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다정은 예전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싼 후 새로운 집으로 가져갔다.강말숙은 그녀를 돕고 싶어 몇 번이나 손을 거들려고 했지만 다정은 완곡히 거절했다.“외할머니, 그냥 쉬셔도 돼요. 제가 하면 돼요.”다정은 외할머니의 몸 상태로 무리했다가 또다시 건강이 악화될까 봐 감히 그녀를 피곤하게 할 수 없었다.고하준과 고하윤은 일찍이 철이 들어 자발적으로 물건을 포장하는 것을 도왔고, 하윤은 작은 몸으로 가방을 등에 매고 낑낑거리며 다정의 뒤를 따라갔다.이미 손에 짐가방을 들고 있던 하준은 하윤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손에 들린 짐을 들어주며 말했다.“내가 할게, 넌 쉬어.”하윤이 숨을 헐떡이며 하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오빠, 괜찮아?”하준은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그녀의 손에 든 물건을 뺏어 들었다.“걱정하지 마, 나 힘세!”쉽지 않더라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뭐가 됐든, 그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사나이였다!……이때 진시목은 계약 건을 가지고 YS그룹으로 달려왔다.“구 비서님, 계약서에 사인받으러 왔습니다. 여 대표님한테 말씀해 주세요.”시목은 여준재를 만나기 전, 구남준에게 향했다.덧붙여 시목은 남준에게 YS그룹의 누구에게도 손해를 주지 않겠다고 공손히 말했다.남준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여 대표님은 지금 회사에 안 계십니다. 오늘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시목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그저 유쾌하게 웃으며 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계약은 다른 날 해도 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뉴스는 지금 삭제해야 하지 않습니까? 여 대표께서는 이미 약속하셨습니다.”그는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고다빈에 대한 불리한 뉴스가 인터넷에 버젓이 떠돌고 있는 것이 그는 매우 불만스러웠다. 동시에 그는 마음속으로 의심했다.‘이미 나랑 협업을 하기로 약속했으면서, 이건 또 뭐 하자는 거야?’남준은 코웃음을 쳤다.“저희는 이미 뉴스를 삭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천만에요. 손만 거들었을 뿐이에요.”이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준재에게 이런 작은 일을 해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곧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어졌고, 고다정은 마음이 복잡해 얼굴빛이 고요했다.준재는 이제서야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리가 안된 물건들이 집 안을 꽉 채웠지만, 아늑한 인테리어는 보기 좋았다.이를 본 다정은 말했다.“여 대표님, 제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집이 좀 어지러워요. 저녁은 다음에 대접할게요.”그녀는 지금의 기분으로는 손님을 대접할 수 없었다.돌아가라는 말을 둘러 말한 걸 알아차린 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이때 고하윤이 달려와 그의 팔을 흔들었다.“멋쟁이 아저씨!”하윤은 힘차게 한마디를 뱉었지만 피곤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준재는 얼굴빛이 희미하게 변했고 눈빛은 약간 어두워졌다.갑작스러운 이사로 인해 다정과 강말숙이 고통받은 만큼 틀림없이 아이들도 고생했을 것이 뻔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하윤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겁내지 마, 다 지나갈 거야.”준재는 무뚝뚝한 성격이 익숙했기 때문에 아이를 위로하고 싶을 때면 늘 이런 말을 했다. 어느새 고하준도 합세해 자신만만하게 작은 고개를 들었다.“아저씨, 전 두렵지 않아요! 제가 다치는 한이 있어도 엄마랑 여동생을 지켜줄 거예요!”그는 그가 말한 대로 행동했다.‘사내대장부는 가족을 보호해야지.’이 말을 들은 다정은 뿌듯함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준재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함이 가득했다.그는 손을 뻗어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하준이는 참 착하구나.”갑자기 칭찬을 받은 하준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준재는 떠났다.그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하준과 하윤은 모처럼 그를 만나 매우 기뻤기에 멋쟁
고다빈은 이 말을 듣고 불안하고 화가 나 얼굴이 창백해지고 붉어졌다.“그게 말이 돼? 꿈도 꾸지 말라고 해!”그녀는 GS그룹의 모든 것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며 통제력을 잃고 소리쳤다.고다정이 왜 그녀와 싸워야 할까? 비열하기 그지없었다.진시목의 얼굴은 냉기가 돌았고 그의 말투는 얼어붙었다.“이 일은 네가 해결할 수 없어. 당장 너희 집으로 가자.”그는 그렇게 말한 뒤 다빈을 쳐다도 보지 않고 돌아서 방을 나갔다.시목은 다정과 타협을 하고 싶다는 걸까? 이제 문제는 그들이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다빈은 복잡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날 밤, 시목은 다빈을 데리고 다빈의 본가로 갔다.“아버님, 고다정이 절 찾아와서 주식과 부동산을 모두 돌려 달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JS그룹의 불리한 증거를 퍼뜨릴 거랍니다.”시목은 고경영이 타협하기를 바라는 듯 불길한 표정으로 말했다.고경영은 한숨을 쉬며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이 물건들도 적은 액수가 아니니, 그는 당연히 다정에게 넘길 의향이 없었다.그러나 이제부터 GS그룹은 여전히 JS그룹에 의지해야 했고, 그들의 명성을 깨뜨릴 수 없다. 고경영은 머뭇거리며 말했다.“JS그룹의 안전을 위해 나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어. 걔한테 집 두 채를 줄게. 그러나 주식은 GS그룹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어 줄 수 없단다. 그 대신 성의 표시로 4억 정도는 줄 수 있어.”‘주식은 결정권이야. GS그룹의 재산은 고다정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돼.’시목은 잠시 생각한 후 고경영의 결정에 상당히 만족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아버님. 그 4억은 제가 낼 수 있어요. 제 성의 표시입니다.”그는 긴장을 풀고 조심스레 다빈을 바라보았다.심여진은 고경영의 옆에 앉았고 다빈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내리깔고 내키지 않은 듯 보였다.그녀들은 GS그룹의 재산이 다정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는 이럴 수밖에 없었기에 그들 중 누구도
그 말을 듣자 고다정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녀는 GS그룹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할 거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함정을 파놓을 줄은 몰랐다! 다정은 비꼬았다.“지금 거지 내쫓으세요?”고경영은 4억이 그녀에게 큰 액수인 줄 알았을까? 고경영은 그녀의 무례함에 매우 불쾌해 눈살을 찌푸렸다.“4억이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어!”그는 노발대발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충고하는데, 내 호의를 무시하지 말거라!”다정은 화가 나서 비웃으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4억? 지난 몇 년 동안 그 주식에 대한 배당금은 수억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 140억 정도예요. 그런데 나한테 고작 4억을 준다고요?”고경영은 정말 그녀를 바보로 생각한 걸까? 그녀의 조롱에 고경영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낮은 어조로 말했다.“네 엄마가 죽은 뒤에 주식은 내 이름으로 귀속됐다. 그런데 내가 이 돈을 주는 건 안 해도 될 배려야. 내가 알려주겠는데, 뭐가 옳고 그른지를 잘 따져보기를 바란다.”다정은 비웃었다.고경영은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이기적으로 어머니가 남기고 간 물건을 자기 것으로 삼고 있었다.그녀는 차갑게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고경영 씨, 내가 참 만만하신가 봐요? 어머니의 재산은 돌아가신 후 내 이름으로 옮겨져야 했어요! 당신은 불법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세요?”그녀의 차가운 시선은 모든 사람에게 향했다.고경영, 고다빈, 진시목, 그리고 참석하지 않은 심여진.그들 중 한 명은 어머니가 물려준 재산을 삼키려고 하는데, 이는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옆에 있던 김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법률에 따르면 그 지분은 틀림없이 고다정 씨의 것입니다.”시목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정을 향해 다소 짜증을 내며 말했다.“넌 이 일을 증명할 증거도 없어.”강수지는 죽었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그녀의 유언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다정은 시목을 흘끗 쳐다보며 그가 얼마나 유치
김지원은 고경영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래서 고 선생님, 주택 소유권을 양도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그는 고경영을 지혜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김지원은 오랜 세월 업계에 몸담아 오며 엄격함과 합리성이 뛰어났다.고경영은 두 손을 엇갈린 채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김지원은 그의 반응을 본 뒤 대답했다.“좋습니다.”부동산 증명서를 다시 확인해 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능숙하게 계약서 두 장을 작성하고 서명한 후 그중 하나를 내밀었다.고다빈과 진시목의 시선 아래 고경영은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김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경영에게 예의 바르게 악수를 신청하고는 말했다.“부동산 증명서는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새 부동산 증명서는 신청 후, 고다정 씨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고경영은 침울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카페를 떠난 김지원은YS그룹으로 돌아갔다.그는 곧장 준재의 사무실로 갔다.준재는 그를 등지고 서있었지만 분명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일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준재는 눈을 감고 그에게 물었다.김지원은 말했다.“고경영 씨가 두 채를 고다정 씨에게 양도하기로 합의했고 이미 처리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주식 지분을 포기하지 않으셔서 이 문제는 고다정 씨가 처리하기로 했습니다.”준재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몸을 돌려 분부를 내렸다.“나중에 당신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고다정 씨에게 전적으로 협력하여 가능한 한 그녀를 위해 최선의 권리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김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명령을 받았다.“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이때 시목과 다빈, 고경영도 집으로 돌아왔다.세 사람은 어두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시목과 고경영은 침묵하며 다정이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다빈은 다소 의심스럽게 물었다.“고다정 뒤에 있는 그 외할머니, 그 사람한테 정말 증거가 있는 거야? 만약 정말 증거가 있었다면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을까? 아마
고다정은 가볍게 웃으며 상대방을 달랬다.“당연히 알지. 평소에는 너무 바쁘지 않아?”그녀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너무 바빠서 옛 친구들과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상대방은 인정하지 않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그만해, 이 양심도 없는 사람아. 실종된 것처럼 사라져 놓고는 이제야 연락하네, 이제야 내가 생각났나 봐?]다정이 머쓱하게 코를 만지작거렸다.그녀는 그 사람의 말속에 뼈가 있다는 걸 알아 더욱 마음이 아팠다.요 몇 년 동안 그는 다정을 적지 않게 걱정했었다.다정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만날까?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이 말 속에는 그의 비위를 맞추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그의 마음 속의 원망은 좀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상대방은 달갑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언제?]다정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오늘 오후 2시, 전에 만났던 커피숍에서 만나.”그곳은 그들의 오래된 아지트였고,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이기도 했다.“어쩔 수 없이 나가는 거야.”상대방은 승낙했다.다정은 변함없는 그 사람의 행동에 너무 기뻤다.……오후 2시, 다정은 약속대로 도착해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당당하게 커피숍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들어왔을 땐, 이미 한 남자가 다리를 꼬고 잡지를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냉소적인 표정이었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며 그를 훔쳐보았다.곁눈질로 그를 쳐다보는 여학생들의 작은 움직임을 엿본 뒤, 교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들의 마음을 휘저었다.다정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한숨을 쉬며 모든 소녀의 부러운 눈초리 속에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오랜만이야.”그녀가 여유롭게 인사를 하자 상대방은 그녀를 보자마자 잡지를 툭 던졌다.“내 얼굴은 안 까먹었나 봐.”상대방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고다정 씨, 얼른 앉으세요.”다정은 조금도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
여준재는 고다정을 보자 그의 날카로운 눈에서 순간적으로 약간의 놀라움을 나타냈다가 이내 사라졌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녀를 마주친 게 벌써 몇 번째인가? 인연이란 정말 묘한 것이다.그가 막 말을 꺼내려고 할 때, 그녀의 옆에 또 다른 남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준재는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다정의 옆에 선 그 사람은 소탈해 보였고 두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그것을 생각하는 사이에 다정과 육성준은 이미 그의 곁으로 다가와 서 있었다.그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이분은 누구십니까?”다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준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이쪽은 제 소꿉친구예요. 이야기하러 왔어요.”성준은 사슴 같은 눈을 살짝 깜빡이며 부드럽게 준재와 인사를 나눴다.준재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 선생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도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서요.”다정은 옅은 미소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준재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구남준은 계단 모퉁이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올라오는 것을 본 남준은 의미심장하게 성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준재는 의아하게 물었다.“저 사람은 누구야?”준재는 성준을 매우 이상하게 바라봤다.남준은 그를 향해 말했다.“LU그룹의 도련님입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처럼 보여도 꽤 대단하신 분입니다.”준재는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며 아래층으로 시선을 옮겼다.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성준과 다정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처럼 보였다.그의 눈에 성준이 그다지 능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준재는 중얼거렸다.“내가 보기엔 잘 모르겠는데.”남준은 그에게 설명했다.“그는 최근 몇 년 동안 LU그룹의 한 계열사를 인수하여 성장하고 있고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능력은 있어 보입니다.”남준은 다정과 성준의 표정과 대화를 관찰한 뒤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두 분,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준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옆에 서 있던 육성준은 눈이 커지고 혼란스러워 보였다.성준이 들은 그는 무심하기 그지없고 여자와는 가깝게 지내지 않는 여준재가 아니였던가? 다정의 부탁을 들어주다니! 성준은 눈에 담긴 감정을 숨겼다.그는 몸을 기울여 조용히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너 저 사람이랑 뭐 하러 가?”그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가득했다.다정은 눈을 치켜뜨고 대답했다“당분간은 너한테 설명하기 어려워.”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준재를 힐끗 보고 나서, 다시 앞에 있는 성준을 보았다.“다음에 다시 설명해 줄게. 맞다, 내가 오늘 부탁한 건 잘 부탁할게.” 다정은 성준에게 고마움의 눈빛을 보낸 후, 뒤돌아 준재의 뒤를 따라가 떠나버렸다.……차 안.준재는 뒷좌석이 앉아 옆에 있던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입니까?”다정은 경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마왕이를 마지막으로 치료한 지 며칠이 지났어요. 저는 당신과 함께 가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필요하면 침을 다시 맞아야 해요. 겸사겸사 대표님 건강도 좀 보고…….”준재가 보내는 눈빛을 본 다정은 멈칫했다.곧 그녀는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당신이 저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전 당연히 당신을 치료해야 하고 신경을 써야 해요.”“손 이리 줘요.”그녀의 어조에는 확고함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지배력이 있었다.준재는 웃으며 다정에게 손을 주었다.맥박은 부드럽고 균일한 속도로 뛰어 얼마 전에 비해 확실히 많이 좋아졌었다.다정의 긴장된 표정이 훨씬 편안해졌다.확인을 끝낸 그녀는 준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쉬시는 동안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하지만 여 대표님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그것을 치료하는 데는 오랜 과정이 필요해요. 생사가 걸린 문제죠.”다정의 말에 준재는 침묵에 빠졌다. 그의 몸 상태를 그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원래는 죽을 목숨이었기에 이미 뒷일을 각오하고 있었던 그가 그녀를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여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