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호출에 따라 고다정은 일어나 준비하려 했지만, 여준재에 의해 제지당했다.“당신은 그냥 앉아서 움직이지 말아요. 하준이 하윤이 옆에 있어요. 내가 나가서 식자재 정리할게요.”“괜찮아요, 저 이미 충분히 쉬었어요. 오히려 당신이 좀 쉬어야 할 것 같은데요.”고다정은 여준재의 제안을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녀는 이 남자가 그녀의 피로를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 또한 그를 걱정했다.다정은 여준재를 끌어다 자신이 앉았던 곳에 앉혀놓고는, 두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를 잘 감시해. 아빠가 잘 쉬게 해.”“알겠어요, 엄마.”두 아이는 순순히 대답했다.우주 엄마가 고다정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가겠어요. 제 아들 우주는 여 대표님에게 부탁할게요.”여준재는 우주 엄마가 고다정을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거절하지 않았다.한편, 그들을 따라온 한 모녀는 제 자리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여자가 고다정이 떠나는 모습을 보더니, 시선을 돌에 앉아 있는 여준재에게 돌리더니 눈빛을 번뜩였다.몇 분 후, 핑크색 캐주얼을 입은 어린 소녀가 비닐봉지를 들고 여준재에게 다가갔다. “삼촌, 과일 드실래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와 세 아이들이 모두 그쪽을 바라보았다.“넌 누구야, 왜 내 아빠한테 과일을 주려고 해?”하윤이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묻자 작은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순진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삼촌에게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그녀가 말을 마치자, 뒤에 있는 여자가 나서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고, 옷을 정돈하고 웃으며 다가왔다. “제가 제 딸을 시켜 여 대표님에게 과일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먹으면서 놀라고요.”그녀는 항상 아이의 이름을 빌려 자신이 접근하고 싶은 사람에게 접근했고, 매번 성공적이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만난 사람은 여준재였기에 그녀의 실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여준재는 차갑게 거절했다. “필요 없어요. 우리도 이미 갖고 왔어요.”여자는 여준재가 예의를 차리는 것이
해가 지고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아직 어슴푸레한 빛이 남아있는 틈을 이용해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을 모아 하산하기 시작했다.어쩌면 모두 휴식을 원했기 때문인지, 하산할 때는 유난히 협조적이었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마을로 돌아와 각자 민박집으로 돌아갔다.돌아온 후 고다정은 소파에 앉아 움직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었다.그저 나들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피곤할 줄 몰랐다.두 아이는 소파에 지쳐 앉아 있는 엄마를 보고 알아서 다가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우리가 마사지해줄게요.”“엄마는 필요 없어. 너희도 앉아서 좀 쉬어. 엄마가 좀 회복되면 씻으러 가자.”고다정은 지쳤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돌보는 건 원치 않았다.오늘 그녀들이 걸어온 모든 길을 두 아이도 스스로 걸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모자 셋을 바라보며, 여준재는 두 눈 가득 부드러움을 담고 조용히 말했다. “나가서 목욕물을 준비할게요.”목욕을 마치고, 아마도 너무 지쳐서인지, 일가족은 곧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날, 동이 터올 새벽 무렵 닭의 울음소리에 고다정과 여준재가 일찍 깨어났다.회색빛으로 물든 창밖을 보며, 그들은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다만 바로 일어나지는 않고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에서 조금 더 애정을 나누었다.거의 7시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일어나 씻고 옆방에서 자고 있던 두 아이를 깨웠다.어제 공지한 대로, 오늘 아침 8시쯤 태양이 그리 뜨겁지 않을 때 농부 아저씨들을 도와 모내기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곧 일가족은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집합장소에 모였지만 막상 도착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고다정은 이 상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고 앞에 있는 선생님의 표정도 굳어졌다.봄나들이의 목적을 출발 전에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학부모들이 이렇게 협조적이지 않다니, 앞으로 학생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하지만 불만이 있어도 그들은 보이콧한 학부모들을 감히 부를 수는 없
최우주가 고다정 일행 뒤에서 몸을 흔들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다소 뚱뚱한 체형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깊게 파이면서 걷기 더 힘들게 만들었다.지금도 한눈판 사이에 발을 빼내지 못하고, 바로 논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큰 물보라를 일으켰고 얼굴과 머리카락에도 진흙이 묻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두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최우주, 얼굴에 뭐가 묻었어.”“최우주가 얼룩 고양이가 됐어.”최우주는 자신을 놀리는 두 아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삐죽이며 고다정을 쳐다보고 애처롭게 말했다. “이쁜 아줌마~”그 모습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고다정은 두 장난꾸러기의 뒤통수를 가볍게 두드리며 타이르듯 말했다. “다른 사람을 놀리면 안 돼. 너희는 친구잖아. 서로 도와주고 사랑해야 해. 최우주를 일으켜 세워 줘.”“나는 아직 쟤를 친구라고 인정한 적 없어요!”하준이는 코를 찡그리며 반박했지만, 몸은 솔직하게 최우주를 도와주기 위해 나섰다.하윤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행동은 오빠보다 느리지 않았다.고다정은 입과 행동이 다른 두 아이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고 옆에 서 있던 우주 엄마도 잠깐 눈빛을 반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곧 두 아이가 최우주를 일으켜 세웠다.고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는 그들이 손을 잡고 서로를 지탱하며 논에서 일하게 했다.세 아이의 일은 가장 쉬운 것이었는데, 그저 선생님이 나눠준 모종을 부모님들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고다정과 여준재는 처음으로 이런 농사일을 해보았지만, 두 사람 모두 진지한 태도로 임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들의 동작은 꽤나 전문적으로 보였다.잠시 후, 두 사람은 큰 면적의 모종을 심었고, 그 성과에 매우 만족했지만, 몸은 조금 버티기 힘들었다.고다정은 오랜만에 이렇게 무거운 일을 하니 허리가 아팠다.여준재는 그녀가 가끔 허리를 펴고 마사지하는 것을 보고 허리가 아플 것이라 생각하고 걱정했
3일간의 수학여행은 금요일에 막을 내렸다.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데리고 돌아왔고 월요일에 정식으로 수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빌라에서 강말숙은 그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3일 동안 즐거웠니?”“즐거웠어요, 할머니. 우리는 논에서 직접 벼를 심었어요.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올해 하반기에 우리가 직접 심은 쌀을 먹을 수 있다고요.”하준이는 이 3일 동안 있었던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고 하윤이도 옆에서 끼어들더니 열심히 손짓, 발짓 동원해가며 흥분된 듯 이야기했다.잠시 후, 두 아이가 하품하며 졸음을 참기 시작했다.아침 일찍 차를 타고 돌아온 데다 길이 험했던지라 몸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고다정은 이를 보고 도우미들에게 아이들을 방으로 데려가도록 부탁했고 자신은 외할머니와 잠깐 수다를 떨 기회를 얻었다.“집에 별일은 없었어요?”“아무 일도 없었어. 네 예비 시어머니가 너희들이 집에 없다는 걸 알고 며칠 동안 매일 날 보러 왔어. 내일 주말인데, 하준이, 하윤이를 데리고 한번 놀러 가 봐. 두 부부가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강말숙은 이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그녀는 심해영이 외할머니를 돌보러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내일 주말인데, 준이, 윤이를 데리고 이틀 정도 머물러야겠어요. 외할머니도 같이 갈래요?”“나는 안 갈래.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 또 잠 못 이룰까 봐.”강말숙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고다정은 외할머니의 이 습관을 알고 있어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다음날, 주말이 되었다.고다정과 여준재는 두 아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 후, 외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저택으로 향했다.저택에 도착하자, 심해영은 네 명의 가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며 말했다. “너희들 돌아왔구나, 미리 전화해서 준비할 시간을 줬으면 좋았을 텐데.”“무슨 준비를 해야 해요? 우
큰 어르신은 고다정에게 할 말을 다 한 후, 찌푸렸던 얼굴을 펴더니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자애로운 눈빛으로 쌍둥이를 바라보았다.“이건 증조할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사히 잘 크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평안패야. 그러니까 엄마 말을 들을 필요 없어. 알았지?”쌍둥이는 갑자기 받아야 할지 거절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며 고다정을 쳐다보았다.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눈빛에 고다정은 큰 어르신의 고집이 꺾일 것 같지 않아 결국 동의했다.“증조할아버지께서 너희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하니 증조할아버지께 제대로 감사 인사를 올리고 받으렴.”“감사합니다, 증조할아버지. 너무 맘에 들어요.”쌍둥이는 기뻐하며 큰 어르신께 감사 인사를 올렸다.말랑말랑 귀여운 목소리에 큰 어르신은 주름의 골이 더 깊어질 정도로 활짝 웃었다.뒤이어 그는 쌍둥이를 붙잡고 소풍이 어땠는지 물었다.쌍둥이는 싫증 내는 것도 없이 다녀온 얘기를 했고 감격스러운 대목에서는 손발까지 써가며 설명했다.한순간 거실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식사할 때도 유쾌한 분위기는 계속됐다.쌍둥이가 예쁜 말로 살살 녹여주니 여준재 부모님과 할아버지까지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그렇게 함께 지내며 고다정은 점점 여씨 집안사람들과 한집안 식구가 되어갔다.여준재와의 감정도 점점 깊어지고 갈수록 달콤해졌다.이날 고다정이 가족들과 식사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갑자기 울려서 보니 해외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다정아, 나야.”맑고 시원한 여자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고다정은 멍해졌다가 제정신이 돌아온 후 반갑게 인사했다.“스승님!”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놀란 듯한 목소리에 잇달아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엄마, 스승님이세요?”“그래, 스승님한테 인사할래?”고다정이 이렇게 묻자 쌍둥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 저희도 스승님과 통화하고 싶어요.”전화 너머로 이 말을 들은 성시원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휴대폰을 준이와 윤이
5년 전 그녀가 고씨 집안에서 쫓겨났을 때, 스승님이 거둬 주고 재주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고씨 집안의 핍박에 못 이겨 엄마처럼 무너지고 자살했을지도 모른다.스승님이 나타나서 그들 일가의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고다정은 훗날 능력을 갖추면 반드시 스승님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했었다.고다정이 묻지도 않고 선뜻 수락하자 성시원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너 이렇게 쉽게 수락했다가 내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시키면 어떡하려고 그래?”“스승님은 저를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고다정이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이 말에 성시원이 전화기 저편에서 호탕하게 웃자 고다정도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한참 웃고 떠든 후 성시원이 용건을 이야기했다.“내가 부탁할 일은 사실 간단해. 나 대신 해주시에 가서 내 친구가 진행하는 연구개발을 도와주면 돼. 약품 연구를 하는 친구인데, 최근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접목 문제에서 난관에 봉착했나 봐. 네가 이 분야에서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혹시 색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어리둥절해졌다. 스승님이 말하는 부탁이 약품 연구개발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스승님 칭찬을 들으니 기쁘긴 한데 스승님 혹시 잊으셨어요? 제가 얼마 배우지 못했을 때 스승님이 저한테 책 몇 권을 남기며 독학하라 하시고 떠나셨잖아요.이건 친구분한테 억하심정이 있어서 저를 보내 일을 망치려는 게 아닌가요?”“너스레를 그만 떨어. 내가 해외에 있긴 하지만 너에 관한 국내 소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성시원은 농담조로 고다정을 추켜세웠다.“너 운산시에서 이름 있는 신의가 됐다는 거 다 알아.”이 말에 고다정은 멋쩍게 웃으며 코를 만졌다.“신의는 무슨. 사람들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제 능력은 스승님의 절반도 못 따라가요.”“나를 그만 치켜세우고, 방금 얘기한 일은 어떻게 생각해?”성시원이 진지하게 묻자 고다정도 장난기를 빼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스승님 부탁인데 당연히 거절하지 못하죠.
“그래요. 하지만 또 다른 요구 사항이 있어요. 도착한 후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한테 전화해요.”현실만 허락된다면 여준재는 심지어 고다정과 함께 가고 싶은 심정이다.고다정도 남자의 눈빛에서 아쉬운 마음을 읽어내고 달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쌍둥이도 엄마가 여러 날 집을 비울 것임을 의식하고 헤어지기 서운해했다.“엄마, 빨리 돌아와야 해요.”“우린 매일매일 엄마 생각할 거예요.”두 아이의 말랑말랑한 말을 들으며 고다정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그녀가 뭔가 얘기하려고 할 때 쌍둥이가 또 의젓하게 입을 열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일 보세요. 우리가 집을 잘 지키고 있을 거예요.”“맞아요. 아빠도 잘 지킬게요. 나쁜 여자들이 아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컥컥.”깜짝 놀란 고다정은 침을 삼키다 사레가 들렸고, 너무 어이없었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런 말들은 틀림없이 임은미한테서 배웠을 것이다.여준재도 쌍둥이가 이런 것까지 알리라 생각지 못해 어처구니없는 표정이다.“뭐라고? 너희들 눈에는 아빠가 그렇게 미덥지 못한 사람으로 보여?”‘아차, 아빠가 계신 걸 깜박하고 말을 잘못했네.’쌍둥이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는 여준재를 향해 멋쩍게 웃었다.“헤헤, 아빠, 저희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그럼 무슨 뜻인데?”여준재가 끝까지 캐물을 기세를 보이자 쌍둥이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어떻게 앞뒤가 맞게 둘러댈지 고민했다.궁지에 몰린 쌍둥이를 보며 고다정도 사실은 재밌는 구경이 생겼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됐어. 핑계는 그만 생각하고 밥이나 먹어. 학교 늦겠다.”“알았어요, 엄마, 얼른 밥 먹을게요.”쌍둥이는 고다정의 말에 구원됐다 싶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여준재는 우습다는 듯 그들을 힐끗 보고는 고다정에게 곁눈질하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여 다가붙으며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도 날 못 믿어요?”고다정은 잠시 멍해 있다가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그냥 못 믿는다고 생각하세요. 어쨌든
그날 저녁 고다정은 짐을 싼 후 성시원의 친구에게 연락했다.“안녕하세요. 채성휘 씨 맞으시죠?”“맞는데요. 누구시죠?”채성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오자, 고다정은 전화에 대고 자기소개를 했다.“아, 저는 성시원 스승님 소개로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접목 문제에 도움을 주기로 한 사람인데요. 고다정이라고 합니다.”“고다정 씨였군요. 알고 있습니다. 벌써 오신 건가요?”채성휘가 반가워하며 묻자 고다정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내일 출발하려고요. 시간을 확정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그렇군요. 괜찮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시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제가 픽업해서 직접 연구소로 가면 됩니다.”채성휘가 이튿날 일정을 말하자 고다정은 별문제 없다고 생각되어 도착 시간을 대충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자 여준재가 다가와 그녀를 껴안으며 물었다.“뭐래요?”“내일 비행기에서 내린 후 전화 연락하기로 했어요.”고다정이 통화 내용을 알려주었다.여준재는 마음 놓이지 않아 당부했다.“비행기에서 내리면 잊지 말고 나한테 전화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알았죠?”고다정은 자신이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걱정하는 남자의 모습이 좀 웃겼지만 마음속은 달콤했다. 그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식사 후 고다정은 쌍둥이랑 외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했다.“엄마, 잘 다녀오세요. 엄마 보고 싶을 거예요.”쌍둥이가 고다정을 향해 고사리손을 흔들었다.고다정은 하나하나 안아준 후 여준재를 따라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헤어져야 하는 시각이 되자 여준재는 떨어지기 싫어하며 고다정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러자 고다정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만해요. 이러다 비행기를 놓치겠어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매일 전화하는 걸 잊지 말고.”또 한 번 당부하는 여준재, 그런 그에게 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손을 놓으라고 재촉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전혀 급하지 않은 듯 고다정을 뚫어지게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