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온이샘과 같이 삼륜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바로 차에 타고 도로로 나왔다.그때 차에서 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자기의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여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면 2시가 될 거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하고 차 키까지 맡기면 아마 2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3시 넘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차우미는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했다.온이샘은 운전하면서 가끔 그녀를 살펴봤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심각하지는 않고 무언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기도 함께 안평으로 가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온이샘은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가 자기도 안평으로 함께 가려는 것을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다.온이샘은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상준만 차우미 옆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온이샘은 방해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이번에 청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잘 생각해야 했다.두 사람은 호텔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1시가 넘어서 교통 체증이 조금 있었지만, 아침 정도는 아니어서 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1시 47분으로 차우미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슷했다.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나의 짐은 준비를 다 했으니 이제 방에 돌아가서 한 번 살펴보고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러니 선배도 이제 돌아가서 정리하고 우리 공항에서 만나.”온이샘이 그녀와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기에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자기의 상황을 얘기했다.어차피 같은 비행기로,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차우미는 안평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얘기할 시간을 찾으려고 했다.오늘 밤 안평으로 가기 위해 나상준도 공항에 올 것이고 그날 밤 레스토랑에서처럼 온이샘이 나상준을 보면 온이샘도 마음속으로 더 신중하게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한번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일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결론을 내릴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나상준이 온이샘과 자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우미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이혼했기에 그녀의 삶은 당연히 결혼했을 때와 달라질 것이다.때문에 차우미는 나상준이 오해를 하든, 화를 내든 자기의 삶을 충실히 계속할 것이다.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차우미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차우미가 먼저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온이샘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방금 차우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온이샘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차우미의 방에 도착했고 온이샘이 방에 있는 캐리어를 보며 물었다.“캐리어가 하나야?”말하면서 그는 주동적으로 캐리어를 들었다.차우미는 회성의 특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사전에 산 것들은 이미 택배로 보냈기에 올 때의 짐 그대로 돌아가면 되었다.다만 온이샘이 그녀에게 옷을 가져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차우미는 옷장에서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고 누락된 것이 있는지 한 번 더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여행용 작은 가방이 하나 더 있어.”온이샘은 캐리어를 들고 또 차우미 손에서 여행 가방까지 가져갔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무심코 마주치는 순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풀었고 온이샘은 여행 가방을 꽉 잡아서 캐리어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차우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선배, 괜찮아. 여행 가방은 내가 들게.”말을 마친 차우미가 가방을 잡으려고 하자 온이샘은 곧바로 캐리어와
차우미가 직원에게 말했다.“잠깐만요.”“네.”차우미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고 옆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사실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온이샘의 시선은 그녀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줄곧 주시했다.온이샘의 키가 크고 각도와 시력이 좋았기에 그는 차우미 휴대폰에 뜬 이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나상준이었다.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온이샘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줄도 모르고 전화 온 사람이 나상준인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가서 받았다.“여보세요.”“어디야?”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차우미는 호텔 밖의 차들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차가 보이지 않자,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지금 호텔 로비에 있어. 체크아웃 수속을 금방 마쳤어.”“그럼, 나와.”“뭐라고?”뚜뚜...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반대편에서 전화를 끊은 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번 밖에 있는 차들을 둘러봤는데 그때 검은 벤츠가 가까이 와서 호텔 문 앞에 주차했다.차우미의 눈에는 충격과 불확실이 가득했다.‘벌써 왔다고?’처음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일이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을 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차 키가 그녀에게 있어서 그럴 것 같다고 추측은 했었지만, 그냥 추측일 뿐 나상준의 성격상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부정했었다.나상준은 원래도 바쁜 사람인데 주말 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기에 오늘은 엄청나게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연락했을 때는 비록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은 예전 습관대로 서두르지 않고 출발 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공항 도착할 것이다.조금 전에 나상준의 전화가 들어올 때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물어볼 뿐이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
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시원하던 공기가 차 문이 열리면서 더운 공기가 들어가 얽혀서 시원하지도 덥지도 않았다.열린 차 문 앞에 서 있는 온이샘은 시원하고 더운 공기가 어울린 공기를 마시며 어느새 주변의 번잡한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차우미가 자기와 함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여전히 냉정한 모습 그대로였다.온이샘이 먼저 몸을 약간 숙이고 말했다.“상준 씨, 안녕하세요. 우미가 그러는 데 두 사람 오늘 6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안평으로 간다면서요. 저도 마침 청주에서의 일이 끝나서 똑같은 항공편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 차로 같이 공항으로 이동해도 되죠?”온이샘은 마치 서로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평소와 같은 담담한 말투로 나성준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손가락으로 서류를 넘겨보고 있다가 온이샘의 예의를 갖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차 안의 기온이 급하강 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는데 길거리의 자동차 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나상준의 서류를 넘기던 손가락도 온이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멈추었다.그 순간 나상준과 온이샘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 외의 세계로 나누어진 것 같았다.온이샘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줄곧 차 안에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기에 그의 변화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순간 나상준으로부터 몰려오는 압박감은 주변을 감히 꼼짝하지 못하게 침묵에 빠뜨렸다.하지만 온이샘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평온하게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온이샘은 나상준이 동의하든, 안 하든 모두 받아들일 것이다.잠시 멈췄던 시간이 나상준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 회복되었다.나상준은 고개를 들어 차 밖에서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그렇게 하세요.”온이샘도 대답했다.“고마워요.”차우미는 온이샘의 뒤에서 따라 나왔기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그 때문에 온이샘에게 하려던 말을 못 했다.
진서원은 캐리어와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뚜껑을 닫았다. 그는 자기가 할 일을 다 하고 나서야 세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진서원은 온이샘을 보다가 또 그의 뒤에 서 있는 차우미를 보고 그다음 차 안에 있는 사람을 보다가 차우미 옆으로 가서 손짓했다.“사모님, 차에 타세요.”차우미는 왠지 나상준이 무슨 안 좋은 일을 벌일 것 같아 불안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또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상준이 현재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일들을 겪었기에 그의 판단력 역시 현명하고 날카로울 것이다.예전에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오해했지만 분명 그후에 충분한 조사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처럼 침착할 수가 없다.나상준은 사람들에서 쉽게 휘둘리지 않을뿐더러 그 어떤 일도 쉽게 이성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한다.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바로 진짜 나상준이다.진서원의 말에 차우미는 머릿속의 생각들을 뿌리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리고 온이샘을 봤는데 그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표정에서 차우미는 이해와 따뜻함을 느꼈다.“타.”온이샘은 마치 진서원이 조금 전에 차우미에 대한 호칭을 듣지 못한 척, 진서원이 차우미를 향해 뻗은 손도 보지 못한 척하며 차우미에게 말했다.온이샘은 꿋꿋하게 다른 것에는 모두 관심을 끄고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만 했다.차우미는 정서적으로 너무 안정적인 온이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응.”온이샘은 몸을 비켜서더니 차우미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차 문을 닫아주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진서원은 그의 행동을 보고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운전석으로 올라탔다.이어서 차가 출발했는데 호텔 내부에 있던 분수대를 한 바퀴 돌아 도로로 나갔다.비록 호텔 문앞에서 잠깐의 지체가 있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발하자마자 차우미는 시간부터 확인했는데 그녀가 초반에 계획했던 대로 2시가 조금 넘었다.지금
차우미의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은 친구에 대한 걱정이었는데 조금은 건성으로 보였다.나상준은 단 한 글자도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하지만 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차우미가 봤을 때 나상준의 기분이 엉망인 것 같았다.온이샘이 차우미와 같이 있었고 심지어 한 차에 탔기에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나씨 가문은 청주에서 뿌리가 깊다고 하지만 맨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나씨 가문의 가장인 이혜정은 절대 맨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국내에는 나씨 가문의 이혜정처럼 지혜를 감추고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 가문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나씨 가문도, 온씨 가문도 그들 중 하나였다.처음에 차우미는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을 몰랐다.나상준과 결혼한 3년 동안 나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그녀는 예의를 갖춰 비즈니스도 해야 했는데 그때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이 사업상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로 왕래가 있어서 낯선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예를 들어 필요한 장소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필요한 대화를 하는 사이였다.나상준은 초반에 온씨 가문을 알고 있었을 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온이샘과 차우미를 오해하면서 온씨 가문에 대해 알아봤을 것이다.대부분 상황에 대해 요해 했기에 필요한 예의는 갖춰야 했다.때문에 온이샘이 조금 전에 정중하게 물어봤을 때 나상준도 부드럽게 대답했을 것이다.온이샘은 분명 의도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는 사이이고 또 마침 같은 시간에 안평으로 가는 길이니 함께 가자고 했을 것이다.나상준 역시 예전의 오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고 예의를 갖춘 것이다.이 모든 것은 겉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었지만 서로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현재 상황을
“점심은 먹었어?”진서원은 차를 아주 부드럽고 편안하게 운전했지만, 핸들을 잡은 그의 손은 차 안의 분위기 때문에 긴장 상태였다.진서원도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지 운전하는 내내 신경을 세우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봐 걱정했다.이런 느낌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처음이었기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전하려고 노력했다.그런데 조금 전에 뒷좌석에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더니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 끈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백미러로 차우미 옆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나상준은 깊은 밤과 같이 바람도 비도 없이 너무 조용했는데 조금 전의 나상준과 너무 달랐다.마치 오랫동안 쌓였던 구름이 폭풍우를 준비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았다.그 순간, 언제 그랬는지 싶었다.진서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핸들을 꼭 잡고 더 안정적으로 운전했다.파도는 잔잔할수록 더 무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차우미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상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녀는 나상준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 줄을 몰랐기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곧 알아챘다. 현재 시각은 2시가 넘었고 그녀는 당연히 식사했지만, 나상준은 아마 바빠서 점심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 같았다.차우미가 물었다. “나는 먹었어. 상준 씨는 먹었어?”차우미의 대답을 듣고 진서원이 무의식적으로 백미러로 다시 나상준을 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관심에 대답했다.“안 먹었어.”“...”진서원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나상준이 어찌나 놀랍고, 충격이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뒷좌석을 보지 않았다.차우미는 예상은 했지만, 나상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멈칫했다.“그래? 지금 2시가 넘어서 공항에 도착하면 3시가 넘을 거고 비행기 출발이 6시 5분이니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할 시간이 될 거야."차우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녀는 사실 나상준이 왜 이렇게 빨리 왔는지 궁금했다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욱더 조용해진 것 같았다.나상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차우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비록 부드럽지만, 거리감이 느껴졌고 아무도 그녀의 마음속에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차우미의 명랑한 눈을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푸른 산 아래 호수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이고 맑았다.나상준은 그렇게 그녀의 얼굴과 눈매를 조용히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온이샘은 그동안 백미러로 줄곧 뒷좌석을 보고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 태도는 물론이고 나상준의 기분, 정서, 마음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오후의 태양은 매우 강해서 거리에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차들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다란 용처럼 청주시를 둘러쌌다.진서원은 아무 말 없이 운전에만 신경을 썼는데 균등한 속도로 앞 차량과 언제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차 안에는 에어컨을 줄곧 켜고 있었기에 밖은 더워도 안은 조금 추운 것 같았는데 어찌 보면 적막한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진서원은 가끔 백미러로 나상준과 차우미도 보고 또 옆에 있는 온이샘도 바라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러다가 또 시선을 거두고 앞에 거리 상황을 보며 각별히 집중했다.그는 차 안의 분위기가 폭풍전야 같았다.나상준은 오랫동안 차우미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않자, 시선을 돌려 앞 좌석에서 백미러로 줄곧 뒷좌석을 보고 있는 온이샘을 보았다.백미러에는 그도 있고 차우미가 있고 또 온이샘도 있었다.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는데 온이샘은 살짝 흠칫하고는 백미러로 계속 나상준을 보았는데 그의 눈은 깊고 날카롭고 위압적이며 강렬했다.온이샘은 피하지도, 움찔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나상준을 마주 보다가 한참 지나자, 시선을 돌려 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모든 것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웠다.나상준은 온이샘이 시선을 돌리자,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더니 눈을 감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지만 마치 보지 못한 듯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그 뒤로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