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위험하다고 느낀 차우미는 가슴이 심란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뒷걸음질 치려 했다. 그래서 아까처럼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이건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다.차우미가 멀어지려 할 때 나상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내가 출장 가기 전에 우리 한 방에 있지 않았어?”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즉시 고개를 들고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나상준의 물음은 마치 아이가 예전에는 사탕이 있었는데 왜 지금은 사탕이 없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진실한 대답을 말이다..차우미는 멍해졌다.이 말은 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그가 말한 그 두 마디 질문도 그가 말한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이건 사실이었다.차우미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눈을 내리깔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대답이 듣고 싶어 집착하는 아이처럼 말이다.간단했다.그는 성인이 아니었다. 남녀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약혼녀가 있으면 다른 여자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그는 이런 것조차도 몰랐다.나상준은 예전에는 괜찮았던 일들이 왜 지금은 안 되는지 모르는 듯했다.차우미는 그런 나상준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마음속의 불안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특히 그가 호흡할 때마다 풍기는 짙은 술 냄새를 맡으며 차우미는 속으로 그가 취했다고 생각했다.맞다, 그는 취했다.그렇지 않다면 나상준은 이렇게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술에 취하면 어떤 모습인지 몰랐었다.하지만 그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었던 그녀는 그의 숨결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듯했다.그래서 그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내뱉었던 것이다.술에 취한 사람이 평소와 다른 것처럼 나상준도 달랐다.이 순간 차우미의 마음이
차우미는 굳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거의 취한 적이 없었고 취했다고 해도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술주정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여가현은 술에 취하면 미친 사람이 되어 가만히 있지 못했다.그녀는 나상준처럼 술에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하면서 할 일과 할 말을 다 하며 평상시와는 거의 다른 점이 없이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그녀는 이렇게 늦은 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차우미는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내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대처를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따가 더 비정상이 되면 골치 아플 게 뻔했다.곰곰이 생각하던 차우미는 자신이 여기를 떠나기로 했다.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게 방을 정리한 뒤 그에게 내려주려 했다.하지만 차우미가 몇 걸음 걸자마자 욕실에서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무거운 목소리가 쏴 하는 물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을 바라봤지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아는 것처럼 그녀에게 가지 말라고 말한 거였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녀를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 그녀더러 계속 여기에 있으라는 말인가?그는 그들이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한가?이렇게 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기 쉬웠다. 그리고 그와 주혜민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고 그와 그녀의 명성에도 좋지 않았다.원래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차우미는 그가 술에 취했더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가 뭔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바라봤다. 뜨거운 열기에 뿌옇게 변해버린 유리 때문에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상준, 난 원래 오늘 너에게 할 말이
차우미는 갑자기 긴장되었다.그의 이런 눈빛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그와 눈을 마주친 차우미는 매우 무서웠다.그녀는 입을 벌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왜냐하면 그의 검은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그의 눈빛에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무서웠다.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돌아서서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이때,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누군가 칼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나상준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등지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묶여 있는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차우미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거세게 뛰었다. 전례 없는 위험에 빠진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뒤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걸음은 평상시와는 달랐다. 발자국 소리가 아주 무거웠고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터벅, 터벅...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얼굴도 하얗게 질린 채 당황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취했다고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그녀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었다.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도망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는 순식간에 차갑고 딱딱하며 축축한 한기가 가득한 그의 가슴에 안기게 됐다. 차우미는 몸이 빳빳이 굳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올렸다. 그녀는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머리가 하얘졌고 몸도 완전히 굳어버렸다.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태껏 본 적
그들은 낮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낮에 이야기하자 하지 않고 밤에 이야기하자고 한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녀를 보며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로 그와 더 가까워졌고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그가 입을 열었다.“알려줘, 차우미.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나상준이 갑작스럽게 힘을 주자 차우미는 몸이 그에게 완전히 밀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몸의 뜨거운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는 마치 불처럼 그녀를 태우려 했다. 특히 뜨거운 열기 속에는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힘 있고 거세게 뛰고 있었다.이 순간 나상준이 무서운 일이라도 할 것 같아 매우 두려웠던 차우미는 그의 셔츠를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말했다.“주혜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주혜민이잖아. 너도 알면서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사람은 핍박을 받아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오히려 다 털어놓는 것 같다.차우미는 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계속 그녀에게 물어보는 걸까? 한 번도 아니고 그녀에게 거듭 물으며 왜 그녀의 입에서 답을 얻으려 했던 걸까?도대체 왜?나상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창백해진 얼굴이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손으로 그의 셔츠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나상준의 눈에서 일렁거리던 어둠이 점차 사라졌다. 차우미의 대답과 함께 그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던 그의 눈빛이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 평온해졌다.어떠한 일렁거림도 없이 해면처럼 평온했다.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였다.마치 조금 전의 무서웠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강하게 나왔던 사람도 그가 아닌 듯했다.“주혜민...”“나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인 걸 몰랐을까?”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눈앞에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나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려줬다.그러나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말은 순식간에 떨어진 돌처럼 차우미의 마음속에 높게 쌓여있던 장벽을 허물었다. 그녀가 3년 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확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실이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뒤집혔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큰 타격을 받은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차우미를 꼭 앉은 채 손을 풀지 않았다.나상준은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마치 그녀가 줄곧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옳은 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 된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차우미는 정말 믿기 힘들었다.그는 말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바라봤다. 젖어 있던 그의 옷의 물기가 그녀의 옷을 적셨고 그와 그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호흡과 심장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 몸의 부드러움도 함께 전해져왔다. 얌전히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시간은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갔다.도시의 차들도 서서히 적어졌고 늦은 밤이 되니 도로에는 차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고요한 밤이 되니 한집 두집 불이 꺼져갔고 도시의 불빛만이 고요한 밤과 방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이 시각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다.그녀는 반응이 느린 사람이었고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급해 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오늘 나상준이 한 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3년 동안 들었던 말들과 주혜민이 병실에 찾아와서 밝혔던 그들 사이도 가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차우미와 주혜민이 동시에 다쳤을 때 나상준은 주혜민을 데리고 떠났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주혜민이라고 행동으로 보여줬었다.그 전의 불확실했던 모든 일이 그 일 하나로 확실해 졌고 분명하게 그의 생각과 그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했다.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나상준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입에서 나온 말은 거짓일 수 있지만 행동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정서가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먼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그의 마음을 대표하는 게 아니겠는가.그는 주혜민을 사랑한다.그가 오늘 밤에 내뱉은 의미심장한 말은 그가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라면 그가 주혜민과 싸웠기 때문에 이런 말을 내뱉은 걸 수도 있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마음이 놓인 차우미는 눈이 점점 맑아지며 이성을 되찾아갔다.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을 꼭 껴안은 채 놓아주지 않은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은 채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문지르고 있었다.순간 차우미는 몸이 굳으며 긴장됐다.아직은 안전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얼른 그를 떠나야 했다.하지만 취한 그에게 강하게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차우미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대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 나상준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무슨 생각해?”나상준은 그녀의 모든 표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당황해하지도 않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이해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나상준의 생각과는 달랐다.깊은 그의 두 눈이 더는 평온하지 않고 위험하게 변했다. 두 눈에 차우미가 무서워하는 어두움이 일렁였다.한눈에 알아본 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이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 이 순간 사라졌
멍해진 차우미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나상준에게서 벗어나서인지 아니면 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낳은 것인지 그녀는 더는 무서워하지 않고 선반형 샤워기 아래에서 뜨거운 물을 맞으며 멍하니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앞에 서서 뜨거운 물을 맞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멍하니 선반형 샤워기 아래에 서서 눈을 뜨고 나무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있었다.그의 눈에 어두움이 일렁였다. 차우미는 그의 얼굴에 무서운 표정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만약 차우미가 눈앞이 잘 보여서 지금 나상준의 눈빛을 보았더라면 무서워서 당장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그녀의 몸을 적시며 그녀의 눈 앞을 가렸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상준도 정상적인 남자였기에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며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난 뒤로 그는 전에 없었던 감정과 마음이 생겨났다.이 순간 그런 감정과 마음이 미친 듯이 생겨나며 언제든지 터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다른 감정이 더 많았다. 그는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믿지 못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그녀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온이쌤을 대하는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부드럽지도 않았고 자상하지도 않았다.그는 질투했다. 미친 듯이 질투가 났다.그는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주먹을 꽉 쥔 모습이 아주 무서웠다. 얼굴도 창백해졌다. 겁에 질린 채 두려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에게서 그녀가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줬다.그녀는 그를 떠나고 싶어했다.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어했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그녀는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상준아, 차우미를 강압적으로 대해서는 안 돼. 차우미에게 강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고. 부드럽게 차우미의 마음에 천천히 들어가야 해. 그래야만 오래갈 수 있어. 오늘 차에서 네가 차우미에게 강하
그러나 그녀는 나상준을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짜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차우미는 그제야 추운 것이 느껴졌다. 차우미는 몸을 흠칫 떨며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옷과 바지가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가 선반형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떠나 차가운 유리에 기대어 있었기에 한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있다간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코끝이 쨍해 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기침을 해댔다.“에취! 에취! 에취!”연속 세 번 기침해댄 차우미는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코를 가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의 여운을 완화했다.얼마 안 가 그녀는 선반형 샤워기로 돌아가 옷을 벗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그녀는 감기에 걸릴까 봐 무서워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감기약을 먹으려 했다.예전에 나상준이 감기에 걸렸을 때 그를 걱정하며 사놓은 약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뒤에 나가서 먹으려 했다.차우미는 재빨리 움직였다.이 시각, 방안.나상준은 떠나가지 않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불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시각 그의 주위의 공기는 무거웠다.이때 차우미의 기침 소리가 밖의 고요함을 깨트렸다.그는 눈을 떴다. 눈에는 무서운 어둠으로 가득했다. 마치 어두운 심연처럼 어떤 위험을 감추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그러나 그 어두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앞에는 그녀가 기침할 때의 창백해진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다가 상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는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엄습해왔다. 옷들이 모두 젖어 있었기에 더욱 추웠다.그는 걸어 나가서 문을 닫았다.차우미는 샤워를 마치고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방은 조용했고 나상준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술을 깬 그가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떠난 거라 생각했다.차우미는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잠옷으로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