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의 말은 가시처럼 고 씨 집안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고경영은 자기 딸을 팔아먹은 게 확실했다!심여진과 고다빈 심지어 진시목도 이 일에 연루되어 벗어날 수 없었다.현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심여진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고경영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해 가만히 서 있었다.오늘 일어난 일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다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진 씨 집안사람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다빈과 시목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결혼식 뒤풀이는 그렇게 끝났고, 고 씨 집안의 일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좍 퍼져있었다.고 씨 집안과 진 씨 집안은 밤늦게까지 바삐 전화하고 있었다.고경영, 심여진 그리고 진시목은 명단에 적힌 기자들에게 즉시 전화를 돌렸다.“시목아,우리 다빈을 위해 이렇게 애써줘서 고마워. 오늘 밤 일은 절대로 퍼지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다빈이의 명성이 무너질 거야!”심여진은 시목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속으로는 매우 불안했다.시목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다빈은 소파에 앉아 운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진동진과 유이단은 집으로 돌아와 고경영과 그의 아내를 비난했다.“고 회장이랑 심 여사는 오늘 왜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인 거야? 그 부부 때문에 우리도 당황하고 여 대표한테 미움까지 샀잖아!”진동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매우 화를 냈다.“행복해야 할 결혼식이 엉망이 됐잖아!”그는 이 기회를 통해 인맥을 넓히려 했지만, 모든 것이 엉망으로 돌아갔다.고경영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고 씨 집안의 계략에 오히려 진 씨 집안이 연루되었다.사실 고경영도 그에게 버려진 다정이 어떻게 여 씨 집안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한편, 다정은 결혼식장에서 나온 뒤, 줄곧 침묵을 지켰다.준재의 차에 타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입을 열어 감사를 표했다.“여 대표님, 오늘 도와주셔서
고다정은 우울해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그런 거 같네요.”‘나만 아니었어도 우리 엄마는 죽지 않았을 거야.’준재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다정은 준재가 아직 곁에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버리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마워요.”준재는 눈썹을 찌푸렸다.“왜 또 고맙다고 하세요, 제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요.”다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준재는 정말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준재가 정말 그곳에 있을 줄도 몰랐고, 게다가 준재는 다정을 도와줬지 않은가?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호기심 어린 질문을 던졌다.“여 대표님, 정말 절 찾으러 결혼식에 가신 건 아니죠?”다정의 눈은 마치 작은 여우처럼 교활함이 보였다.준재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포근한 향기를 맡고 약간 혼미했다‘정말 좋은 향이야…….’그는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결혼식에 초대받은 상황이었고, 우연히 고 선생님과 마주쳐서……, 그래서 도와드린 거예요.”준재는 말을 하다 순간 잘못됨을 감지하고 멈칫했다.다정은 그가 안 좋은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비웃었다.‘왜 또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 거야?’“저를 도와주시면 안 됐어요. 오늘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인걸요. 기자들도 있었으니, 이 일은 분명 퍼지고 말 거예요. 여 대표님께도 분명 영향을 끼칠 거고요.”다정의 목소리는 맑고 감미로워 성숙미가 돋보였다.준재의 눈은 불타고 있었고, 그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준재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말을 삼켰다. 그는 다시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든 전 상관없어요.”준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의 귀여운 행동을 본 다정은 피식 웃었다.이내 그는 잠시 멈칫했다.방금 준재는 사실 다정
고다정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약간 놀랐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다정의 눈빛은 온화하고 자애로우며 모성의 빛이 가득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모습을 전부 눈여겨보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이런 그녀의 모습은 전에 그가 본 사람과 완전히 달랐다.사무적인 냉철함과 침착함은 없고, 오늘 밤 결혼식장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온몸에 박힌 가시와 내색하지 않던 무기력함도 없었다.준재는 이렇게 부드러운 다정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다정은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스럽게 고하준과 고하윤을 안아 들었다.그녀의 동작은 안정적이고 부드러워 그들을 깨우지 않았다. 두 아이는 그렇게 아이들 방으로 안겨 갔다.그 후 다정이 다가와 준재에게 말했다.“여 대표님, 피곤하시면 잠시 쉬세요. 제가 이따가 침을 뽑아 드릴게요.”온몸에 침이 꽂혀있는 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장시간의 업무와 출장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준재는 정말 피곤했다.다정은 거실로 가 약욕에 사용할 약재를 준비하고 있었다.방 안은 고요했고 다정은 그가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경혈에 침을 놓았다.준재는 온몸의 혈 자리가 찌릿찌릿하고 얼얼하다고 느꼈다.베개에서는 그녀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방은 아늑하고 편안했고, 잠시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마침내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한 시간 후, 다정은 땀을 닦으며 들어와 침을 뽑았다.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곤히 자고 있는 준재였다.잠든 그는 평소의 차갑고 냉철한 모습을 버리고 온화해 보였다.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다정은 그의 몸에 놓여 있는 침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그녀가 침을 하나씩 뽑자, 아픈지 준재는 끙끙거렸다.이내 그는 다시 잠이 들었다.시간이 흘러 약욕할 시간이 되었다. 계속 자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다정은 고개를 숙여 준재에게 다가가 속삭였다.“여 대표님, 일어나세요. 침은 다 뽑았어요.”그는
고다정이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그녀는 약재를 챙겨 침실에서 나왔다.피곤함이 다정을 덮쳤고 그녀는 하품을 했다.곧바로 그녀는 외할머니의 방문을 두드렸다.강말숙은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 물었다.“다정아,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니?”다정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어색하게 설명했다.“여 대표님이 잠들어 버렸어요. 오늘 밤에는 돌아가지 않고, 제 방에서 재우려고요. 오늘 할머니랑 같이 자도 돼요?”강말숙은 순간 잠이 확 깨서 놀란 눈으로 다정을 바라봤다.“다정아, 어떻게 외간 남자를 네 방에 들일 수가 있니?”다정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여 대표님은 며칠째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 치료를 받다가 잠드셨는데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강말숙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정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강말숙은 잠자리에 들려는 다정을 잡았다.“그럼 여 대표의 비서도 머무는 거니?”다정은 외할머니의 뜻을 알지 못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모습을 본 강말숙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말을 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다정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이 된 거야?’‘건장한 남자를 두 명이나 방에 들이고 하룻밤을 묵게 하다니, 괜찮을까?’다정은 즉시 손을 흔들며 재빨리 해명했다.“구 비서님은 남아서 여 대표님을 지키는 거예요. 구 비서님은 제 방이 아니라 소파에서 주무실 거예요.”이 말을 들은 강말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음 날, 다정은 두 아이의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바로 일어나 샤워를 했다.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품속에 상자 몇 개를 안고 있는 하준이와 하윤이가 보였다.아이들은 환호하며 매우 흥분된 상태였다.준재와 남준이 그들의 옆에 서 있었고, 준재는 매우 개운해 보였다.그는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잤다.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다.다정은 호기심 어린 눈은 그 상자에 머물렀다.그녀는 다가
고다정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여 대표님, 구 비서님과 함께 아침 드시고 가세요.”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강말숙의 손에 들린 접시를 들고 식탁에 올려놓았다.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의자를 옮겼다.하윤은 재빨리 주방으로 달려가 두 쌍의 수저와 두 개의 그릇을 가져왔다.구남준은 정중하게 말했다.“고 선생님,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다정은 웃으며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여준재를 바라봤다.“귀찮다뇨, 식탁에 수저만 더 얹어 놓은 건데요, 뭘.”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활기차고 생기 있어 보였다.강말숙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약재로 끓인 죽 한 그릇을 들고 왔다.다정은 그릇을 받아 준재에게 주었다.다정은 설명했다.“이건 외할머니께서 만든 약죽이에요. 맛도 괜찮고, 보양식이죠. 여 대표님 몸에 도움이 될 거예요.”당연히 준재는 그녀의 말에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그는 묵묵히 죽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식사 도중 하준과 하윤은 적극적으로 준재의 그릇 위에 반찬을 올려다 주었다.하윤은 젓가락으로 땅콩을 집어 그의 접시 위에 올려뒀다.그녀는 행복해하며 말했다.“아저씨, 이거 드세요!”준재는 대답했다.“고마워.”그는 젓가락으로 땅콩을 집어 먹었다.다 먹기도 전에 하준은 그에게 다른 반찬을 올려 줬다.“아저씨, 이 반찬은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건데, 정말 맛있어요!”준재는 고개를 들어 하준의 기대에 찬 눈과 마주했다.“잠시만…….”이 상황을 본 구남준은 아이들을 막으려 했다.그의 대표는 결벽증이 있었다. 남이 쓰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주는 건 상상도 못했다. 설령 공용 수저라 할지언정 그는 싫어했다.평소에 준재는 전용 수저를 사용해 식사를 하곤 했다.그러나 하준이 건네준 반찬은 이미 준재의 그릇에 담겨 있었다.남준은 심호흡을 한 뒤, 그의 대표를 바라보았다.대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고, 어떠한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제야 남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식사를 계속했다.강말숙의 눈에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준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정중히 불렀다.“도련님, 오셨습니까?”준재가 대답하며 뒷좌석에 타자, 뒤이어 조수석에 탄 남준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도련님,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회사로 바로 가시겠습니까?”준재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집으로 가서 옷을 좀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그다음 회사로 가자.”준재가 입고 있던 옷은 어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와 같은 정장이었다.이는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아니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제란원으로 가주세요.”차는 곧바로 출발했고, 준재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쌍둥이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렸다.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고, 이제 막 떠났지만 아이들이 그리웠다. 언제 다시 그들을 만날지도 미지수였다.순간, 남준의 말이 들리자 그는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도련님,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이 뉴스에 떴습니다. 고 선생님의 사건도 알려졌고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요.”“줘 봐.”이 말을 들은 준재는 남준의 손에 있던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어제 그가 폭로한 내용은 다정이 그렇게 비난을 받을 리가 없었다.휴대폰 화면 속에는 뉴스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준재는 그 뉴스를 읽으며 내용을 살펴보았다.해당 뉴스의 내용은 결혼식이 끝난 뒤, 뒤풀이로 시작했다.초반에는 많은 사람이 고다빈의 결혼식을 부러워했다.각종 매체도 차례로 보도했다.이에 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었다.[고 배우님, 결혼 축하해요. 행복하게 사세요!]이들의 결혼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이후 다빈의 스캔들이 터졌다.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새로운 실시간 검색어가 SNS 게시물을 차지했다.[#세가의 비밀: 떠오르는 샛별 고다빈의 엄마는, 한 집안을 망가뜨린 상간녀였다.][#청순한 이미지가 망가진 유명 배우 고다빈. 언니의 약혼자를 빼앗다.][#고다빈, 진시목. 선남선녀에서 사랑과 전쟁으로.]
오늘 아침, SNS에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갑자기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오늘 고 씨 집안의 내막을 공개하겠습니다. 인기 여배우 고다빈. 그녀의 아버지 고경영, 그녀의 어머니인 심여진은 젊었을 때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피우고 이혼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고 씨 집안의 큰딸은 고다정입니다. 그녀의 어머니인 강수지는 고경영과 결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연인을 갈라놓았습니다.]갑작스러운 이 게시물은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그것도 새벽 5시에.대부분의 사람은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일찍 일어난 사람이 있더라도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 새벽 5시는 SNS에 접속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였다.그런데 이 게시물이 갑자기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여준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게시물에 집중했다.이어 처음 그 게시물을 올린 인플루언서는 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고경영이 고다정을 임 씨 집안의 아들과 결혼시키려 하던 것도 전부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고경영은 진심으로 딸을 아꼈지만, 집을 나간 딸 때문에 이런 하책을 내린 겁니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모두 고 씨 집안의 큰딸이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점점 많은 사람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그게 사실인가요?][고 씨 집안 큰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요?]이는 상단에 고정된 댓글이었다.대중의 관심은 고다빈에서 고다정에게 옮겨졌다.고정 댓글은 아무리 봐도 누군가가 일부러 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좋아요 수가 폭발했다. 심지어 수상할 정도로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인플루언서도 소식을 전했다.[6년 전, 고다정은 약혼 전날, 클럽에 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고경영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가 잘 살 수 있도록 재벌 집안을 찾아줬지만, 이렇게 헐뜯을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점점 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글
슬픈 표정의 고다빈을 본 진시목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다빈아, 실시간 검색어는 내가 내려놨어. 네 오명을 벗겨줄 사람도 찾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목은 다빈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다빈은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목을 밀어내며 말했다.“그냥 기분이 안 좋단 말이야!”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화를 내며 그에게 불평했다.“장미가 전화로 어젯밤에 일어난 일 때문에 광고 두 개가 취소됐다고 했어!”다빈은 화를 냈다, 그 광고는 세계적인 브랜드였고 상당한 가치가 있는 광고였다.시목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광고는 앞으로도 들어올 거야.”다빈은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광고만 없어진 게 아니야! 내가 여주인공으로 뽑혔던 드라마도 취소됐다고!”그녀는 그 말과 함께 화분 속의 꽃 한 송이를 꺾었고, 이내 다시 불평하기 시작했다.“내가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게 전부 고다정 때문이야! 걔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라고!”원래였으면 어젯밤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야 했다.많은 사람이 주목해야 했고 무수한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그러나 다정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녀의 계획은 다 흐트러졌다.다빈은 조만간 복수할 예정이었다!시목은 재빨리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광고가 취소됐으면 내가 찾아줄게.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그가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따뜻해졌지만 겉으로는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시목은 다정한 눈빛으로 다빈을 바라봤다.그는 아내를 품에 안고 말했다.“나도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 가장 억울한 사람은 당신이야.”비록 다빈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더라도 그녀는 결국 시목의 아내였다.다빈은 그가 안아주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고,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러나 다정을 생각하면 이내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다빈은 몸을 일으켜 시목에게 물었다.“시목 씨, 고다정이 여 씨 집안의 여자친구라는 말이 사실이야?”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