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진도 분명히 매우 당황했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못했다.그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었고 말투는 여전히 공손했다.“여 대표님, 좀 늦게 오셨군요. 하지만 제가 자리를 예약해 뒀으니, 괜찮으시면 자리에 앉으시죠.”그는 허리를 굽히고 손을 받쳐 여준재를 손님석으로 인도했다.주최자임을 과시하면서도 자신의 난처함을 덜었다.그는 여 대표님이 앉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생각지도 못할 때, 여준재가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깔끔해서 무척 듣기 좋았다.“필요 없습니다. 전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누군가를 데려가기 위해 온 거니까요. 근데 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모습을 보다니, 참 시원시원하시네요.”모두가 잠시 놀랐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다정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 앞에 다가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다정도 어리둥절했고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준재의 목소리가 들렸다.“제가 돌아오면 찾아온다면서요? 왜 여기에 계신 겁니까? 제가 직접 당신을 데려갈 수밖에 없잖아요.”그의 목소리는 꿀처럼 부드러웠고 감미로웠다.준재는 그윽한 눈빛으로 다정을 바라보았다.준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그의 손길은 마치 신사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다.그들의 거리는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다정은 준재에게서 나는 시원한 향을 맡았다. 그들의 숨결이 어우러져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갑자기 나에게 왜 이러시는 거야?’하객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준재의 반응을 보면, 그와 다정의 사이는 보통 관계가 아닌 게 분명했다! “맙소사, 고 씨 집안 큰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야? 진 씨네 도련님 진시목도 원래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고 임 씨 집안 도련님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마당에 지금은 여준재 대표님조차 그녀를 좋아하다니!”사람들 속에는 충격적인 상황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세가의 젊은 아가씨는 다정의 아름다운 얼굴을 씁쓸한
고다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경영을 바라보며 분노를 드러냈다.이 말이 나오자, 고경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 사실이 만약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그가 딸을 팔아먹었다는 게 들통날 게 뻔했다!이런 양심 없는 짓을 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고 씨 집안은 상류 사회에 발도 못 들일 것이다.주변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그들은 모두 다 고경영을 바라보며 의심을 품었다.‘설마 구 비서님이 한 말이 사실인 거야?’고다빈과 심여진의 얼굴은 많이 어두워졌다.다빈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손바닥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그녀는 표정 관리도 되지 않았다.심여진은 딸과 눈을 마주치더니 서로의 눈빛에서 초조함을 느꼈다.이 일은 절대로 공개되어서는 안 됐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기자들이 반드시 이 일을 보도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고 씨 집안의 명성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특히 다빈은 공인으로서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게 뻔했다. 그때가 되면,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 일에 연루되어 연예계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었다.‘찰칵’하는 소리에 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불안해했다.현재 상황에서 그녀는 기자들을 몰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원한의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어째서 여 씨 집안사람과 연결된 거야?’‘게다가 여 대표님은 또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 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오히려 우리 가족의 체면을 구기고 있잖아!’그녀는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현 상황에서는 고 씨 집안의 누명을 벗겨 줄 사람을 찾아야 했다.여론은 그때 가서 돈으로 막으면 됐다.시목은 깜짝 놀라 의아함이 가득 찬 눈으로 다빈을 바라봤다.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윙크했다.시목은 자연스럽게 남준에게 말을 걸었다.“구 비서님, 제가 보기엔 비서님과 다른 분들이 저희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일은 구 비서님께서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임 씨 집안 도련님은 말도 안 되는 소란을 피웠지만 지금은
여준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우아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가 뻗은 손을 잡았는데 부드럽고 섬세했다.그들은 함께 구남준을 따라 문 쪽으로 걸어갔다.계획이 실패한 것을 본 고다빈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그들의 길을 막았다.다빈은 당당하게 준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 당신이 제 언니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언니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으시네요. 정말 다행이에요.”마지막 몇 글자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말에는 뼈가 있었다.다빈은 더러운 과거가 있는 자신의 애인을 신경 쓰지 않을 남자친구는 없다고 믿었다.다정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다정은 싸늘하게 웃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자신을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를 비꼬는 것이었다.다빈은 여전히 다정을 매장하려 했다.‘고다빈은 왜 이렇게 날 싫어하는 거야?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봐야 속이 후련한 거야?’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다빈을 바라보던 다정은 그녀를 비웃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준재가 멈춰서서 말했다.“다정 씨가 어떤 사람인지 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아까부터 다정 시의 과거를 들먹이는 겁니까? 모두가 그녀에게 삿대질하고 뻔뻔하다며 욕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군요!”그는 헛웃음을 치며 계속 말했다.“이런 관심은 저도 처음 보는군요. 참 대단합니다!”준재의 표정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해오며 별의별 사람들을 상대해 왔다.하지만 저 여자는 누구인지, 본 적도 없었다.가족 간의 다툼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 가식적인 여자는 정말 역겨웠다.그의 말을 들은 다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준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하객들도 바보는 아니다. 점차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선동된 것 같았다.다빈은 눈시울을 붉히며 불쌍한 척했다.“아니에요, 전 정말 언니를 걱정하고 있는걸요.”그
임 회장의 말은 가시처럼 고 씨 집안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고경영은 자기 딸을 팔아먹은 게 확실했다!심여진과 고다빈 심지어 진시목도 이 일에 연루되어 벗어날 수 없었다.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심여진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고경영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해 가만히 서 있었다.오늘 일어난 일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다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진 씨 집안사람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다빈과 시목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결혼식 뒤풀이는 그렇게 끝났고, 고 씨 집안의 일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좍 퍼져있었다.고 씨 집안과 진 씨 집안은 밤늦게까지 바삐 전화하고 있었다.고경영, 심여진 그리고 진시목은 명단에 적힌 기자들에게 즉시 전화를 돌렸다.“시목아,우리 다빈을 위해 이렇게 애써줘서 고마워. 오늘 밤 일은 절대로 퍼지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다빈이의 명성이 무너질 거야!”심여진은 시목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불안했다.시목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다빈은 소파에 앉아 운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진동진과 유이단은 집으로 돌아와 고경영과 그의 아내를 비난했다.“고 회장이랑 심 여사는 오늘 왜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인 거야? 그 부부 때문에 우리도 당황하고 여 대표한테 미움까지 샀잖아!”진동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매우 화를 냈다.“행복해야 할 결혼식이 엉망이 됐잖아!”그는 이 기회를 통해 인맥을 넓히려 했지만,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갔다.고경영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고 씨 집안의 계략에 오히려 진 씨 집안이 연루되었다.사실 고경영도 그에게 버려진 다정이 어떻게 여 씨 집안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한편, 다정은 결혼식장에서 나온 뒤, 줄곧 침묵을 지켰다.준재의 차에 타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입을 열어 감사를 표했다.“여 대표님, 오늘 도와주셔서
고다정은 우울해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그런 거 같네요.”‘나만 아니었어도 우리 엄마는 죽지 않았을 거야.’준재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다정은 준재가 아직 곁에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버리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준재는 눈썹을 찌푸렸다.“왜 또 고맙다고 하세요, 제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요.”다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준재는 정말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준재가 정말 그곳에 있을 줄도 몰랐고, 게다가 준재는 다정을 도와줬지 않은가?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여 대표님, 정말 절 찾으러 결혼식에 가신 건 아니죠?”다정의 눈은 마치 작은 여우처럼 교활함이 보였다.준재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포근한 향기를 맡고 약간 혼미했다‘정말 좋은 향이야…….’그는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상황이었고, 우연히 고 선생님과 마주쳐서……, 그래서 도와드린 거예요.”준재는 말을 하다 순간 잘못됨을 감지하고 멈칫했다.다정은 그가 안 좋은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왜 또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 거야?’“저를 도와주시면 안 됐어요. 오늘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인걸요. 기자들도 있었으니, 이 일은 분명 퍼지고 말 거예요. 여 대표님께도 분명 영향을 끼칠 거고요.”다정의 목소리는 맑고 감미로워 성숙미가 돋보였다.준재의 눈은 불타고 있었고, 그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준재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말을 삼켰다. 그는 다시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전 상관없어요.”준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의 귀여운 행동을 본 다정은 피식 웃었다.이내 그는 잠시 멈칫했다.방금 준재는 사실 다정
고다정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약간 놀랐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다정의 눈빛은 온화하고 자애로우며 모성의 빛이 가득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모습을 전부 눈여겨보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이런 그녀의 모습은 전에 그가 본 사람과 완전히 달랐다.사무적인 냉철함과 침착함은 없고, 오늘 밤 결혼식장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온몸에 박힌 가시와 내색하지 않던 무기력함도 없었다.준재는 이렇게 부드러운 다정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다정은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스럽게 고하준과 고하윤을 안아 들었다.그녀의 동작은 안정적이고 부드러워 그들을 깨우지 않았다. 두 아이는 그렇게 아이들 방으로 안겨 갔다.그 후 다정이 다가와 준재에게 말했다.“여 대표님, 피곤하시면 잠시 쉬세요. 제가 이따가 침을 뽑아 드릴게요.”온몸에 침이 꽂혀있는 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장시간의 업무와 출장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준재는 정말 피곤했다.다정은 거실로 가 약욕에 사용할 약재를 준비하고 있었다.방 안은 고요했고 다정은 그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경혈에 침을 놓았다.준재는 온몸의 혈 자리가 찌릿찌릿하고 얼얼하다고 느꼈다.베개에서는 그녀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방은 아늑하고 편안했고, 잠시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마침내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한 시간 후, 다정은 땀을 닦으며 들어와 침을 뽑았다.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곤히 자고 있는 준재였다.잠든 그는 평소의 차갑고 냉철한 모습을 버리고 온화해 보였다.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다정은 그의 몸에 놓여 있는 침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그녀가 침을 하나씩 뽑자, 아픈지 준재는 끙끙거렸다.이내 그는 다시 잠이 들었다.시간이 흘러 약욕할 시간이 되었다. 계속 자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다정은 고개를 숙여 준재에게 다가가 속삭였다.“여 대표님, 일어나세요. 침은 다 뽑았어요.”그는
고다정이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그녀는 약재를 챙겨 침실에서 나왔다.피곤함이 다정을 덮쳤고 그녀는 하품을 했다.곧바로 그녀는 외할머니의 방문을 두드렸다.강말숙은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 물었다.“다정아,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니?”다정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어색하게 설명했다.“여 대표님이 잠들어 버렸어요. 오늘 밤에는 돌아가지 않고, 제 방에서 재우려고요. 오늘 할머니랑 같이 자도 돼요?”강말숙은 순간 잠이 확 깨서 놀란 눈으로 다정을 바라봤다.“다정아, 어떻게 외간 남자를 네 방에 들일 수가 있니?”다정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여 대표님은 며칠째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 치료를 받다가 잠드셨는데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강말숙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강말숙은 잠자리에 들려는 다정을 잡았다.“그럼 여 대표의 비서도 머무는 거니?”다정은 외할머니의 뜻을 알지 못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모습을 본 강말숙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말을 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다정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이 된 거야?’‘건장한 남자를 두 명이나 방에 들이고 하룻밤을 묵게 하다니, 괜찮을까?’다정은 즉시 손을 흔들며 재빨리 해명했다.“구 비서님은 남아서 여 대표님을 지키는 거예요. 구 비서님은 제 방이 아니라 소파에서 주무실 거예요.”이 말을 들은 강말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음 날, 다정은 두 아이의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바로 일어나 샤워를 했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품속에 상자 몇 개를 안고 있는 하준이와 하윤이가 보였다.아이들은 환호하며 매우 흥분된 상태였다.준재와 남준이 그들의 옆에 서 있었고, 준재는 매우 개운해 보였다.그는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잤다.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다.다정은 호기심 어린 눈은 그 상자에 머물렀다.그녀는 다가
고다정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여 대표님, 구 비서님과 함께 아침 드시고 가세요.”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강말숙의 손에 들린 접시를 들고 식탁에 올려놓았다.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의자를 옮겼다.하윤은 재빨리 주방으로 달려가 두 쌍의 수저와 두 개의 그릇을 가져왔다.구남준은 정중하게 말했다.“고 선생님,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다정은 웃으며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여준재를 바라봤다.“귀찮다뇨, 식탁에 수저만 더 얹어 놓은 건데요, 뭘.”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활기차고 생기 있어 보였다.강말숙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약재로 끓인 죽 한 그릇을 들고 왔다.다정은 그릇을 받아 준재에게 주었다.다정은 설명했다.“이건 외할머니께서 만든 약죽이에요. 맛도 괜찮고, 보양식이죠. 여 대표님 몸에 도움이 될 거예요.”당연히 준재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그는 묵묵히 죽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식사 도중 하준과 하윤은 적극적으로 준재의 그릇 위에 반찬을 올려다 주었다.하윤은 젓가락으로 땅콩을 집어 그의 접시 위에 올려뒀다.그녀는 행복해하며 말했다.“아저씨, 이거 드세요!”준재는 대답했다.“고마워.”그는 젓가락으로 땅콩을 집어 먹었다.다 먹기도 전에 하준은 그에게 다른 반찬을 올려 줬다.“아저씨, 이 반찬은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건데, 정말 맛있어요!”준재는 고개를 들어 하준의 기대에 찬 눈과 마주했다.“잠시만…….”이 상황을 본 구남준은 아이들을 막으려 했다.그의 대표는 결벽증이 있었다. 남이 쓰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주는 건 상상도 못했다. 설령 공용 수저라 할지언정 그는 싫어했다.평소에 준재는 전용 수저를 사용해 식사를 하곤 했다.그러나 하준이 건네준 반찬은 이미 준재의 그릇에 담겨 있었다.남준은 심호흡을 한 뒤,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다.대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고, 어떠한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제야 남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식사를 계속했다.강말숙의 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