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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눈빛 속에 스며든 남자

운전기사의 모양을 보니 차 뒷좌석에 결정권자가 있는 듯했다.

‘차 주인이 뒤에 계시나 보다…….’

다정은 무의식중에 뒷좌석을 쳐다보았다. 차 뒷좌석에 고급스러운 검은색 양복을 입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비현실적 외모를 가진 남자가 앉아있었다. 몸에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하지만 하얀 입술 색으로 보아 어디 아파 보이는 것이, 눈을 감고 쉬고 있는 듯했다.

남자의 옆에는 금테 안경을 쓴 세련되고 듬직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의 미간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 기사님, 이분에게 명함을 한 장 남겨 주시고, 배상 문제는 다음에 이야기합니다. 먼저 신수 어르신께 갑시다.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들이 대화를 나눌 때, 차로 다가간 다정은 차 안에서 풍기는 피비린내를 맡았다.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차 안의 남자는 어딘가 다친 것 같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상대방을 다시 쳐다보았다. 보통 인물은 아닌 듯했다.

차 안에 있던 여준재는 느껴지는 시선에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차가운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가 흘깃 다정을 향했다.

그 눈길은 날카롭고 차가워, 감정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정은 인간이 이런 눈을 가진 걸 본 적이 없었다. 삽시에 온 몸이 오싹해나 황급히 눈길을 돌렸다.

‘이 사람…… 낯이 좀 익은 것 같은데…….’

자세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정은 기사의 대답을 들었다.

“네.”

운전기사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연락처 좀 남겨주세요.”

“고다정이라고 합니다. 제 핸드폰입니다.”

다정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운전기사에게 건네어 주었다.

“저는 이 번호만 씁니다. 걱정 마세요. 절대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일시금으로 많은 돈을 낼 능력이 안 됩니다. 제가 차 수리비를 낼 테니까 혹시 할부로 지급해도 되는지 물어봐 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지급 기한을 좀 더 늘려주시든가요. 제가 돈을 마련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운전기사는 전화를 걸어 그녀의 핸드폰 번호가 맞는지 확인한 후에야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아세요. 가세요. 곧 우리 쪽에서 배상 관련 문제로 연락드릴 겁니다.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 얼마를 배상할 것인가,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죠.”

“네, 전화를 24시간 동안 켜 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정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기사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지, 그녀를 가리키며 경고하듯 말했다.

“경고하는데…… 당신 핸드폰 번호를 바꾸거나 돈 떼먹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요. 당신의 신분과 주소 정도 알아내는 건, 우리한테 식은 죽 먹기니까…… 만약 속임수를 쓴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요.”

“걱정 마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이 일은 제 책임이에요. 인정합니다. 떼먹지 않을 거예요.”

다정은 거듭 말했다.

운전기사는 그제야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차가 출발하고서야 다정은 자기 손에 닿은 보들보들한 살갗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아이들을 보았다.

한 손에 한 명씩, 양손을 꼭 잡은 두 꼬마의 작은 눈썹이 걱정으로 찡그려졌다.

하윤은 작은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우리 어떡해요? 돈을 많이 물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엄마가 해결할 방법을 찾을 거야!”

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두 녀석을 위로했다.

그녀는 이 두 꼬맹이가 돈 때문에 걱정하는 게 싫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자신은 없었다.

‘이 짧은 기간에 어디에 가서 그 많은 돈을 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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