는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이혜정은 평소 잘 웃지 않았는데 후손들을 만나거나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을 볼 때만 주름을 자랑하며 미소를 보여주었다.박영자의 말을 듣고 이혜정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혜정의 대답을 들은 박영자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이혜정의 뒤에서 부채질했다.이혜정은 공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고양이를 놀리다가 가끔은 고양이가 잡을 수 있게 행동을 멈추기도 했다.그녀가 공을 멈추고 높이를 낮추면 고양이는 누워서 뒹굴며 놀았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지면 그녀는 또 공을 뺏었는데 그때마다 혼란스러워하는 고양이의 표정을 보고 이혜정은 크게 웃었다.박영자는 이혜정의 웃음소리와 표정을 보다가 또 멍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따라서 웃었다.이혜정은 고생을 많이 했는

  • 봄날   제913화

    “이샘이는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지만 유독 여자애들과는 언제나 거리를 두었어. 다른 남자애들은 사춘기 때 짝사랑도 하고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이샘이는 공부 외에 아무 데도 관심이 없고 항상 품행과 학업이 모두 뛰어났어. 그래서 그때 우리 반의 여학생들은 거의 모두 이샘이를 짝사랑 했었거든.”유리의 말을 듣고 화동이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당신도 좋아했어?”유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당연하지. 그때 짝사랑 안 해본 사람이 없을걸. 게다가 그렇게 우수한 사람을 누군들 싫어하겠어. 그 나이 때는 누구나 짝사랑하는 거야. 사춘기의 소녀가 같은 반에 공부도 잘하고 가문도 좋고 잘생긴 남자가 있는데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화동은 유리가 흥이 나서 그때 일을 얘기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며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유리는 화동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왜 웃어? 질투 안 해?”화동은 그녀를 끌어안고 고개를 저었다.“안 해.”유리는 화동의 웃고 있는 얼굴을 꼬집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어렸을 때니까 당연히 신과 같은 사람을 좋아하겠지만 크면서 달라지는 거야.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인연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 예전에 친구들이 농담으로 이샘이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끝내 알았어. 만약 이샘이와 우미 씨가 정말 좋은 결과가 있다면 애들한테 자랑해야겠어.”말하면서 유리는 휴대폰을 꺼내서 갤러리를 클릭해서 오전에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찍었던 온이샘과 차우미의 사진을 화동에게 보여주었다.“이거 봐. 두 사람 잘 어울리지.”화동도 사진을 보았다.차우미와 온이샘이 무후문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무후문 위에 있는 깃발을 올려다보고 온이샘은 옆에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었다.화창한 햇빛 아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길거리의 풍경도 오가는 사람들도 모두 생활 중의 여러 가지 색으로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하지만 온이샘에게는 아

  • 봄날   제912화

    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놀리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아직은 연인이 아니고 또 차우미가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온이샘이 차우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에 너무 무례하지 않았다.유리가 먼저 침묵을 깨자, 화동이가 이어서 말했다.“우미 씨, 이샘 씨, 저의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양해해 주세요.”화동의 겸손한 한마디에 온이샘이 서둘러 말했다.“아니에요. 화동 씨 요리 너무 맛있어요. 청주와 노주 그리고 안평 요리까지 모두 너무 맛있어요. 저 지금 엄청 많이 먹고 있어요.”말하면서 온이샘은 젓가락을 들고 요리와 함께 밥그릇의 맨 위에 놓인 차우미한테서 가져온 밥을 먹었다.차우미는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다가 온이샘이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먹었다.그렇게 분위기는 금방 돌아왔고 모두 즐겁게 식사했다.오후 1시가 거의 될 때쯤 모두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지나서 화동과 주관규가 일어나서 식탁을 정리하자, 차우미와 온이샘도 일어나서 도와주었다.유리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여러 명이 움직이자, 식탁은 금방 정리되었다.설겆이까지 다 끝나고 온이샘이 시계를 보았는데 1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우리 오늘 안평으로 가야 해서 오래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 다시 모이자.”유리는 두 사람이 다른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너 일도 잘하고 책임감 있는 바쁜 사람인 거 알아. 우미 씨도 바쁜 것 같으니 잡지 않을게. 우리 서로 연락 방법을 남겨서 나중에 또 연락하자.”“그래. 교통도 편리하니 모두 시간이 될 때 또 만나자.”유리는 역시 소탈하고 통쾌했다.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러자.”이어서 그들은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차우미도 유리의 전화번호와 카톡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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